• 최종편집 2026-03-07(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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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에 숨은 비석 하나, 강원의 새 보물이 됐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유명한 절집은 많지만, 어떤 여행지는 작은 비석 하나로 오래 기억된다. 삼척 두타산 자락의 천은사가 그렇다. 산문을 지나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그곳엔 풍경보다 먼저 시간을 붙드는 흔적이 있다. 이번에 강원특별자치도가 천은사 기실비를 새 문화유산자료로 지정한 것은, 바로 그 조용한 흔적에 지역의 역사를 다시 불러 세운 일에 가깝다.   ‘삼척 두타산 천은사 기실비’(제공=삼척시)   강원특별자치도는 3월 6일 ‘삼척 두타산 천은사 기실비’를 도 문화유산자료로 신규 지정 고시했다. 이 비석은 삼척시 미로면 내미로리 산312-1 일대, 천은사 입구에 자리한 유적으로 1921년 세워졌다. 당대 대표적 문장가로 꼽히는 박한영이 글을 짓고, 삼척을 중심으로 활동한 명필 심지황이 글씨를 썼다. 자연석 위에 거북 모양을 새긴 귀부형 받침, 비신, 팔작지붕 형태의 가첨석을 갖춘 형식도 주목된다.   이 비석이 더 중요한 이유는 내용에 있다. 천은사의 창건 설화와 연혁, 중창 불사 같은 사실이 체계적으로 담겨 있어 단순한 기념비를 넘어 지역사 자료로서의 무게를 지닌다. 비문의 문장과 서체, 조형 양식까지 함께 살펴보면 일제강점기 지역 불교 문화와 향토 지식인의 흔적을 한 자리에서 읽을 수 있다. 강원도는 이번 지정을 통해 도내 국가유산 보유 건수가 총 745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천은사 자체도 여행지로서 결이 깊다. 한국관광공사와 삼척시 자료를 보면 천은사는 두타산 기슭에 자리한 산사로, 고려 말 학자 이승휴와의 인연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승휴는 이 일대에서 머물며 ‘제왕운기’를 남긴 인물로 전해지며, 천은사 주변에는 그의 유적도 남아 있다. 그러니 이번 문화유산 지정은 비석 하나의 보존에 그치지 않고, 천은사와 두타산 일대가 품은 역사 서사를 다시 또렷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   두타산은 원래도 강원 남부를 대표하는 산행지 가운데 하나다. 높이 1357m의 산세와 계곡, 기암, 숲이 어우러져 사계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봄과 가을 산행은 물론, 천은사처럼 산 아래 자리한 고찰을 들러 천천히 걷는 일정도 잘 어울린다. 이름난 절경만 훑고 지나가는 여행과 달리, 문화유산 하나를 매개로 장소의 시간을 함께 읽는 여행은 훨씬 오래 남는다. 삼척 여행이 바다에만 머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척은 죽서루와 해변, 동굴, 해안 절경으로 먼저 떠오르는 도시지만, 내륙 쪽으로 한 걸음만 더 들어가면 전혀 다른 표정이 펼쳐진다. 미로면 두타산 자락은 화려하진 않지만 깊다. 계곡과 산사, 오래된 이야기와 비석 하나가 서로 기대어 서 있는 풍경은 요란한 관광지의 속도와는 다르다. 이번 지정으로 천은사 기실비는 더 이상 스쳐 지나가는 유물이 아니라, 삼척을 다시 보게 만드는 하나의 이유가 됐다. 좋은 여행지는 새로운 시설보다 오래된 시간을 품고 있을 때 더 강해진다. 삼척 두타산 천은사 기실비의 이번 지정은 그런 사실을 다시 보여준다. 두타산의 산기운, 천은사의 고요, 그리고 돌 위에 남은 문장의 시간까지. 올봄 삼척 여행은 바다에서 끝나지 않고 산사 입구의 작은 비석 앞에서 더 깊어질지 모른다. 천은사 가을단풍(제공=삼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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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에 숨은 비석 하나, 강원의 새 보물이 됐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유명한 절집은 많지만, 어떤 여행지는 작은 비석 하나로 오래 기억된다. 삼척 두타산 자락의 천은사가 그렇다. 산문을 지나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그곳엔 풍경보다 먼저 시간을 붙드는 흔적이 있다. 이번에 강원특별자치도가 천은사 기실비를 새 문화유산자료로 지정한 것은, 바로 그 조용한 흔적에 지역의 역사를 다시 불러 세운 일에 가깝다.   ‘삼척 두타산 천은사 기실비’(제공=삼척시)   강원특별자치도는 3월 6일 ‘삼척 두타산 천은사 기실비’를 도 문화유산자료로 신규 지정 고시했다. 이 비석은 삼척시 미로면 내미로리 산312-1 일대, 천은사 입구에 자리한 유적으로 1921년 세워졌다. 당대 대표적 문장가로 꼽히는 박한영이 글을 짓고, 삼척을 중심으로 활동한 명필 심지황이 글씨를 썼다. 자연석 위에 거북 모양을 새긴 귀부형 받침, 비신, 팔작지붕 형태의 가첨석을 갖춘 형식도 주목된다.   이 비석이 더 중요한 이유는 내용에 있다. 천은사의 창건 설화와 연혁, 중창 불사 같은 사실이 체계적으로 담겨 있어 단순한 기념비를 넘어 지역사 자료로서의 무게를 지닌다. 비문의 문장과 서체, 조형 양식까지 함께 살펴보면 일제강점기 지역 불교 문화와 향토 지식인의 흔적을 한 자리에서 읽을 수 있다. 강원도는 이번 지정을 통해 도내 국가유산 보유 건수가 총 745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천은사 자체도 여행지로서 결이 깊다. 한국관광공사와 삼척시 자료를 보면 천은사는 두타산 기슭에 자리한 산사로, 고려 말 학자 이승휴와의 인연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승휴는 이 일대에서 머물며 ‘제왕운기’를 남긴 인물로 전해지며, 천은사 주변에는 그의 유적도 남아 있다. 그러니 이번 문화유산 지정은 비석 하나의 보존에 그치지 않고, 천은사와 두타산 일대가 품은 역사 서사를 다시 또렷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   두타산은 원래도 강원 남부를 대표하는 산행지 가운데 하나다. 높이 1357m의 산세와 계곡, 기암, 숲이 어우러져 사계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봄과 가을 산행은 물론, 천은사처럼 산 아래 자리한 고찰을 들러 천천히 걷는 일정도 잘 어울린다. 이름난 절경만 훑고 지나가는 여행과 달리, 문화유산 하나를 매개로 장소의 시간을 함께 읽는 여행은 훨씬 오래 남는다. 삼척 여행이 바다에만 머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척은 죽서루와 해변, 동굴, 해안 절경으로 먼저 떠오르는 도시지만, 내륙 쪽으로 한 걸음만 더 들어가면 전혀 다른 표정이 펼쳐진다. 미로면 두타산 자락은 화려하진 않지만 깊다. 계곡과 산사, 오래된 이야기와 비석 하나가 서로 기대어 서 있는 풍경은 요란한 관광지의 속도와는 다르다. 이번 지정으로 천은사 기실비는 더 이상 스쳐 지나가는 유물이 아니라, 삼척을 다시 보게 만드는 하나의 이유가 됐다. 좋은 여행지는 새로운 시설보다 오래된 시간을 품고 있을 때 더 강해진다. 삼척 두타산 천은사 기실비의 이번 지정은 그런 사실을 다시 보여준다. 두타산의 산기운, 천은사의 고요, 그리고 돌 위에 남은 문장의 시간까지. 올봄 삼척 여행은 바다에서 끝나지 않고 산사 입구의 작은 비석 앞에서 더 깊어질지 모른다. 천은사 가을단풍(제공=삼척시)  

안양 이사, 최대 50만원 돌려준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짐을 싸는 일은 늘 설렌다. 새 동네로 옮겨가는 기대가 먼저 앞서지만, 막상 계산기를 두드리면 이삿짐비와 중개보수비가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다. 특히 사회초년생이나 1인 청년가구에게 이사 한 번은 생활의 출발선이 아니라 비용의 벽처럼 느껴지기 쉽다. 안양시가 올해도 청년가구 이사비 지원사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바로 그 첫 문턱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서다.   청년 이사비 지원사업 포스터(제공=안양시)   안양시는 2026년 상반기 청년 이사비 지원사업 신청을 받고 있다. 대상은 2025년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안양시로 전입했거나, 안양시 안에서 이사한 뒤 전입신고를 마친 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가구다. 지원금은 이사비와 중개보수비를 합쳐 1인당 최대 50만원까지 실비로 지급되며, 생애 1회만 받을 수 있다. 접수는 3월 3일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 잡아바어플라이 통합접수시스템에서 진행된다.   세부 기준도 분명하다. 가구당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여야 하고, 신청자인 청년 본인은 무주택 세대주여야 한다. 거주하는 집은 거래금액 2억원 이하 전월세 주택이어야 한다. 시는 이사비는 20만원 한도, 중개보수비는 30만원 한도로 나눠 지원하고 있다. 부모 등 직계존속의 집으로 이사하는 경우나 공공임대주택 거주 예정자 등은 제외된다.   이 사업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금액 자체보다도 시점에 있다. 청년층에게 이사는 단순한 주소 변경이 아니라 취업, 독립, 결혼, 진학 같은 삶의 전환과 맞물리는 경우가 많다. 보증금 마련도 버거운 상황에서 중개보수와 이삿짐 비용까지 겹치면 정착의 첫걸음이 흔들리기 쉽다. 안양시는 지난해에도 같은 사업을 운영했고, 올해 다시 상반기 공고를 내면서 청년층 주거 이동 비용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시 공식 청년정책 안내에서도 이 사업은 안양 청년 주거지원 축의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도시의 경쟁력은 화려한 개발 계획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버틸 수 있는지, 처음 둥지를 트는 청년이 너무 큰 비용 앞에서 주저앉지 않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안양은 범계·평촌 생활권, 안양1번가 상권, 관악산과 삼성산을 잇는 생활환경 덕분에 청년층 유입이 꾸준한 도시로 꼽혀 왔다. 그런 도시일수록 정착 초기 비용을 덜어주는 정책이 실제 체감도를 좌우한다. 이번 지원은 거창한 구호보다 생활의 부담을 바로 건드리는 행정에 가깝다.   신청을 고민하는 청년이라면 기한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예산 소진 시 조기 마감될 수 있어 준비된 서류를 미리 챙겨두는 편이 낫다. 안양청년광장과 시 공고문에는 신청 자격과 제외 대상, 제출 서류, 문의처가 자세히 안내돼 있다. 새로운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의 설렘 뒤에는 늘 현실적인 비용이 따라붙는다. 안양시의 이번 사업은 그 무게를 조금 덜어주는, 꽤 실용적인 응원에 가깝다.   청년에게 도시를 선택한다는 것은 결국 살아볼 만한 곳을 고르는 일이다. 안양시의 이사비 지원은 그 선택의 부담을 조금 덜어주는 정책이다. 낯선 동네에 처음 짐을 푸는 날,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이런 현실적인 도움이 아닐까.

청양에 생긴 이상한 우편함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마음이 힘들 때도 사람들은 쉽게 말하지 못한다. 가까운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조차 꺼내놓기 어려운 말이 있다. 충남 청양에서는 그런 말들을 받아주는 조금 특별한 우편함이 생겼다. 편지를 넣고 나면, 몇 주 뒤 전혀 모르는 누군가가 정성껏 쓴 손편지가 다시 돌아온다. 빠른 메시지에 지친 시대라서인지, 이 느린 위로는 더 깊게 마음에 닿는다.   충남도립대에 설치된 온기우편함(제공=청양군)   청양군이 대학생과 군민의 마음 건강을 돌보기 위해 충남도립대학교 학생회관에 ‘온기우편함’을 설치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이 우편함은 고민과 사연을 익명으로 적어 넣으면 자원봉사자인 ‘온기우체부’가 손편지로 답장을 보내주는 방식의 정서 지원 프로그램이다. 학업과 진로, 인간관계, 가족 문제처럼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마음을 종이에 적어 넣고 주소를 남기면, 약 4주 뒤 위로와 공감이 담긴 답장을 우편으로 받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작은 우편함 하나지만,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디지털 소통이 익숙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더 빨리 연결되면서도 더 깊이 고립되곤 한다. 휴대전화 안에는 대화가 넘치지만, 정작 자기 속마음을 꺼낼 곳은 점점 줄어든다. 그런 점에서 온기우편함은 상담실보다 덜 부담스럽고, 메신저보다 더 진심 어린 방식으로 사람 곁에 다가가는 장치다.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고 마음을 적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기계적인 답장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쓴 손편지가 온다는 점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힘이다.   설치 장소가 충남도립대 학생회관이라는 점도 상징적이다. 학생들이 가장 자주 드나드는 공간에 우편함을 두어 마음 돌봄의 문턱을 낮췄다. 청년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보다, 조용히 손을 내미는 방식일 수 있다. 청양군이 이번 사업을 통해 보여준 것은 단순한 복지 행정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받아안을 수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태도다.   청양은 칠갑산과 천장호 같은 풍경으로 떠올리는 고장이지만, 지역의 품격은 결국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눈에 띄는 건축물이나 대형 시설보다 이런 작은 정서적 장치가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다. 누구에게도 말 못 한 고민을 접어 넣고, 몇 주 뒤 낯선 사람의 따뜻한 문장을 받아보는 경험. 청양의 온기우편함은 행정이 어디까지 사람의 일상 가까이 들어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조용한 실험이다.

