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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주산성, 밤이 더 아름답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낮의 행주산성은 역사로 기억되지만, 밤의 행주산성은 풍경으로 먼저 다가온다. 해가 기울면 덕양산 능선 위로 바람이 먼저 차오르고, 성곽길 끝에서는 한강 물빛이 천천히 불을 밝힌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강과 성과 노을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의 밤은 이미 봄 나들이의 충분한 이유가 된다. 고양특례시가 3월 14일부터 10월까지 매주 둘째·넷째 주 토요일마다 행주산성 야간 개장을 운영한다. 관람 시간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이며, 입장 마감은 오후 9시다. 관람료는 무료다. 주차는 제1·제2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고, 오후 6시 이후 야간 개장을 위해 들어오는 차량은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다만 장맛비나 태풍, 폭설 같은 기상 상황에 따라 운영 시간이 바뀌거나 취소될 수 있다. 행주산성의 밤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조명이 켜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은 한강 북안의 덕양산을 감싸고 선 토축산성으로, 남쪽으로는 한강이 흐르고 동남쪽으로는 창릉천이 돌아 자연 해자의 구실을 한다. 국가유산포털은 행주산성을 사적 제56호로 소개하며,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이어진 성곽 유적으로 설명한다. 지정일은 1963년 1월 21일, 면적은 35만4732㎡다. 낮에는 국가유산의 결이 먼저 보이지만, 밤에는 이 산성이 왜 강과 평야를 굽어보는 자리에 세워졌는지가 몸으로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행주산성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따라붙는 이름은 역시 행주대첩이다. 이곳은 임진왜란 3대 대첩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행주대첩의 현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행주산성 공식 안내에는 권율 장군 동상, 충장사, 행주대첩비, 대첩기념관 같은 주요 지점이 소개돼 있다. 관람객은 대첩문에서 시작해 권율 장군 동상을 지나 충장사와 덕양정을 둘러보고, 정상부 쪽에서 한강과 도심 풍경을 함께 조망하게 된다. 산성 전체 둘레는 약 1㎞ 안팎이라 너무 길지 않으면서도, 천천히 걸으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머물기 좋다. 이 길의 진짜 매력은 역사 공부가 산책으로 바뀌는 순간에 있다. 권율 장군의 이름과 대첩의 기억은 교과서에서 익숙하지만, 실제 현장에 서면 그 무게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산성 아래로 펼쳐진 강, 사방으로 트인 시야, 성을 감싼 경사와 절벽은 왜 이 자리가 전쟁의 거점이었는지를 말없이 설명한다. 그리고 해가 지면 분위기는 다시 달라진다. 전적지의 긴장감 위로 노을빛이 앉고, 한강 건너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 행주산성은 엄숙한 유적지이면서 동시에 매혹적인 야경 명소가 된다. 역사와 풍경이 서로의 배경이 되는 곳, 행주산성의 밤은 바로 그런 두 겹의 표정을 갖고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둘째·넷째 토요일만 열린다는 점도 오히려 여행의 리듬을 만든다. 늘 열려 있는 공간보다, 날짜를 맞춰 찾아가야 하는 장소는 약간의 기대를 더 품게 한다. 특히 3월부터 10월은 강바람이 가장 걷기 좋은 계절과 겹친다. 초봄에는 노을이 부드럽고, 초여름에는 강빛이 길어지며, 가을에는 공기가 맑아 멀리까지 조망이 열린다. 주말 저녁, 과하게 붐비는 상업시설 대신 역사 유적의 산책길에서 한강 야경을 본다는 경험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행주산성 주변 동선도 야간 나들이의 밀도를 높여준다. 공식 관광 정보에는 행주서원, 행주나루, 행주역사공원 같은 주변 명소가 함께 소개된다. 또 행주산성 문화관광 해설 코스에는 대첩기념관과 충훈정, 권율 장군 동상 등이 순서대로 연결돼 있어 낮 시간 탐방과 저녁 야경 코스를 자연스럽게 묶기 좋다. 행주산성 일대가 단지 ‘사진 찍고 내려오는 곳’이 아니라, 이야기와 풍경이 함께 쌓이는 생활권 문화유산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뜻이다. 행주산성은 대단히 화려한 곳은 아니다. 케이블카도 없고, 거대한 상업시설도 없다. 대신 천천히 걸을 길이 있고, 오래 남은 이야기가 있고, 강을 바라보는 높은 자리가 있다. 그래서 이곳의 야간 개장은 더 반갑다. 어둠이 내린 뒤에도 서둘러 문을 닫지 않고, 사람들에게 조금 더 머물 시간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도시의 밤이 대개 소비의 시간이라면, 행주산성의 밤은 되새김의 시간에 가깝다. 한강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과거의 전장과 현재의 도시, 그리고 내 눈앞의 야경이 한 장면 안에서 겹쳐진다. 그 순간 행주산성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지금의 계절을 가장 조용하게 누릴 수 있는 전망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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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6
  • 싱가포르, 디즈니 바다를 열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디즈니 크루즈 라인의 여덟 번째이자 최대 규모 신규 크루즈 ‘디즈니 어드벤처호’가 3월 3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크루즈 센터에 입항하며 아시아 시장 공략을 본격 시작했다. 4일에는 싱가포르에서 명명식을 열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유명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 취항을 기념했다. 물대포 환영식과 눈부신 불꽃놀이로 환영받은 이 크루즈는 디즈니·픽사·마블이 100년 넘게 쌓아온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한 다채로운 공간과 이벤트로 여행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한다. 크루즈 내에서는 디즈니 시어터 공연과 23인조 오케스트라, 세계적인 가수 임다미와 제드 마델라의 무대가 어우러져 마법 같은 순간을 창출한다. 특히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크루즈 대부로 공식 명명식을 주관하며 이 배와 승객들에 행운을 기원했다. 해상 롤러코스터 ‘아이언사이클 테스트 런’과 브로드웨이 스타일 뮤지컬 ‘리멤버’ 등 가족 모두를 위한 풍성한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디즈니 어드벤처호는 7가지 몰입 테마 구역으로 구성되어 ‘빅 히어로’의 샌프란소쿄 거리 등 세계관을 생생히 재현했으며, 전 연령층의 취향을 고려한 키즈 클럽과 성인 전용 바, 라운지도 마련됐다. 디즈니 익스피리언스 부문은 이 선박을 시작으로 전 세계 크루즈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며, 2031년까지 총 5척의 신규 선박 추가 건조를 계획하고 있다. 디즈니 어드벤처호는 가족 단위 여행객은 물론 온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테마 여행의 새 지평을 여는 의미 있는 선박이다. 아시아 최초의 디즈니 크루즈 모항으로서 현지 관광산업 활성화와 글로벌 크루즈 시장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기대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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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6
