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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진주, 스리랑카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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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부킹닷컴 선정 2026 세계 10대 관광지, 1. 스페일 빌바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한때 산업의 심장으로 불리던 도시가 유럽 문화 여행의 목적지로 다시 태어났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는 글로벌 여행 플랫폼 **Booking.com**이 선정한 ‘2026년 꼭 가봐야 할 세계 10대 관광지’에 이름을 올리며, 올해 주목해야 할 도시로 떠올랐다. 강철과 조선의 기억 위에 예술과 미식, 자연을 겹겹이 쌓아 올린 이 도시는 변화의 서사를 여행으로 풀어낸다. 빌바오의 변화를 상징하는 공간은 단연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네르비온 강변에 들어선 이 미술관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유기적인 외관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바꿔 놓았다. 금속과 빛이 만들어내는 건축미는 주변 자연과 어우러지며, 빌바오가 산업 도시에서 문화 도시로 이동했음을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도시의 뿌리는 구시가지 카스코 비에호에서 만난다. 중세 시대의 골목과 일곱 개의 거리에는 핀초 바와 소규모 상점, 전통 시장이 이어진다. 바스크 특유의 소박하지만 밀도 있는 일상은 걷는 것만으로도 체감된다. 미식 도시로서의 명성도 이곳에서 확인된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부터 동네 선술집까지, 재료 중심의 바스크 요리는 여행의 중요한 이유가 된다. 1929년 문을 연 리베라 시장은 빌바오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서 보여준다. 강변을 따라 펼쳐진 유럽 최대 규모의 실내 시장 중 하나로, 신선한 해산물과 농산물,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빌바오는 자연과도 가깝다. 도심에서 차로 이동하면 순례길로 유명한 산 후안 데 가스텔루가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 위 바위섬과 돌계단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빌바오 여행의 여운을 깊게 한다. 강 하구의 해안 마을 게초는 산책과 해안 풍경에 제격이며, 세계적인 서핑 명소 문다카는 칸타브리아 해안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숙소는 도심 접근성이 중요하다. 빌바오 중심에 자리한 Bilder Boutique Hotel은 세련된 디자인과 아늑한 분위기를 갖춘 부티크 호텔로, 구시가지와 미술관을 잇는 여행의 거점으로 활용하기 좋다. 빌바오는 화려함을 과시하기보다, 변화의 시간을 차분히 들려주는 도시다. 산업의 흔적 위에 예술과 미식을 얹고, 그 곁에 자연을 남겨두었다. 부킹닷컴이 ‘2026년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익숙한 스페인과는 다른 결의 여행을 찾는 이들에게, 빌바오는 지금 가장 설득력 있는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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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작가의 프레임] 히로시마현 미야지마, 물과 시간 사이에 서 있는 섬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바닷물 위에 떠오른 붉은 도리이는 언제 보아도 현실보다 꿈에 가까웠다. 히로시마현 미야지마. 일본의 3대 절경으로 꼽히는 이 섬을 찾은 여행자는 누구나 처음보다 더 조용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조수가 밀려올 때, 오토리이(大鳥居, O-Torii)는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바다에 내려놓는다. 물결은 조용히 흔들리며 마치 오래된 기도를 되새기듯 문지르듯 스쳐 간다. 그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 안쪽까지 차오른다. 아마도 ‘머물러 있지 않아도 머무는 것들’에 대한 생각 때문일지 모른다. 섬 안쪽으로 길을 옮기면, 숲 사이에서 고주노토(오층탑)가 붉은 기둥을 드러낸다. 하늘로 쌓아 올린 다섯 개의 지붕이 마치 시간의 층을 겹겹이 쌓아 둔 것처럼 보인다. 바람이 스치고, 햇빛이 기울고, 사람들이 오르내리던 발자국 소리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탑은 그 모든 흔적들을 조용히 품은 채 서 있다. 미야지마는 풍경으로 기억되는 섬이 아니다. 걸음을 멈추는 방식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사진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어딘가의 정적, 바람의 간격, 물빛의 온도 그 모든 것이 이곳을 떠난 뒤에도 마음 한편에 남아 문득문득 생각을 깨운다. 돌아오는 배 위에서 뒤돌아본 오오토리이는 아직도 물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여행이 끝나는 순간은 항상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 ‘남겨진 풍경을 마음속에서 다시 바라보는 순간’이라는 걸. 그날의 미야지마는 아직 나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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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일본, 늦가을 쿠라시키 미관지구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가을의 끝자락, 일본 오카야마현의 쿠라시키 미관지구(倉敷美観地区)에는 흑백의 옛 창고벽과 누런 단풍잎이 조용히 어우러져 있다. 흰 듯 검은 듯 미감 있는 니시키가베(錦壁) 담장 사이로, 고요한 운하 위의 버들과 버드나무 잎이 나지막이 흔들린다.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꼽히는 이 구역은, 흰 담장과 진한 붉음·노랑의 단풍이 만나 마치 사계절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낸다. 운하를 따라 걷는 길 위에서, 담벼락마다 오른 발자국이 남긴 물결처럼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상징적인 백벽(白壁)은 마치 시간을 멈춘 듯 시대의 흔적을 간직하고, 옆으로 흐르는 쿠라시키강(倉敷川)의 수면에는 단풍과 처마가 겹쳐진다. 바람이 한올 스치면 잎새 하나가 물결 위에 떠오르고, 그 순간 ‘지나온 계절’의 잔영이 물결 위에서 잔잔히 춤춘다. 낮은 태양빛이 담벼락의 질문처럼 길게 드리웠을 때, 창고지대 골목길은 그림자로 채색된다. 은은한 오후의 그림자가 과거 상업 창고였던 흑벽과 어우러져 시간의 궤적을 새긴다. 카페의 유리창 너머로 커피향이 번지고, 거리 한 켠에서는 기모노를 입은 이들이 렌트 보트를 타고 운하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바람은 잔잔하다. 물안개 대신 가을빛이 짙게 남아 있고, 새벽이나 해질 무렵에는 반짝이는 노을이 흰 담장과 주변 단풍을 아련히 물들인다. 이 공간에선 ‘머문다’라는 단어보다 ‘남는다’가 더 어울린다. 한 잎의 단풍이 떨어진 자리, 느슨하게 남은 흔적이 여행자의 기억 속에 자연스럽게 앉는다. 이곳을 떠나는 길, 뒤돌아서면 운하의 푸른 수면 위에 잎 하나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진다. 흑담과 유리창, 노랑·붉음이 어울린 거리 풍경 속에서 가을은 천천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기억’이 남는다. 쿠라시키 미관지구의 늦가을, 그 정적의 미학을 나만의 필름에 담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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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지폐 속 풍경, 현실이 되다... 브라딴 호수의 신비