홍천, 또 한 번 잡았다…농촌여행의 판을 바꾸는 ‘체류형 실험’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서울에서 차로 길게 달리지 않아도 닿는 곳인데, 막상 들어서면 도시의 속도와는 다른 시간이 흐른다. 강을 따라 쉬고, 숲길을 걷고, 마을 밥상을 맛본 뒤 하룻밤 더 머물고 싶어지는 곳. 홍천이 이제 그 감각을 ‘관광상품’이 아니라 ‘체류의 구조’로 바꾸려 한다. 홍천군이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2026년 농촌크리에이투어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농촌관광을 하루짜리 체험에서 머무는 여행으로 전환할 발판을 다시 마련했다.   홍천군청 전경(제공=홍천군)   이번 선정은 단순한 공모 통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홍천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상지에 이름을 올리며, 지역형 농촌관광 모델의 지속성과 실행력을 함께 증명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농촌 크리에이투어는 민간의 기획력과 지역의 자원을 결합해 특화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통해 관광 수요와 농촌 경제를 함께 살리는 데 초점을 둔 사업이다. 홍천은 그동안 쌓아온 농촌관광 기반과 주민·청년 참여형 운영 구조에서 강점을 인정받았다.   홍천군이 내세운 이름은 ‘홍천애홀릭24’다. 음식과 축제, 사람과 쉼을 축으로 다이닝·페스타·메이트·릴렉스의 네 갈래 콘텐츠를 엮어, 스쳐 가는 관광이 아니라 체류와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홍천군이 농촌크리에이투어 사업의 하나로 메밀 테마 여행상품을 내놓고, ‘홍천애홀릭’ 플랫폼을 통해 예약과 운영을 연계한 경험도 이런 확장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사실 홍천은 이미 재료가 풍부한 곳이다. 군 문화관광포털은 수타사, 홍천강, 은행나무숲, 레포츠와 스탬프투어까지 사계절 동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한국관광공사가 소개한 수타사 산소길, 공작산 생태숲, 배바위 카누마을 같은 체험 자원은 ‘잠깐 보고 가는 여행’보다 ‘하루 더 묵는 여행’에 더 잘 어울린다. 숲길과 사찰, 강변 체험, 농촌 마을 프로그램이 한 지역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이 홍천의 강점이다.   홍천군은 현재 2026년 사업에 참여할 관광 관련 사업체와 청년 중심 액션그룹을 3월 13일까지 모집 중이다. 기획과 운영, 수익이 외부를 거치지 않고 지역 안에서 선순환하도록 하겠다는 전략도 분명하다. 관광이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마을의 일자리와 청년의 정착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홍천 여행의 다음 장은 이제 명소 나열이 아니라 ‘어떻게 머물게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수타사의 고요, 홍천강의 흐름, 농촌마을의 밥상과 사람 냄새를 하나의 서사로 묶어낼 수 있다면, 홍천은 강원 내륙의 익숙한 여행지를 넘어 한국 농촌관광의 선도 모델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이번 선정이 반가운 이유도 거기에 있다. 좋은 풍경은 원래 있었지만, 이제는 그 풍경을 다시 찾게 만드는 방식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농촌관광의 승부는 ‘무엇을 보여주느냐’보다 ‘얼마나 머물게 하느냐’에서 갈린다. 2년 연속 공모 선정은 홍천이 그 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는 신호다. 당일치기 산과 강의 고장에서, 하룻밤 쉬어 가는 농촌여행의 중심지로. 홍천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행주산성, 밤이 더 아름답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낮의 행주산성은 역사로 기억되지만, 밤의 행주산성은 풍경으로 먼저 다가온다. 해가 기울면 덕양산 능선 위로 바람이 먼저 차오르고, 성곽길 끝에서는 한강 물빛이 천천히 불을 밝힌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강과 성과 노을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의 밤은 이미 봄 나들이의 충분한 이유가 된다.   고양시, 3월 14일부터 행주산성 야간개장 시작(제공=고양시)   고양특례시가 3월 14일부터 10월까지 매주 둘째·넷째 주 토요일마다 행주산성 야간 개장을 운영한다. 관람 시간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이며, 입장 마감은 오후 9시다. 관람료는 무료다. 주차는 제1·제2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고, 오후 6시 이후 야간 개장을 위해 들어오는 차량은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다만 장맛비나 태풍, 폭설 같은 기상 상황에 따라 운영 시간이 바뀌거나 취소될 수 있다.   행주산성의 밤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조명이 켜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은 한강 북안의 덕양산을 감싸고 선 토축산성으로, 남쪽으로는 한강이 흐르고 동남쪽으로는 창릉천이 돌아 자연 해자의 구실을 한다. 국가유산포털은 행주산성을 사적 제56호로 소개하며,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이어진 성곽 유적으로 설명한다. 지정일은 1963년 1월 21일, 면적은 35만4732㎡다. 낮에는 국가유산의 결이 먼저 보이지만, 밤에는 이 산성이 왜 강과 평야를 굽어보는 자리에 세워졌는지가 몸으로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고양시, 3월 14일부터 행주산성 야간개장 시작 (제공=고양시)   행주산성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따라붙는 이름은 역시 행주대첩이다. 이곳은 임진왜란 3대 대첩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행주대첩의 현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행주산성 공식 안내에는 권율 장군 동상, 충장사, 행주대첩비, 대첩기념관 같은 주요 지점이 소개돼 있다. 관람객은 대첩문에서 시작해 권율 장군 동상을 지나 충장사와 덕양정을 둘러보고, 정상부 쪽에서 한강과 도심 풍경을 함께 조망하게 된다. 산성 전체 둘레는 약 1㎞ 안팎이라 너무 길지 않으면서도, 천천히 걸으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머물기 좋다.   이 길의 진짜 매력은 역사 공부가 산책으로 바뀌는 순간에 있다. 권율 장군의 이름과 대첩의 기억은 교과서에서 익숙하지만, 실제 현장에 서면 그 무게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산성 아래로 펼쳐진 강, 사방으로 트인 시야, 성을 감싼 경사와 절벽은 왜 이 자리가 전쟁의 거점이었는지를 말없이 설명한다. 그리고 해가 지면 분위기는 다시 달라진다. 전적지의 긴장감 위로 노을빛이 앉고, 한강 건너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 행주산성은 엄숙한 유적지이면서 동시에 매혹적인 야경 명소가 된다. 역사와 풍경이 서로의 배경이 되는 곳, 행주산성의 밤은 바로 그런 두 겹의 표정을 갖고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둘째·넷째 토요일만 열린다는 점도 오히려 여행의 리듬을 만든다. 늘 열려 있는 공간보다, 날짜를 맞춰 찾아가야 하는 장소는 약간의 기대를 더 품게 한다. 특히 3월부터 10월은 강바람이 가장 걷기 좋은 계절과 겹친다. 초봄에는 노을이 부드럽고, 초여름에는 강빛이 길어지며, 가을에는 공기가 맑아 멀리까지 조망이 열린다. 주말 저녁, 과하게 붐비는 상업시설 대신 역사 유적의 산책길에서 한강 야경을 본다는 경험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행주산성 주변 동선도 야간 나들이의 밀도를 높여준다. 공식 관광 정보에는 행주서원, 행주나루, 행주역사공원 같은 주변 명소가 함께 소개된다. 또 행주산성 문화관광 해설 코스에는 대첩기념관과 충훈정, 권율 장군 동상 등이 순서대로 연결돼 있어 낮 시간 탐방과 저녁 야경 코스를 자연스럽게 묶기 좋다. 행주산성 일대가 단지 ‘사진 찍고 내려오는 곳’이 아니라, 이야기와 풍경이 함께 쌓이는 생활권 문화유산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뜻이다.   행주산성은 대단히 화려한 곳은 아니다. 케이블카도 없고, 거대한 상업시설도 없다. 대신 천천히 걸을 길이 있고, 오래 남은 이야기가 있고, 강을 바라보는 높은 자리가 있다. 그래서 이곳의 야간 개장은 더 반갑다. 어둠이 내린 뒤에도 서둘러 문을 닫지 않고, 사람들에게 조금 더 머물 시간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도시의 밤이 대개 소비의 시간이라면, 행주산성의 밤은 되새김의 시간에 가깝다. 한강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과거의 전장과 현재의 도시, 그리고 내 눈앞의 야경이 한 장면 안에서 겹쳐진다. 그 순간 행주산성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지금의 계절을 가장 조용하게 누릴 수 있는 전망대가 된다. 

싱가포르, 디즈니 바다를 열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디즈니 크루즈 라인의 여덟 번째이자 최대 규모 신규 크루즈 ‘디즈니 어드벤처호’가 3월 3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크루즈 센터에 입항하며 아시아 시장 공략을 본격 시작했다. 4일에는 싱가포르에서 명명식을 열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유명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 취항을 기념했다. 물대포 환영식과 눈부신 불꽃놀이로 환영받은 이 크루즈는 디즈니·픽사·마블이 100년 넘게 쌓아온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한 다채로운 공간과 이벤트로 여행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한다.   디즈니 어드벤처호 싱가포르 입항(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크루즈 내에서는 디즈니 시어터 공연과 23인조 오케스트라, 세계적인 가수 임다미와 제드 마델라의 무대가 어우러져 마법 같은 순간을 창출한다. 특히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크루즈 대부로 공식 명명식을 주관하며 이 배와 승객들에 행운을 기원했다. 해상 롤러코스터 ‘아이언사이클 테스트 런’과 브로드웨이 스타일 뮤지컬 ‘리멤버’ 등 가족 모두를 위한 풍성한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디즈니 어드벤처호는 7가지 몰입 테마 구역으로 구성되어 ‘빅 히어로’의 샌프란소쿄 거리 등 세계관을 생생히 재현했으며, 전 연령층의 취향을 고려한 키즈 클럽과 성인 전용 바, 라운지도 마련됐다. 디즈니 익스피리언스 부문은 이 선박을 시작으로 전 세계 크루즈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며, 2031년까지 총 5척의 신규 선박 추가 건조를 계획하고 있다. 디즈니 어드벤처호는 가족 단위 여행객은 물론 온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테마 여행의 새 지평을 여는 의미 있는 선박이다. 아시아 최초의 디즈니 크루즈 모항으로서 현지 관광산업 활성화와 글로벌 크루즈 시장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기대케 한다.

