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6(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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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울릉도는 약 250만 년 전에 생성된 섬으로 독도와 더불어 대한민국 국가지질공원입니다. 또한 2022년 유네스코 자연유산 후보에 올라갔습니다. 이처럼 국가적으로 중요한 자산이자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울릉도와 독도가 안팎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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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항공사진 (사진=울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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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항공사진(사진=울릉군)

 

독도는 일본이 시마네(島根)현 오키(隱岐)군 고카(五箇)촌에 속한다고 주장하며 국제적으로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고 울릉도는 울릉공항과 라마다 호텔 건설 등으로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울릉도의 경우 가두봉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운명이고 사동입구에 건설 중인 라마다 호텔이 완공되면 심각한 환경오염이 우려됩니다.

그밖에 울릉도 곳곳이 난개발로 눈 뜨고 못 볼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어 국가지질공원으로서 가치마저 위협받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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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공항 건설 이전 가두봉의 아름다운 풍경 (사진=울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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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가두봉 정상이 울릉공항 활주로 건설작업으로 사라졌다(사진=최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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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공항 활주로 건설작업으로 사라진 가두봉 정상 (사진=최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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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국감 교통위 자료에 따르면 울릉공항 활주로 건설에 쓰일 울릉도 가두봉 암석 77%가 사용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사진에서처럼 공사를 강행해 가두봉이 지구에서 사라지고 있다.(사진=최치선 기자)

 

울릉도는 직접 가서 보면 아시겠지만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경관을 자랑합니다. 거기다 661종에 이르는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자연의 보고입니다. 한마디로 보물섬 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국가지질공원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유력 후보지인 울릉도가 관광개발이란 명목으로 파헤쳐지거나 바닷속으로 매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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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사동입구에 건축 중인 라마다 호텔(사진=최치선 기자)

 

얼마전 다녀온 울릉도는 점입가경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해변도로 옆에 짓고 있는 지상 13층 규모의 라마다 호텔과 울릉공항 건설현장입니다.

라마다 호텔은 울릉읍 사동리 입구(울릉읍 사동리 228-1번지)에 지하 2층 지상 13, 연 면적 1270.56(3651)261실 규모로 20238월 완공예정입니다.

호텔이 완공되면 그렇지 않아도 평상시 정체를 보이는 편도 1차선의 일주도로가 얼마나 제 기능을 할지 의문입니다. 게다가 호텔에서 나오는 오·폐수와 쓰레기는 어디서 어떻게 처리가 될지 대책은 있는 것인지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호텔이 지어지면 현재 부족한 숙박시설을 보완할 수 있다는 순기능이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교통문제와 환경오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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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공된 라마다호텔의 조감도(사진=라마다 호텔) . 

 

울릉도에서 가장 큰 사업이자 대한민국 역사상 한 획을 긋게 되는 울릉공항 공사 역시 그동안 험한 뱃길로 육지와의 소통이 어려웠던 울릉도 주민들과 국내외 관광객들의 접근성문제가 해결된다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두봉이 사라진다는 것은 너무나 엄청난 충격이자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울릉도의 일부가 잘려서 바다 속으로 매몰되는 현실은 아무리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기쁘지 않을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울릉도는 세계에서 볼 수 없는 생물의 보고이자 세계 어떤 섬보다도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보물섬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불편을 핑계로 울릉도를 만신창이로 만든다면 과연 잘했다고 박수를 받을 수 있을까요?

한 번 훼손되거나 사라진 땅은 복원이 불가능합니다. 이걸 모르는 바보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울릉도에서는 너무나 많은 곳에서 우후죽순 땅이 파헤쳐지고 산이 절단되고 있습니다.

울릉공항을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가두봉을 절단해 매립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렇게 완공된 공항 활주로가 과연 250만년 이상 된 울릉도보다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국가지질공원이자 곧 세계유산에 등재될 보물섬을 훼손하면서까지 예산을 줄이는게 맞는지 정말 돈 때문에 지금의 공법으로 공사를 강행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됩니다.