  • 영월 청령포, 사람 몰리자 먼저 점검했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강물 건너 닿는 작은 땅,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가 다시 사람들로 가득 찼다. 영화 한 편이 불러낸 관심은 단순한 재방문 열풍을 넘어 실제 여행 수요로 이어졌고, 영월의 봄은 예상보다 빠르게 북적이기 시작했다. 관광객이 몰리자 행정도 한발 먼저 움직였다. 추억보다 먼저 챙긴 것은 안전이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3월 6일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흥행으로 방문객이 급증한 영월 청령포 나루를 대상으로 유도선 사업장 특별안전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청령포는 올해 설 연휴에만 1만641명이 찾았고, 삼일절 연휴인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도 1만4800여명이 방문했다. 현장에 인파가 집중되면서 청령포 나루와 청령포를 오가는 2대의 도선이 쉴 새 없이 운항했고, 안전관리를 위해 매표가 조기 마감되기도 했다. 이번 점검에서는 인명구조 장비와 안전 장비의 적정 비치 여부, 도선의 승선 정원 준수 여부, 관련 법규 이행 실태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점검 결과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유선 및 도선 사업법에 따라 개선 명령 등 행정조치가 뒤따를 예정이다. 강원도는 재난 위험 요소가 있는 관광 현장에 대해 선제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놨다. 청령포가 이렇게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단종의 유배지라는 역사성에 더해, 최근 영화 흥행이 장소의 기억을 새로 소환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영월군은 설 연휴 청령포 방문객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고, 장릉 역시 크게 주목받으며 단종 서사를 따라가는 역사 여행 수요가 함께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관광객 증가에 맞춘 대응도 잇따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영월군은 이미 3월 초 청령포 등 주요 관광지 인근 음식점 100여 곳을 대상으로 위생 점검에 들어갔다. 관광객 급증에 따른 식중독 예방과 가격 표시 점검 등, 여행 만족도를 좌우하는 생활 현장 관리까지 범위를 넓힌 것이다. 관광은 결국 풍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안전과 위생, 현장 운영의 촘촘함이 함께 받쳐줘야 다시 찾는 여행지가 된다. 청령포는 원래도 영월을 대표하는 역사 관광지다. 영월군 안내에 따르면 이곳은 청령포 관리 및 운영, 도선 운행, 매표와 시설관리가 별도로 이뤄질 만큼 체계적인 현장 관리가 필요한 곳이다. 강을 건너 들어가는 공간 구조 자체가 특별한 체험이 되지만, 동시에 안전관리의 밀도가 관광 경쟁력이 되는 현장이기도 하다. 이번 특별점검은 단순한 일회성 대응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영화가 불러온 관심을 실제 관광 자산으로 연결하려면, 무엇보다 현장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청령포가 지금 필요한 것은 ‘많이 오는 관광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안심하고 찾는 관광지’라는 신뢰를 쌓는 일이다. 영월의 봄 관광이 반짝 흥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 시작 역시 도선의 속도보다 안전의 기준이 먼저여야 한다. 영화가 한 장소를 다시 살려내는 순간은 흔치 않다. 그러나 그 관심을 오래가는 여행으로 바꾸는 일은 결국 현장의 몫이다. 청령포가 지금 보여주는 장면은 분명하다. 사람은 늘었고, 풍경은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행정은 그 사이를 메우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강물 위 도선 한 척이 오가는 짧은 시간이, 영월 관광의 다음 계절을 가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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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6
  • 양평역에서 걸어서 ‘바르비종’으로…양평군립미술관, 160만이 다녀간 이유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양평에 가면, 풍경이 먼저 말을 건다. 남한강 물길이 반짝이고 산자락이 뒤에서 등을 받친다. 그런데 이 동네가 ‘그림 같은 곳’에서 그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양평군립미술관이 그 중심에 서 있다. 2025년 말 기준 누적 관람객이 160만 명을 넘겼다. “지방 미술관은 어렵다”는 말을, 이곳은 15년 동안 차근차근 반박해왔다. 양평은 인구 대비 예술인이 많이 사는 곳으로 자주 언급된다. 어떤 이는 파리 근교 예술가 마을에 빗대 ‘한국의 바르비종’이라 불렀다. 미술관은 그 말의 구심점처럼 지역 예술가와 여행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자처한다. 특히 경의중앙선 양평역에서 걸어서 닿을 수 있다는 접근성이 크다. 차가 없어도 반나절 문화 산책이 가능하다. 미술관은 전시실과 교육실, 어린이 체험 공간, 도서실과 수장고까지 갖췄다. 내부가 단정하게 짜여 있어 가족 관람객도 부담이 적다. 야외에는 ‘빗물’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시선을 붙잡는다. 일본 조형 작가 세키네 노부오가 설계하고, 양평의 돌을 쌓아 만든 작품이다. 미술관 앞마당에서부터 “전시는 이미 시작됐다”는 느낌이 든다. 올봄의 하이라이트는 전국 미술대학 유망작가전 ‘무엇이 보이는가’다. 3월 14일부터 5월 10일까지, 서울·경기·인천권 대학을 포함한 여러 학교에서 추천된 59명의 젊은 작가가 120점을 선보인다. 제목은 단순하지만 질문은 크다. 무엇을 보고, 어떻게 말할 것인가.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요즘’이라는 단어가 구체적인 표정으로 바뀐다. 회화와 설치, 다양한 매체가 한 전시장 안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현실을 비추고, 관람객은 그 틈에서 자기 시선을 점검하게 된다. 여행 코스는 어렵지 않다. 전시를 보고 난 뒤 조금만 걸으면 남한강변이 열린다. 미술관에서 받은 자극을 강바람에 식히며 산책하기 좋다. 더 욕심이 나면 ‘더그림’이나 ‘이함캠퍼스’로 이어가도 되고, 시간이 넉넉하다면 두물머리까지 하루를 늘려도 된다. 양평의 장점은 “문화가 자연을 가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시를 보고 나와도, 풍경이 바로 다음 페이지처럼 이어진다. 양평군립미술관이 ‘가볼 만한 곳’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화려한 한 방이 아니라, 문턱을 낮추는 꾸준함이었다. 역에서 걸어 들어가 전시를 보고, 강변으로 흘러나오는 동선까지—이곳은 여행자에게 “문화가 있는 쉬는 법”을 제안한다. 3월, 양평에서 가장 근사한 질문은 어쩌면 이것이다. 당신은 오늘, 무엇이 보였나. [여행정보] 주소: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문화복지길 2 문의: 031-775-8515 운영시간: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 이용요금: 성인 1,000원, 청소년 700원 홈페이지: https://www.ymuseum.org/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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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5
  • 책장을 넘기는 건물…파주 미메시스아트뮤지엄
    [트래블아이=문소지 기자]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을 보고 나오면 이상한 착각이 든다. 전시를 한 번 본 게 아니라, 전시를 두 번 보고 나온 것 같다는 느낌. 작품을 보고, 다시 건물을 봤기 때문이다. 파주 출판도시의 가장 조용한 구간에 서 있는 이 미술관은 ‘빛·건축·예술’이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관람은 눈만이 아니라 몸 전체로 시작된다. 설계자는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루 시자(Álvaro Siza). ‘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단단한 콘크리트를 마치 종이처럼 휘게 만들고, 그 곡선을 따라 시간의 빛이 스민다. 외부에서는 회백색 덩어리 두 개가 날개처럼 좌우로 벌어져, 멀리서 보면 책장을 넘기는 장면 같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직선과 곡선이 맞물리며 ‘정지된 조각’이 아니라 ‘움직이는 장면’이 된다. 실내는 더 극적이다. 새하얀 전시공간은 자연광을 끌어들여, 아침과 오후가 서로 다른 표정을 만든다. 같은 벽, 같은 바닥인데도 빛의 각도가 바뀌면 공간의 깊이가 달라진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작품을 보기 전에 빛을 보게 되고, 빛을 보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미술관의 조명은 계절이다”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미메시스는 2005년 열린책들이 만든 예술 전문 브랜드이기도 하다. 1층 북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만으로도 이곳의 성격이 읽힌다. 바쁘게 소비하기보다, 천천히 감각을 정리하는 장소. 그래도 ‘기억’을 남기고 싶다면 포토 스폿을 따라가보자. 