도서관이 놀이터가 되는 날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책장은 조용한데, 아이들의 상상력은 늘 시끄럽다. 책 속 그림 하나가 말을 걸고, 색 하나가 손끝에 번지는 순간 도서관은 더 이상 ‘읽는 곳’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양 주엽어린이도서관이 준비한 이번 하루는, 아이들이 그림책을 듣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자기 몸으로 이야기의 색을 만들어 보는 시간에 가깝다.   주엽어린이도서관, ‘석철원 작가의 그림책 이야기’ 운영(제공=고양시)   고양특례시 주엽어린이도서관이 3월 22일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석철원 작가의 그림책 이야기와 물감놀이 워크숍’을 연다. 장소는 주엽어린이도서관 2.5층 어울림터이며, 대상은 초등학교 1~2학년 어린이 25명이다. 참여 신청은 3월 9일 오전 10시부터 3월 20일 오후 6시까지 고양시도서관센터 누리집에서 선착순으로 받는다. 이번 프로그램은 두 갈래로 짜였다. 먼저 1부에서는 석철원 작가의 ‘다 모여 그림책 시리즈’를 중심으로 그림책 이야기를 듣고, 일본어 그림책 읽어주기 시간도 함께 진행된다. 언어를 다 알아듣지 못해도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 그림책의 힘이다. 어린이들은 이야기의 뜻을 머리로만 이해하는 대신, 그림의 흐름과 장면의 리듬, 색의 감정을 먼저 만나게 된다. 이어지는 2부는 손과 발, 붓을 활용한 물감놀이 워크숍이다. 종이 위에 정답을 그리는 시간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며 색과 감각으로 마음을 풀어내는 시간에 더 가깝다. 이 프로그램이 더 반가운 이유는 작가의 이력이 또렷하기 때문이다. 석철원 작가는 대학에서 예술학을 공부하고 일본에서  미술교육을 익힌 뒤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도쿄 핀포인트 갤러리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을 계기로 그림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은 도쿄를 중심으로 한국·일본·중국 출판사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버스야 다 모여!’, ‘전철아 다 모여!’, ‘바퀴야 다 모여!’, ‘고양이야 다 모여!’, ‘강아지야 다 모여!’, ‘공룡아 다 모여!’, ‘나비야 다 모여!’ 등이 있다. 익숙한 탈것과 동물, 사물의 움직임을 단순하고 경쾌한 리듬으로 풀어내는 그의 그림책은 영유아와 초등 저학년 독자에게 특히 친근하게 다가간다. 도서관이 이런 프로그램을 여는 이유는 분명하다. 어린이에게 도서관은 더 이상 조용히 책만 빌리는 장소여서는 오래 기억되기 어렵다. 작가를 직접 만나고, 그림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듣고, 손에 물감을 묻혀 자기만의 장면을 만들어 보는 경험이 있을 때 도서관은 비로소 ‘재미있는 곳’으로 남는다. 특히 초등 1~2학년은 글을 스스로 읽는 힘이 막 자라기 시작하는 시기다. 이때 책이 공부보다 놀이에 가까운 경험으로 남으면 독서와 표현 활동은 더 자연스럽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프로그램이 그림책 읽기와 물감놀이를 한자리에서 묶은 것도 이런 흐름과 잘 맞아떨어진다. 주엽어린이도서관이 자리한 고양시는 이미 어린이·가족 단위 문화 프로그램이 활발한 도시다. 봄철이면 일산호수공원 일대에서 꽃과 야외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도서관센터는 각 권역별로 독서문화 강좌를 꾸준히 열고 있다. 실제 같은 프로그램 목록에는 주엽어린이도서관 외에도 다른 도서관들의 독서모임, 전시, 작가와의 만남이 함께 올라와 있다. 이는 도서관이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생활권 문화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 한 명의 오후를 바꾸는 프로그램이 결국 도시의 문화 온도를 높이는 셈이다. 이번 워크숍은 규모로 보면 크지 않다. 정원 25명, 한 번의 오후 수업이다. 하지만 어린이 문화 프로그램은 늘 이런 작은 자리에서 힘을 발휘한다. 무대가 크지 않아도 아이는 작가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듣고, 질문을 건네고, 색을 섞고,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완성해 본다. 그 경험은 책 한 권을 읽는 일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오래 남는다. 어떤 아이에게는 일본어 그림책을 처음 듣는 날이 될 수 있고, 어떤 아이에게는 도서관에서 손과 발로 그림을 그려본 첫날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첫 경험이 쌓일수록 도서관은 규칙의 공간이 아니라 상상력의 장소가 된다. 그림책은 종종 가장 어린 독자의 책으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가장 넓은 감각의 예술에 가깝다. 문장을 몰라도 장면을 읽을 수 있고, 언어를 몰라도 색으로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 주엽어린이도서관의 이번 프로그램은 그 단순한 사실을 아이들 몸으로 확인하게 해주는 자리다. 책은 눈으로 읽고, 색은 손으로 만지고, 상상은 발끝까지 번진다. 봄날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 작은 만남이 오래 기억될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강원, 버려진 공간에 다시 불을 켠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강원특별자치도는 3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삼척 일원에서 18개 시군 문화예술부서 관계 공무원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6년 문화예술 주요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자리는 2027년도 문화예술 분야 전환사업을 안내하고, 올해 추진할 주요 시책사업을 시군과 공유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첫날에는 ‘현대적 로컬,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이 만나다’를 주제로 한 특강과 함께 사업 추진 방향 설명, 시군별 현안 공유,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문화예술주요사업설명회(제공=강원특별자치도)   이번 설명회에서 특히 무게가 실린 대목은 문화예술 기반시설이다. 최근 시군마다 도서관과 미술관, 박물관 같은 공공 문화시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강원도는 내년도 전환사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수요조사와 사전 절차 이행, 도와의 사전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립 박물관 및 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 업무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도로 이관되면서, 시군이 유념해야 할 행정 절차도 이번 회의에서 함께 안내됐다. 둘째 날 일정이 삼척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현장 방문으로 짜인 것도 상징적이다. 강원도 주요업무 시행계획에 따르면 이 사업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추진되는 문화재생 사업으로, 폐도장공장 2개 동을 리모델링해 연면적 1800㎡ 규모의 테마형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총사업비는 115억 원이며, 국비와 도비, 시비가 함께 투입된다. 기능을 잃고 방치된 산업시설을 문화커뮤니티 공간으로 되살리는 구조라서, 많은 시군이 공모 준비와 추진 과정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 흐름은 강원 문화정책의 최근 방향과도 맞물린다. 강원도는 2월 9일 ‘2026년 문화예술 4대 중점 추진정책’을 발표하며, 도내 문화예술인 지원 강화와 도민 문화혜택 확대를 포함한 정책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문서에 담긴 비전은 ‘문화와 체육으로 삶이 더 특별해지는 강원’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일수록 문화가 도민의 일상 회복과 삶의 질을 떠받치는 기반이 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이번 설명회는 그 정책 방향을 시군 행정과 실제 사업 현장으로 이어 붙이는 작업에 가깝다. 강원은 이미 여러 문화재생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시행계획에는 속초 대포정수장 복합문화 거점공간 조성, 동해 무릉별유천지 쇄석장 유휴공간 문화재생, 삼척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이 함께 올라 있다. 서로 성격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한때 산업시설이나 기반시설이었던 장소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고, 문화 향유와 커뮤니티의 공간으로 되돌리겠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라 지역의 기억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이용 방식을 덧입히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런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문화행정이 더는 공연 몇 편, 전시 몇 건으로만 평가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얼마나 쉽게 만나는지, 낡은 공간이 얼마나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지, 생활권 안에서 문화가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른다. 강원도가 설명회에서 공공 문화시설 수요와 문화재생 현장을 함께 다룬 것은, 결국 문화정책의 무게중심이 ‘행사’에서 ‘기반’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척의 폐산업시설 현장은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강원의 문화정책은 늘 자연과 관광의 강세 속에서 읽혀 왔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결이 보인다. 주민이 실제로 이용할 도서관과 미술관, 시간이 멈췄던 산업시설의 재생, 시군 간 협력 체계를 더 촘촘히 세우는 방식으로 문화행정의 골격을 다듬고 있다. 겉으로는 설명회 하나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런 자리가 쌓일수록 현장에선 예산과 절차, 공간과 프로그램이 연결된다. 문화가 도민의 삶을 바꾼다는 말은 결국 그런 연결이 현실이 될 때 비로소 설득력을 얻는다.

은퇴 뒤 식탁, 순천 남자들이 바꾼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전남 순천시가 중·장년 남성의 건강한 식생활과 자립 준비를 돕기 위해 ‘중·장년 남성 요리교실’ 수강생을 모집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순천시 인생이모작지원센터에서 진행되며, 4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약 3개월 동안 총 10회 과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모집 대상은 순천시에 거주하는 46세부터 64세까지 남성 20명이며, 신청은 3월 9일부터 20일까지 방문 접수 방식으로 받는다. 시 예산 자료에도 올해 중·장년 남성 요리교실 강사수당이 반영돼 있어 사업의 지속 운영 방향이 확인된다.   순천시 인생이모작지원센터, 중·장년 남성 요리 교실 수강생 모집(제공=순천시)   이 수업의 핵심은 요리를 잘하게 만드는 데만 있지 않다. 은퇴 이후 혹은 가족 구조의 변화 이후, 스스로 식사를 챙겨야 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다. 그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은 화려한 메뉴가 아니라 찌개 하나, 반찬 하나를 제대로 만드는 생활의 기술이다. 순천시는 이번 과정을 기본 찌개와 가정식 반찬 등 실생활 활용도가 높은 메뉴 중심으로 구성해, 요리 경험이 많지 않은 남성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런 흐름은 이미 순천에서 한 차례 확인된 바 있다. 2025년 상·하반기에도 인생이모작지원센터와 지역 현장에서 유사한 남성 요리교실이 운영됐고, 당시 순천시는 중·장년 남성의 독립적인 식생활, 영양 균형, 소통의 기회를 돕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프로그램은 참가자 호응 속에 추가 운영까지 이어졌다. 이번 모집이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축적된 수요 위에서 다시 시작됐다는 뜻이다. 순천시가 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통해 중·장년 정책을 꾸준히 확장해 온 점도 눈에 띈다. 시 예산서에는 모두愛학교 강사수당, 사회공헌일자리 활동비와 함께 남성 요리교실 관련 예산이 함께 편성돼 있다. 이는 중년 이후의 삶을 단순 복지나 여가가 아니라, 배움과 관계, 생활 역량을 함께 다시 세우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요리교실 역시 그중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체감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여행의 눈으로 봐도 이런 장면은 흥미롭다. 순천은 흔히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드라마촬영장 같은 명소로 먼저 떠오르는 도시다. 하지만 도시의 진짜 표정은 관광지보다 생활 정책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날 때가 있다. 순천시가 중·장년 남성의 식탁을 들여다본다는 사실은, 이 도시가 단지 방문객을 맞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음 시간을 어떻게 준비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는 여전히 대표 명소지만, 그 도시의 품격은 결국 주민의 일상을 어떻게 돌보느냐에서 완성된다. 요리는 한 사람을 단번에 바꾸지 않는다. 다만 국을 끓이고, 칼질을 배우고, 반찬 하나를 완성하는 반복 속에서 생활은 조금씩 단단해진다. 중·장년 남성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격려보다도, 오늘 저녁 내 손으로 밥상을 차릴 수 있다는 작은 확신인지 모른다. 순천의 이번 요리교실은 바로 그 확신을 가르치는 과정으로 읽힌다. 인생 2막은 먼 계획표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대개는 부엌 불을 켜는 일처럼 아주 현실적인 자리에서 시작된다.

시장 밖으로 나온 음악…경남 뮤지션, 더 큰 무대로 향한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경상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도내 뮤지션의 성장 기반을 넓히고 지역 공연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2026 경남음악창작소 지역 연계공연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진흥원과 경남음악창작소 뮤지시스 공고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도내외 주요 행사와 공연, 유관기관, 다양한 현장과 뮤지션을 연결해 실제 무대 기회를 만들고 시장 진출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2024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단순 지원금 사업이 아니라, 지역 음악인이 관객을 만나는 접점을 넓히는 실전형 프로젝트에 가깝다.   2025지역연계공연_NC파크(풍류모리)(제공=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난해 흐름을 보면 방향은 꽤 분명하다. 경남도 설명에 따르면 지역 연계공연은 도내 장터와 전통시장을 무대로 14개 시·군에서 펼쳐졌고, NC 다이노스와의 협업을 통해 경기 전 애국가 제창과 공연 기회도 마련됐다. 타 지역 음악창작소와의 교류 공연도 이어지면서 경남 뮤지션은 자기 지역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른 무대, 다른 관객, 다른 장르와 맞부딪힐 기회를 얻었다. 지역 음악 지원이 녹음실과 교육실 안에서 멈추지 않고 실제 현장으로 뻗어나갔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남겼다.   올해는 그 외연을 더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공고문에는 NC다이노스 홈경기 연계 공연, 도내 도서지역 공연, 경남국제외국인학교 공연, 타 지역 음악창작소와의 교류 공연, 국내 뮤직페스티벌 공연 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무대의 성격이 훨씬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야구장처럼 대중성이 높은 공간, 섬처럼 접근이 쉽지 않은 지역, 학교와 페스티벌처럼 새로운 청중을 만날 수 있는 현장을 하나로 묶었다. 이는 음악을 특정 팬층만 소비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일상과 지역 생활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기도 하다.   경남음악창작소 뮤지시스가 갖춘 기반도 이런 움직임에 힘을 보탠다. 뮤지시스는 김해문화의전당 M층에 자리한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운영 시설로, 레코딩과 믹싱, 합주, 교육이 가능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메인홀, 보컬룸, 피아노룸, 드럼룸, 교육실 등 전문 창작 환경이 소개돼 있다. 결국 지역 뮤지션에게 필요한 것은 연습실과 녹음실, 교육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그 결과물을 관객 앞에서 시험할 무대인데, 이번 지역 연계공연은 바로 그 마지막 단계를 메워주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사업과 함께 진흥원은 프로그램 운영을 맡을 대행사도 모집하고 있다. 과업은 공연별 세부 연계 방안 수립, 참여 뮤지션 섭외와 데이터베이스 관리, 음향 장비와 공연 환경 조성, 프로그램 운영, 온·오프라인 홍보와 영상 제작 등이다. 입찰은 제한경쟁 방식으로 진행되며, 공고일 기준 본점 소재지가 경상남도인 사업자 가운데 소기업·소상공인 확인서를 가진 업체가 참여할 수 있다. 접수 기간은 3월 13일부터 17일까지다. 이 기준은 지역 기업의 참여 기회를 넓혀 공연 생태계 전반을 도내 안에서 순환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지역 공연의 힘은 결국 관객과의 거리에서 나온다. 이름난 대도시 페스티벌 한 번보다, 시장과 야구장, 학교와 섬마을에서 여러 차례 관객을 만나는 경험이 뮤지션을 더 단단하게 만들 때가 많다. 경남이 이번 사업을 통해 노리는 것도 그런 변화일 것이다. 한정된 공연장 몇 곳이 아니라 도민이 모이는 생활 현장을 무대로 바꾸는 일, 그리고 그 무대 위에 경남 음악인을 자연스럽게 올려놓는 일이다. 지역 문화정책이 성과를 내는 순간은 늘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관객이 “오늘 무대 좋았다”고 말하는 바로 그 현장에서 시작된다.   지역 음악은 종종 기회가 없어서 작아 보인다. 하지만 무대가 늘어나면 이야기도 커진다. 올해 경남 뮤지션들이 야구장과 섬, 학교와 축제 현장을 오가며 어떤 얼굴로 관객 앞에 설지, 이번 지역 연계공연 사업은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꽤 현실적인 무대가 될 듯하다.

