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대한민국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1길 17 평산책방
이곳에 가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 ‘평산책방’은 4월 26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곧 4개월이 되어간다. 그동안 언론 보도 외에 블로그나 인스타 등 인터넷에 올라온 개인 SNS를 통해 ‘평산책방’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소식은 자주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대 최초로 전직 대통령이 만든 책방은 어떤 곳인지 호기심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다. 결국 9월 ‘가볼만한 곳’ 여행지로 평산책방을 결정했다.
전국에서 누구나 찾는 여행지처럼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장소란 점도 취재를 부추겼다. 사전 검색을 통해 문재인 전대통령이 나오는 시간을 알아보았다. 평일에는 보통 오후 4시쯤 나오시지만 유동적이라고 알려준 글이 있었다. 주말엔 단체 손님이 사전에 예약을 하거나 외부모임이나 행사에 초대받아서 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지난 5월 10일은 문 전대통령이 지금의 평산마을로 귀향을 한지 1주년이 된 날이다.
1년이 되기 전 평산책방은 문을 열었는데 하루에 방문하는 손님은 얼마나 되는지, 정말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지, 직접 만나게 되면 대화는 가능한지, 건강은 하신지, 책방의 크기나 판매되는 책들은 어떤 책들인지, 김정숙 여사는 함께 나오는지, 위험한 일은 없는지, 책방을 통해 하려는 사업은 또 없는지 등 수많은 질문들이 출발하기 전부터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오늘 오후엔 저 궁금증도 다 해소될 것이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가벼워졌다. 취재 준비를 마치고 서울에서 8시에 출발해 약 5시간(휴게소 주유 및 식사시간 포함)이 지난 오후 1시 평산책방이 있는 평산마을에 도착했다.
비가 내려서인지 폭염이 한풀 꺾인 것 같았다. 남쪽이라 서울보다 더 덥고 습한 날씨를 예상했는데 막상 평산마을 입구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마을 초입부터 ‘평산책방 가는 길’ 안내표시가 있어서 책방을 찾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마을은 조용했고 책방까지 가는 골목길은 여느 시골길처럼 작고 예뻤다. 들풀이 길가에 피어 있고, 좁은 도로 양옆으로 흙냄새가 피어올라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마을 음식점 옆 공터에 주차하고 도보로 약 10분 정도 걸었을까? 목적지인 ‘평산책방’이 눈 앞에 나타났다. ‘평산책방’ 간판은 작았다. 밖에서 보면 그냥 시골의 아담한 가정집이다. 마당도 그렇게 넓지 않았다. 위압적인 담도 없었다. 그냥 열려 있는 공간이었다.
책방 안으로 들어가자 전국에서 온 방문자들이 전직 대통령이 만든 마을 책방을 둘러보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아이를 동반한 부부, 나이 지긋한 노부부, 젊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연인, 갓난아기를 안고 온 신혼부부, 혼자 온 여행자 등 평산책방을 찾은 손님들의 면면은 다양했다.
아직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서점 안과 밖을 오가며 바쁘게 안내하는 자원 봉사자 한 분이 눈에 띄었다.
손님이 없을 때 밖에서 잠깐 쉬고 있는 틈을 타 얘기를 나눴다.
'반갑습니다. 언제부터 자원봉사를 시작하셨어요? 봉사시간은 얼마나 되세요?'
“개점한 후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어요. 아침에 부산 집에서 나와 책방에 오면 문을 닫을 때까지 봉사를 하고 저녁에 들어갑니다.”
'힘드시겠어요. 어려운 점은 없으세요?'
“힘들지는 않아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보람도 되고 재미도 있었요.”
'하루 방문객이 얼마나 되나요?'
“책방을 찾는 손님들은 평일 하루 약 100명 정도 오시는데 오늘은 절반밖에 안 오신 것 같아요. 주말에는 단체 손님들이 많으세요.”
'여기에 오신 방문객들은 주로 무엇을 하나요?'
“방문하신 분들은 책을 사거나 음료를 마시면서 대통령님을 기다리시죠. 대통령님은 오후 4시쯤 나오세요. 그때부터 책방 손님들과의 촬영이 시작됩니다. 방문하신 모든 손님들과 사진을 찍으세요. 포즈도 취해주시고 갓난아기는 직접 안으시고 찍으세요.”
'문 전 대통령의 건강은 어떠세요?'
“대통령님이 6월까지는 많이 힘드셨는데 7월부터는 얼굴이 좋아지신 거 같아요. 건강해진 모습 뵈니까 제 기분도 좋네요.”
'혹시 김정숙 여사도 함께 나오시나요?'
“김정숙 여사님은 자주 안나오세요. 주 1회 정도 얼굴을 보이시는데 인기가 대단하세요. 항상 웃으시죠. 여사님의 미소는 같은 여자가 봐도 정말 이쁘세요. 만나시는 분마다 여사님을 보고 최고라고 하세요. 너무 좋다고 연예인보다 더 예쁘다고도 하시고요”
대화는 여기서 끊어졌다. 마당으로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자원봉사자는 안내를 하기위해 일어섰다.