미메시스의 얼굴, 날개, 캔버스, 전망대, 중심이라 불리는 다섯 지점은 건축의 특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3층에서 두 날개의 중심부를 내려다보면 곡면과 직각, 예각이 겹쳐진 기하학이 한 프레임에 담긴다. 3월 22일까지 이어지는 기획전 ‘DRAMA’는 서동욱·서상익·윤미류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회화 속 인물이 감정과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탐구한다. 인물의 표정과 거리, 배치가 만든 긴장감이 건축의 선과 만나면서 전시는 더 ‘입체’가 된다. 작품이 공간을 바꾸고, 공간이 작품의 리듬을 바꾼다. 연계 여행은 가볍게 잡는 편이 좋다. 미술관의 여운이 긴 편이라, 열화당책박물관·지혜의숲·헤이리예술마을을 ‘가까운 다음 장’처럼 붙이면 딱이다. 파주는 멀리 가서 얻는 감동이 아니라, 가까이서 오래 바라봐서 생기는 감동을 아는 도시다.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의 매력은 “멋있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콘크리트는 차갑다는 편견이 곡선 앞에서 풀리고, 전시는 조명으로 만든다는 상식이 자연광 앞에서 흔들린다. 전시를 보고도 건축이 더 오래 남는 날, 여행은 한 겹 더 깊어진다. 3월, 파주에서 ‘건물 자체가 작품’인 미술관을 찾는다면 이곳이 가장 설득력 있다. [여행정보] 주소: 경기 파주시 문발로 253문의: 031-955-4100 운영시간: (동절기) 10:00~18:00 / (하절기) 10:00~19:00, 월·화요일 휴무이용요금: 성인 10,000원 / 청소년(14~18세) 7,000원 홈페이지: www.mimesisartmuseu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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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5
  • “나도 그리겠네” 했다가 멈춘다…양주 장흥계곡, 장욱진 미술관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처음엔 누구나 방심한다. “저 정도 선은 나도 그을 수 있겠다”는 마음의 소리가 슬쩍 새어 나온다. 그런데 한 걸음만 더 가까이 가면, 그 단순한 선 위로 까치가 날고 소가 울고, 집 안에 사람 냄새가 스민다. 장욱진을 다시 만나는 순간은 늘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는 산과 나무, 새와 달을 과감히 간추렸고, 덜어낸 자리에서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남겼다. 군더더기 없는 글이 오래 남듯, 그의 그림도 오래 남는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장흥계곡의 품에 들어앉아 있다. 일영봉·형제봉·수리봉이 둘러싼 산자락, 매표소를 지나면 드넓은 조각공원이 먼저 길을 연다. 공원은 ‘전시장으로 들어가기 전의 전시’ 같다. 석현천 위 아치형 구름다리를 건너 미술관에 닿는 동선도 인상적이다. 건물은 호랑이가 산속에서 편안히 누운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장욱진의 대표작 ‘호작도’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설명을 듣고 나면, 그 곡선이 갑자기 생명처럼 느껴진다. 미술관 내부는 한 번에 읽히지 않는다. 1층은 중정을 중심으로 작은 방들이 이어지고, 2층은 다락방처럼 아늑하다. 무심코 걷다 보면 특별함을 놓치기 쉽다. 이곳은 눈높이를 잠깐 ‘하늘에서 내려’야 비로소 보이는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건축 모형이 전시돼 있어 공간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꼭 멈춰야 할 작품이 있다. 장욱진이 덕소 작업실 부엌에 그려두었던 벽화를 떼어내 전시장으로 옮긴 ‘식탁’과 ‘동물가족’ 앞이다. 크지 않은 화면인데도, 이상하게 시간이 늦게 간다. 오래 머물러도 아깝지 않다. 여행자에게 장흥은 “산책이 다 해주는 동네”다. 미술관을 나와 계곡 쪽으로 천천히 걸으면 바람 소리와 물소리가 그림의 여운을 붙잡아준다. 길 건너편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은 추가요금 없이 함께 볼 수 있어, 하루 일정이 자연스럽게 ‘두 개의 미술관’으로 확장된다. 조금 더 욕심이 나면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 장흥자생수목원, 권율장군묘까지 묶어도 좋다. 봄의 장흥은 멀리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멀리 온 기분을 준다. 장욱진의 그림은 대단한 기술을 과시하지 않는다. 대신 “삶을 어떻게 단순하게 바라볼 것인가”를 묻는다. 장흥계곡 한복판의 미술관은 그 질문을 조용히 건네는 장소다. 3월, 산과 물 사이에서 한 줄의 선을 오래 바라보다가 돌아오는 길. 그날의 여행은 ‘많이 본 날’이 아니라 ‘깊게 본 날’로 기억될 것이다. [여행정보] 주소: 경기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93 문의: 031-8082-4245 운영시간: 10:00~18:00, 월요일 휴무 이용요금: 성인 5,000원 / 어린이 1,000원 홈페이지: www.yangju.go.kr/changucchin/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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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5
  • 산속에 숨은 ‘음악 미술관’…과천 K&L뮤지엄
    [트래블아이=문소지 기자] 과천의 ‘뒷골’은 이름부터 한 발 물러서 있다. 우면산·관악산·청계산 능선이 빙 둘러친 골짜기. 도시 소음이 끝나는 지점에서 K&L뮤지엄은 느린 속도로 관람객을 맞는다. 건물은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는 단정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달라진다. 이곳의 전시는 눈으로만 보지 않는다. 귀가 함께 걷는다. K&L 컬렉션의 바탕에는 ‘음악’이 있다. 전시장 벽면에는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가 흐르고, 관람객은 화면과 소리 사이를 오가며 작품을 읽게 된다. 조용한 공간에서 음악은 배경이 아니라 길잡이다. 그림의 색이 소리에 반응하고, 조각의 질감이 리듬을 타는 듯하다. “미술관이 이렇게 또렷해질 수 있나” 싶은 순간이 몇 번씩 온다. 올해는 개관 3주년. 이를 기념해 24명의 국내외 작가 작품을 모은 ‘K&L 뮤지엄 소장품전’이 4월 12일까지 이어진다. 소장품전은 미술관의 성격을 가장 정직하게 드러낸다. 어떤 작가를 선택했고, 어떤 결을 오래 붙잡아왔는지—그 축적이 한 전시로 드러난다. 거창한 설명 없이도 “이 미술관은 이런 세계를 좋아한다”는 말이 전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읽힌다. 여행자에게 좋은 이유는 ‘속도’다. K&L은 붐비는 동선이 아니라, 감상을 천천히 이어가도록 짜인 곳이다. 더 깊게 보고 싶다면 큐레이터 팀이 직접 진행하는 프라이빗 투어를 예약해도 좋다. 작품을 ‘많이’ 보는 대신, 몇 점을 ‘오래’ 보게 만드는 방식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아니라, 오래 볼수록 보이는 것이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전시를 본 뒤에는 2025년 문을 연 자매 공간 K&L 라이브러리로 발길을 돌려보자. 달리·피카소·미로·고야 등 19~20세기 스페인 거장들의 판화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가 이어지고, 음료와 와인을 곁들일 수 있어 ‘관람의 여운’을 부드럽게 늘려준다. 미술관 관람객에게는 할인 혜택도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자리에서 음악과 작품을 마주하고, 책과 판화로 한 번 더 숨을 고르는 코스. 하루가 과하게 채워지지 않으면서도 밀도가 남는다. 연계 여행도 어렵지 않다. 가까운 렛츠런파크 서울, 국립과천과학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을 묶으면 “산속의 미술관—도시의 문화시설”을 오가는 반나절 일정이 된다. 과천은 의외로 ‘문화가 촘촘한 도시’다. K&L은 그 촘촘함을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곳이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큰 미술관이 주는 스펙터클이 아니라, 작은 미술관이 주는 ‘집중’이 필요할 때가 있다. K&L뮤지엄은 그 집중을 음악으로 도와준다. 산이 둘러싼 뒷골에서, 눈과 귀가 동시에 열리는 경험. 4월 12일까지 이어지는 소장품전은 봄의 속도를 늦추기에 딱 맞는 이유가 된다. [여행정보] 주소: 경기 과천시 뒷골2로 19 문의: 0507-1421-8116 운영시간: 10:00~18:00, 월요일 휴무 이용요금: 성인 6,000원, 청소년 3,000원 홈페이지: https://www.kandl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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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5