경주 황리단길 옆, 마음을 그린 전시가 열렸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경주는 늘 큰 유적과 오래된 시간으로 먼저 불린다. 그런데 이번 봄,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드는 곳은 황리단길 골목 가까운 행정복지센터 2층의 작은 갤러리다. 황남동 행복갤러리에서 시작된 문해숙 작가의 전시는, 화려한 관광지 사이에 숨어 있던 경주의 또 다른 얼굴을 조용히 꺼내 보인다.   황남동 행복갤러리에서 마을작가 문해숙 씨의 전시 ‘DRAWING MY HEART, 내 마음을 그리다(제공=경주시)   경북 경주시 황남동행정복지센터가 지난 3월 3일부터 황남동 행복갤러리에서 마을작가 문해숙 씨의 전시 ‘DRAWING MY HEART, 내 마음을 그리다’를 선보이고 있다. 경주시 공식 게시물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시간과 경험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해 온 ‘내 안의 나’를 다채로운 색감과 소재로 풀어낸 자리다. 주민센터 2층에 마련된 행복갤러리는 지역의 숨은 작가와 방문객을 위해 열어 둔 생활밀착형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전시가 반가운 이유는 규모보다 거리감에 있다. 미술관이나 대형 전시장이 아니라, 일상 행정 공간 한편에서 예술을 만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민원 보러 들른 주민도, 황리단길과 대릉원 일대를 걷다가 발길을 돌린 여행자도 어렵지 않게 작품 앞에 설 수 있다. 경주는 대릉원, 동궁과 월지, 황리단길처럼 이미 잘 알려진 시내권 관광지가 밀집한 도시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작은 전시 공간은 ‘무엇을 더 볼까’가 아니라 ‘어떻게 머물까’를 고민하는 여행자에게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경주시는 황리단길이 ‘2025 한국 관광의 별’ 올해의 관광지에 선정됐다고 밝힌 바 있고, 시내권 핵심 여행 코스에도 대릉원과 동궁과 월지, 황리단길이 대표 동선으로 소개돼 있다.   전시 제목 ‘내 마음을 그리다’는 다소 조용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의 결은 가볍지 않다. 하나의 고정된 자아가 아니라 살아온 시간에 따라 달라져 온 내면의 모습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풍경 감상형 여행과는 다른 결의 사색을 불러낸다. 문해숙 작가는 경주시 보도자료를 통해 오랫동안 작업해 온 소중한 작품들을 전시하게 돼 뜻깊고,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행정복지센터라는 장소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 전시는 더 특별하다. 공공 공간이 단순 행정 서비스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민의 창작을 드러내는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황남동 행복갤러리는 이미 여러 차례 마을작가 전시를 이어오며 생활 속 예술 공간으로 자리를 넓혀 왔다. 올해 1월에는 전시 작품 공모도 진행됐고, 지난해와 올해에도 연필 초상화전과 지역 작가전이 잇달아 열렸다. 이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마을 단위 문화생태계를 꾸준히 만들어 가려는 흐름으로 읽힌다. 하길남 황남동장은 좋은 작품을 함께해 준 작가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행복갤러리가 지역민과 함께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양한 마을작가 발굴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작은 전시 하나가 동네의 자부심이 되고, 주민센터 한 층이 마을의 문화 사랑방이 되는 순간이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전시는 경주 시내 산책에 자연스럽게 덧붙이기 좋은 코스다. 대릉원 돌담길을 따라 걷고, 황리단길의 카페와 가게들을 지나, 동궁과 월지 야경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잠시 들러볼 수 있는 전시다. 동궁과 월지는 경주문화관광이 대표 야경 명소로 소개하는 곳으로, 시내권 도보 동선과도 잘 이어진다. 경주의 매력은 거대한 유산만이 아니라, 그 유산 사이사이에 오늘의 생활과 감성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데 있다. 황남동 행복갤러리는 바로 그 현재형 경주를 보여주는 작은 창처럼 보인다. 경주는 늘 천년의 도시로 불리지만, 사람을 오래 붙드는 것은 꼭 오래된 것만은 아니다. 이번 봄 황남동 행복갤러리에 걸린 문해숙 작가의 작품들은, 유적과 유행 사이에서 경주가 어떻게 오늘의 감성을 품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거대한 왕릉이나 화려한 야경을 본 뒤에도 마음 한켠이 허전하다면, 그 마지막 한 칸은 이런 작은 전시가 채워줄지도 모른다.

레고랜드 한 장으로 서울·부산 아쿠아리움까지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강원 춘천의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가 서울 씨라이프 코엑스 아쿠아리움, 부산 씨라이프 아쿠아리움과 손잡고 복합 연간이용권을 선보였다. 레고랜드에 따르면 이번 상품은 레고랜드와 씨라이프 코엑스를 함께 이용하는 ‘더블 패스’, 여기에 씨라이프 부산까지 더한 ‘트리플 패스’로 구성됐다.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나던 테마파크 이용을 넘어, 계절마다 다른 도시를 오가며 체험하는 방식으로 여행의 결을 바꿔보겠다는 구상이다.   레고랜드와 씨라이브 연간 복합 이용권 (제공=레고랜드)   이번 상품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순히 입장권을 묶어 판다는 데 있지 않다. 춘천의 야외 테마파크와 서울 도심의 실내 아쿠아리움, 부산 해운대 바다 앞 수족관을 하나의 패스로 연결하면서 가족 나들이의 반경 자체를 넓혔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날에는 코엑스에서, 바닷바람이 그리운 날에는 부산에서, 본격적인 야외 활동이 좋은 날에는 춘천에서 다른 방식의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어디를 갈까’보다 ‘언제 다시 갈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관광업계의 시선도 모인다.   혜택도 비교적 분명하다. 더블 패스는 구입일로부터 365일 동안 레고랜드와 씨라이프 코엑스를 운영일에 맞춰 이용할 수 있고, 레고랜드 내 식음료와 기프트숍 10% 할인, 호텔 숙박 10% 할인, 씨라이프 코엑스 체험 프로그램 20% 할인과 카페·기념품·주차 할인 등이 포함된다. 트리플 패스는 여기에 씨라이프 부산 이용 혜택이 더해지고, 레고랜드 패스트트랙 원샷 2매와 친구초대 혜택까지 제공된다.   출시 기념 프로모션도 함께 진행된다. 레고랜드 공식 안내에 따르면 할인 기간은 3월 6일 오전 10시부터 3월 27일 오후 4시까지이며, 더블 패스는 정상가 11만9000원에서 9만9000원으로, 트리플 패스는 17만9000원에서 13만9000원으로 판매된다. 이 기간 구매 고객에게는 레고랜드 무료 주차 혜택도 주문 1건당 차량 1대 기준으로 제공된다. 레고랜드가 “1년 동안 두 번만 방문해도 이득”이라고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춘천 레고랜드는 국내 유일의 글로벌 레고 테마파크라는 상징성이 뚜렷하다. 여기에 서울과 부산의 대표 실내 해양 체험시설을 더한 이번 패스는 놀이·교육·체험을 한 묶음으로 소비하는 최근 가족 여행 흐름과도 맞아떨어진다. 아이에게는 매번 다른 공간이 열리고, 부모에게는 여행비 부담을 계산하기 쉬운 구조가 된다. 한 도시의 관광지가 아니라 도시와 도시를 묶는 방식으로 확장된 점에서, 이번 연간이용권은 상품이라기보다 새로운 이동형 여행 제안에 가깝다.   여행은 종종 멀리 가는 일보다, 다시 가고 싶게 만드는 힘에서 완성된다. 춘천의 블록 세상에서 시작해 서울의 해양 생물과 만나고, 끝내 부산의 바다 앞 수족관까지 이어지는 이번 패스는 그런 반복의 즐거움을 겨냥한다. 한 번 사서 여러 도시를 다니는 방식의 가족 여행. 올봄 레고랜드가 꺼내 든 카드는, 생각보다 훨씬 넓은 지도를 품고 있다. #레고랜드코리아 #춘천여행 #씨라이프코엑스 #씨라이프부산 #가족여행 #테마파크 #아쿠아리움 #강원도여행 #서울아이와가볼만한곳 #부산여행

울릉도서 파크골프 치고 독도까지 간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울릉도 여행이 ‘풍경 감상형’에서 ‘머무는 여행’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경북 포항과 울릉도를 잇는 대저페리는 지난 2월 28일 울릉도파크골프장 라페루즈와 업무협약을 맺고, 파크골프와 독도 방문을 결합한 여행상품과 공동 이벤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분명하다. 섬의 비경을 스쳐 지나가는 데 그치지 않고, 스포츠와 휴양, 체험을 묶어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 울릉 도동항 입항 (제공=대저페리)   이 변화는 최근 여행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파크골프는 진입장벽이 낮고 세대 폭이 넓어 전국적으로 저변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 자료를 보면 회원 수는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르게 증가했고, 정부도 파크골프 이용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릉도가 이 흐름을 붙잡으려는 것은 단순한 시설 확장이 아니라, 새로운 관광 수요를 섬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읽힌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접근성 회복이다. 대저페리의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는 4월 10일부터 포항~울릉 항로 운항 재개가 예정돼 있다. 공식 운항 안내에 따르면 4월 10일부터 6월 30일까지 엘도라도EX호가 투입되고, 독도 항로 역시 같은 시기부터 연계 운항이 이뤄진다. 울릉도와 독도는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 함께 이름을 올린 대표 여행지이기도 하다. 빠른 항로와 독도 연계성은 울릉도 여행의 매력을 다시 끌어올릴 변수다.   리조트 라페루즈 파크골프장(제공=대저페리)   울릉도 관광업계가 이번 협업에 거는 기대는 작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울릉·독도 방문객은 감소세를 보였고, 해상 접근성 문제는 관광 침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파크골프를 매개로 한 체류형 상품은 단체 관광, 중장년 레저 수요, 동호회 여행을 한꺼번에 겨냥할 수 있다. 이미 울릉도 라페루즈 파크골프장을 무대로 전국 단위 대회가 예고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울릉도의 진짜 경쟁력은 결국 풍경이다. 절벽과 바다, 바람과 햇살이 맞물린 섬에서 라운딩을 하고, 시간이 허락하면 독도까지 발을 잇는 일정은 내륙의 파크골프장에서는 만들 수 없는 경험이다. 관광은 이제 명소 하나를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어떤 기억을 남기느냐로 평가된다. 울릉도는 지금 그 질문에 새로운 답을 내놓는 중이다.   라페루즈 울릉파크골프와 대저페리 업무협약식(제공=대저페리)   봄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하는 4월, 울릉도는 다시 항로를 열고 여행자를 부를 준비를 하고 있다. 푸른 동해를 바라보며 공을 보내는 한 타, 그리고 맑은 날이면 독도까지 닿는 여정. 울릉도는 이제 ‘멀어서 특별한 섬’이 아니라, 오래 머물수록 더 깊어지는 섬으로 자신을 다시 소개하고 있다.

순천, 매달 바뀌는 배경화면 뿌린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스마트폰을 켤 때마다 도시가 떠오르는 배경화면이 있다면, 그건 꽤 오래 남는 홍보다. 순천시는 요즘 그 가장 일상적인 화면에 도시의 계절과 풍경을 담고 있다. 손안의 배경화면 한 장으로 시민과 관광객에게 순천의 감성을 건네고, 마스코트 ‘루미뚱이’를 더 가깝게 불러들이는 방식이다.   순천시 3월 월페이퍼 바탕화면 루미뚱이 (제공=순천시)   순천시는 공식 마스코트인 ‘루미뚱이’의 친밀도를 높이고 시정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스마트폰과 PC용 월페이퍼를 매달 제작해 무료 배포하고 있다. 공개되는 월페이퍼는 순천의 자연경관과 주요 관광지, 계절별 분위기를 반영한 일러스트로 구성되며, 공식 블로그 등을 통해 별도 로그인 없이 내려받을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2월에는 설 분위기를 담은 한복 버전, 3월에는 봄기운을 앞세운 계절형 배경화면이 공개됐다.   이 시도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순한 캐릭터 나열형 홍보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배경화면은 이용자가 매일 수십 번 마주하는 화면이다. 그 자리에 도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면 관광 홍보는 훨씬 부드럽고 오래간다. 계절마다 색감과 테마를 달리한 월페이퍼는 ‘한 번 보고 지나가는 포스터’보다 생활 밀착형이다. 감성적인 디자인을 앞세운 이번 방식은 순천의 풍경을 설명하기보다 체감하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루미뚱이 월페이퍼는 디지털 굿즈이자 도시 브랜딩 실험으로 읽힌다.   루미와 뚱이의 배경도 순천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순천시 공식 안내에 따르면 루미는 순천시의 시조이자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를, 뚱이는 순천만습지의 대표 생태자원 가운데 하나인 짱뚱어를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다. 순천만이라는 도시의 생태 이미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조합인 셈이다. 순천이 이 캐릭터를 앞세워 도시의 자연과 생태, 관광 이미지를 함께 전달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순천시는 최근 루미뚱이를 단순 행사 마스코트가 아니라 활용 가능한 도시 콘텐츠 자산으로 키우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독자 상표권 확보와 온·오프라인 유통망 확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콘텐츠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앞서 2월 초에는 ‘요정 루미뚱이’를 활용한 디지털 굿즈도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무료 배포도 진행했다. 캐릭터 하나를 중심으로 배경화면, 이모티콘, 테마, 굿즈를 차례로 확장하는 방식은 도시 홍보가 이제 행정 공지의 영역을 넘어 콘텐츠 산업의 문법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흐름은 관광 홍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순천은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도심과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을 강점으로 가진 도시다. 하지만 그 매력을 늘 거대한 관광 이미지로만 전달할 필요는 없다. 월별 월페이퍼처럼 작고 반복적인 접점은 오히려 도시의 인상을 생활 속에 축적한다. 봄의 순천, 여름 저녁의 순천, 겨울의 순천을 배경화면으로 매달 새롭게 제안하는 방식은 관광지 소개를 넘어 “이 도시는 계절마다 다르다”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심어준다. 이 부분은 공개된 월페이퍼 운영 방식과 순천의 도시 브랜딩 방향을 바탕으로 한 해석이다.   순천시가 밝힌 방향도 분명하다. 시민들이 루미뚱이를 더 친근하게 느끼고, 동시에 순천의 아름다운 풍경을 일상에서 향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캐릭터 IP를 적극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 개발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은, 순천이 도시 홍보를 보다 젊고 감각적인 언어로 바꾸고 있다는 신호다. 실제로 루미뚱이는 흑두루미와 짱뚱어라는 지역 상징성을 품고 있어, 관광 홍보와 도시 정체성 전달을 함께 맡기에도 적합하다. 좋은 도시 홍보는 때로 거창한 구호보다 작은 화면 한 장에서 시작된다. 순천이 매달 배포하는 루미뚱이 월페이퍼는 그 점을 잘 보여준다. 시민은 배경화면으로 계절을 받고, 관광객은 캐릭터를 통해 도시의 첫인상을 만난다. 순천의 풍경과 생태, 감성을 가장 일상적인 방식으로 스며들게 하는 것. 루미뚱이 월페이퍼가 가진 힘은 바로 거기에 있다.

