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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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약 12시간의 비행 끝에 이스탄불에 도착 했고, 또 그곳에서 다시 국내선으로 갈아타 이즈미르라는 곳으로 향했다. 이즈미르는 에페소로 가기위한 중간 기착지였다. 그곳 호텔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아침 에페소로 향한다.

 

   
이즈미르의 버스정류장

에페소로 가기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바라본 터키 소도시의 모습은 참으로 상큼했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함께. 아침 이른 시간 이어서 그런지 거리는 참으로 한산했다. 터키사람들의 하루일과는 우리나라 사람보다 늦게 시작된다 한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한산해 보이는 버스정류장의 모습이 우리나라의 그것과 비슷해서 친근함 마저 들었다.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개들

이곳은 또한 개와 고양이의 천국 이었다.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 개와 고양이들이 거리 곳곳에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개들은 시원한 바닥에 여러 마리가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었고, 고양이는 사람을 전혀 경계하지 않았으며, 만지고 쓰다듬어도 가만히 있었다. 온갖 천대와 괄시를 받는 우리나라의 불쌍한 길고양이와 유기견들이 생각났다. 

에페소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성모마리아의 집을 방문했다. 이 성모마리아 집은 성모 마리아께서 승천하시기 전까지 기거 하시던 집이라 한다. 지금은 성소가 되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으니 천주교 신자들에겐 의미 있는 성지 순례가 될 듯하다.

 

   
성모마리아의 집 앞에 세워져 있는 한글 안내판

성모마리아 집 앞에 반가운 한글 안내판이 보였다. 한글 안내판은 이곳 성모마리아의 집 외에도 다음에 갈 에페소 유적지에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기업인 '삼성'에서 제작하여 세워놓은 곳이다. 워낙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라 세워 놓았겠지만 이런 세계적인 유적지에 우리나라 글씨로 쓰인 안내판이 있다는 게 왠지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다.

 

   
앞에 보이는 작은 집이 성모마리아의 집이다.

성모마리아 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입장했다 안에서는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어 사진을 찍지 못하였으나 내부는 아주 조그맣고 소박했다. 내가 비록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성인 성모마리아께서 마지막까지 보낸 집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지는 느낌 이었다.

   
소망의 쪽지들

집 옆 담장엔 세계 각국 사람들의 소망이 적힌 쪽지가 한쪽 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소원을 적어 이곳에 걸어두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 했기 때문이다.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나도 급한 대로 종이 한 쪽에 몇 글자의 소망을 적어 묶어 놓았다.

성모마리아의 집을 떠나 산 아래에 있는 에페소 유적에 도착 했다. 구름 한 점 없이 이글이글 내리쬐는 뙤약볕에 나무조차 별로 없는 폐허가 된 옛 도시.

   
폐허가 된 옛도시, 에페소 유적

지금은 거의 무너진 건물 기둥과 굴러다니는 돌들이 즐비한 죽은 도시이지만 과거 기원전 3세기경에 세워졌다는 이 고대 도시는 화려한 건물과 잘 닦여진 도로, 또 잘 정비된 하수로 등의 흔적으로 보아 얼마나 번창했던 도시였는지 잘 알 수가 있다.

   
무너져 남아있는 모습조차 아름다운 하드리아누스 신전

에페소 유적지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하드리아누스 신전 이라는 이름의 신전이다. 이 신전은 현재 남아있는 신전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곳으로 로마시대 하드리아누스라는 황제에게 바쳐진 신전이라 한다.

 

   
아름다운 무늬로 장식된 대리석 도로

유적지를 걷다보면 멋진 문양으로 치장된 대리석으로 만든 도로가 보이고, 도로 옆에는 상점 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들이 늘어서 있으며, 길옆으론 잘 정비된 하수로가 놓여 있었다. 이 길을 따라 왁자지껄 걷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얼마나 많은 발자국들이 그 위를 지나 다녔을까?

   
오데이온 극장

이 유적지엔 두 개의 극장 터가 있다. 그 중 작은 극장인 오데이온 극장을 가 보았다. 약 1,4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며, 각종 공연이나 귀족 회의가 열렸던 곳이다. 작은 극장이라 했음에도 규모가 꽤 커 그 당시 도시가 얼마나 화려하고 번창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고대 로마시대의 공중 화장실

모양만 봐도 무엇인지 딱 연상이 되는 유적이 있다. 바로 좌식 화장실이다. 이를테면 지금의 공중 수세식 화장실인 셈인데, 변기 아래로는 깊은 수로가 파여 있고 그 곳으로 항상 물이 흘렀다고 한다. 그때 사람들은 이곳에서 용변을 보며 서로 이야기를 즐겼다니, 서로 민망 했을 법 한데도 그 시절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곳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셀수스 도서관이 있다.

   
셀수스 도서관

오래전, '내 생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라는 책을 사본 적이 있다. 그 책에서 소개한, 꼭 가봐야 할 세계 여행지 40곳 중에 바로 이곳이 들어 있었고, 야간 조명을 받아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도서관이 매우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 책을 볼 당시엔 그저 그림의 떡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실제 와서 이곳을 보게 되다니 정말 감개무량 하였다.

이 도서관 건물은 비록 앞부분만 남아 있으나 코린트식 기둥 16개가 완벽하게 남아있고 벽에 지혜, 사색, 학문, 미덕을 상징하는 여인들의 조각상이 아직도 완전하게 남아있어 이곳 에페소에서 가장 훌륭한 건축물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인류 최초의 광고(?)

길을 걷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어, 무엇일까 궁금해서 가 보았더니 아주 재미있는 조각이 그 곳에 있었다. 네모반듯한 대리석에 발모양이 찍혀있는 대리석 이었다. 저 발모양 조각이 무엇을 뜻하는 걸까? 이 그림이 인류 최초의 광고란 말이 있다.

'지치고 힘든 사람은 이곳으로 오세요. 제가 위로해 드릴게요. 단, 발 크기가 이것 보다 커야합니다' 뭐~ 대충 이런 뜻이라고 들었다. 바로 사창가 홍보 광고였다.

 

   
거대한 규모의 원형 대극장

에페소 유적의 거의 마지막쯤에, 이곳에 있는 두 개의 극장 중 큰 극장인 원형 대극장이 있다. 자그만치 2만 4천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극장이라 하며, 무대에서 객석 제일 높은 곳까지의 높이가 60m나 된다고 하니, 밑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보아도 얼마나 큰 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선 지금도 해마다 에페소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무려 2300년 전에 지어진 대 극장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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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에페소, 2300년전 화려했던 로마의 궤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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