  • TV가 숲이 됐다…용인 백남준아트센터 ‘TV정원’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용인 기흥구에 들어서면 길 이름부터 낯익다. ‘백남준로’. 그 끝에서 백남준아트센터는 거울을 겹겹이 두른 얼굴로 서 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건물은 풍경을 비추고, 풍경은 다시 관람객을 비춘다. 2026년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서거 20주기. 아트센터는 이 시간을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그의 예술을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공재”로 다시 읽는 계기로 삼는다. 백남준은 1963년 텔레비전의 내부 회로를 변조한 작품으로 미디어 아티스트의 길을 열었다. 브라운관은 그에게 화면이 아니라 조형 재료였다. 영상은 조각과 설치를 만나 입체가 되었고, 기술은 예술의 문법이 되었다. 스스로 비디오 신디사이저를 개발하며 ‘편집 가능한 시간’을 손에 쥐었고, 음악과 신체, 우연과 놀이를 끝까지 실험했다. 그가 남긴 것은 작품만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의 사용법”이었다. 관람의 첫 장면은 1층에서 시작된다. 대표작 ‘TV정원’은 화면이 빛을 내뿜는 대신 식물과 함께 숨을 쉰다. 관객은 조용히 걷다가, 어느 순간 스피커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와 초록의 질감에 발을 멈춘다. 2층에는 백남준의 뉴욕 작업실을 재현한 ‘메모라빌리아’가 있다. 낡은 메모, 기계 부품, 비디오 장비들이 그대로 놓여 있어, 거장의 작업이 실은 수많은 ‘손의 흔적’ 위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3월 19일부터는 자그레브 현대미술관과 공동기획한 전시 ‘불연속의 접점들’이 문을 연다. 불연속처럼 보이는 역사와 미디어의 흐름이 어떻게 다시 연결되고, 어떤 방식으로 오늘의 감각에 닿는지 묻는 자리다. 개막일에는 공연도 예정돼 전시의 ‘첫 호흡’을 현장에서 함께할 수 있다. 전시장을 다 보고도 아쉽다면, 온라인에 구축된 방대한 비디오 아카이브로 집에서도 계속 이어볼 수 있다. 낯설었던 현대미술은 여기서 ‘설명’보다 ‘체험’으로 가까워진다. 백남준아트센터의 가장 좋은 계절은, 사실 “산책이 가능한 달”이다. 센터 앞에서 경기도박물관과 경기도어린이박물관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으면 봄빛이 전시의 여운을 밖으로 꺼내준다. 미술관 여행은 대단한 지식이 아니라, 천천히 보는 습관에서 시작된다. 화면이 조각이 되고, 소리가 풍경이 되는 곳. 3월, 용인에서 백남준을 만나는 일은 ‘예술을 이해하는 여행’이 아니라 ‘감각을 새로 켜는 여행’이다. [여행 정보] 주소: 경기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 10 운영: 10:00~18:00(입장마감 17:00) / 월요일 휴관 문의: 031-201-8500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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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5
  • 3월에 가기 좋은 곳: 안산 경기도미술관 20주년 산책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3월의 안산은 바람이 먼저 연해진다. 화랑유원지로 들어서면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 발걸음이 느려지고, 정중앙에 자리한 경기도미술관이 시야를 채운다. 제2주차장 쪽에서 미술관을 바라보면 거대한 반투명 유리벽과 경사진 지붕을 떠받치는 구조물이 배의 돛대처럼 서 있다. 물가에 정박한 배처럼, 이 건물은 지난 20년 동안 ‘정원 한복판의 미술관’으로 시민의 시간을 받아왔다. 미술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1층 로비의 프로젝트 갤러리가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회화는 멈칫하게 만든다. 이상남 작가의 ‘풍경의 알고리듬’은 하얀 바탕 위로 원과 직선이 교차하며 삶의 리듬과 사회의 풍경을 동시에 껴안는다. 또 하나의 상징은 어린이 벽화 ‘5만의 창, 미래의 벽’이다. 수많은 아이들의 꿈과 손길이 모여 완성된 화면은 “이곳이 지역의 미술관”임을 단번에 보여준다. 올해 미술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특별전 ‘흐르고 쌓이는’(3월 26일~6월 14일)을 연다. 소장품 125점을 꺼내 지난 시간을 되짚고, 앞으로 무엇을 질문할지 제시하는 전시다. 수장고의 작품은 흔히 ‘보관된 과거’로 오해되지만, 미술관이 꺼내어 다시 걸어두는 순간 현재가 된다. 전시는 그 단순한 사실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익숙한 작품도, 처음 보는 작품도 결국 한 가지 방향으로 관람객을 끌고 간다.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무엇이 쌓였나”라는 질문이다. 20주년은 전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3월에는 야외조각공원을 무대로 한 봄봄봄 프로젝트 ‘폼폼폼’이 먼저 관람의 리듬을 열고, 관객 참여형 전시 ‘지모마커넥트’ 등 연중 다섯 개 전시가 순차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산책하듯 들어왔다가, 참여하듯 머물다 나가게 만드는 구성이다. 미술관은 조용히 ‘여행의 방식’을 바꾼다. 보는 것에서, 걷는 것으로. 걷는 것에서, 질문하는 것으로. 여행 팁도 있다. ‘경기도미술관 전시안내’ 앱을 내려받으면 실내·외 상설 작품 해설을 음성·화면·수어로 확인할 수 있어, 동행의 속도와 취향이 달라도 각자 편하게 관람을 이어갈 수 있다. 전시를 본 뒤에는 연계 코스를 붙이기 좋다. 안산산업역사박물관에서 도시의 산업 시간을 훑고, 김홍도미술관에서 ‘안산의 예술 뿌리’를 만나거나, 대부도 방향으로 넘어가 경기해양안전체험관에서 바다 안전을 체험하는 동선도 무리가 없다. 경기도미술관의 20년은 거창한 기념이 아니라, 시민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한 번 더’ 만난 횟수의 합이다. 화랑호수의 물빛이 흔들리는 오후, 유리 돛대 아래에서 작품을 보고 나오면 산책의 결이 달라진다. 3월에 안산을 간다면, 이 미술관은 “전시를 보러 가는 곳”을 넘어 “하루의 속도를 바꾸는 곳”이 된다. [기본정보] 위치: 경기 안산시 단원구 동산로 268(화랑유원지) 운영: 10:00~18:00(마지막 입장 17:00), 월요일 휴관(공휴일 예외) 관람료: 무료(전시에 따라 변동 가능) / 문의: 031-481-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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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5
  • 달이 붉게 물든 밤, 경주 안강은 한마음이 됐다…칠평천 달집태우기 여행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강바람이 먼저 달을 데려온다. 경주 안강읍 칠평천 둔치에 서니, 사람들의 숨결이 모여 밤의 온도를 조금씩 올리고 있었다. 정월대보름(3월 3일) 밤, 달은 유난히 붉어졌고—그날 안강은 ‘동네 축제’라는 말을 새로 증명했다. 안강읍 애향단체 안맥회(회장 이해성)가 마련한 ‘제19회 시민 한마음 문화축제’에는 읍민 1000여 명이 모였다. 달집태우기를 중심에 두고 척사대회(윷놀이), 읍민 재능기부 색소폰 연주, 축하공연, 떡국 나눔이 촘촘히 이어졌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국물이 끓는 김이 피어올랐고, 다른 한쪽에서는 윷판의 환호가 터졌다. 아이들은 불빛을 따라 뛰었고, 어른들은 “올해는 덜 아프자” “집안이 평안하자” 같은 말로 서로의 소원을 대신 적어주었다. 행사의 뼈대는 ‘기원제’였다. 관공서와 기관·사회단체장, 주민들이 함께 모여 지역의 안녕과 건강을 빌었다. 이어 달집 앞에 걸린 소원문이 바람에 흔들릴 때, 누군가는 손을 모으고 누군가는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둥근 달을 매개로 공동체가 다시 연결되는 순간이다. 정월대보름이 농경사회에서 풍년과 마을의 평안을 빌던 세시풍속이었다면, 오늘의 달집태우기는 ‘이웃의 안부를 확인하는 의식’에 가깝다. 한 번 끊어진 관계를 다시 잇는 건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같은 떡국 그릇을 나누는 일부터 시작되니까. 올해는 하늘의 사건도 행사의 분위기를 밀어 올렸다. 보름달이 붉게 보이는 ‘붉은 달’ 현상이 겹치며, 칠평천 둔치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더 자주 하늘로 향했다. 달집의 불꽃이 위로 치솟고, 그 뒤편에서 달빛이 어둠의 결을 바꿔놓는 장면은 사진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다. 무엇보다 눈에 띈 건 안전이었다. 건조하고 바람 센 날이 잦아 산불 위험이 커진 요즘, 안맥회와 여러 사회·자생단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소방·경찰·지자체가 협조해 비상 대응체계를 갖췄다. 불을 다루는 축제일수록 ‘괜찮겠지’ 대신 ‘확인하자’가 먼저여야 한다는 걸, 현장은 알고 있었다. 안맥회는 1989년 설립된 안강읍 대표 애향단체다. 50세 이상 회원들로 구성된 특우회도 위문금 전달, 연탄 나눔, 환경정화 등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해성 회장은 “참여와 협조 덕분에 안전하고 뜻깊게 마무리했다”고 했고, 주낙영 경주시장은 “안강의 달집태우기가 지역 대표 전통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말은 짧았지만, 그날 둔치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이 이미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여행자는 보통 ‘볼거리’를 찾아 움직이지만, 안강의 대보름은 ‘사람’을 보러 가는 자리였다. 달집이 타오르는 몇 분 동안, 각자의 근심은 불꽃 속으로 접혀 들어가고 대신 “잘 지내자”는 인사가 남는다. 경주가 천년의 시간을 품은 도시라면, 안강의 대보름은 오늘의 시간을 서로에게 건네는 방식이었다. 내년에도 달은 뜰 것이다. 다만 그 달을 함께 바라보는 사람이 곁에 있느냐가, 여행의 감도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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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5