포천, 외국인주민과 함께 밥상 차린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낯선 도시에서 가장 빨리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은 말보다 밥상일 때가 있다. 함께 재료를 손질하고, 양념 냄새를 맡고, 한 접시를 나눠 먹는 동안 서툰 한국어도 조금씩 가까워진다. 포천시가 외국인주민의 한국 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마련한 ‘K-FOOD 데이’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요리를 배우는 시간인 동시에, 지역사회와 자연스럽게 섞이는 생활의 교실이기도 하다.   외국인주민과 함께하는 K-FOOD 데이(제공=포천시)   포천시는 외국인주민의 한국 생활 적응과 문화 교류를 돕기 위해 ‘외국인주민과 함께하는 K-FOOD 데이’ 요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프로그램은 포천외국인주민지원센터에서 3월 5일부터 5월 14일까지 모두 5회에 걸쳐 진행되며, 센터 안내상 매주 목요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무료로 운영된다. 교육 장소는 센터 4층 조리실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외국인주민이 한국의 식문화를 직접 체험하면서 일상 속 적응력을 높이도록 짜였다. 첫 수업은 3월 5일 열렸고, 포천시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파키스탄·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주민 10명이 참여했다. 한국어가 서툰 참가자들을 위해 센터 통역상담사들이 함께해 수업 이해를 도왔다. 음식 수업이 단순 체험에 머무르지 않고, 언어와 문화 장벽을 낮추는 생활밀착형 지원으로 확장된 셈이다.   구성도 친숙하다. 어묵을 활용한 꼬마김밥, 소불고기, 잡채, 불닭 덮밥 등 외국인주민이 한국 음식을 비교적 쉽게 접하고 집에서도 다시 만들어볼 수 있는 메뉴들로 채워진다. 매운맛과 달콤한 간장 양념, 볶음과 무침 같은 한국식 조리법을 익히는 과정에서 음식 자체보다 더 큰 배움이 생긴다. 밥상 차림과 반찬 문화, 재료를 다루는 방식, 함께 먹는 분위기까지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K-FOOD는 관광 콘텐츠를 넘어 생활 적응의 언어가 된다.   이런 시도는 포천의 지역 여건과도 맞닿아 있다. 포천외국인주민지원센터는 한국어 교육, 사회통합 프로그램, 상담지원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고, 이번 요리 강좌 역시 그 연장선에 놓여 있다. 센터 교육 일정에는 한국어 기초·초급반, 귀화 면접시험 대비 특강 등 다양한 적응 지원 프로그램이 함께 올라와 있다. 정착 초기 외국인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한 가지 서비스가 아니라, 언어·생활·교류가 이어지는 촘촘한 연결망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외국인주민 정책을 복지나 행정 안내에만 두지 않고 생활문화 영역으로 넓히는 흐름도 눈에 띈다. 요리 프로그램은 특히 접근성이 높다. 말이 서툴러도 손으로 따라 할 수 있고, 결과가 눈앞에 남으며, 수업이 끝난 뒤 가족과 다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참가자가 “집에서도 직접 만들어 가족과 함께 먹어보고 싶다”고 밝힌 대목은 이 프로그램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센터 안에서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가정의 식탁으로 이어지는 문화 적응의 통로가 되는 것이다.   포천시가 이번 프로그램을 직영 센터를 통해 운영한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외국인주민 지원을 민간 위탁에만 맡기지 않고 시 차원의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관리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교육 신청 안내에 따르면 온라인 신청이 어려운 경우 전화나 방문 접수도 가능하도록 열어두었다. 디지털 접근이 쉽지 않은 주민까지 포괄하려는 운영 방식으로 읽힌다.   결국 포천의 K-FOOD 데이는 요리 수업 이상의 장면을 보여준다. 외국인주민을 돕는다는 말이 행정적 표현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생활 속 접점으로 번역되는 과정이다. 한국 음식 한 접시는 낯선 도시의 첫 친구가 될 수 있다. 포천은 지금 그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함께 밥상을 차리는 길을 택했다.

영월 청령포, 사람 몰리자 먼저 점검했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강물 건너 닿는 작은 땅,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가 다시 사람들로 가득 찼다. 영화 한 편이 불러낸 관심은 단순한 재방문 열풍을 넘어 실제 여행 수요로 이어졌고, 영월의 봄은 예상보다 빠르게 북적이기 시작했다. 관광객이 몰리자 행정도 한발 먼저 움직였다. 추억보다 먼저 챙긴 것은 안전이었다.   청령포에 몰린 관광객들(제공=영월군)    영월 청령포(제공=영월군)   강원특별자치도는 3월 6일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흥행으로 방문객이 급증한 영월 청령포 나루를 대상으로 유도선 사업장 특별안전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청령포는 올해 설 연휴에만 1만641명이 찾았고, 삼일절 연휴인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도 1만4800여명이 방문했다. 현장에 인파가 집중되면서 청령포 나루와 청령포를 오가는 2대의 도선이 쉴 새 없이 운항했고, 안전관리를 위해 매표가 조기 마감되기도 했다.   이번 점검에서는 인명구조 장비와 안전 장비의 적정 비치 여부, 도선의 승선 정원 준수 여부, 관련 법규 이행 실태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점검 결과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유선 및 도선 사업법에 따라 개선 명령 등 행정조치가 뒤따를 예정이다. 강원도는 재난 위험 요소가 있는 관광 현장에 대해 선제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놨다.   청령포가 이렇게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단종의 유배지라는 역사성에 더해, 최근 영화 흥행이 장소의 기억을 새로 소환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영월군은 설 연휴 청령포 방문객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고, 장릉 역시 크게 주목받으며 단종 서사를 따라가는 역사 여행 수요가 함께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관광객 증가에 맞춘 대응도 잇따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영월군은 이미 3월 초 청령포 등 주요 관광지 인근 음식점 100여 곳을 대상으로 위생 점검에 들어갔다. 관광객 급증에 따른 식중독 예방과 가격 표시 점검 등, 여행 만족도를 좌우하는 생활 현장 관리까지 범위를 넓힌 것이다. 관광은 결국 풍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안전과 위생, 현장 운영의 촘촘함이 함께 받쳐줘야 다시 찾는 여행지가 된다.   청령포는 원래도 영월을 대표하는 역사 관광지다. 영월군 안내에 따르면 이곳은 청령포 관리 및 운영, 도선 운행, 매표와 시설관리가 별도로 이뤄질 만큼 체계적인 현장 관리가 필요한 곳이다. 강을 건너 들어가는 공간 구조 자체가 특별한 체험이 되지만, 동시에 안전관리의 밀도가 관광 경쟁력이 되는 현장이기도 하다.   이번 특별점검은 단순한 일회성 대응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영화가 불러온 관심을 실제 관광 자산으로 연결하려면, 무엇보다 현장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청령포가 지금 필요한 것은 ‘많이 오는 관광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안심하고 찾는 관광지’라는 신뢰를 쌓는 일이다. 영월의 봄 관광이 반짝 흥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 시작 역시 도선의 속도보다 안전의 기준이 먼저여야 한다. 영화가 한 장소를 다시 살려내는 순간은 흔치 않다. 그러나 그 관심을 오래가는 여행으로 바꾸는 일은 결국 현장의 몫이다. 청령포가 지금 보여주는 장면은 분명하다. 사람은 늘었고, 풍경은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행정은 그 사이를 메우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강물 위 도선 한 척이 오가는 짧은 시간이, 영월 관광의 다음 계절을 가를 수도 있다.

서울에서 이런 등산이? 지하철 내리면 바로 산길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서울 여행에서 가장 놀라운 순간은, 의외로 ‘환승’ 다음에 온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등산로가 시작되고, 배낭 대신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오른다. 봄이 막 깨어나는 3월, 서울관광재단이 소개한 ‘서울 등산관광센터’는 그 시작을 더 쉬워지게 만든다. 등산이 취미인 사람에겐 편의시설이고, 초행자에겐 작은 안내소이자 든든한 출발선이다.   북한산등산관광센터 입구(제공=서울관광재단)   센터는 북한산·북악산·관악산 초입에 자리한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중국어·일본어로 등산 정보를 제공하고, 등산화·등산복·스틱·배낭 같은 기본 장비부터 계절에 따라 아이젠까지 소액으로 빌릴 수 있다. 예전에는 장비가 없으면 등산 자체를 망설였지만, 이제는 “가서 빌리면 된다”는 선택지가 생겼다. 코인락커와 라운지 같은 편의공간도 있어, 출발 전후로 숨을 고르기 좋다. 특히 북한산 센터는 우이신설선 북한산우이역에서 도보로 닿는 거리라 ‘서울형 등산’의 속도를 실감하게 한다.   산을 고르는 기준은 간단하다. 서울의 등산은 “정상 인증”보다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경험”에 가깝다. 그 대표가 북한산이다. 서울 안에 있는 유일한 국립공원이라는 타이틀은 말 그대로 ‘도심 속 자연’의 정수다. 가장 인기 있는 백운대 코스는 탐방지원센터에서 정상까지 1.9㎞로 짧지만, 짧다고 만만하진 않다. 초입부터 오르막이 이어지고 돌계단과 경사 구간이 반복된다.      북한산 정상 백운대 태극기(제공=서울관광재단)   중간의 대피소에서 숨을 고른 뒤, 마지막 암반지대를 차근차근 넘는 재미가 백운대의 백미다. 정상 바위에 앉으면 발아래로 서울이 펼쳐진다. 빌딩 숲과 산 능선이 같은 화면에 들어오는 장면은, 서울이 ‘산의 도시’라는 사실을 단숨에 납득시킨다.   등산의 마무리는 늘 ‘먹거리’가 맡는다. 북한산을 돌아본 뒤 주변에서 두부전골, 도토리묵, 녹두전 같은 산 아래 한 상을 찾는 사람은 이유가 있다. 땀을 빼고 나면, 뜨끈한 국물과 담백한 전 한 장이 여행의 결론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서울의 등산은 ‘오름—조망—하산—한 끼’로 완성된다. 관광이 아니라 생활 같은 여행, 생활이 아니라 여행 같은 하루다. 서울에서 등산은 멀리 떠나는 이벤트가 아니라, 지하철 한 번 타고 만나는 자연이다. 등산관광센터는 그 간단한 사실을 더 많은 사람에게 열어준다. 장비가 없어서, 정보가 없어서, 언어가 낯설어서 망설이던 사람에게 “일단 와보라”고 말하는 곳. 3월의 서울은 꽃만 피는 게 아니다. 산길도 함께 열린다. 북한산등산관광센터 안내데스크(제공=서울관광재단)  

양평역에서 걸어서 ‘바르비종’으로…양평군립미술관, 160만이 다녀간 이유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양평에 가면, 풍경이 먼저 말을 건다. 남한강 물길이 반짝이고 산자락이 뒤에서 등을 받친다. 그런데 이 동네가 ‘그림 같은 곳’에서 그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양평군립미술관이 그 중심에 서 있다. 2025년 말 기준 누적 관람객이 160만 명을 넘겼다. “지방 미술관은 어렵다”는 말을, 이곳은 15년 동안 차근차근 반박해왔다.   양평_양평군립미술관(제공=경기관광공사)   양평은 인구 대비 예술인이 많이 사는 곳으로 자주 언급된다. 어떤 이는 파리 근교 예술가 마을에 빗대 ‘한국의 바르비종’이라 불렀다. 미술관은 그 말의 구심점처럼 지역 예술가와 여행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자처한다. 특히 경의중앙선 양평역에서 걸어서 닿을 수 있다는 접근성이 크다. 차가 없어도 반나절 문화 산책이 가능하다.   미술관은 전시실과 교육실, 어린이 체험 공간, 도서실과 수장고까지 갖췄다. 내부가 단정하게 짜여 있어 가족 관람객도 부담이 적다. 야외에는 ‘빗물’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시선을 붙잡는다. 일본 조형 작가 세키네 노부오가 설계하고, 양평의 돌을 쌓아 만든 작품이다. 미술관 앞마당에서부터 “전시는 이미 시작됐다”는 느낌이 든다.   올봄의 하이라이트는 전국 미술대학 유망작가전 ‘무엇이 보이는가’다. 3월 14일부터 5월 10일까지, 서울·경기·인천권 대학을 포함한 여러 학교에서 추천된 59명의 젊은 작가가 120점을 선보인다. 제목은 단순하지만 질문은 크다. 무엇을 보고, 어떻게 말할 것인가.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요즘’이라는 단어가 구체적인 표정으로 바뀐다. 회화와 설치, 다양한 매체가 한 전시장 안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현실을 비추고, 관람객은 그 틈에서 자기 시선을 점검하게 된다.   여행 코스는 어렵지 않다. 전시를 보고 난 뒤 조금만 걸으면 남한강변이 열린다. 미술관에서 받은 자극을 강바람에 식히며 산책하기 좋다. 더 욕심이 나면 ‘더그림’이나 ‘이함캠퍼스’로 이어가도 되고, 시간이 넉넉하다면 두물머리까지 하루를 늘려도 된다. 양평의 장점은 “문화가 자연을 가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시를 보고 나와도, 풍경이 바로 다음 페이지처럼 이어진다. 양평군립미술관이 ‘가볼 만한 곳’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화려한 한 방이 아니라, 문턱을 낮추는 꾸준함이었다. 역에서 걸어 들어가 전시를 보고, 강변으로 흘러나오는 동선까지—이곳은 여행자에게 “문화가 있는 쉬는 법”을 제안한다. 3월, 양평에서 가장 근사한 질문은 어쩌면 이것이다. 당신은 오늘, 무엇이 보였나.   [여행정보]  주소: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문화복지길 2 문의: 031-775-8515 운영시간: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 이용요금: 성인 1,000원, 청소년 700원 홈페이지: https://www.ymuseum.org/home/

