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서울윈터페스타...겨울밤이 가장 빛나는 순간, 서울이 동화가 된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서울의 겨울이 다시 한 번 빛으로 깨어났다. 청계천을 따라 흐르는 전통 한지 등과 미디어아트,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운 산타마을 콘셉트의 크리스마스 마켓까지. ‘2025 서울빛초롱축제’와 ‘2025 광화문 마켓’이 12일 동시에 막을 올리며 서울 도심은 한 달 가까이 거대한 겨울 축제장으로 변신했다. 서울윈터페스타 통합개막식과 함께 시작된 이번 축제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걷고 머무는 ‘도시형 겨울 축제’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
어둠이 내려앉은 광화문광장에 하나둘 불이 켜지자, 광장은 순식간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12일 오후 7시 30분, 서울의 대표 겨울 축제 ‘서울윈터페스타’ 통합개막식이 시작되자 시민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무대 앞으로 모였다. 두꺼운 외투를 여민 채 아이 손을 잡은 가족, 카메라를 든 연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뒤섞이며 광장은 이미 축제의 일부가 됐다.
개막식 무대에 오른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의 겨울은 이제 추위가 아니라, 빛과 이야기로 기억되는 계절이 됐다”며 “광화문과 청계천,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는 서울윈터페스타가 시민과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 빛의 풍경 속에서 각자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이자, 광장 곳곳에서 박수가 이어졌다. 짧지만 또렷한 인사말은 서울 겨울축제의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이날 무대에서는 시민합창단과 뮤지컬 배우들이 함께한 공연이 이어졌다. 180여 명의 시민이 만들어낸 합창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묘한 온기를 만들어냈고, 광장을 가로지르는 퍼레이드가 시작되자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동선을 따라 움직였다. 공연이 끝난 뒤 점등 퍼포먼스가 펼쳐지자 광화문광장과 주변 건물 외벽, 대형 전광판까지 동시에 빛을 밝히며 도심 한복판에 장관이 연출됐다.
광화문광장의 열기를 뒤로하고 청계천으로 발길을 옮기자 분위기는 또 한 번 달라졌다. 서울빛초롱축제가 펼쳐진 청계천 일대에는 전통 한지공예로 제작된 등이 물길을 따라 이어졌다. 조선시대 궁중의 모습부터 근현대 서민들의 생활상을 재현한 작품까지, 빛으로 만든 장면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화려함보다는 섬세함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물 위에 반사된 불빛은 청계천 특유의 잔잔한 흐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시민들은 걸음을 늦추고 하나하나 작품 앞에 멈춰 섰다. 외국인 관광객들 역시 “마치 한국의 역사 속을 걷는 느낌”이라며 연신 사진을 남겼다. 한지 특유의 질감과 따뜻한 색감은 LED 조명과는 다른 인상을 남기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의 겨울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면 또 다른 축제가 펼쳐진다. ‘겨울동화 속 산타마을’을 콘셉트로 한 2025 광화문 마켓은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광화문광장은 산타마을 입구, 놀이광장, 마켓 빌리지 등 세 개의 테마 공간으로 나뉘어 관람객을 맞는다. 중심에는 높이 15미터에 달하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서 있고, 올해 처음 선보인 루돌프 회전목마가 광장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호두까기 인형의 집, 진저브레드 쿠키 하우스, 네 컷 사진 포토부스 등 10여 개의 포토존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줄이 늘어섰다. 특히 크리스마스 주간에는 산타클로스와의 기념 촬영, 시즌 한정 선물 이벤트가 이어져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광화문 마켓은 세 개의 시즌으로 나뉘어 운영되며, 방문 시기마다 다른 소상공인 구성과 판매 품목을 선보인다.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머물며 즐기는 도심형 축제 공간이라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현장에서 만난 독일 베를린 출신 관광객 안나 슈미트 씨는 “독일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많지만, 서울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무대처럼 느껴진다”며 “전통적인 분위기와 현대적인 연출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서 색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머무는 공간’이라면, 서울의 윈터페스타는 ‘걷고 움직이며 즐기는 축제’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광화문 마켓에는 글로벌 브랜드 협업 공간도 마련됐다. 각 브랜드의 정체성을 살린 체험형 콘텐츠와 이벤트는 마켓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며,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색다른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이러한 구성은 광화문 마켓이 단순한 연말 행사에서 벗어나, 서울의 겨울을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서울윈터페스타는 광화문광장과 청계천을 넘어 서울 전역을 하나의 축제 무대로 엮는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걷고, 체험하는 방식은 세대와 국적을 자연스럽게 아우른다. 시끌벅적한 광화문광장의 열기와 청계천의 차분한 빛이 공존하는 풍경은, 서울 겨울축제가 지향하는 방향을 분명히 드러낸다.
빛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완성되는 축제. 서울빛초롱축제와 광화문 마켓, 그리고 서울윈터페스타는 서울의 겨울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낸다. 걷는 순간마다 다른 장면이 펼쳐지고, 머무는 시간만큼 기억이 쌓인다. 올겨울, 서울은 다시 한 번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