실시간 여행종합 기사

  • 행주산성, 밤이 더 아름답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낮의 행주산성은 역사로 기억되지만, 밤의 행주산성은 풍경으로 먼저 다가온다. 해가 기울면 덕양산 능선 위로 바람이 먼저 차오르고, 성곽길 끝에서는 한강 물빛이 천천히 불을 밝힌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강과 성과 노을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의 밤은 이미 봄 나들이의 충분한 이유가 된다. 고양특례시가 3월 14일부터 10월까지 매주 둘째·넷째 주 토요일마다 행주산성 야간 개장을 운영한다. 관람 시간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이며, 입장 마감은 오후 9시다. 관람료는 무료다. 주차는 제1·제2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고, 오후 6시 이후 야간 개장을 위해 들어오는 차량은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다만 장맛비나 태풍, 폭설 같은 기상 상황에 따라 운영 시간이 바뀌거나 취소될 수 있다. 행주산성의 밤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조명이 켜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은 한강 북안의 덕양산을 감싸고 선 토축산성으로, 남쪽으로는 한강이 흐르고 동남쪽으로는 창릉천이 돌아 자연 해자의 구실을 한다. 국가유산포털은 행주산성을 사적 제56호로 소개하며,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이어진 성곽 유적으로 설명한다. 지정일은 1963년 1월 21일, 면적은 35만4732㎡다. 낮에는 국가유산의 결이 먼저 보이지만, 밤에는 이 산성이 왜 강과 평야를 굽어보는 자리에 세워졌는지가 몸으로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행주산성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따라붙는 이름은 역시 행주대첩이다. 이곳은 임진왜란 3대 대첩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행주대첩의 현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행주산성 공식 안내에는 권율 장군 동상, 충장사, 행주대첩비, 대첩기념관 같은 주요 지점이 소개돼 있다. 관람객은 대첩문에서 시작해 권율 장군 동상을 지나 충장사와 덕양정을 둘러보고, 정상부 쪽에서 한강과 도심 풍경을 함께 조망하게 된다. 산성 전체 둘레는 약 1㎞ 안팎이라 너무 길지 않으면서도, 천천히 걸으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머물기 좋다. 이 길의 진짜 매력은 역사 공부가 산책으로 바뀌는 순간에 있다. 권율 장군의 이름과 대첩의 기억은 교과서에서 익숙하지만, 실제 현장에 서면 그 무게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산성 아래로 펼쳐진 강, 사방으로 트인 시야, 성을 감싼 경사와 절벽은 왜 이 자리가 전쟁의 거점이었는지를 말없이 설명한다. 그리고 해가 지면 분위기는 다시 달라진다. 전적지의 긴장감 위로 노을빛이 앉고, 한강 건너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 행주산성은 엄숙한 유적지이면서 동시에 매혹적인 야경 명소가 된다. 역사와 풍경이 서로의 배경이 되는 곳, 행주산성의 밤은 바로 그런 두 겹의 표정을 갖고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둘째·넷째 토요일만 열린다는 점도 오히려 여행의 리듬을 만든다. 늘 열려 있는 공간보다, 날짜를 맞춰 찾아가야 하는 장소는 약간의 기대를 더 품게 한다. 특히 3월부터 10월은 강바람이 가장 걷기 좋은 계절과 겹친다. 초봄에는 노을이 부드럽고, 초여름에는 강빛이 길어지며, 가을에는 공기가 맑아 멀리까지 조망이 열린다. 주말 저녁, 과하게 붐비는 상업시설 대신 역사 유적의 산책길에서 한강 야경을 본다는 경험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행주산성 주변 동선도 야간 나들이의 밀도를 높여준다. 공식 관광 정보에는 행주서원, 행주나루, 행주역사공원 같은 주변 명소가 함께 소개된다. 또 행주산성 문화관광 해설 코스에는 대첩기념관과 충훈정, 권율 장군 동상 등이 순서대로 연결돼 있어 낮 시간 탐방과 저녁 야경 코스를 자연스럽게 묶기 좋다. 행주산성 일대가 단지 ‘사진 찍고 내려오는 곳’이 아니라, 이야기와 풍경이 함께 쌓이는 생활권 문화유산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뜻이다. 행주산성은 대단히 화려한 곳은 아니다. 케이블카도 없고, 거대한 상업시설도 없다. 대신 천천히 걸을 길이 있고, 오래 남은 이야기가 있고, 강을 바라보는 높은 자리가 있다. 그래서 이곳의 야간 개장은 더 반갑다. 어둠이 내린 뒤에도 서둘러 문을 닫지 않고, 사람들에게 조금 더 머물 시간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도시의 밤이 대개 소비의 시간이라면, 행주산성의 밤은 되새김의 시간에 가깝다. 한강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과거의 전장과 현재의 도시, 그리고 내 눈앞의 야경이 한 장면 안에서 겹쳐진다. 그 순간 행주산성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지금의 계절을 가장 조용하게 누릴 수 있는 전망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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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6
  • 싱가포르, 디즈니 바다를 열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디즈니 크루즈 라인의 여덟 번째이자 최대 규모 신규 크루즈 ‘디즈니 어드벤처호’가 3월 3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크루즈 센터에 입항하며 아시아 시장 공략을 본격 시작했다. 4일에는 싱가포르에서 명명식을 열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유명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 취항을 기념했다. 물대포 환영식과 눈부신 불꽃놀이로 환영받은 이 크루즈는 디즈니·픽사·마블이 100년 넘게 쌓아온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한 다채로운 공간과 이벤트로 여행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한다. 크루즈 내에서는 디즈니 시어터 공연과 23인조 오케스트라, 세계적인 가수 임다미와 제드 마델라의 무대가 어우러져 마법 같은 순간을 창출한다. 특히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크루즈 대부로 공식 명명식을 주관하며 이 배와 승객들에 행운을 기원했다. 해상 롤러코스터 ‘아이언사이클 테스트 런’과 브로드웨이 스타일 뮤지컬 ‘리멤버’ 등 가족 모두를 위한 풍성한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디즈니 어드벤처호는 7가지 몰입 테마 구역으로 구성되어 ‘빅 히어로’의 샌프란소쿄 거리 등 세계관을 생생히 재현했으며, 전 연령층의 취향을 고려한 키즈 클럽과 성인 전용 바, 라운지도 마련됐다. 디즈니 익스피리언스 부문은 이 선박을 시작으로 전 세계 크루즈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며, 2031년까지 총 5척의 신규 선박 추가 건조를 계획하고 있다. 디즈니 어드벤처호는 가족 단위 여행객은 물론 온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테마 여행의 새 지평을 여는 의미 있는 선박이다. 아시아 최초의 디즈니 크루즈 모항으로서 현지 관광산업 활성화와 글로벌 크루즈 시장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기대케 한다.