[트래블아이 =민동근 작가] 인도네시아 5만 루피아 지폐 속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700미터 높이의 발리 브라딴 호수 위에 떠 있는 듯한 ‘푸라 울룬다누 브라딴 사원’. 안개가 살짝 깔린 새벽, 잔잔한 호수 위로 사원의 실루엣이 물결처럼 흔들린다. 물 위에 피어난 연꽃처럼, 신성하고 고요하다. 현지 사람들은 호수의 여신 ‘데위 다누’를 모신 이곳을 ‘생명의 물 사원’이라 부른다. 여행자는 그저 숨을 죽이고, 바람 한 줄기에도 반짝이는 호수의 결을 바라본다. 지폐 한 장 속 그림이 이렇게 생생한 현실이 될 줄이야. 발리의 신비어쩌면 이 사원의 고요함 속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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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발리의 시골 결혼식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바이크를 타고 좁은 시골길을 달리다 우연히 마주친 결혼식. 대나무 장식 아래에서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환한 미소로 신랑과 신부를 맞이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코코넛 잎으로 만든 장식을 흔들며 뛰어다니고, 노인들은 손에 향을 쥔 채 조용히 축복의 기도를 올렸다. 음식은 소박했다. 커다란 접시에 담긴 밥과 닭고기, 그리고 매콤한 사테 몇 줄기.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는 진심이 있었다. 손님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다시 먹으며 시간을 나누었다. 도시의 결혼식처럼 화려한 조명도, 빠듯한 일정표도 없었다. 대신 바람이 불고, 웃음이 퍼지고, 따뜻한 마음이 흘렀다. 그곳에서 나는 알았다. 진짜 축하란 마음의 속도로 다가가는 것임을.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본 그 장면은, 여행의 끝자락에서도 오래도록 내 마음을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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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우붓의 새벽, 삶이 피어나는 시장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해가 막 떠오르기 전, 우붓의 거리는 고요하다. 그러나 새벽 6시가 되면 골목마다 숨결이 살아난다. 시장 초입에는 막 따온 바나나와 파파야 향이 바람에 섞이고, 대나무 바구니 속엔 초록빛 채소들이 이슬을 머금은 채 반짝인다. 어스름 속에서 장사꾼들의 손놀림은 빠르고 능숙하다. 작은 비닐봉지에 고추를 담고, 그 옆에서는 금빛 생선을 손질하는 이의 칼끝이 반짝인다. 이곳은 관광객을 위한 화려한 재래시장이 아니다. 우붓 근교에서 직접 재배한 작물을 들고 나와 서로 교환하며 하루를 여는, 삶 그 자체의 공간이다. 바구니를 머리에 인 여인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노상에 앉은 노인들은 새벽공기와 함께 커피를 나눈다. 정겨운 웃음소리와 함께 “세라맛 빠기(Selamat pagi)” 인사가 오간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이곳에서 여행자는 발리의 진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꾸밈없는 사람들, 흙냄새 섞인 과일, 그리고 햇살이 천천히 시장을 비출 때의 따스한 평화. 우붓의 새벽시장은 그렇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며, ‘살아 있음’의 의미를 조용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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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발리의 빛과 기도, 갈룽안·꾸닝안 축제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푸르른 발리의 하늘 아래, 집집마다 가지런히 세워진 펜조르(penjor)가 바람에 흔들릴 때면, 대지와 영혼이 숨소리로 하나가 된다. 갈룽안(Galungan)이 열리는 날, 발리 사람들은 조상의 영혼이 이 땅을 잠시 찾아온다고 믿는다. 그들은 정성스레 제물을 바치고, 향을 피워 맞이하며 흰 옷을 갖춰 입고 사원과 마당을 오간다. 이 축제는 ‘의(義, dharma)’가 ‘무질서(adharma)’를 이긴다는 상징을 품고 있다. 축제는 10일간 이어지고, 마침내 꾸닝안(Kuningan)에 이르면 조상들은 다시 하늘로 돌아간다. 꾸닝안 당일엔 아침부터 정오까지 의식이 이어지고, 노란 밥(ajengan kuning)과 다양한 바탕(banten)을 바친다. 강한 햇살 아래, 발리 마을의 거리는 향기와 색으로 가득 차고, 흰 옷차림의 주민들이 제물을 머리에 이고 걸어가는 행렬은 마치 영혼의 축제 같다. 사원 앞에서 조용히 기도하는 아이와 노인, 손을 맞잡고 제단 앞에 머리 숙이는 부부의 모습은 마음속에 오래 머문다. 갈룽안과 꾸닝안은 축제를 넘어, 삶과 죽음을 잇는 다리가 된다. 조상들은 와서 축복을 남기고, 다시 돌아가며 그 순환은 이어진다. 인간은 그 사이에서 선(善)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매 반복은 삶에 대한 감사와 결의를 다지는 시간이다. 나는 이 축제의 순간을 렌즈로 좇으며, 그 ‘보이지 않는 존재’를 느끼고 싶었다. 향기와 빛과 마음의 울림이 모여 하나의 서사로 기록된다. 축제를 마주한 이 순간, 나도 잠시 그 고요한 순례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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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발리 어원의 유래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발리의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제물’, ‘신이 머무는 곳’을 뜻한다. 그 말처럼 베두굴 고원의 브라탄 호수 위, 울룬다누 브라탄 사원은 새벽 물안개를 머리에 이고 떠 있는 듯 서 있다. 17세기 멩위 왕조 때 세워진 이 수상 사원은 물과 비옥함을 다스리는 데위 다누에게 바쳐졌으며, 호수는 발리 중부의 큰 수원지로 아랫마을의 논과 수바끄 물길을 적신다. 아침이면 정원길을 따라 흰 레이스 사롱의 가족들이 모여 향을 피우고 카낭사리 공양을 올린다. 층층이 메루탑이 호수에 거꾸로 비치고, 산의 윤곽과 구름이 느리게 흘러간다. 차가운 고지대의 공기가 볼을 스치고, 호수 표면은 숨을 죽인 듯 잔잔하다. 여기서 시작된 물의 축복이 논두렁을 따라 섬을 순환한다. 아이의 웃음과 종소리가 바람을 타면, 신앙은 관광을 넘어 일상의 호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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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노을이 머무는 자리, 로비나비치의 숨결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발리 북부의 조용한 해안, 로비나비치에 서면 세상이 느려지는 듯하다. 공항에서 내륙을 가로질러 4시간, 긴 여정 끝에 마주하는 풍경은 남부의 번잡한 관광지와는 사뭇 다르다. 바닷바람은 부드럽고, 해변엔 북적임보다 여유가 먼저 깃든다. 저녁이 다가오면 하늘은 천천히 색을 바꾼다. 노을빛이 바다 위에 드리워지며, 분홍빛과 주황빛이 섞여 물결 위에서 춤춘다. 모래사장에 앉아 있으면 현지인 가족들이 저녁 산책을 즐기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파도 소리에 섞여 들려온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해변과는 달리, 이곳의 일몰은 더욱 친근하고 따뜻하다. 로비나비치는 돌핀 투어로도 유명하다. 이른 새벽 배를 타고 나가면 수십 마리의 돌고래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일몰의 매력은 또 다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평화로운 순간이자, 발리 북부 특유의 정취를 담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노을이 바다와 맞닿아 붉은 선을 긋는 순간, 사람들은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본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아도 그 풍경은 마음속 깊이 새겨진다. 그저 앉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피로가 풀리고,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위안을 얻는다. 로비나비치의 일몰은 화려함보다는 잔잔함으로 다가온다. 