책장을 넘기는 건물…파주 미메시스아트뮤지엄

[트래블아이=문소지 기자]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을 보고 나오면 이상한 착각이 든다. 전시를 한 번 본 게 아니라, 전시를 두 번 보고 나온 것 같다는 느낌. 작품을 보고, 다시 건물을 봤기 때문이다. 파주 출판도시의 가장 조용한 구간에 서 있는 이 미술관은 ‘빛·건축·예술’이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관람은 눈만이 아니라 몸 전체로 시작된다.   파주_미메시스아트뮤지엄(제공=경기관광공사)   설계자는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루 시자(Álvaro Siza). ‘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단단한 콘크리트를 마치 종이처럼 휘게 만들고, 그 곡선을 따라 시간의 빛이 스민다. 외부에서는 회백색 덩어리 두 개가 날개처럼 좌우로 벌어져, 멀리서 보면 책장을 넘기는 장면 같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직선과 곡선이 맞물리며 ‘정지된 조각’이 아니라 ‘움직이는 장면’이 된다.   실내는 더 극적이다. 새하얀 전시공간은 자연광을 끌어들여, 아침과 오후가 서로 다른 표정을 만든다. 같은 벽, 같은 바닥인데도 빛의 각도가 바뀌면 공간의 깊이가 달라진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작품을 보기 전에 빛을 보게 되고, 빛을 보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미술관의 조명은 계절이다”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미메시스는 2005년 열린책들이 만든 예술 전문 브랜드이기도 하다. 1층 북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만으로도 이곳의 성격이 읽힌다. 바쁘게 소비하기보다, 천천히 감각을 정리하는 장소. 그래도 ‘기억’을 남기고 싶다면 포토 스폿을 따라가보자. 미메시스의 얼굴, 날개, 캔버스, 전망대, 중심이라 불리는 다섯 지점은 건축의 특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3층에서 두 날개의 중심부를 내려다보면 곡면과 직각, 예각이 겹쳐진 기하학이 한 프레임에 담긴다.   파주_미메시스아트뮤지엄(제공=경기관광공사)   3월 22일까지 이어지는 기획전 ‘DRAMA’는 서동욱·서상익·윤미류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회화 속 인물이 감정과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탐구한다. 인물의 표정과 거리, 배치가 만든 긴장감이 건축의 선과 만나면서 전시는 더 ‘입체’가 된다. 작품이 공간을 바꾸고, 공간이 작품의 리듬을 바꾼다.   연계 여행은 가볍게 잡는 편이 좋다. 미술관의 여운이 긴 편이라, 열화당책박물관·지혜의숲·헤이리예술마을을 ‘가까운 다음 장’처럼 붙이면 딱이다. 파주는 멀리 가서 얻는 감동이 아니라, 가까이서 오래 바라봐서 생기는 감동을 아는 도시다.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의 매력은 “멋있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콘크리트는 차갑다는 편견이 곡선 앞에서 풀리고, 전시는 조명으로 만든다는 상식이 자연광 앞에서 흔들린다. 전시를 보고도 건축이 더 오래 남는 날, 여행은 한 겹 더 깊어진다. 3월, 파주에서 ‘건물 자체가 작품’인 미술관을 찾는다면 이곳이 가장 설득력 있다. [여행정보] 주소: 경기 파주시 문발로 253문의: 031-955-4100 운영시간: (동절기) 10:00~18:00 / (하절기) 10:00~19:00, 월·화요일 휴무이용요금: 성인 10,000원 / 청소년(14~18세) 7,000원 홈페이지: www.mimesisartmuseum.co.kr  

“나도 그리겠네” 했다가 멈춘다…양주 장흥계곡, 장욱진 미술관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처음엔 누구나 방심한다. “저 정도 선은 나도 그을 수 있겠다”는 마음의 소리가 슬쩍 새어 나온다. 그런데 한 걸음만 더 가까이 가면, 그 단순한 선 위로 까치가 날고 소가 울고, 집 안에 사람 냄새가 스민다. 장욱진을 다시 만나는 순간은 늘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는 산과 나무, 새와 달을 과감히 간추렸고, 덜어낸 자리에서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남겼다. 군더더기 없는 글이 오래 남듯, 그의 그림도 오래 남는다.   양주_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제공=경기관광공사)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장흥계곡의 품에 들어앉아 있다. 일영봉·형제봉·수리봉이 둘러싼 산자락, 매표소를 지나면 드넓은 조각공원이 먼저 길을 연다. 공원은 ‘전시장으로 들어가기 전의 전시’ 같다. 석현천 위 아치형 구름다리를 건너 미술관에 닿는 동선도 인상적이다. 건물은 호랑이가 산속에서 편안히 누운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장욱진의 대표작 ‘호작도’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설명을 듣고 나면, 그 곡선이 갑자기 생명처럼 느껴진다.   미술관 내부는 한 번에 읽히지 않는다. 1층은 중정을 중심으로 작은 방들이 이어지고, 2층은 다락방처럼 아늑하다. 무심코 걷다 보면 특별함을 놓치기 쉽다. 이곳은 눈높이를 잠깐 ‘하늘에서 내려’야 비로소 보이는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건축 모형이 전시돼 있어 공간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꼭 멈춰야 할 작품이 있다. 장욱진이 덕소 작업실 부엌에 그려두었던 벽화를 떼어내 전시장으로 옮긴 ‘식탁’과 ‘동물가족’ 앞이다. 크지 않은 화면인데도, 이상하게 시간이 늦게 간다. 오래 머물러도 아깝지 않다.   여행자에게 장흥은 “산책이 다 해주는 동네”다. 미술관을 나와 계곡 쪽으로 천천히 걸으면 바람 소리와 물소리가 그림의 여운을 붙잡아준다. 길 건너편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은 추가요금 없이 함께 볼 수 있어, 하루 일정이 자연스럽게 ‘두 개의 미술관’으로 확장된다. 조금 더 욕심이 나면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 장흥자생수목원, 권율장군묘까지 묶어도 좋다. 봄의 장흥은 멀리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멀리 온 기분을 준다. 장욱진의 그림은 대단한 기술을 과시하지 않는다. 대신 “삶을 어떻게 단순하게 바라볼 것인가”를 묻는다. 장흥계곡 한복판의 미술관은 그 질문을 조용히 건네는 장소다. 3월, 산과 물 사이에서 한 줄의 선을 오래 바라보다가 돌아오는 길. 그날의 여행은 ‘많이 본 날’이 아니라 ‘깊게 본 날’로 기억될 것이다.   [여행정보] 주소: 경기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93 문의: 031-8082-4245 운영시간: 10:00~18:00, 월요일 휴무 이용요금: 성인 5,000원 / 어린이 1,000원 홈페이지: www.yangju.go.kr/changucchin/index.do  

포토슬라이드

삼척에 숨은 비석 하나, 강원의 새 보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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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산성, 밤이 더 아름답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낮의 행주산성은 역사로 기억되지만, 밤의 행주산성은 풍경으로 먼저 다가온다. 해가 기울면 덕양산 능선 위로 바람이 먼저 차오르고, 성곽길 끝에서는 한강 물빛이 천천히 불을 밝힌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강과 성과 노을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의 밤은 이미 봄 나들이의 충분한 이유가 된다. 고양특례시가 3월 14일부터 10월까지 매주 둘째·넷째 주 토요일마다 행주산성 야간 개장을 운영한다. 관람 시간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이며, 입장 마감은 오후 9시다. 관람료는 무료다. 주차는 제1·제2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고, 오후 6시 이후 야간 개장을 위해 들어오는 차량은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다만 장맛비나 태풍, 폭설 같은 기상 상황에 따라 운영 시간이 바뀌거나 취소될 수 있다. 행주산성의 밤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조명이 켜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은 한강 북안의 덕양산을 감싸고 선 토축산성으로, 남쪽으로는 한강이 흐르고 동남쪽으로는 창릉천이 돌아 자연 해자의 구실을 한다. 국가유산포털은 행주산성을 사적 제56호로 소개하며,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이어진 성곽 유적으로 설명한다. 지정일은 1963년 1월 21일, 면적은 35만4732㎡다. 낮에는 국가유산의 결이 먼저 보이지만, 밤에는 이 산성이 왜 강과 평야를 굽어보는 자리에 세워졌는지가 몸으로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행주산성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따라붙는 이름은 역시 행주대첩이다. 이곳은 임진왜란 3대 대첩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행주대첩의 현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행주산성 공식 안내에는 권율 장군 동상, 충장사, 행주대첩비, 대첩기념관 같은 주요 지점이 소개돼 있다. 관람객은 대첩문에서 시작해 권율 장군 동상을 지나 충장사와 덕양정을 둘러보고, 정상부 쪽에서 한강과 도심 풍경을 함께 조망하게 된다. 산성 전체 둘레는 약 1㎞ 안팎이라 너무 길지 않으면서도, 천천히 걸으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머물기 좋다. 이 길의 진짜 매력은 역사 공부가 산책으로 바뀌는 순간에 있다. 권율 장군의 이름과 대첩의 기억은 교과서에서 익숙하지만, 실제 현장에 서면 그 무게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산성 아래로 펼쳐진 강, 사방으로 트인 시야, 성을 감싼 경사와 절벽은 왜 이 자리가 전쟁의 거점이었는지를 말없이 설명한다. 그리고 해가 지면 분위기는 다시 달라진다. 전적지의 긴장감 위로 노을빛이 앉고, 한강 건너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 행주산성은 엄숙한 유적지이면서 동시에 매혹적인 야경 명소가 된다. 역사와 풍경이 서로의 배경이 되는 곳, 행주산성의 밤은 바로 그런 두 겹의 표정을 갖고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둘째·넷째 토요일만 열린다는 점도 오히려 여행의 리듬을 만든다. 늘 열려 있는 공간보다, 날짜를 맞춰 찾아가야 하는 장소는 약간의 기대를 더 품게 한다. 특히 3월부터 10월은 강바람이 가장 걷기 좋은 계절과 겹친다. 초봄에는 노을이 부드럽고, 초여름에는 강빛이 길어지며, 가을에는 공기가 맑아 멀리까지 조망이 열린다. 주말 저녁, 과하게 붐비는 상업시설 대신 역사 유적의 산책길에서 한강 야경을 본다는 경험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행주산성 주변 동선도 야간 나들이의 밀도를 높여준다. 공식 관광 정보에는 행주서원, 행주나루, 행주역사공원 같은 주변 명소가 함께 소개된다. 또 행주산성 문화관광 해설 코스에는 대첩기념관과 충훈정, 권율 장군 동상 등이 순서대로 연결돼 있어 낮 시간 탐방과 저녁 야경 코스를 자연스럽게 묶기 좋다. 행주산성 일대가 단지 ‘사진 찍고 내려오는 곳’이 아니라, 이야기와 풍경이 함께 쌓이는 생활권 문화유산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뜻이다. 행주산성은 대단히 화려한 곳은 아니다. 케이블카도 없고, 거대한 상업시설도 없다. 대신 천천히 걸을 길이 있고, 오래 남은 이야기가 있고, 강을 바라보는 높은 자리가 있다. 그래서 이곳의 야간 개장은 더 반갑다. 어둠이 내린 뒤에도 서둘러 문을 닫지 않고, 사람들에게 조금 더 머물 시간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도시의 밤이 대개 소비의 시간이라면, 행주산성의 밤은 되새김의 시간에 가깝다. 한강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과거의 전장과 현재의 도시, 그리고 내 눈앞의 야경이 한 장면 안에서 겹쳐진다. 그 순간 행주산성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지금의 계절을 가장 조용하게 누릴 수 있는 전망대가 된다.

싱가포르, 디즈니 바다를 열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디즈니 크루즈 라인의 여덟 번째이자 최대 규모 신규 크루즈 ‘디즈니 어드벤처호’가 3월 3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크루즈 센터에 입항하며 아시아 시장 공략을 본격 시작했다. 4일에는 싱가포르에서 명명식을 열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유명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 취항을 기념했다. 물대포 환영식과 눈부신 불꽃놀이로 환영받은 이 크루즈는 디즈니·픽사·마블이 100년 넘게 쌓아온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한 다채로운 공간과 이벤트로 여행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한다. 크루즈 내에서는 디즈니 시어터 공연과 23인조 오케스트라, 세계적인 가수 임다미와 제드 마델라의 무대가 어우러져 마법 같은 순간을 창출한다. 특히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크루즈 대부로 공식 명명식을 주관하며 이 배와 승객들에 행운을 기원했다. 해상 롤러코스터 ‘아이언사이클 테스트 런’과 브로드웨이 스타일 뮤지컬 ‘리멤버’ 등 가족 모두를 위한 풍성한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디즈니 어드벤처호는 7가지 몰입 테마 구역으로 구성되어 ‘빅 히어로’의 샌프란소쿄 거리 등 세계관을 생생히 재현했으며, 전 연령층의 취향을 고려한 키즈 클럽과 성인 전용 바, 라운지도 마련됐다. 디즈니 익스피리언스 부문은 이 선박을 시작으로 전 세계 크루즈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며, 2031년까지 총 5척의 신규 선박 추가 건조를 계획하고 있다. 디즈니 어드벤처호는 가족 단위 여행객은 물론 온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테마 여행의 새 지평을 여는 의미 있는 선박이다. 아시아 최초의 디즈니 크루즈 모항으로서 현지 관광산업 활성화와 글로벌 크루즈 시장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기대케 한다.

