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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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여행은 무엇인가?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여행을 신나게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을까?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내 머릿속을 아프게 눌렀던 질문이었다. 그동안 여행은 나에게 휴식과 같은 존재였다. 현실을 잠시나마 벗어나서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었기에 숨통이 트였다고 할까. 그마저도 취재를 빙자한 여행이 대부분이었지만 서울을 벗어난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20121027224920_8492.jpg▲ 인도 메갈라야주 링키르뎀 마을 (사진/최치선 기자)
 

지금도 그 때의 감사함이 있을까? 물론 감사함은 존재한다. 하지만 여행에 대한 감사는 아니다. 그것은 내가 생각했던 여행이 아니었기때문이다. 잡지를 만들기 위해 한 일이었을 뿐 정확히 말하면 여행은 아니었다.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여행 그것은 기사를 위한 취재과정이었고 마감을 하기위해 몸과 마음을 더욱 혹사시켜야 했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했던 여행은 무엇일까? 얼마전까지 나는 정답을 몰랐다. 2003년 캐나다 배낭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도 여행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우연히 하늘을 보다가 깨달았다. 2월 말 직장을 그만두고 나는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다. 남은 인생을 바칠만한 일이 무엇일까? 내가 올인할 수 있는 일이 이 세상에 있기는 한 것일까? 그 때 나에게 날아온 파랑새가 바로 여행이었다. 하지만 여행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없어서 막막하기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초해졌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인도로 가는길'이 눈에 들어왔다. 전화를 걸었고 낙원상가 근처 오피스텔에서 정창권 이사를 만났다. 그에게서 섬광을 보았다. 인도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미국에서 인도로 건너가 6년동안 살다가 한국에 왔다는 정 이사는 그후에도 1년 중 절반은 인도에서 산다. 한국보다 인도가 더 편하고 고향같다는 말에 '정말이냐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그의 눈빛을 본 순간 그 말이 진실임을 알았다.    


정 이사에게 인도는 여행의 목적이자 전부였을까? 아직 답을 듣진 못했다. 어설프게 느끼는 것은 여행을 통해 그는 새로운 세상을 얻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미국이나 한국에서 얻지 못한 것을 여행을 통해 인도에서 찾았으니 말이다.   

정 이사는 자신의 뒤를 이어 '인도로 가는 길'을 운영하고 있는 정동신 대표를 소개했다. 정동신 대표는 젊었다. 첫날 인터뷰가 끝난 후 저녁을 먹으면서 '떠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계획에 없었던 일이 생긴 것이다.  

 

지금부터 하는 조금 긴 이야기는 정 대표가 반주를 하며 털어놓은 이야기다. 2000년도에 제법 잘나가는 벤처회사를 운영하던 그가 순식간에 부도가 나면서 혼자 남았다고 한다. 어느날 직원도 없는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데 낯선 할아버지가 와서 점을 봐주겠다고 해 귀찮은 생각에 호주머니를 뒤졌더니 달랑 5천원짜리 한장이 나왔다. 돈을 받은 노인은 정대표에게 원래는 만원인데 이번만 특별히 반값에 봐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괜찮다고 그냥 가시라 했지만 노인은 끝내 정대표의 생년월일을 묻고 손금을 봐주었다. 그리고는 웃으면서 지나가듯 한마디 던지고 갔다. "이제부터 세상을 원없이 돌아다니겠구만. 허허허"


정 대표는 그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당장 죽을지 살지 모르는 사람한테 세상구경을 한다는 말이 농담처럼 들렸기때문이었다.    

하지만 얼마 후 그 농담은 현실이 되었다. 상황은 바닥을 쳤고 더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마지막 선택을 남겨 놓고 정 대표는 여행을 결심한다. 그 때 정대표의 주머니는 이미 텅 비어있었다. 결국 노트북을 처분한 후 받은 돈을 챙겨 배를타고 중국으로 건너갔다. 그렇게 시작된 세계일주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여행지에서 돈이 떨어지면 돈을 벌기 위해 막노동과 접시닦기 등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에게 정해놓은 시간은 없었다. 언제까지 여행을 마쳐야 한다는 초조함도 없었다. 그는 세상이 이렇게 생겼구나를 실감하면서 하루하루 살아나갔다. 중국을 거쳐 유럽을 일주하고 아프리카를 돌아 다시 남미로 향했다.


4년 동안 80여개국을 보았고  인도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정창권 이사도 인도에서 만난 인연이었다. 여행을 통해 그는 새로운 인생을 얻었다. 여행하기 전의 그는 사라졌고 새로운 사람이 태어났다. 지금은 인도로 가는길을 맡고 있지만 책임감이 강한 친구가 나타나면 물려줄 생각이다. 자신은 다시 길 위에 서기 위해서...... 

 

여행은 혁명이다 


111ed.jpg베트남 하노이의 번개치는 야경(사진/최치선 기자)
 

여행은 혁명(REVOLUTION)이다. 두 사람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트래블아이를 준비하면서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었다. 여행은 자신에 대한 혁명이다. 과거의 나를 죽이고 새로운 나를 탄생시킨다. 그래서 여행은 죽어있던 나를 깨우는 것이다.  


새로운 여행지에서는 서울의 나는 없다. 지문도 족적도 아는 사람도 없다. 완전히 새로 태어난 나만 존재한다. 내가 하는 행동과 말은 새로운 세상에서 처음으로 하는 것이다. 마치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몸짓을 하듯이...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여행을 통해 자연을 배우고 겸손과 도전, 포용, 예의, 시련 등에 대해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트래블아이는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세계를 직접 보고 듣게 되면서 하나씩 배우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알랭 드 보통이 말한 것처럼 여행은 우리 삶을 힘겹게 만드는 사건들, 필연적으로 우리를 먼지로 돌려보낼 그 크고 헤아릴 수 없는 사건들을 좀 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트래블아이는 이제 세계를 향해 첫 걸음을 옮겼다. 바로 세계일주 배틀이다. 첫번째 나라로 인도를 택했다. 인도를 출발점으로 잡은 이유는 하나다. 종합선물 같은 나라. 그렇다. 인도는 천 가지 모습이 공존한다. 그 속에 들어가면 갈수록 우리가 배운 것이 무의미해진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시간조차 의미가 없다. 


세계일주 배틀은 공식적으로 100개의 나라를 품을 때까지 계속된다. 배틀을 통해 대한민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찾고 또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도전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바로 그들의 꿈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트래블아이는 새로운 여행을 꿈꾼다.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스스로 찾아서 갈수 있는 여행 그래서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사귀고 더 많이 느끼기를 바란다. 세계일주 배틀이 그 꿈을 실현하는데 꼭 좋은 친구이자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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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계일주를 시작하며...여행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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