바다와 하늘, 사람과 자연이 함께 만드는 이 풍경은 발리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발리를 여행한다면, 북부의 이 고요한 해변에서 하루의 끝을 맞이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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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버사킷 사원, 발리의 영혼을 품은 어머니 사원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발리의 아침은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함께 시작된다.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바나나 잎 위에 정성스럽게 올려진 공양물이 집집마다 놓여 있다. 갓 꺾은 프랑지파니 꽃, 바삭한 비스킷, 쌀알 몇 톨이 어울려 작은 제단을 이루고, 그 위로 향 냄새가 은은히 퍼진다. 머리에 바구니를 이고 가는 여인들의 걸음마다 종소리가 따라붙고, 아이들은 웃음 섞인 목소리로 기도를 하며 꽃잎을 뿌린다. 이렇게 신과 함께 살아가는 섬의 일상이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발리에는 무려 2만 개가 넘는 사원이 있다. 마을마다 최소 세 개의 수호신 사원을 두고, 그 사원마다 기념일이 있으니 축제는 멈출 새가 없다. 길모퉁이를 돌 때 가믈란 연주의 청아한 소리가 들리고, 사원 마당에서는 화려한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팔을 들어 올리며 신에게 춤을 바친다. 이 순간 여행자는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종교의 향연 속에 초대받은 손님이 된다. 그중에서도 아궁산 기슭에 자리한 버사킷 사원은 압도적이다. 구름 사이로 드러나는 사원의 실루엣은 마치 하늘을 향해 뻗은 거대한 신전 같다. 수백 개의 계단을 오르며 숨이 차오를 즈음, 현지인들의 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흰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전통 의상을 입은 남녀노소가 손에 꽃과 향을 들고 차례차례 신전 안으로 들어선다. 북소리와 노랫소리가 계단 사이를 메아리치며, 그들의 발걸음을 더욱 경건하게 만든다. 버사킷 사원은 발리인들이 반드시 찾아야 하는 ‘어머니 사원’이다. 아이의 첫 걸음을 이곳에서 축복받고, 성인이 되면 가족과 함께 다시 오르며, 노년에는 삶의 마무리를 기도한다. 그들의 얼굴에 어려 있는 평온함은 여행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이정표이자 영혼의 고향이다. 사원의 마지막 계단에 서서 뒤돌아보면, 푸른 계단식 논과 마을의 지붕들, 그리고 저 멀리 반짝이는 바다가 겹겹이 펼쳐진다. 바람에 흩날리는 향내와 축제의 북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며, 발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사원이다. 여행자는 그 풍경 속에서 묵묵히 속삭이는 듯한 섬의 숨결을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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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발리, 멍 때리는 사람들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짧은 여정을 떠날 때면 늘 아쉬움이 뒤따른다. 다녀온 뒤에도 ‘조금만 더 머물렀다면…’ 하는 마음이 남는다. 하지만 일정이 짧다고 해서 빼곡히 채우는 게 정답은 아니다. 오히려 한두 곳에 가만히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순간, 진짜 여행의 쉼표가 찾아온다. 발리의 바투볼롱비치에서는 파도를 타는 서퍼들의 실루엣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비워지는 기분이 든다. 모래 위에 앉아 석양을 맞이하다 보면, 짧은 일정도 충분히 충만해진다. 울루와트 드림비치 역시 그렇다. 절벽 아래 숨은 바다는 굳이 많은 말을 건네지 않아도, 한참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자를 회복시킨다. 짧은 시간에도 이렇게 천천히 머물다 보면, 여행은 더 이상 ‘갔다 온 흔적’이 아니라 마음에 남는 깊은 숨이 된다. 결국 중요한 건 몇 곳을 둘러봤는지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얼마나 나를 쉬게 했는가 하는 것임을 다시 깨닫는다. 짱구지역 바투볼롱 비치 울루와트 드림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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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누사페니다, 발리의 또 다른 얼굴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발리 사누르 항구에서 스피드보트를 타고 45분, 짧지 않은 항해 끝에 드디어 도착하는 섬이 있다. 바로 누사페니다다. 바람은 바다 위에서 차갑게 불어오고, 물살에 부딪히는 파도의 소리는 리듬처럼 귓가를 울린다. 설레는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보면, 이 섬이 단순한 휴양지가 아닌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장임을 알게 된다. 누사페니다 항구에 닿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멀리 솟아오른 발리의 최고봉 아궁산이다. 활화산 특유의 웅장한 기운이 구름 너머로 드러나며 신비로운 장면을 연출한다. 몇 년에 한 번씩 분출하는 불의 산은 자연의 힘을 상징하듯 묵직하게 존재감을 뿜어낸다. 항구에서 바라보는 그 풍경은, 이곳을 단순히 섬으로 기억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엄한 인상을 남긴다. 자연이 빚어낸 기적의 풍경들 누사페니다의 매력은 항구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켈리킹 비치의 공룡 머리 모양 절벽은 전 세계 여행자들이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몰려드는 명소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절벽 아래 풍경은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를 보는 듯하다. 브로큰 비치의 거대한 천연 아치와 천상의 수영장이라 불리는 엔젤스 빌라봉 역시 놓칠 수 없다. 햇빛이 바다 위에 부서지며 만들어내는 빛의 파편은 사진 한 장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스쿠버다이버들이 꿈꾸는 ‘만타 포인트’에서는 거대한 만타가오리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의 바다 생태계를 체험하는 순간, 누사페니다는 여행지가 아닌 하나의 살아있는 다큐멘터리처럼 다가온다. 여행자의 마음에 남는 울림 누사페니다는 화려한 리조트나 쇼핑몰이 없어도 충분히 빛난다. 오히려 거친 도로, 투박한 마을 풍경, 그리고 불편함마저도 이곳의 매력이 된다. 발리 본섬과 달리 덜 개발된 자연은 여행자의 발걸음을 천천히, 깊게 머물게 한다. 특히 항구에서 본 아궁산의 실루엣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도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떠오른다. 마치 자연이 건네는 메시지처럼, 겸손히 살아가라는 속삭임이 담겨 있는 듯하다. 누사페니다는 발리의 또 다른 얼굴이다. 짧은 여정 속에서도, 이 섬은 여행자에게 ‘진짜 자연’을 만났다는 벅찬 감정을 남겨준다. 바다 위에서 시작된 설렘은 섬 곳곳의 경이로운 풍경을 거쳐, 결국 마음 깊은 울림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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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부킹닷컴 선정 2026 세계 10대 관광지, 1. 스페일 빌바오