영월 청령포, 사람 몰리자 먼저 점검했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강물 건너 닿는 작은 땅,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가 다시 사람들로 가득 찼다. 영화 한 편이 불러낸 관심은 단순한 재방문 열풍을 넘어 실제 여행 수요로 이어졌고, 영월의 봄은 예상보다 빠르게 북적이기 시작했다. 관광객이 몰리자 행정도 한발 먼저 움직였다. 추억보다 먼저 챙긴 것은 안전이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3월 6일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흥행으로 방문객이 급증한 영월 청령포 나루를 대상으로 유도선 사업장 특별안전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청령포는 올해 설 연휴에만 1만641명이 찾았고, 삼일절 연휴인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도 1만4800여명이 방문했다. 현장에 인파가 집중되면서 청령포 나루와 청령포를 오가는 2대의 도선이 쉴 새 없이 운항했고, 안전관리를 위해 매표가 조기 마감되기도 했다. 이번 점검에서는 인명구조 장비와 안전 장비의 적정 비치 여부, 도선의 승선 정원 준수 여부, 관련 법규 이행 실태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점검 결과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유선 및 도선 사업법에 따라 개선 명령 등 행정조치가 뒤따를 예정이다. 강원도는 재난 위험 요소가 있는 관광 현장에 대해 선제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놨다. 청령포가 이렇게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단종의 유배지라는 역사성에 더해, 최근 영화 흥행이 장소의 기억을 새로 소환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영월군은 설 연휴 청령포 방문객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고, 장릉 역시 크게 주목받으며 단종 서사를 따라가는 역사 여행 수요가 함께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관광객 증가에 맞춘 대응도 잇따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영월군은 이미 3월 초 청령포 등 주요 관광지 인근 음식점 100여 곳을 대상으로 위생 점검에 들어갔다. 관광객 급증에 따른 식중독 예방과 가격 표시 점검 등, 여행 만족도를 좌우하는 생활 현장 관리까지 범위를 넓힌 것이다. 관광은 결국 풍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안전과 위생, 현장 운영의 촘촘함이 함께 받쳐줘야 다시 찾는 여행지가 된다. 청령포는 원래도 영월을 대표하는 역사 관광지다. 영월군 안내에 따르면 이곳은 청령포 관리 및 운영, 도선 운행, 매표와 시설관리가 별도로 이뤄질 만큼 체계적인 현장 관리가 필요한 곳이다. 강을 건너 들어가는 공간 구조 자체가 특별한 체험이 되지만, 동시에 안전관리의 밀도가 관광 경쟁력이 되는 현장이기도 하다. 이번 특별점검은 단순한 일회성 대응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영화가 불러온 관심을 실제 관광 자산으로 연결하려면, 무엇보다 현장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청령포가 지금 필요한 것은 ‘많이 오는 관광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안심하고 찾는 관광지’라는 신뢰를 쌓는 일이다. 영월의 봄 관광이 반짝 흥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 시작 역시 도선의 속도보다 안전의 기준이 먼저여야 한다. 영화가 한 장소를 다시 살려내는 순간은 흔치 않다. 그러나 그 관심을 오래가는 여행으로 바꾸는 일은 결국 현장의 몫이다. 청령포가 지금 보여주는 장면은 분명하다. 사람은 늘었고, 풍경은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행정은 그 사이를 메우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강물 위 도선 한 척이 오가는 짧은 시간이, 영월 관광의 다음 계절을 가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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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부킹닷컴 선정 2026 세계 10대 관광지, 1. 스페인 빌바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한때 산업의 심장으로 불리던 도시가 유럽 문화 여행의 목적지로 다시 태어났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는 글로벌 여행 플랫폼 Booking.com이 선정한 ‘2026년 꼭 가봐야 할 세계 10대 관광지’에 이름을 올리며, 올해 주목해야 할 도시로 떠올랐다. 강철과 조선의 기억 위에 예술과 미식, 자연을 겹겹이 쌓아 올린 이 도시는 변화의 서사를 여행으로 풀어낸다. 빌바오의 변화를 상징하는 공간은 단연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네르비온 강변에 들어선 이 미술관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유기적인 외관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바꿔 놓았다. 금속과 빛이 만들어내는 건축미는 주변 자연과 어우러지며, 빌바오가 산업 도시에서 문화 도시로 이동했음을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도시의 뿌리는 구시가지 카스코 비에호에서 만난다. 중세 시대의 골목과 일곱 개의 거리에는 핀초 바와 소규모 상점, 전통 시장이 이어진다. 바스크 특유의 소박하지만 밀도 있는 일상은 걷는 것만으로도 체감된다. 미식 도시로서의 명성도 이곳에서 확인된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부터 동네 선술집까지, 재료 중심의 바스크 요리는 여행의 중요한 이유가 된다. 1929년 문을 연 리베라 시장은 빌바오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서 보여준다. 강변을 따라 펼쳐진 유럽 최대 규모의 실내 시장 중 하나로, 신선한 해산물과 농산물,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빌바오는 자연과도 가깝다. 도심에서 차로 이동하면 순례길로 유명한 산 후안 데 가스텔루가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 위 바위섬과 돌계단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빌바오 여행의 여운을 깊게 한다. 강 하구의 해안 마을 게초는 산책과 해안 풍경에 제격이며, 세계적인 서핑 명소 문다카는 칸타브리아 해안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숙소는 도심 접근성이 중요하다. 빌바오 중심에 자리한 Bilder Boutique Hotel은 세련된 디자인과 아늑한 분위기를 갖춘 부티크 호텔로, 구시가지와 미술관을 잇는 여행의 거점으로 활용하기 좋다. 빌바오는 화려함을 과시하기보다, 변화의 시간을 차분히 들려주는 도시다. 산업의 흔적 위에 예술과 미식을 얹고, 그 곁에 자연을 남겨두었다. 부킹닷컴이 ‘2026년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익숙한 스페인과는 다른 결의 여행을 찾는 이들에게, 빌바오는 지금 가장 설득력 있는 선택지다.

[민동근작가의 프레임] 히로시마현 미야지마, 물과 시간 사이에 서 있는 섬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바닷물 위에 떠오른 붉은 도리이는 언제 보아도 현실보다 꿈에 가까웠다. 히로시마현 미야지마. 일본의 3대 절경으로 꼽히는 이 섬을 찾은 여행자는 누구나 처음보다 더 조용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조수가 밀려올 때, 오토리이(大鳥居, O-Torii)는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바다에 내려놓는다. 물결은 조용히 흔들리며 마치 오래된 기도를 되새기듯 문지르듯 스쳐 간다. 그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 안쪽까지 차오른다. 아마도 ‘머물러 있지 않아도 머무는 것들’에 대한 생각 때문일지 모른다. 섬 안쪽으로 길을 옮기면, 숲 사이에서 고주노토(오층탑)가 붉은 기둥을 드러낸다. 하늘로 쌓아 올린 다섯 개의 지붕이 마치 시간의 층을 겹겹이 쌓아 둔 것처럼 보인다. 바람이 스치고, 햇빛이 기울고, 사람들이 오르내리던 발자국 소리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탑은 그 모든 흔적들을 조용히 품은 채 서 있다. 미야지마는 풍경으로 기억되는 섬이 아니다. 걸음을 멈추는 방식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사진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어딘가의 정적, 바람의 간격, 물빛의 온도 그 모든 것이 이곳을 떠난 뒤에도 마음 한편에 남아 문득문득 생각을 깨운다. 돌아오는 배 위에서 뒤돌아본 오오토리이는 아직도 물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여행이 끝나는 순간은 항상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 ‘남겨진 풍경을 마음속에서 다시 바라보는 순간’이라는 걸. 그날의 미야지마는 아직 나를 떠나지 않았다.

[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일본, 늦가을 쿠라시키 미관지구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가을의 끝자락, 일본 오카야마현의 쿠라시키 미관지구(倉敷美観地区)에는 흑백의 옛 창고벽과 누런 단풍잎이 조용히 어우러져 있다. 흰 듯 검은 듯 미감 있는 니시키가베(錦壁) 담장 사이로, 고요한 운하 위의 버들과 버드나무 잎이 나지막이 흔들린다.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꼽히는 이 구역은, 흰 담장과 진한 붉음·노랑의 단풍이 만나 마치 사계절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낸다. 운하를 따라 걷는 길 위에서, 담벼락마다 오른 발자국이 남긴 물결처럼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상징적인 백벽(白壁)은 마치 시간을 멈춘 듯 시대의 흔적을 간직하고, 옆으로 흐르는 쿠라시키강(倉敷川)의 수면에는 단풍과 처마가 겹쳐진다. 바람이 한올 스치면 잎새 하나가 물결 위에 떠오르고, 그 순간 ‘지나온 계절’의 잔영이 물결 위에서 잔잔히 춤춘다. 낮은 태양빛이 담벼락의 질문처럼 길게 드리웠을 때, 창고지대 골목길은 그림자로 채색된다. 은은한 오후의 그림자가 과거 상업 창고였던 흑벽과 어우러져 시간의 궤적을 새긴다. 카페의 유리창 너머로 커피향이 번지고, 거리 한 켠에서는 기모노를 입은 이들이 렌트 보트를 타고 운하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바람은 잔잔하다. 물안개 대신 가을빛이 짙게 남아 있고, 새벽이나 해질 무렵에는 반짝이는 노을이 흰 담장과 주변 단풍을 아련히 물들인다. 이 공간에선 ‘머문다’라는 단어보다 ‘남는다’가 더 어울린다. 한 잎의 단풍이 떨어진 자리, 느슨하게 남은 흔적이 여행자의 기억 속에 자연스럽게 앉는다. 이곳을 떠나는 길, 뒤돌아서면 운하의 푸른 수면 위에 잎 하나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진다. 흑담과 유리창, 노랑·붉음이 어울린 거리 풍경 속에서 가을은 천천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기억’이 남는다. 쿠라시키 미관지구의 늦가을, 그 정적의 미학을 나만의 필름에 담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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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또 한 번 잡았다…농촌여행의 판을 바꾸는 ‘체류형 실험’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서울에서 차로 길게 달리지 않아도 닿는 곳인데, 막상 들어서면 도시의 속도와는 다른 시간이 흐른다. 강을 따라 쉬고, 숲길을 걷고, 마을 밥상을 맛본 뒤 하룻밤 더 머물고 싶어지는 곳. 홍천이 이제 그 감각을 ‘관광상품’이 아니라 ‘체류의 구조’로 바꾸려 한다. 홍천군이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2026년 농촌크리에이투어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농촌관광을 하루짜리 체험에서 머무는 여행으로 전환할 발판을 다시 마련했다. 이번 선정은 단순한 공모 통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홍천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상지에 이름을 올리며, 지역형 농촌관광 모델의 지속성과 실행력을 함께 증명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농촌 크리에이투어는 민간의 기획력과 지역의 자원을 결합해 특화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통해 관광 수요와 농촌 경제를 함께 살리는 데 초점을 둔 사업이다. 홍천은 그동안 쌓아온 농촌관광 기반과 주민·청년 참여형 운영 구조에서 강점을 인정받았다. 홍천군이 내세운 이름은 ‘홍천애홀릭24’다. 음식과 축제, 사람과 쉼을 축으로 다이닝·페스타·메이트·릴렉스의 네 갈래 콘텐츠를 엮어, 스쳐 가는 관광이 아니라 체류와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홍천군이 농촌크리에이투어 사업의 하나로 메밀 테마 여행상품을 내놓고, ‘홍천애홀릭’ 플랫폼을 통해 예약과 운영을 연계한 경험도 이런 확장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사실 홍천은 이미 재료가 풍부한 곳이다. 군 문화관광포털은 수타사, 홍천강, 은행나무숲, 레포츠와 스탬프투어까지 사계절 동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한국관광공사가 소개한 수타사 산소길, 공작산 생태숲, 배바위 카누마을 같은 체험 자원은 ‘잠깐 보고 가는 여행’보다 ‘하루 더 묵는 여행’에 더 잘 어울린다. 숲길과 사찰, 강변 체험, 농촌 마을 프로그램이 한 지역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이 홍천의 강점이다. 홍천군은 현재 2026년 사업에 참여할 관광 관련 사업체와 청년 중심 액션그룹을 3월 13일까지 모집 중이다. 기획과 운영, 수익이 외부를 거치지 않고 지역 안에서 선순환하도록 하겠다는 전략도 분명하다. 관광이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마을의 일자리와 청년의 정착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홍천 여행의 다음 장은 이제 명소 나열이 아니라 ‘어떻게 머물게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수타사의 고요, 홍천강의 흐름, 농촌마을의 밥상과 사람 냄새를 하나의 서사로 묶어낼 수 있다면, 홍천은 강원 내륙의 익숙한 여행지를 넘어 한국 농촌관광의 선도 모델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이번 선정이 반가운 이유도 거기에 있다. 좋은 풍경은 원래 있었지만, 이제는 그 풍경을 다시 찾게 만드는 방식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농촌관광의 승부는 ‘무엇을 보여주느냐’보다 ‘얼마나 머물게 하느냐’에서 갈린다. 2년 연속 공모 선정은 홍천이 그 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는 신호다. 당일치기 산과 강의 고장에서, 하룻밤 쉬어 가는 농촌여행의 중심지로. 홍천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강원, 버려진 공간에 다시 불을 켠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강원특별자치도는 3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삼척 일원에서 18개 시군 문화예술부서 관계 공무원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6년 문화예술 주요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자리는 2027년도 문화예술 분야 전환사업을 안내하고, 올해 추진할 주요 시책사업을 시군과 공유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첫날에는 ‘현대적 로컬,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이 만나다’를 주제로 한 특강과 함께 사업 추진 방향 설명, 시군별 현안 공유,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설명회에서 특히 무게가 실린 대목은 문화예술 기반시설이다. 최근 시군마다 도서관과 미술관, 박물관 같은 공공 문화시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강원도는 내년도 전환사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수요조사와 사전 절차 이행, 도와의 사전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립 박물관 및 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 업무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도로 이관되면서, 시군이 유념해야 할 행정 절차도 이번 회의에서 함께 안내됐다. 둘째 날 일정이 삼척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현장 방문으로 짜인 것도 상징적이다. 강원도 주요업무 시행계획에 따르면 이 사업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추진되는 문화재생 사업으로, 폐도장공장 2개 동을 리모델링해 연면적 1800㎡ 규모의 테마형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총사업비는 115억 원이며, 국비와 도비, 시비가 함께 투입된다. 기능을 잃고 방치된 산업시설을 문화커뮤니티 공간으로 되살리는 구조라서, 많은 시군이 공모 준비와 추진 과정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 흐름은 강원 문화정책의 최근 방향과도 맞물린다. 강원도는 2월 9일 ‘2026년 문화예술 4대 중점 추진정책’을 발표하며, 도내 문화예술인 지원 강화와 도민 문화혜택 확대를 포함한 정책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문서에 담긴 비전은 ‘문화와 체육으로 삶이 더 특별해지는 강원’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일수록 문화가 도민의 일상 회복과 삶의 질을 떠받치는 기반이 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이번 설명회는 그 정책 방향을 시군 행정과 실제 사업 현장으로 이어 붙이는 작업에 가깝다. 강원은 이미 여러 문화재생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시행계획에는 속초 대포정수장 복합문화 거점공간 조성, 동해 무릉별유천지 쇄석장 유휴공간 문화재생, 삼척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이 함께 올라 있다. 서로 성격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한때 산업시설이나 기반시설이었던 장소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고, 문화 향유와 커뮤니티의 공간으로 되돌리겠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라 지역의 기억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이용 방식을 덧입히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런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문화행정이 더는 공연 몇 편, 전시 몇 건으로만 평가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얼마나 쉽게 만나는지, 낡은 공간이 얼마나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지, 생활권 안에서 문화가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른다. 강원도가 설명회에서 공공 문화시설 수요와 문화재생 현장을 함께 다룬 것은, 결국 문화정책의 무게중심이 ‘행사’에서 ‘기반’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척의 폐산업시설 현장은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강원의 문화정책은 늘 자연과 관광의 강세 속에서 읽혀 왔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결이 보인다. 주민이 실제로 이용할 도서관과 미술관, 시간이 멈췄던 산업시설의 재생, 시군 간 협력 체계를 더 촘촘히 세우는 방식으로 문화행정의 골격을 다듬고 있다. 겉으로는 설명회 하나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런 자리가 쌓일수록 현장에선 예산과 절차, 공간과 프로그램이 연결된다. 문화가 도민의 삶을 바꾼다는 말은 결국 그런 연결이 현실이 될 때 비로소 설득력을 얻는다.

