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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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 우이령길

경관이 그리 뛰어나지도 않다. 지루하게 이어진 길은 가끔 한 두 번씩 오르막길의 등장으로 무료함을 달래준다. 그럼에도 굳이 우이령길을 권하는 것은 힘이 많이 들지도 않고 인적이 드물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등산이 온국민의 여가가 된 시기에 인적 드문 산을 찾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이령길은 남의 엉덩이를 보고 힘들게 오르지 않아도 된다. 평탄하게 이어진 길은 호젓하게 걷기에 충분하다. 옆 사람의 호흡이 느껴질만큼 조용하고 고즈넉한 우이령길. 올 가을, 단풍구경은 하고 싶은데 멀리 떠날 시간여유는 없고, 힘들지 않게 단풍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우이령길이 제격이다.

우이령길의 장점은 하루 탐방객 수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우이령길에 입장할 수 없다. 하루 제한 인원은 1000명.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에서 경기도 양주시 교현리까지 이어진 4.46km의 우이령길은 우이동에서 500명, 교현리에서 500명. 이렇게 총 1,000명만이 입장할 수 있다. 탐방하기 1일전까지 북한산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고, 예약증과 신분증을 가져가면 된다.

   
▲ 우이령길 예약증

우이령길이 국민들에게 개방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2009년 7월 27일부터 국민들에게 개방이 됐는데 그 전까지 개방되지 못했던 이유는 1968년 김신조 사건 때문이다. 원래는 북한산 앞골과 뒷골에 사는 사람들이 다니던 길이었지만, 북한 공작원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우이령길을 타고 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동안 통제됐다가 41년 만에 다시 개방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직 많은 사람들이 우이령길을 잘 모르는 듯하다.

   
▲ 우이령길

우이령길을 걷다보면 중간쯤에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보라는 안내판이 있다. 바닥은 굵은 모래알이지만 조심스럽게 맨발로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걷다보면 저 멀리 북한산 오봉이 보인다. 오봉이 잘 보이는 지점은 전망대로 꾸며 놓았는데, 오봉의 유래를 설명해놓은 안내판도 있으니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참고로 오봉의 유래가 말도 안 되게 너무 웃겨서 한동안 깔깔 웃었던 기억이 난다.

   
▲ 맨발로 느끼는 우이령 숲

   
▲ 북한산에서 보이는 오봉

우이령길 중반부에 다다르면 가슴 아픈 역사의 한 지점을 만나게 된다. 한국전쟁 때 피난길로 이용됐던 우이령길에 설치되어 있는 대전차 장애물이다. 대전차 장애물은 적의 탱크가 지나갈 때 콘크리트 덩어리를 떨어뜨려 적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된 것이라 하는데 생김새며 분위기며 가슴 아픈 역사의 한 장면을 만난 것 같아 가슴이 먹먹했다. 특히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의 해라 탐방객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올 것 같다.

   
▲ 대전차 장애물

   
▲ 대전차 장애물

먹먹함 뒤에 다시 나타난 우이령 단풍은 아름답기만 하다. 우이령길은 처음과 끝은 단풍으로, 중간은 소나무 군락으로 이뤄져 있는데 대전차 장애물을 지난 후 만나는 단풍은 우이령길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증거다. 얼마 가지 않아 우이동 MT촌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이령길의 마침점이자 반대편의 시작점이다. 때마침 배고픔도 밀려온다. 점심 메뉴로는 뭐가 좋을지 고민하는 사이 우이령길 단풍구경이 끝이 났다.

   
▲ 우이령길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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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날 오라 손짓하네. 북한산 우이령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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