-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한때 산업의 심장으로 불리던 도시가 유럽 문화 여행의 목적지로 다시 태어났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는 글로벌 여행 플랫폼 **Booking.com**이 선정한 ‘2026년 꼭 가봐야 할 세계 10대 관광지’에 이름을 올리며, 올해 주목해야 할 도시로 떠올랐다. 강철과 조선의 기억 위에 예술과 미식, 자연을 겹겹이 쌓아 올린 이 도시는 변화의 서사를 여행으로 풀어낸다. 빌바오의 변화를 상징하는 공간은 단연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네르비온 강변에 들어선 이 미술관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유기적인 외관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바꿔 놓았다. 금속과 빛이 만들어내는 건축미는 주변 자연과 어우러지며, 빌바오가 산업 도시에서 문화 도시로 이동했음을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도시의 뿌리는 구시가지 카스코 비에호에서 만난다. 중세 시대의 골목과 일곱 개의 거리에는 핀초 바와 소규모 상점, 전통 시장이 이어진다. 바스크 특유의 소박하지만 밀도 있는 일상은 걷는 것만으로도 체감된다. 미식 도시로서의 명성도 이곳에서 확인된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부터 동네 선술집까지, 재료 중심의 바스크 요리는 여행의 중요한 이유가 된다. 1929년 문을 연 리베라 시장은 빌바오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서 보여준다. 강변을 따라 펼쳐진 유럽 최대 규모의 실내 시장 중 하나로, 신선한 해산물과 농산물,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빌바오는 자연과도 가깝다. 도심에서 차로 이동하면 순례길로 유명한 산 후안 데 가스텔루가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 위 바위섬과 돌계단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빌바오 여행의 여운을 깊게 한다. 강 하구의 해안 마을 게초는 산책과 해안 풍경에 제격이며, 세계적인 서핑 명소 문다카는 칸타브리아 해안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숙소는 도심 접근성이 중요하다. 빌바오 중심에 자리한 Bilder Boutique Hotel은 세련된 디자인과 아늑한 분위기를 갖춘 부티크 호텔로, 구시가지와 미술관을 잇는 여행의 거점으로 활용하기 좋다. 빌바오는 화려함을 과시하기보다, 변화의 시간을 차분히 들려주는 도시다. 산업의 흔적 위에 예술과 미식을 얹고, 그 곁에 자연을 남겨두었다. 부킹닷컴이 ‘2026년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익숙한 스페인과는 다른 결의 여행을 찾는 이들에게, 빌바오는 지금 가장 설득력 있는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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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부킹닷컴 선정 2026 세계 10대 관광지, 1. 스페일 빌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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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작가의 프레임] 히로시마현 미야지마, 물과 시간 사이에 서 있는 섬
-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바닷물 위에 떠오른 붉은 도리이는 언제 보아도 현실보다 꿈에 가까웠다. 히로시마현 미야지마. 일본의 3대 절경으로 꼽히는 이 섬을 찾은 여행자는 누구나 처음보다 더 조용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조수가 밀려올 때, 오토리이(大鳥居, O-Torii)는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바다에 내려놓는다. 물결은 조용히 흔들리며 마치 오래된 기도를 되새기듯 문지르듯 스쳐 간다. 그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 안쪽까지 차오른다. 아마도 ‘머물러 있지 않아도 머무는 것들’에 대한 생각 때문일지 모른다. 섬 안쪽으로 길을 옮기면, 숲 사이에서 고주노토(오층탑)가 붉은 기둥을 드러낸다. 하늘로 쌓아 올린 다섯 개의 지붕이 마치 시간의 층을 겹겹이 쌓아 둔 것처럼 보인다. 바람이 스치고, 햇빛이 기울고, 사람들이 오르내리던 발자국 소리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탑은 그 모든 흔적들을 조용히 품은 채 서 있다. 미야지마는 풍경으로 기억되는 섬이 아니다. 걸음을 멈추는 방식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사진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어딘가의 정적, 바람의 간격, 물빛의 온도 그 모든 것이 이곳을 떠난 뒤에도 마음 한편에 남아 문득문득 생각을 깨운다. 돌아오는 배 위에서 뒤돌아본 오오토리이는 아직도 물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여행이 끝나는 순간은 항상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 ‘남겨진 풍경을 마음속에서 다시 바라보는 순간’이라는 걸. 그날의 미야지마는 아직 나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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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작가의 프레임] 히로시마현 미야지마, 물과 시간 사이에 서 있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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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일본, 늦가을 쿠라시키 미관지구
-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가을의 끝자락, 일본 오카야마현의 쿠라시키 미관지구(倉敷美観地区)에는 흑백의 옛 창고벽과 누런 단풍잎이 조용히 어우러져 있다. 흰 듯 검은 듯 미감 있는 니시키가베(錦壁) 담장 사이로, 고요한 운하 위의 버들과 버드나무 잎이 나지막이 흔들린다.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꼽히는 이 구역은, 흰 담장과 진한 붉음·노랑의 단풍이 만나 마치 사계절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낸다. 운하를 따라 걷는 길 위에서, 담벼락마다 오른 발자국이 남긴 물결처럼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상징적인 백벽(白壁)은 마치 시간을 멈춘 듯 시대의 흔적을 간직하고, 옆으로 흐르는 쿠라시키강(倉敷川)의 수면에는 단풍과 처마가 겹쳐진다. 바람이 한올 스치면 잎새 하나가 물결 위에 떠오르고, 그 순간 ‘지나온 계절’의 잔영이 물결 위에서 잔잔히 춤춘다. 낮은 태양빛이 담벼락의 질문처럼 길게 드리웠을 때, 창고지대 골목길은 그림자로 채색된다. 은은한 오후의 그림자가 과거 상업 창고였던 흑벽과 어우러져 시간의 궤적을 새긴다. 카페의 유리창 너머로 커피향이 번지고, 거리 한 켠에서는 기모노를 입은 이들이 렌트 보트를 타고 운하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바람은 잔잔하다. 물안개 대신 가을빛이 짙게 남아 있고, 새벽이나 해질 무렵에는 반짝이는 노을이 흰 담장과 주변 단풍을 아련히 물들인다. 이 공간에선 ‘머문다’라는 단어보다 ‘남는다’가 더 어울린다. 한 잎의 단풍이 떨어진 자리, 느슨하게 남은 흔적이 여행자의 기억 속에 자연스럽게 앉는다. 이곳을 떠나는 길, 뒤돌아서면 운하의 푸른 수면 위에 잎 하나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진다. 흑담과 유리창, 노랑·붉음이 어울린 거리 풍경 속에서 가을은 천천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기억’이 남는다. 쿠라시키 미관지구의 늦가을, 그 정적의 미학을 나만의 필름에 담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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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일본, 늦가을 쿠라시키 미관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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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지폐 속 풍경, 현실이 되다... 브라딴 호수의 신비
- [트래블아이 =민동근 작가] 인도네시아 5만 루피아 지폐 속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700미터 높이의 발리 브라딴 호수 위에 떠 있는 듯한 ‘푸라 울룬다누 브라딴 사원’. 안개가 살짝 깔린 새벽, 잔잔한 호수 위로 사원의 실루엣이 물결처럼 흔들린다. 물 위에 피어난 연꽃처럼, 신성하고 고요하다. 현지 사람들은 호수의 여신 ‘데위 다누’를 모신 이곳을 ‘생명의 물 사원’이라 부른다. 여행자는 그저 숨을 죽이고, 바람 한 줄기에도 반짝이는 호수의 결을 바라본다. 지폐 한 장 속 그림이 이렇게 생생한 현실이 될 줄이야. 발리의 신비어쩌면 이 사원의 고요함 속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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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지폐 속 풍경, 현실이 되다... 브라딴 호수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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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발리의 시골 결혼식