    • 여행종합
    • 해외여행
    2026-03-06
  • 영월 청령포, 사람 몰리자 먼저 점검했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강물 건너 닿는 작은 땅,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가 다시 사람들로 가득 찼다. 영화 한 편이 불러낸 관심은 단순한 재방문 열풍을 넘어 실제 여행 수요로 이어졌고, 영월의 봄은 예상보다 빠르게 북적이기 시작했다. 관광객이 몰리자 행정도 한발 먼저 움직였다. 추억보다 먼저 챙긴 것은 안전이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3월 6일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흥행으로 방문객이 급증한 영월 청령포 나루를 대상으로 유도선 사업장 특별안전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청령포는 올해 설 연휴에만 1만641명이 찾았고, 삼일절 연휴인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도 1만4800여명이 방문했다. 현장에 인파가 집중되면서 청령포 나루와 청령포를 오가는 2대의 도선이 쉴 새 없이 운항했고, 안전관리를 위해 매표가 조기 마감되기도 했다. 이번 점검에서는 인명구조 장비와 안전 장비의 적정 비치 여부, 도선의 승선 정원 준수 여부, 관련 법규 이행 실태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점검 결과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유선 및 도선 사업법에 따라 개선 명령 등 행정조치가 뒤따를 예정이다. 강원도는 재난 위험 요소가 있는 관광 현장에 대해 선제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놨다. 청령포가 이렇게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단종의 유배지라는 역사성에 더해, 최근 영화 흥행이 장소의 기억을 새로 소환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영월군은 설 연휴 청령포 방문객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고, 장릉 역시 크게 주목받으며 단종 서사를 따라가는 역사 여행 수요가 함께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관광객 증가에 맞춘 대응도 잇따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영월군은 이미 3월 초 청령포 등 주요 관광지 인근 음식점 100여 곳을 대상으로 위생 점검에 들어갔다. 관광객 급증에 따른 식중독 예방과 가격 표시 점검 등, 여행 만족도를 좌우하는 생활 현장 관리까지 범위를 넓힌 것이다. 관광은 결국 풍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안전과 위생, 현장 운영의 촘촘함이 함께 받쳐줘야 다시 찾는 여행지가 된다. 청령포는 원래도 영월을 대표하는 역사 관광지다. 영월군 안내에 따르면 이곳은 청령포 관리 및 운영, 도선 운행, 매표와 시설관리가 별도로 이뤄질 만큼 체계적인 현장 관리가 필요한 곳이다. 강을 건너 들어가는 공간 구조 자체가 특별한 체험이 되지만, 동시에 안전관리의 밀도가 관광 경쟁력이 되는 현장이기도 하다. 이번 특별점검은 단순한 일회성 대응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영화가 불러온 관심을 실제 관광 자산으로 연결하려면, 무엇보다 현장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청령포가 지금 필요한 것은 ‘많이 오는 관광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안심하고 찾는 관광지’라는 신뢰를 쌓는 일이다. 영월의 봄 관광이 반짝 흥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 시작 역시 도선의 속도보다 안전의 기준이 먼저여야 한다. 영화가 한 장소를 다시 살려내는 순간은 흔치 않다. 그러나 그 관심을 오래가는 여행으로 바꾸는 일은 결국 현장의 몫이다. 청령포가 지금 보여주는 장면은 분명하다. 사람은 늘었고, 풍경은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행정은 그 사이를 메우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강물 위 도선 한 척이 오가는 짧은 시간이, 영월 관광의 다음 계절을 가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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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마여행
    2026-03-06
  • 양평역에서 걸어서 ‘바르비종’으로…양평군립미술관, 160만이 다녀간 이유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양평에 가면, 풍경이 먼저 말을 건다. 남한강 물길이 반짝이고 산자락이 뒤에서 등을 받친다. 그런데 이 동네가 ‘그림 같은 곳’에서 그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양평군립미술관이 그 중심에 서 있다. 2025년 말 기준 누적 관람객이 160만 명을 넘겼다. “지방 미술관은 어렵다”는 말을, 이곳은 15년 동안 차근차근 반박해왔다. 양평은 인구 대비 예술인이 많이 사는 곳으로 자주 언급된다. 어떤 이는 파리 근교 예술가 마을에 빗대 ‘한국의 바르비종’이라 불렀다. 미술관은 그 말의 구심점처럼 지역 예술가와 여행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자처한다. 특히 경의중앙선 양평역에서 걸어서 닿을 수 있다는 접근성이 크다. 차가 없어도 반나절 문화 산책이 가능하다. 미술관은 전시실과 교육실, 어린이 체험 공간, 도서실과 수장고까지 갖췄다. 내부가 단정하게 짜여 있어 가족 관람객도 부담이 적다. 야외에는 ‘빗물’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시선을 붙잡는다. 일본 조형 작가 세키네 노부오가 설계하고, 양평의 돌을 쌓아 만든 작품이다. 미술관 앞마당에서부터 “전시는 이미 시작됐다”는 느낌이 든다. 올봄의 하이라이트는 전국 미술대학 유망작가전 ‘무엇이 보이는가’다. 3월 14일부터 5월 10일까지, 서울·경기·인천권 대학을 포함한 여러 학교에서 추천된 59명의 젊은 작가가 120점을 선보인다. 제목은 단순하지만 질문은 크다. 무엇을 보고, 어떻게 말할 것인가.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요즘’이라는 단어가 구체적인 표정으로 바뀐다. 회화와 설치, 다양한 매체가 한 전시장 안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현실을 비추고, 관람객은 그 틈에서 자기 시선을 점검하게 된다. 여행 코스는 어렵지 않다. 전시를 보고 난 뒤 조금만 걸으면 남한강변이 열린다. 미술관에서 받은 자극을 강바람에 식히며 산책하기 좋다. 더 욕심이 나면 ‘더그림’이나 ‘이함캠퍼스’로 이어가도 되고, 시간이 넉넉하다면 두물머리까지 하루를 늘려도 된다. 양평의 장점은 “문화가 자연을 가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시를 보고 나와도, 풍경이 바로 다음 페이지처럼 이어진다. 양평군립미술관이 ‘가볼 만한 곳’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화려한 한 방이 아니라, 문턱을 낮추는 꾸준함이었다. 역에서 걸어 들어가 전시를 보고, 강변으로 흘러나오는 동선까지—이곳은 여행자에게 “문화가 있는 쉬는 법”을 제안한다. 3월, 양평에서 가장 근사한 질문은 어쩌면 이것이다. 당신은 오늘, 무엇이 보였나. [여행정보] 주소: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문화복지길 2 문의: 031-775-8515 운영시간: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 이용요금: 성인 1,000원, 청소년 700원 홈페이지: https://www.ymuseum.org/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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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마여행
    2026-03-05
  • 책장을 넘기는 건물…파주 미메시스아트뮤지엄
    [트래블아이=문소지 기자]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을 보고 나오면 이상한 착각이 든다. 전시를 한 번 본 게 아니라, 전시를 두 번 보고 나온 것 같다는 느낌. 작품을 보고, 다시 건물을 봤기 때문이다. 파주 출판도시의 가장 조용한 구간에 서 있는 이 미술관은 ‘빛·건축·예술’이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관람은 눈만이 아니라 몸 전체로 시작된다. 설계자는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루 시자(Álvaro Siza). ‘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단단한 콘크리트를 마치 종이처럼 휘게 만들고, 그 곡선을 따라 시간의 빛이 스민다. 외부에서는 회백색 덩어리 두 개가 날개처럼 좌우로 벌어져, 멀리서 보면 책장을 넘기는 장면 같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직선과 곡선이 맞물리며 ‘정지된 조각’이 아니라 ‘움직이는 장면’이 된다. 실내는 더 극적이다. 새하얀 전시공간은 자연광을 끌어들여, 아침과 오후가 서로 다른 표정을 만든다. 같은 벽, 같은 바닥인데도 빛의 각도가 바뀌면 공간의 깊이가 달라진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작품을 보기 전에 빛을 보게 되고, 빛을 보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미술관의 조명은 계절이다”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미메시스는 2005년 열린책들이 만든 예술 전문 브랜드이기도 하다. 1층 북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만으로도 이곳의 성격이 읽힌다. 