은퇴 뒤 식탁, 순천 남자들이 바꾼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전남 순천시가 중·장년 남성의 건강한 식생활과 자립 준비를 돕기 위해 ‘중·장년 남성 요리교실’ 수강생을 모집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순천시 인생이모작지원센터에서 진행되며, 4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약 3개월 동안 총 10회 과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모집 대상은 순천시에 거주하는 46세부터 64세까지 남성 20명이며, 신청은 3월 9일부터 20일까지 방문 접수 방식으로 받는다. 시 예산 자료에도 올해 중·장년 남성 요리교실 강사수당이 반영돼 있어 사업의 지속 운영 방향이 확인된다. 이 수업의 핵심은 요리를 잘하게 만드는 데만 있지 않다. 은퇴 이후 혹은 가족 구조의 변화 이후, 스스로 식사를 챙겨야 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다. 그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은 화려한 메뉴가 아니라 찌개 하나, 반찬 하나를 제대로 만드는 생활의 기술이다. 순천시는 이번 과정을 기본 찌개와 가정식 반찬 등 실생활 활용도가 높은 메뉴 중심으로 구성해, 요리 경험이 많지 않은 남성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런 흐름은 이미 순천에서 한 차례 확인된 바 있다. 2025년 상·하반기에도 인생이모작지원센터와 지역 현장에서 유사한 남성 요리교실이 운영됐고, 당시 순천시는 중·장년 남성의 독립적인 식생활, 영양 균형, 소통의 기회를 돕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프로그램은 참가자 호응 속에 추가 운영까지 이어졌다. 이번 모집이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축적된 수요 위에서 다시 시작됐다는 뜻이다. 순천시가 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통해 중·장년 정책을 꾸준히 확장해 온 점도 눈에 띈다. 시 예산서에는 모두愛학교 강사수당, 사회공헌일자리 활동비와 함께 남성 요리교실 관련 예산이 함께 편성돼 있다. 이는 중년 이후의 삶을 단순 복지나 여가가 아니라, 배움과 관계, 생활 역량을 함께 다시 세우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요리교실 역시 그중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체감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여행의 눈으로 봐도 이런 장면은 흥미롭다. 순천은 흔히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드라마촬영장 같은 명소로 먼저 떠오르는 도시다. 하지만 도시의 진짜 표정은 관광지보다 생활 정책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날 때가 있다. 순천시가 중·장년 남성의 식탁을 들여다본다는 사실은, 이 도시가 단지 방문객을 맞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음 시간을 어떻게 준비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는 여전히 대표 명소지만, 그 도시의 품격은 결국 주민의 일상을 어떻게 돌보느냐에서 완성된다. 요리는 한 사람을 단번에 바꾸지 않는다. 다만 국을 끓이고, 칼질을 배우고, 반찬 하나를 완성하는 반복 속에서 생활은 조금씩 단단해진다. 중·장년 남성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격려보다도, 오늘 저녁 내 손으로 밥상을 차릴 수 있다는 작은 확신인지 모른다. 순천의 이번 요리교실은 바로 그 확신을 가르치는 과정으로 읽힌다. 인생 2막은 먼 계획표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대개는 부엌 불을 켜는 일처럼 아주 현실적인 자리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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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에 숨은 비석 하나, 강원의 새 보물이 됐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유명한 절집은 많지만, 어떤 여행지는 작은 비석 하나로 오래 기억된다. 삼척 두타산 자락의 천은사가 그렇다. 산문을 지나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그곳엔 풍경보다 먼저 시간을 붙드는 흔적이 있다. 이번에 강원특별자치도가 천은사 기실비를 새 문화유산자료로 지정한 것은, 바로 그 조용한 흔적에 지역의 역사를 다시 불러 세운 일에 가깝다. 강원특별자치도는 3월 6일 ‘삼척 두타산 천은사 기실비’를 도 문화유산자료로 신규 지정 고시했다. 이 비석은 삼척시 미로면 내미로리 산312-1 일대, 천은사 입구에 자리한 유적으로 1921년 세워졌다. 당대 대표적 문장가로 꼽히는 박한영이 글을 짓고, 삼척을 중심으로 활동한 명필 심지황이 글씨를 썼다. 자연석 위에 거북 모양을 새긴 귀부형 받침, 비신, 팔작지붕 형태의 가첨석을 갖춘 형식도 주목된다. 이 비석이 더 중요한 이유는 내용에 있다. 천은사의 창건 설화와 연혁, 중창 불사 같은 사실이 체계적으로 담겨 있어 단순한 기념비를 넘어 지역사 자료로서의 무게를 지닌다. 비문의 문장과 서체, 조형 양식까지 함께 살펴보면 일제강점기 지역 불교 문화와 향토 지식인의 흔적을 한 자리에서 읽을 수 있다. 강원도는 이번 지정을 통해 도내 국가유산 보유 건수가 총 745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천은사 자체도 여행지로서 결이 깊다. 한국관광공사와 삼척시 자료를 보면 천은사는 두타산 기슭에 자리한 산사로, 고려 말 학자 이승휴와의 인연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승휴는 이 일대에서 머물며 ‘제왕운기’를 남긴 인물로 전해지며, 천은사 주변에는 그의 유적도 남아 있다. 그러니 이번 문화유산 지정은 비석 하나의 보존에 그치지 않고, 천은사와 두타산 일대가 품은 역사 서사를 다시 또렷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 두타산은 원래도 강원 남부를 대표하는 산행지 가운데 하나다. 높이 1357m의 산세와 계곡, 기암, 숲이 어우러져 사계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봄과 가을 산행은 물론, 천은사처럼 산 아래 자리한 고찰을 들러 천천히 걷는 일정도 잘 어울린다. 이름난 절경만 훑고 지나가는 여행과 달리, 문화유산 하나를 매개로 장소의 시간을 함께 읽는 여행은 훨씬 오래 남는다. 삼척 여행이 바다에만 머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척은 죽서루와 해변, 동굴, 해안 절경으로 먼저 떠오르는 도시지만, 내륙 쪽으로 한 걸음만 더 들어가면 전혀 다른 표정이 펼쳐진다. 미로면 두타산 자락은 화려하진 않지만 깊다. 계곡과 산사, 오래된 이야기와 비석 하나가 서로 기대어 서 있는 풍경은 요란한 관광지의 속도와는 다르다. 이번 지정으로 천은사 기실비는 더 이상 스쳐 지나가는 유물이 아니라, 삼척을 다시 보게 만드는 하나의 이유가 됐다. 좋은 여행지는 새로운 시설보다 오래된 시간을 품고 있을 때 더 강해진다. 삼척 두타산 천은사 기실비의 이번 지정은 그런 사실을 다시 보여준다. 두타산의 산기운, 천은사의 고요, 그리고 돌 위에 남은 문장의 시간까지. 올봄 삼척 여행은 바다에서 끝나지 않고 산사 입구의 작은 비석 앞에서 더 깊어질지 모른다.

안양 이사, 최대 50만원 돌려준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짐을 싸는 일은 늘 설렌다. 새 동네로 옮겨가는 기대가 먼저 앞서지만, 막상 계산기를 두드리면 이삿짐비와 중개보수비가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다. 특히 사회초년생이나 1인 청년가구에게 이사 한 번은 생활의 출발선이 아니라 비용의 벽처럼 느껴지기 쉽다. 안양시가 올해도 청년가구 이사비 지원사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바로 그 첫 문턱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서다. 안양시는 2026년 상반기 청년 이사비 지원사업 신청을 받고 있다. 대상은 2025년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안양시로 전입했거나, 안양시 안에서 이사한 뒤 전입신고를 마친 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가구다. 지원금은 이사비와 중개보수비를 합쳐 1인당 최대 50만원까지 실비로 지급되며, 생애 1회만 받을 수 있다. 접수는 3월 3일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 잡아바어플라이 통합접수시스템에서 진행된다. 세부 기준도 분명하다. 가구당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여야 하고, 신청자인 청년 본인은 무주택 세대주여야 한다. 거주하는 집은 거래금액 2억원 이하 전월세 주택이어야 한다. 시는 이사비는 20만원 한도, 중개보수비는 30만원 한도로 나눠 지원하고 있다. 부모 등 직계존속의 집으로 이사하는 경우나 공공임대주택 거주 예정자 등은 제외된다. 이 사업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금액 자체보다도 시점에 있다. 청년층에게 이사는 단순한 주소 변경이 아니라 취업, 독립, 결혼, 진학 같은 삶의 전환과 맞물리는 경우가 많다. 보증금 마련도 버거운 상황에서 중개보수와 이삿짐 비용까지 겹치면 정착의 첫걸음이 흔들리기 쉽다. 안양시는 지난해에도 같은 사업을 운영했고, 올해 다시 상반기 공고를 내면서 청년층 주거 이동 비용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시 공식 청년정책 안내에서도 이 사업은 안양 청년 주거지원 축의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도시의 경쟁력은 화려한 개발 계획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버틸 수 있는지, 처음 둥지를 트는 청년이 너무 큰 비용 앞에서 주저앉지 않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안양은 범계·평촌 생활권, 안양1번가 상권, 관악산과 삼성산을 잇는 생활환경 덕분에 청년층 유입이 꾸준한 도시로 꼽혀 왔다. 그런 도시일수록 정착 초기 비용을 덜어주는 정책이 실제 체감도를 좌우한다. 이번 지원은 거창한 구호보다 생활의 부담을 바로 건드리는 행정에 가깝다. 신청을 고민하는 청년이라면 기한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예산 소진 시 조기 마감될 수 있어 준비된 서류를 미리 챙겨두는 편이 낫다. 안양청년광장과 시 공고문에는 신청 자격과 제외 대상, 제출 서류, 문의처가 자세히 안내돼 있다. 새로운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의 설렘 뒤에는 늘 현실적인 비용이 따라붙는다. 안양시의 이번 사업은 그 무게를 조금 덜어주는, 꽤 실용적인 응원에 가깝다. 청년에게 도시를 선택한다는 것은 결국 살아볼 만한 곳을 고르는 일이다. 안양시의 이사비 지원은 그 선택의 부담을 조금 덜어주는 정책이다. 낯선 동네에 처음 짐을 푸는 날,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이런 현실적인 도움이 아닐까.

청양에 생긴 이상한 우편함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마음이 힘들 때도 사람들은 쉽게 말하지 못한다. 가까운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조차 꺼내놓기 어려운 말이 있다. 충남 청양에서는 그런 말들을 받아주는 조금 특별한 우편함이 생겼다. 편지를 넣고 나면, 몇 주 뒤 전혀 모르는 누군가가 정성껏 쓴 손편지가 다시 돌아온다. 빠른 메시지에 지친 시대라서인지, 이 느린 위로는 더 깊게 마음에 닿는다. 청양군이 대학생과 군민의 마음 건강을 돌보기 위해 충남도립대학교 학생회관에 ‘온기우편함’을 설치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이 우편함은 고민과 사연을 익명으로 적어 넣으면 자원봉사자인 ‘온기우체부’가 손편지로 답장을 보내주는 방식의 정서 지원 프로그램이다. 학업과 진로, 인간관계, 가족 문제처럼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마음을 종이에 적어 넣고 주소를 남기면, 약 4주 뒤 위로와 공감이 담긴 답장을 우편으로 받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작은 우편함 하나지만,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디지털 소통이 익숙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더 빨리 연결되면서도 더 깊이 고립되곤 한다. 휴대전화 안에는 대화가 넘치지만, 정작 자기 속마음을 꺼낼 곳은 점점 줄어든다. 그런 점에서 온기우편함은 상담실보다 덜 부담스럽고, 메신저보다 더 진심 어린 방식으로 사람 곁에 다가가는 장치다.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고 마음을 적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기계적인 답장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쓴 손편지가 온다는 점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힘이다. 설치 장소가 충남도립대 학생회관이라는 점도 상징적이다. 학생들이 가장 자주 드나드는 공간에 우편함을 두어 마음 돌봄의 문턱을 낮췄다. 청년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보다, 조용히 손을 내미는 방식일 수 있다. 청양군이 이번 사업을 통해 보여준 것은 단순한 복지 행정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받아안을 수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태도다. 청양은 칠갑산과 천장호 같은 풍경으로 떠올리는 고장이지만, 지역의 품격은 결국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눈에 띄는 건축물이나 대형 시설보다 이런 작은 정서적 장치가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다. 누구에게도 말 못 한 고민을 접어 넣고, 몇 주 뒤 낯선 사람의 따뜻한 문장을 받아보는 경험. 청양의 온기우편함은 행정이 어디까지 사람의 일상 가까이 들어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조용한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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