-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바이크를 타고 좁은 시골길을 달리다 우연히 마주친 결혼식. 대나무 장식 아래에서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환한 미소로 신랑과 신부를 맞이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코코넛 잎으로 만든 장식을 흔들며 뛰어다니고, 노인들은 손에 향을 쥔 채 조용히 축복의 기도를 올렸다. 음식은 소박했다. 커다란 접시에 담긴 밥과 닭고기, 그리고 매콤한 사테 몇 줄기.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는 진심이 있었다. 손님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다시 먹으며 시간을 나누었다. 도시의 결혼식처럼 화려한 조명도, 빠듯한 일정표도 없었다. 대신 바람이 불고, 웃음이 퍼지고, 따뜻한 마음이 흘렀다. 그곳에서 나는 알았다. 진짜 축하란 마음의 속도로 다가가는 것임을.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본 그 장면은, 여행의 끝자락에서도 오래도록 내 마음을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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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발리의 시골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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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우붓의 새벽, 삶이 피어나는 시장
-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해가 막 떠오르기 전, 우붓의 거리는 고요하다. 그러나 새벽 6시가 되면 골목마다 숨결이 살아난다. 시장 초입에는 막 따온 바나나와 파파야 향이 바람에 섞이고, 대나무 바구니 속엔 초록빛 채소들이 이슬을 머금은 채 반짝인다. 어스름 속에서 장사꾼들의 손놀림은 빠르고 능숙하다. 작은 비닐봉지에 고추를 담고, 그 옆에서는 금빛 생선을 손질하는 이의 칼끝이 반짝인다. 이곳은 관광객을 위한 화려한 재래시장이 아니다. 우붓 근교에서 직접 재배한 작물을 들고 나와 서로 교환하며 하루를 여는, 삶 그 자체의 공간이다. 바구니를 머리에 인 여인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노상에 앉은 노인들은 새벽공기와 함께 커피를 나눈다. 정겨운 웃음소리와 함께 “세라맛 빠기(Selamat pagi)” 인사가 오간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이곳에서 여행자는 발리의 진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꾸밈없는 사람들, 흙냄새 섞인 과일, 그리고 햇살이 천천히 시장을 비출 때의 따스한 평화. 우붓의 새벽시장은 그렇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며, ‘살아 있음’의 의미를 조용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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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우붓의 새벽, 삶이 피어나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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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발리의 빛과 기도, 갈룽안·꾸닝안 축제
-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푸르른 발리의 하늘 아래, 집집마다 가지런히 세워진 펜조르(penjor)가 바람에 흔들릴 때면, 대지와 영혼이 숨소리로 하나가 된다. 갈룽안(Galungan)이 열리는 날, 발리 사람들은 조상의 영혼이 이 땅을 잠시 찾아온다고 믿는다. 그들은 정성스레 제물을 바치고, 향을 피워 맞이하며 흰 옷을 갖춰 입고 사원과 마당을 오간다. 이 축제는 ‘의(義, dharma)’가 ‘무질서(adharma)’를 이긴다는 상징을 품고 있다. 축제는 10일간 이어지고, 마침내 꾸닝안(Kuningan)에 이르면 조상들은 다시 하늘로 돌아간다. 꾸닝안 당일엔 아침부터 정오까지 의식이 이어지고, 노란 밥(ajengan kuning)과 다양한 바탕(banten)을 바친다. 강한 햇살 아래, 발리 마을의 거리는 향기와 색으로 가득 차고, 흰 옷차림의 주민들이 제물을 머리에 이고 걸어가는 행렬은 마치 영혼의 축제 같다. 사원 앞에서 조용히 기도하는 아이와 노인, 손을 맞잡고 제단 앞에 머리 숙이는 부부의 모습은 마음속에 오래 머문다. 갈룽안과 꾸닝안은 축제를 넘어, 삶과 죽음을 잇는 다리가 된다. 조상들은 와서 축복을 남기고, 다시 돌아가며 그 순환은 이어진다. 인간은 그 사이에서 선(善)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매 반복은 삶에 대한 감사와 결의를 다지는 시간이다. 나는 이 축제의 순간을 렌즈로 좇으며, 그 ‘보이지 않는 존재’를 느끼고 싶었다. 향기와 빛과 마음의 울림이 모여 하나의 서사로 기록된다. 축제를 마주한 이 순간, 나도 잠시 그 고요한 순례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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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발리의 빛과 기도, 갈룽안·꾸닝안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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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발리 어원의 유래
-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발리의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제물’, ‘신이 머무는 곳’을 뜻한다. 그 말처럼 베두굴 고원의 브라탄 호수 위, 울룬다누 브라탄 사원은 새벽 물안개를 머리에 이고 떠 있는 듯 서 있다. 17세기 멩위 왕조 때 세워진 이 수상 사원은 물과 비옥함을 다스리는 데위 다누에게 바쳐졌으며, 호수는 발리 중부의 큰 수원지로 아랫마을의 논과 수바끄 물길을 적신다. 아침이면 정원길을 따라 흰 레이스 사롱의 가족들이 모여 향을 피우고 카낭사리 공양을 올린다. 층층이 메루탑이 호수에 거꾸로 비치고, 산의 윤곽과 구름이 느리게 흘러간다. 차가운 고지대의 공기가 볼을 스치고, 호수 표면은 숨을 죽인 듯 잔잔하다. 여기서 시작된 물의 축복이 논두렁을 따라 섬을 순환한다. 아이의 웃음과 종소리가 바람을 타면, 신앙은 관광을 넘어 일상의 호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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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발리 어원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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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노을이 머무는 자리, 로비나비치의 숨결