바쁘게 소비하기보다, 천천히 감각을 정리하는 장소. 그래도 ‘기억’을 남기고 싶다면 포토 스폿을 따라가보자. 미메시스의 얼굴, 날개, 캔버스, 전망대, 중심이라 불리는 다섯 지점은 건축의 특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3층에서 두 날개의 중심부를 내려다보면 곡면과 직각, 예각이 겹쳐진 기하학이 한 프레임에 담긴다. 3월 22일까지 이어지는 기획전 ‘DRAMA’는 서동욱·서상익·윤미류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회화 속 인물이 감정과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탐구한다. 인물의 표정과 거리, 배치가 만든 긴장감이 건축의 선과 만나면서 전시는 더 ‘입체’가 된다. 작품이 공간을 바꾸고, 공간이 작품의 리듬을 바꾼다. 연계 여행은 가볍게 잡는 편이 좋다. 미술관의 여운이 긴 편이라, 열화당책박물관·지혜의숲·헤이리예술마을을 ‘가까운 다음 장’처럼 붙이면 딱이다. 파주는 멀리 가서 얻는 감동이 아니라, 가까이서 오래 바라봐서 생기는 감동을 아는 도시다.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의 매력은 “멋있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콘크리트는 차갑다는 편견이 곡선 앞에서 풀리고, 전시는 조명으로 만든다는 상식이 자연광 앞에서 흔들린다. 전시를 보고도 건축이 더 오래 남는 날, 여행은 한 겹 더 깊어진다. 3월, 파주에서 ‘건물 자체가 작품’인 미술관을 찾는다면 이곳이 가장 설득력 있다. [여행정보] 주소: 경기 파주시 문발로 253문의: 031-955-4100 운영시간: (동절기) 10:00~18:00 / (하절기) 10:00~19:00, 월·화요일 휴무이용요금: 성인 10,000원 / 청소년(14~18세) 7,000원 홈페이지: www.mimesisartmuseu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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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5
  • “나도 그리겠네” 했다가 멈춘다…양주 장흥계곡, 장욱진 미술관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처음엔 누구나 방심한다. “저 정도 선은 나도 그을 수 있겠다”는 마음의 소리가 슬쩍 새어 나온다. 그런데 한 걸음만 더 가까이 가면, 그 단순한 선 위로 까치가 날고 소가 울고, 집 안에 사람 냄새가 스민다. 장욱진을 다시 만나는 순간은 늘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는 산과 나무, 새와 달을 과감히 간추렸고, 덜어낸 자리에서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남겼다. 군더더기 없는 글이 오래 남듯, 그의 그림도 오래 남는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장흥계곡의 품에 들어앉아 있다. 일영봉·형제봉·수리봉이 둘러싼 산자락, 매표소를 지나면 드넓은 조각공원이 먼저 길을 연다. 공원은 ‘전시장으로 들어가기 전의 전시’ 같다. 석현천 위 아치형 구름다리를 건너 미술관에 닿는 동선도 인상적이다. 건물은 호랑이가 산속에서 편안히 누운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장욱진의 대표작 ‘호작도’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설명을 듣고 나면, 그 곡선이 갑자기 생명처럼 느껴진다. 미술관 내부는 한 번에 읽히지 않는다. 1층은 중정을 중심으로 작은 방들이 이어지고, 2층은 다락방처럼 아늑하다. 무심코 걷다 보면 특별함을 놓치기 쉽다. 이곳은 눈높이를 잠깐 ‘하늘에서 내려’야 비로소 보이는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건축 모형이 전시돼 있어 공간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꼭 멈춰야 할 작품이 있다. 장욱진이 덕소 작업실 부엌에 그려두었던 벽화를 떼어내 전시장으로 옮긴 ‘식탁’과 ‘동물가족’ 앞이다. 크지 않은 화면인데도, 이상하게 시간이 늦게 간다. 오래 머물러도 아깝지 않다. 여행자에게 장흥은 “산책이 다 해주는 동네”다. 미술관을 나와 계곡 쪽으로 천천히 걸으면 바람 소리와 물소리가 그림의 여운을 붙잡아준다. 길 건너편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은 추가요금 없이 함께 볼 수 있어, 하루 일정이 자연스럽게 ‘두 개의 미술관’으로 확장된다. 조금 더 욕심이 나면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 장흥자생수목원, 권율장군묘까지 묶어도 좋다. 봄의 장흥은 멀리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멀리 온 기분을 준다. 장욱진의 그림은 대단한 기술을 과시하지 않는다. 대신 “삶을 어떻게 단순하게 바라볼 것인가”를 묻는다. 장흥계곡 한복판의 미술관은 그 질문을 조용히 건네는 장소다. 3월, 산과 물 사이에서 한 줄의 선을 오래 바라보다가 돌아오는 길. 그날의 여행은 ‘많이 본 날’이 아니라 ‘깊게 본 날’로 기억될 것이다. [여행정보] 주소: 경기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93 문의: 031-8082-4245 운영시간: 10:00~18:00, 월요일 휴무 이용요금: 성인 5,000원 / 어린이 1,000원 홈페이지: www.yangju.go.kr/changucchin/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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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5
  • 산속에 숨은 ‘음악 미술관’…과천 K&L뮤지엄
    [트래블아이=문소지 기자] 과천의 ‘뒷골’은 이름부터 한 발 물러서 있다. 우면산·관악산·청계산 능선이 빙 둘러친 골짜기. 도시 소음이 끝나는 지점에서 K&L뮤지엄은 느린 속도로 관람객을 맞는다. 건물은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는 단정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달라진다. 이곳의 전시는 눈으로만 보지 않는다. 귀가 함께 걷는다. K&L 컬렉션의 바탕에는 ‘음악’이 있다. 전시장 벽면에는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가 흐르고, 관람객은 화면과 소리 사이를 오가며 작품을 읽게 된다. 조용한 공간에서 음악은 배경이 아니라 길잡이다. 그림의 색이 소리에 반응하고, 조각의 질감이 리듬을 타는 듯하다. “미술관이 이렇게 또렷해질 수 있나” 싶은 순간이 몇 번씩 온다. 올해는 개관 3주년. 이를 기념해 24명의 국내외 작가 작품을 모은 ‘K&L 뮤지엄 소장품전’이 4월 12일까지 이어진다. 소장품전은 미술관의 성격을 가장 정직하게 드러낸다. 어떤 작가를 선택했고, 어떤 결을 오래 붙잡아왔는지—그 축적이 한 전시로 드러난다. 거창한 설명 없이도 “이 미술관은 이런 세계를 좋아한다”는 말이 전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읽힌다. 여행자에게 좋은 이유는 ‘속도’다. K&L은 붐비는 동선이 아니라, 감상을 천천히 이어가도록 짜인 곳이다. 더 깊게 보고 싶다면 큐레이터 팀이 직접 진행하는 프라이빗 투어를 예약해도 좋다. 작품을 ‘많이’ 보는 대신, 몇 점을 ‘오래’ 보게 만드는 방식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아니라, 오래 볼수록 보이는 것이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전시를 본 뒤에는 2025년 문을 연 자매 공간 K&L 라이브러리로 발길을 돌려보자. 달리·피카소·미로·고야 등 19~20세기 스페인 거장들의 판화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가 이어지고, 음료와 와인을 곁들일 수 있어 ‘관람의 여운’을 부드럽게 늘려준다. 미술관 관람객에게는 할인 혜택도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자리에서 음악과 작품을 마주하고, 책과 판화로 한 번 더 숨을 고르는 코스. 하루가 과하게 채워지지 않으면서도 밀도가 남는다. 연계 여행도 어렵지 않다. 가까운 렛츠런파크 서울, 국립과천과학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을 묶으면 “산속의 미술관—도시의 문화시설”을 오가는 반나절 일정이 된다. 과천은 의외로 ‘문화가 촘촘한 도시’다. K&L은 그 촘촘함을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곳이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큰 미술관이 주는 스펙터클이 아니라, 작은 미술관이 주는 ‘집중’이 필요할 때가 있다. K&L뮤지엄은 그 집중을 음악으로 도와준다. 산이 둘러싼 뒷골에서, 눈과 귀가 동시에 열리는 경험. 4월 12일까지 이어지는 소장품전은 봄의 속도를 늦추기에 딱 맞는 이유가 된다. [여행정보] 주소: 경기 과천시 뒷골2로 19 문의: 0507-1421-8116 운영시간: 10:00~18:00, 월요일 휴무 이용요금: 성인 6,000원, 청소년 3,000원 홈페이지: https://www.kandl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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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5