‘평산책방’은 문 전 대통령이 사저 인근 건물과 부지를 사비 8억 5000만원을 들여 매입해 리모델링한 책방이다.
책방은 사저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있다. 사저 뒤편으로 이어지는 경호동으로 나오면 도보 2분 거리라고 한다.
평산책방 마당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파라솔과 의자들이 놓여 있다. 마당은 윗마당과 아랫마당이 있는데 크기는 작은 편이다.
손님들은 평상책방에 들어서기 전 입구 간판 앞에서부터 기념 촬영을 한다. 마당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사람들은 구매한 책을 읽거나 음료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눈다. 커피나 차는 책방 왼편에 들어선 ‘평산 책사랑방’에서 판매 중이고,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받는다.
책방 안에는 ‘문재인의 책’ ‘문재인이 추천합니다’ 코너를 전면으로 왼쪽에 지역 주민과 손님들이 이용할 수 있는 부설 작은 도서관이 영업 중이다. 하지만 공간이 작아서 몇 명 들어가면 꽉 찬다.
책방 중앙에는 2개의 아일랜드 매대가 설치됐고 나머지 벽면은 어린이 도서, 인문과 에세이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의 코너가 보인다.
책방은 개점 기념으로 매일 책 구매자 100명에게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재배한 완두콩 새싹 모종을 증정했다고 한다. 방문한 8월 18일에는 이벤트가 끝난 듯 책을 3권이나 구입했지만 증정품은 없었다. 대신 구매한 책에 평산책방이 각인된 스탬프를 찍었는데 보기가 좋았다.
책방 운영은 재단법인 평산책방과 마을주민이 참여하는 책방운영위원회가 맡는다. 이날 구매한 책 구매 영수증에도 사업자는 ‘재단법인 평산책방’ 대표자 이름은 ‘안도현’으로 나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 온 손님들은 책을 산 후에도 가지 않고 책방 안에서 책을 읽거나 밖에서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
나도 책방 안과 밖을 오가며 핸드폰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4시가 조금 지났을 때 안내하던 자원봉사자가 나에게 손짓으로 불렀다.
밖으로 나가자 마당에 있던 손님들이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호원과 함께 활짝 웃으면서 들어오고 있는게 보였다
카메라를 꺼내 서둘러 셔터를 눌렀다. 문 전 대통령이 나타나자 갑자기 몰려든 사람들로 좁은 마당이 꽉찼다. 잠시 후 경호원들과 자원봉사자가 순서대로 입장 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안내했다.
언제 왔는지 책방 입구부터 마당 끝까지 사람들의 줄이 이어졌다. 책방 안으로 들어간 문 전대통령은 앞치마를 두르고 손님들과 기념촬영을 시작했다. 계산대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서 있는 사람들과 한 명씩 악수를 나누고 인사를 하면서 촬영에 임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하루 방문객이 100명이니 100번의 촬영을 하는 셈이다. 물론 가족 단위도 있지만 내가 지켜본 상황은 가족단위나 부부의 경우에도 한 번만 찍는 경우는 없었다. 문 전대통령과 단독으로 찍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두 번 이상 촬영을 하고 있었다. 거기다 어린이나 갓난아기가 있으면 안아주거나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최대한 굽히고 찍어주었다.
마치 손자 손녀를 품에 안듯이 힘들어 하지 않고 환하게 웃으면서 아이들과 촬영하는 모습은 여느 할아버지와 같았다.
촬영은 한 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나는 마지막에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사실 기념촬영 보다 취재가 목적이었기에 촬영이 끝난 후 인사를 하고 가볍게 몇 개의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님. 건강한 모습 뵐 수 있어서 기쁩니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걷거나 트래킹을 좋아해요. 그래서 주변에 있는 영축산, 간월산, 신불산,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8봉을 등산하며 자연을 즐기고 있습니다.”
’해외 트래킹 명소로 추천하신다면 어디일까요?‘
“네팔 히말라야 트래킹을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중 하나입니다.”
’평산책방을 찾는 국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먼저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이렇게 찾아주시고 책도 사주시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셔서요.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평산책방을 열면서 신념처럼 한 말을 다시 하고 싶습니다. 책의 힘을 믿습니다. 책은 더디더라도 세상을 바꿔나간다고 믿습니다.“
[후기: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느낌]
올해로 칠순을 맞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나이에 비해 젊고 건강해 보였다. 개인적으로 정치에는 관심이 없지만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하지 않은 마을 책방사업을 통해 국민들과 소통하고 책의 힘을 믿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철학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내가 문 전대통령을 만난 시간은 얼마 안되지만 권위를 내세우거나 가식을 부려서 포장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었고 환하게 웃으며 갓난아기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찾아온 모든 국민들에게 사랑의 눈으로 대해주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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