-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발리 북부의 조용한 해안, 로비나비치에 서면 세상이 느려지는 듯하다. 공항에서 내륙을 가로질러 4시간, 긴 여정 끝에 마주하는 풍경은 남부의 번잡한 관광지와는 사뭇 다르다. 바닷바람은 부드럽고, 해변엔 북적임보다 여유가 먼저 깃든다. 저녁이 다가오면 하늘은 천천히 색을 바꾼다. 노을빛이 바다 위에 드리워지며, 분홍빛과 주황빛이 섞여 물결 위에서 춤춘다. 모래사장에 앉아 있으면 현지인 가족들이 저녁 산책을 즐기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파도 소리에 섞여 들려온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해변과는 달리, 이곳의 일몰은 더욱 친근하고 따뜻하다. 로비나비치는 돌핀 투어로도 유명하다. 이른 새벽 배를 타고 나가면 수십 마리의 돌고래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일몰의 매력은 또 다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평화로운 순간이자, 발리 북부 특유의 정취를 담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노을이 바다와 맞닿아 붉은 선을 긋는 순간, 사람들은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본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아도 그 풍경은 마음속 깊이 새겨진다. 그저 앉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피로가 풀리고,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위안을 얻는다. 로비나비치의 일몰은 화려함보다는 잔잔함으로 다가온다. 바다와 하늘, 사람과 자연이 함께 만드는 이 풍경은 발리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발리를 여행한다면, 북부의 이 고요한 해변에서 하루의 끝을 맞이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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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노을이 머무는 자리, 로비나비치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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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버사킷 사원, 발리의 영혼을 품은 어머니 사원
-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발리의 아침은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함께 시작된다.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바나나 잎 위에 정성스럽게 올려진 공양물이 집집마다 놓여 있다. 갓 꺾은 프랑지파니 꽃, 바삭한 비스킷, 쌀알 몇 톨이 어울려 작은 제단을 이루고, 그 위로 향 냄새가 은은히 퍼진다. 머리에 바구니를 이고 가는 여인들의 걸음마다 종소리가 따라붙고, 아이들은 웃음 섞인 목소리로 기도를 하며 꽃잎을 뿌린다. 이렇게 신과 함께 살아가는 섬의 일상이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발리에는 무려 2만 개가 넘는 사원이 있다. 마을마다 최소 세 개의 수호신 사원을 두고, 그 사원마다 기념일이 있으니 축제는 멈출 새가 없다. 길모퉁이를 돌 때 가믈란 연주의 청아한 소리가 들리고, 사원 마당에서는 화려한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팔을 들어 올리며 신에게 춤을 바친다. 이 순간 여행자는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종교의 향연 속에 초대받은 손님이 된다. 그중에서도 아궁산 기슭에 자리한 버사킷 사원은 압도적이다. 구름 사이로 드러나는 사원의 실루엣은 마치 하늘을 향해 뻗은 거대한 신전 같다. 수백 개의 계단을 오르며 숨이 차오를 즈음, 현지인들의 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흰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전통 의상을 입은 남녀노소가 손에 꽃과 향을 들고 차례차례 신전 안으로 들어선다. 북소리와 노랫소리가 계단 사이를 메아리치며, 그들의 발걸음을 더욱 경건하게 만든다. 버사킷 사원은 발리인들이 반드시 찾아야 하는 ‘어머니 사원’이다. 아이의 첫 걸음을 이곳에서 축복받고, 성인이 되면 가족과 함께 다시 오르며, 노년에는 삶의 마무리를 기도한다. 그들의 얼굴에 어려 있는 평온함은 여행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이정표이자 영혼의 고향이다. 사원의 마지막 계단에 서서 뒤돌아보면, 푸른 계단식 논과 마을의 지붕들, 그리고 저 멀리 반짝이는 바다가 겹겹이 펼쳐진다. 바람에 흩날리는 향내와 축제의 북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며, 발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사원이다. 여행자는 그 풍경 속에서 묵묵히 속삭이는 듯한 섬의 숨결을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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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버사킷 사원, 발리의 영혼을 품은 어머니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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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부킹닷컴 선정 2026 세계 10대 관광지, 1. 스페일 빌바오
-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한때 산업의 심장으로 불리던 도시가 유럽 문화 여행의 목적지로 다시 태어났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는 글로벌 여행 플랫폼 **Booking.com**이 선정한 ‘2026년 꼭 가봐야 할 세계 10대 관광지’에 이름을 올리며, 올해 주목해야 할 도시로 떠올랐다. 강철과 조선의 기억 위에 예술과 미식, 자연을 겹겹이 쌓아 올린 이 도시는 변화의 서사를 여행으로 풀어낸다. 빌바오의 변화를 상징하는 공간은 단연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네르비온 강변에 들어선 이 미술관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유기적인 외관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바꿔 놓았다. 금속과 빛이 만들어내는 건축미는 주변 자연과 어우러지며, 빌바오가 산업 도시에서 문화 도시로 이동했음을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도시의 뿌리는 구시가지 카스코 비에호에서 만난다. 중세 시대의 골목과 일곱 개의 거리에는 핀초 바와 소규모 상점, 전통 시장이 이어진다. 바스크 특유의 소박하지만 밀도 있는 일상은 걷는 것만으로도 체감된다. 미식 도시로서의 명성도 이곳에서 확인된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부터 동네 선술집까지, 재료 중심의 바스크 요리는 여행의 중요한 이유가 된다. 1929년 문을 연 리베라 시장은 빌바오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서 보여준다. 강변을 따라 펼쳐진 유럽 최대 규모의 실내 시장 중 하나로, 신선한 해산물과 농산물,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빌바오는 자연과도 가깝다. 도심에서 차로 이동하면 순례길로 유명한 산 후안 데 가스텔루가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 위 바위섬과 돌계단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빌바오 여행의 여운을 깊게 한다. 강 하구의 해안 마을 게초는 산책과 해안 풍경에 제격이며, 세계적인 서핑 명소 문다카는 칸타브리아 해안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숙소는 도심 접근성이 중요하다. 빌바오 중심에 자리한 Bilder Boutique Hotel은 세련된 디자인과 아늑한 분위기를 갖춘 부티크 호텔로, 구시가지와 미술관을 잇는 여행의 거점으로 활용하기 좋다. 빌바오는 화려함을 과시하기보다, 변화의 시간을 차분히 들려주는 도시다. 산업의 흔적 위에 예술과 미식을 얹고, 그 곁에 자연을 남겨두었다. 부킹닷컴이 ‘2026년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익숙한 스페인과는 다른 결의 여행을 찾는 이들에게, 빌바오는 지금 가장 설득력 있는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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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부킹닷컴 선정 2026 세계 10대 관광지, 1. 스페일 빌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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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작가의 프레임] 히로시마현 미야지마, 물과 시간 사이에 서 있는 섬