  • TV가 숲이 됐다…용인 백남준아트센터 ‘TV정원’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용인 기흥구에 들어서면 길 이름부터 낯익다. ‘백남준로’. 그 끝에서 백남준아트센터는 거울을 겹겹이 두른 얼굴로 서 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건물은 풍경을 비추고, 풍경은 다시 관람객을 비춘다. 2026년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서거 20주기. 아트센터는 이 시간을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그의 예술을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공재”로 다시 읽는 계기로 삼는다. 백남준은 1963년 텔레비전의 내부 회로를 변조한 작품으로 미디어 아티스트의 길을 열었다. 브라운관은 그에게 화면이 아니라 조형 재료였다. 영상은 조각과 설치를 만나 입체가 되었고, 기술은 예술의 문법이 되었다. 스스로 비디오 신디사이저를 개발하며 ‘편집 가능한 시간’을 손에 쥐었고, 음악과 신체, 우연과 놀이를 끝까지 실험했다. 그가 남긴 것은 작품만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의 사용법”이었다. 관람의 첫 장면은 1층에서 시작된다. 대표작 ‘TV정원’은 화면이 빛을 내뿜는 대신 식물과 함께 숨을 쉰다. 관객은 조용히 걷다가, 어느 순간 스피커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와 초록의 질감에 발을 멈춘다. 2층에는 백남준의 뉴욕 작업실을 재현한 ‘메모라빌리아’가 있다. 낡은 메모, 기계 부품, 비디오 장비들이 그대로 놓여 있어, 거장의 작업이 실은 수많은 ‘손의 흔적’ 위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3월 19일부터는 자그레브 현대미술관과 공동기획한 전시 ‘불연속의 접점들’이 문을 연다. 불연속처럼 보이는 역사와 미디어의 흐름이 어떻게 다시 연결되고, 어떤 방식으로 오늘의 감각에 닿는지 묻는 자리다. 개막일에는 공연도 예정돼 전시의 ‘첫 호흡’을 현장에서 함께할 수 있다. 전시장을 다 보고도 아쉽다면, 온라인에 구축된 방대한 비디오 아카이브로 집에서도 계속 이어볼 수 있다. 낯설었던 현대미술은 여기서 ‘설명’보다 ‘체험’으로 가까워진다. 백남준아트센터의 가장 좋은 계절은, 사실 “산책이 가능한 달”이다. 센터 앞에서 경기도박물관과 경기도어린이박물관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으면 봄빛이 전시의 여운을 밖으로 꺼내준다. 미술관 여행은 대단한 지식이 아니라, 천천히 보는 습관에서 시작된다. 화면이 조각이 되고, 소리가 풍경이 되는 곳. 3월, 용인에서 백남준을 만나는 일은 ‘예술을 이해하는 여행’이 아니라 ‘감각을 새로 켜는 여행’이다. [여행 정보] 주소: 경기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 10 운영: 10:00~18:00(입장마감 17:00) / 월요일 휴관 문의: 031-201-8500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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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5
  • 3월에 가기 좋은 곳: 안산 경기도미술관 20주년 산책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3월의 안산은 바람이 먼저 연해진다. 화랑유원지로 들어서면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 발걸음이 느려지고, 정중앙에 자리한 경기도미술관이 시야를 채운다. 제2주차장 쪽에서 미술관을 바라보면 거대한 반투명 유리벽과 경사진 지붕을 떠받치는 구조물이 배의 돛대처럼 서 있다. 물가에 정박한 배처럼, 이 건물은 지난 20년 동안 ‘정원 한복판의 미술관’으로 시민의 시간을 받아왔다. 미술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1층 로비의 프로젝트 갤러리가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회화는 멈칫하게 만든다. 이상남 작가의 ‘풍경의 알고리듬’은 하얀 바탕 위로 원과 직선이 교차하며 삶의 리듬과 사회의 풍경을 동시에 껴안는다. 또 하나의 상징은 어린이 벽화 ‘5만의 창, 미래의 벽’이다. 수많은 아이들의 꿈과 손길이 모여 완성된 화면은 “이곳이 지역의 미술관”임을 단번에 보여준다. 올해 미술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특별전 ‘흐르고 쌓이는’(3월 26일~6월 14일)을 연다. 소장품 125점을 꺼내 지난 시간을 되짚고, 앞으로 무엇을 질문할지 제시하는 전시다. 수장고의 작품은 흔히 ‘보관된 과거’로 오해되지만, 미술관이 꺼내어 다시 걸어두는 순간 현재가 된다. 전시는 그 단순한 사실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익숙한 작품도, 처음 보는 작품도 결국 한 가지 방향으로 관람객을 끌고 간다.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무엇이 쌓였나”라는 질문이다. 20주년은 전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3월에는 야외조각공원을 무대로 한 봄봄봄 프로젝트 ‘폼폼폼’이 먼저 관람의 리듬을 열고, 관객 참여형 전시 ‘지모마커넥트’ 등 연중 다섯 개 전시가 순차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산책하듯 들어왔다가, 참여하듯 머물다 나가게 만드는 구성이다. 미술관은 조용히 ‘여행의 방식’을 바꾼다. 보는 것에서, 걷는 것으로. 걷는 것에서, 질문하는 것으로. 여행 팁도 있다. ‘경기도미술관 전시안내’ 앱을 내려받으면 실내·외 상설 작품 해설을 음성·화면·수어로 확인할 수 있어, 동행의 속도와 취향이 달라도 각자 편하게 관람을 이어갈 수 있다. 전시를 본 뒤에는 연계 코스를 붙이기 좋다. 안산산업역사박물관에서 도시의 산업 시간을 훑고, 김홍도미술관에서 ‘안산의 예술 뿌리’를 만나거나, 대부도 방향으로 넘어가 경기해양안전체험관에서 바다 안전을 체험하는 동선도 무리가 없다. 경기도미술관의 20년은 거창한 기념이 아니라, 시민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한 번 더’ 만난 횟수의 합이다. 화랑호수의 물빛이 흔들리는 오후, 유리 돛대 아래에서 작품을 보고 나오면 산책의 결이 달라진다. 3월에 안산을 간다면, 이 미술관은 “전시를 보러 가는 곳”을 넘어 “하루의 속도를 바꾸는 곳”이 된다. [기본정보] 위치: 경기 안산시 단원구 동산로 268(화랑유원지) 운영: 10:00~18:00(마지막 입장 17:00), 월요일 휴관(공휴일 예외) 관람료: 무료(전시에 따라 변동 가능) / 문의: 031-481-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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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5
  • 달이 붉게 물든 밤, 경주 안강은 한마음이 됐다…칠평천 달집태우기 여행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강바람이 먼저 달을 데려온다. 경주 안강읍 칠평천 둔치에 서니, 사람들의 숨결이 모여 밤의 온도를 조금씩 올리고 있었다. 정월대보름(3월 3일) 밤, 달은 유난히 붉어졌고—그날 안강은 ‘동네 축제’라는 말을 새로 증명했다. 안강읍 애향단체 안맥회(회장 이해성)가 마련한 ‘제19회 시민 한마음 문화축제’에는 읍민 1000여 명이 모였다. 달집태우기를 중심에 두고 척사대회(윷놀이), 읍민 재능기부 색소폰 연주, 축하공연, 떡국 나눔이 촘촘히 이어졌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국물이 끓는 김이 피어올랐고, 다른 한쪽에서는 윷판의 환호가 터졌다. 아이들은 불빛을 따라 뛰었고, 어른들은 “올해는 덜 아프자” “집안이 평안하자” 같은 말로 서로의 소원을 대신 적어주었다. 행사의 뼈대는 ‘기원제’였다. 관공서와 기관·사회단체장, 주민들이 함께 모여 지역의 안녕과 건강을 빌었다. 이어 달집 앞에 걸린 소원문이 바람에 흔들릴 때, 누군가는 손을 모으고 누군가는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둥근 달을 매개로 공동체가 다시 연결되는 순간이다. 정월대보름이 농경사회에서 풍년과 마을의 평안을 빌던 세시풍속이었다면, 오늘의 달집태우기는 ‘이웃의 안부를 확인하는 의식’에 가깝다. 한 번 끊어진 관계를 다시 잇는 건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같은 떡국 그릇을 나누는 일부터 시작되니까. 올해는 하늘의 사건도 행사의 분위기를 밀어 올렸다. 보름달이 붉게 보이는 ‘붉은 달’ 현상이 겹치며, 칠평천 둔치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더 자주 하늘로 향했다. 달집의 불꽃이 위로 치솟고, 그 뒤편에서 달빛이 어둠의 결을 바꿔놓는 장면은 사진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다. 무엇보다 눈에 띈 건 안전이었다. 건조하고 바람 센 날이 잦아 산불 위험이 커진 요즘, 안맥회와 여러 사회·자생단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소방·경찰·지자체가 협조해 비상 대응체계를 갖췄다. 불을 다루는 축제일수록 ‘괜찮겠지’ 대신 ‘확인하자’가 먼저여야 한다는 걸, 현장은 알고 있었다. 안맥회는 1989년 설립된 안강읍 대표 애향단체다. 50세 이상 회원들로 구성된 특우회도 위문금 전달, 연탄 나눔, 환경정화 등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해성 회장은 “참여와 협조 덕분에 안전하고 뜻깊게 마무리했다”고 했고, 주낙영 경주시장은 “안강의 달집태우기가 지역 대표 전통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말은 짧았지만, 그날 둔치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이 이미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여행자는 보통 ‘볼거리’를 찾아 움직이지만, 안강의 대보름은 ‘사람’을 보러 가는 자리였다. 달집이 타오르는 몇 분 동안, 각자의 근심은 불꽃 속으로 접혀 들어가고 대신 “잘 지내자”는 인사가 남는다. 경주가 천년의 시간을 품은 도시라면, 안강의 대보름은 오늘의 시간을 서로에게 건네는 방식이었다. 내년에도 달은 뜰 것이다. 다만 그 달을 함께 바라보는 사람이 곁에 있느냐가, 여행의 감도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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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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