-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바닷물 위에 떠오른 붉은 도리이는 언제 보아도 현실보다 꿈에 가까웠다. 히로시마현 미야지마. 일본의 3대 절경으로 꼽히는 이 섬을 찾은 여행자는 누구나 처음보다 더 조용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조수가 밀려올 때, 오토리이(大鳥居, O-Torii)는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바다에 내려놓는다. 물결은 조용히 흔들리며 마치 오래된 기도를 되새기듯 문지르듯 스쳐 간다. 그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 안쪽까지 차오른다. 아마도 ‘머물러 있지 않아도 머무는 것들’에 대한 생각 때문일지 모른다. 섬 안쪽으로 길을 옮기면, 숲 사이에서 고주노토(오층탑)가 붉은 기둥을 드러낸다. 하늘로 쌓아 올린 다섯 개의 지붕이 마치 시간의 층을 겹겹이 쌓아 둔 것처럼 보인다. 바람이 스치고, 햇빛이 기울고, 사람들이 오르내리던 발자국 소리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탑은 그 모든 흔적들을 조용히 품은 채 서 있다. 미야지마는 풍경으로 기억되는 섬이 아니다. 걸음을 멈추는 방식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사진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어딘가의 정적, 바람의 간격, 물빛의 온도 그 모든 것이 이곳을 떠난 뒤에도 마음 한편에 남아 문득문득 생각을 깨운다. 돌아오는 배 위에서 뒤돌아본 오오토리이는 아직도 물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여행이 끝나는 순간은 항상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 ‘남겨진 풍경을 마음속에서 다시 바라보는 순간’이라는 걸. 그날의 미야지마는 아직 나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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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작가의 프레임] 히로시마현 미야지마, 물과 시간 사이에 서 있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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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일본, 늦가을 쿠라시키 미관지구
-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가을의 끝자락, 일본 오카야마현의 쿠라시키 미관지구(倉敷美観地区)에는 흑백의 옛 창고벽과 누런 단풍잎이 조용히 어우러져 있다. 흰 듯 검은 듯 미감 있는 니시키가베(錦壁) 담장 사이로, 고요한 운하 위의 버들과 버드나무 잎이 나지막이 흔들린다.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꼽히는 이 구역은, 흰 담장과 진한 붉음·노랑의 단풍이 만나 마치 사계절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낸다. 운하를 따라 걷는 길 위에서, 담벼락마다 오른 발자국이 남긴 물결처럼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상징적인 백벽(白壁)은 마치 시간을 멈춘 듯 시대의 흔적을 간직하고, 옆으로 흐르는 쿠라시키강(倉敷川)의 수면에는 단풍과 처마가 겹쳐진다. 바람이 한올 스치면 잎새 하나가 물결 위에 떠오르고, 그 순간 ‘지나온 계절’의 잔영이 물결 위에서 잔잔히 춤춘다. 낮은 태양빛이 담벼락의 질문처럼 길게 드리웠을 때, 창고지대 골목길은 그림자로 채색된다. 은은한 오후의 그림자가 과거 상업 창고였던 흑벽과 어우러져 시간의 궤적을 새긴다. 카페의 유리창 너머로 커피향이 번지고, 거리 한 켠에서는 기모노를 입은 이들이 렌트 보트를 타고 운하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바람은 잔잔하다. 물안개 대신 가을빛이 짙게 남아 있고, 새벽이나 해질 무렵에는 반짝이는 노을이 흰 담장과 주변 단풍을 아련히 물들인다. 이 공간에선 ‘머문다’라는 단어보다 ‘남는다’가 더 어울린다. 한 잎의 단풍이 떨어진 자리, 느슨하게 남은 흔적이 여행자의 기억 속에 자연스럽게 앉는다. 이곳을 떠나는 길, 뒤돌아서면 운하의 푸른 수면 위에 잎 하나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진다. 흑담과 유리창, 노랑·붉음이 어울린 거리 풍경 속에서 가을은 천천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기억’이 남는다. 쿠라시키 미관지구의 늦가을, 그 정적의 미학을 나만의 필름에 담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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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지폐 속 풍경, 현실이 되다... 브라딴 호수의 신비
- [트래블아이 =민동근 작가] 인도네시아 5만 루피아 지폐 속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700미터 높이의 발리 브라딴 호수 위에 떠 있는 듯한 ‘푸라 울룬다누 브라딴 사원’. 안개가 살짝 깔린 새벽, 잔잔한 호수 위로 사원의 실루엣이 물결처럼 흔들린다. 물 위에 피어난 연꽃처럼, 신성하고 고요하다. 현지 사람들은 호수의 여신 ‘데위 다누’를 모신 이곳을 ‘생명의 물 사원’이라 부른다. 여행자는 그저 숨을 죽이고, 바람 한 줄기에도 반짝이는 호수의 결을 바라본다. 지폐 한 장 속 그림이 이렇게 생생한 현실이 될 줄이야. 발리의 신비어쩌면 이 사원의 고요함 속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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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발리의 시골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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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발리의 시골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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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우붓의 새벽, 삶이 피어나는 시장
-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해가 막 떠오르기 전, 우붓의 거리는 고요하다. 그러나 새벽 6시가 되면 골목마다 숨결이 살아난다. 시장 초입에는 막 따온 바나나와 파파야 향이 바람에 섞이고, 대나무 바구니 속엔 초록빛 채소들이 이슬을 머금은 채 반짝인다. 어스름 속에서 장사꾼들의 손놀림은 빠르고 능숙하다. 작은 비닐봉지에 고추를 담고, 그 옆에서는 금빛 생선을 손질하는 이의 칼끝이 반짝인다. 이곳은 관광객을 위한 화려한 재래시장이 아니다. 우붓 근교에서 직접 재배한 작물을 들고 나와 서로 교환하며 하루를 여는, 삶 그 자체의 공간이다. 바구니를 머리에 인 여인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노상에 앉은 노인들은 새벽공기와 함께 커피를 나눈다. 정겨운 웃음소리와 함께 “세라맛 빠기(Selamat pagi)” 인사가 오간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이곳에서 여행자는 발리의 진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꾸밈없는 사람들, 흙냄새 섞인 과일, 그리고 햇살이 천천히 시장을 비출 때의 따스한 평화. 우붓의 새벽시장은 그렇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며, ‘살아 있음’의 의미를 조용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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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우붓의 새벽, 삶이 피어나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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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발리의 빛과 기도, 갈룽안·꾸닝안 축제
-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푸르른 발리의 하늘 아래, 집집마다 가지런히 세워진 펜조르(penjor)가 바람에 흔들릴 때면, 대지와 영혼이 숨소리로 하나가 된다. 갈룽안(Galungan)이 열리는 날, 발리 사람들은 조상의 영혼이 이 땅을 잠시 찾아온다고 믿는다. 그들은 정성스레 제물을 바치고, 향을 피워 맞이하며 흰 옷을 갖춰 입고 사원과 마당을 오간다. 이 축제는 ‘의(義, dharma)’가 ‘무질서(adharma)’를 이긴다는 상징을 품고 있다. 축제는 10일간 이어지고, 마침내 꾸닝안(Kuningan)에 이르면 조상들은 다시 하늘로 돌아간다. 꾸닝안 당일엔 아침부터 정오까지 의식이 이어지고, 노란 밥(ajengan kuning)과 다양한 바탕(banten)을 바친다. 강한 햇살 아래, 발리 마을의 거리는 향기와 색으로 가득 차고, 흰 옷차림의 주민들이 제물을 머리에 이고 걸어가는 행렬은 마치 영혼의 축제 같다. 사원 앞에서 조용히 기도하는 아이와 노인, 손을 맞잡고 제단 앞에 머리 숙이는 부부의 모습은 마음속에 오래 머문다. 갈룽안과 꾸닝안은 축제를 넘어, 삶과 죽음을 잇는 다리가 된다. 조상들은 와서 축복을 남기고, 다시 돌아가며 그 순환은 이어진다. 인간은 그 사이에서 선(善)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매 반복은 삶에 대한 감사와 결의를 다지는 시간이다. 나는 이 축제의 순간을 렌즈로 좇으며, 그 ‘보이지 않는 존재’를 느끼고 싶었다. 향기와 빛과 마음의 울림이 모여 하나의 서사로 기록된다. 축제를 마주한 이 순간, 나도 잠시 그 고요한 순례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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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발리의 빛과 기도, 갈룽안·꾸닝안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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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발리 어원의 유래
-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발리의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제물’, ‘신이 머무는 곳’을 뜻한다. 그 말처럼 베두굴 고원의 브라탄 호수 위, 울룬다누 브라탄 사원은 새벽 물안개를 머리에 이고 떠 있는 듯 서 있다. 17세기 멩위 왕조 때 세워진 이 수상 사원은 물과 비옥함을 다스리는 데위 다누에게 바쳐졌으며, 호수는 발리 중부의 큰 수원지로 아랫마을의 논과 수바끄 물길을 적신다. 아침이면 정원길을 따라 흰 레이스 사롱의 가족들이 모여 향을 피우고 카낭사리 공양을 올린다. 층층이 메루탑이 호수에 거꾸로 비치고, 산의 윤곽과 구름이 느리게 흘러간다. 차가운 고지대의 공기가 볼을 스치고, 호수 표면은 숨을 죽인 듯 잔잔하다. 여기서 시작된 물의 축복이 논두렁을 따라 섬을 순환한다. 아이의 웃음과 종소리가 바람을 타면, 신앙은 관광을 넘어 일상의 호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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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발리 어원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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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노을이 머무는 자리, 로비나비치의 숨결
-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발리 북부의 조용한 해안, 로비나비치에 서면 세상이 느려지는 듯하다. 공항에서 내륙을 가로질러 4시간, 긴 여정 끝에 마주하는 풍경은 남부의 번잡한 관광지와는 사뭇 다르다. 바닷바람은 부드럽고, 해변엔 북적임보다 여유가 먼저 깃든다. 저녁이 다가오면 하늘은 천천히 색을 바꾼다. 노을빛이 바다 위에 드리워지며, 분홍빛과 주황빛이 섞여 물결 위에서 춤춘다. 모래사장에 앉아 있으면 현지인 가족들이 저녁 산책을 즐기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파도 소리에 섞여 들려온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해변과는 달리, 이곳의 일몰은 더욱 친근하고 따뜻하다. 로비나비치는 돌핀 투어로도 유명하다. 이른 새벽 배를 타고 나가면 수십 마리의 돌고래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일몰의 매력은 또 다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평화로운 순간이자, 발리 북부 특유의 정취를 담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노을이 바다와 맞닿아 붉은 선을 긋는 순간, 사람들은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본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아도 그 풍경은 마음속 깊이 새겨진다. 그저 앉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피로가 풀리고,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위안을 얻는다. 로비나비치의 일몰은 화려함보다는 잔잔함으로 다가온다. 바다와 하늘, 사람과 자연이 함께 만드는 이 풍경은 발리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발리를 여행한다면, 북부의 이 고요한 해변에서 하루의 끝을 맞이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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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노을이 머무는 자리, 로비나비치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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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버사킷 사원, 발리의 영혼을 품은 어머니 사원
- [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발리의 아침은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함께 시작된다.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바나나 잎 위에 정성스럽게 올려진 공양물이 집집마다 놓여 있다. 갓 꺾은 프랑지파니 꽃, 바삭한 비스킷, 쌀알 몇 톨이 어울려 작은 제단을 이루고, 그 위로 향 냄새가 은은히 퍼진다. 머리에 바구니를 이고 가는 여인들의 걸음마다 종소리가 따라붙고, 아이들은 웃음 섞인 목소리로 기도를 하며 꽃잎을 뿌린다. 이렇게 신과 함께 살아가는 섬의 일상이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발리에는 무려 2만 개가 넘는 사원이 있다. 마을마다 최소 세 개의 수호신 사원을 두고, 그 사원마다 기념일이 있으니 축제는 멈출 새가 없다. 길모퉁이를 돌 때 가믈란 연주의 청아한 소리가 들리고, 사원 마당에서는 화려한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팔을 들어 올리며 신에게 춤을 바친다. 이 순간 여행자는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종교의 향연 속에 초대받은 손님이 된다. 그중에서도 아궁산 기슭에 자리한 버사킷 사원은 압도적이다. 구름 사이로 드러나는 사원의 실루엣은 마치 하늘을 향해 뻗은 거대한 신전 같다. 수백 개의 계단을 오르며 숨이 차오를 즈음, 현지인들의 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흰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전통 의상을 입은 남녀노소가 손에 꽃과 향을 들고 차례차례 신전 안으로 들어선다. 북소리와 노랫소리가 계단 사이를 메아리치며, 그들의 발걸음을 더욱 경건하게 만든다. 버사킷 사원은 발리인들이 반드시 찾아야 하는 ‘어머니 사원’이다. 아이의 첫 걸음을 이곳에서 축복받고, 성인이 되면 가족과 함께 다시 오르며, 노년에는 삶의 마무리를 기도한다. 그들의 얼굴에 어려 있는 평온함은 여행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이정표이자 영혼의 고향이다. 사원의 마지막 계단에 서서 뒤돌아보면, 푸른 계단식 논과 마을의 지붕들, 그리고 저 멀리 반짝이는 바다가 겹겹이 펼쳐진다. 바람에 흩날리는 향내와 축제의 북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며, 발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사원이다. 여행자는 그 풍경 속에서 묵묵히 속삭이는 듯한 섬의 숨결을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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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근 작가의 프레임] 버사킷 사원, 발리의 영혼을 품은 어머니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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