오히려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가두봉을 지키는 게 울릉도를 온전히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계속해서 반복하지만 한번 사라진 땅은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돈은 다시 찍어낼 수 있지 않은가요? 정부 예산도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충분히 집행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지금 가두봉이 사라지고 있는데 저걸 막을 방법이 없다면 국가유산이자 미래 세계유산 중 일부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울릉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개발 현장과 수익을 내기 위해 진행하는 수많은 공사들을 보면서 이곳에 규제란게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예정대로 2026년 상반기에 공항이 개통되면 국내외 관광객들이 울릉도를 찾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보는 울릉도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요? 도동과 저동에 그리고 울릉도 전역에 흩어져 지어진 대부분의 건축물들은 네모형태이고 색상도 제각각입니다. 울릉도라는 자연경관을 빼면 눈에 들어오는 건물을 찾기 어렵습니다.

울릉도의 전통가옥인 너새너와도 구경하기 힘들고 신축 건물은 코스모스를 제외하면 전혀 특색이라곤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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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산토리니 섬의 풍경 (사진=픽사베이)

 

이렇게 무분별하게 거의 난도질 당하듯 개발되고 있는 지금의 울릉도를 보면서 그리스의 섬 산토리니를 말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산토리니는 그리스 키클라데스 제도 최남단에 있는 에게 해의 섬입니다. 인구는 약 1800, 면적은 울릉도보다 조금 큰 90.69 km²로 약 1.25배 수준입니다.

이 섬은 세계적으로 아틀란티스 설과 관련지어서 유명세를 탔으며, 미코노스와 함께 키클라데스 제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입니다. 그리스의 상징색인 청색과 흰색으로 지어진 콘크리트가 만든 인공미와 기묘하게 어우러지는 자연미가 매우 인상적인 섬입니다.

 

3600여년 전 지중해의 화산폭발로 생긴 산토리니는 어떻게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섬을 만들었을까요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울릉도가 직면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산토리니에 정착한 사람들은 화산재 속에서 동굴을 파 집을 지었습니다. 집의 구조는 좁고 길게 파들어간 일자형 주택이 대부분입니다.

빗물을 받을 수 있는 바다가 보이는 평평한 옥상은 다른 집 베란다가 되어 토속적인 수직도시가 만들어졌습니다. 

 

시는 수직도시 경관을 보전하기 위해 마당 바닥재, 그늘막 형태까지 권고했는데요. ‘산토리니 만의 풍경'을 해치는 맥도널드는 입점이 금지 되었습니다. 울릉도에 지어지고 있는 라마다 같은 대형호텔 체인도 설립 안 되고 2층 이상 건물도 지을수 없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과거 형성된 마을의 형태적 특성이 지금까지도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산토리니 기념품가게에서 파는 그림엽서를 보면 1930년대의 산토리니와 2023년 지금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아실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어컨 실외기나 휴대전화 안테나 같은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울릉도에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해치는 전선과 케이블, 실외기, 시선을 해치는 수많은 장애물과 건물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산토리니는 시의 권고가 강제사항이 아니었지만 주민들은 불만을 가지거나 반대하지 않고 따랐습니다. 시의 권고사항을 보면 마당의 바닥재에 대해 건물의 재료를 그대로 살린 하얀색 회반죽이 바람직하다거나, 흰색 페인트로 규칙적으로 도색하는 것도 깔끔하다고 소개했습니다

계단은 흰색 회반죽을 활용해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하는 게 토속 건축물에 어울린다고 안내합니다. 또한 길거리의 조명이나 골목길 바닥재의 모양도 어떤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줍니다. 

하지만 울릉도 어디에도 저런 권고사항은 없습니다. 심지어 규제자체도 울릉도만의 특별법이 없기에 육지법에 따르다보니 허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시에 따르면, 권고이다 보니 공공건물을 지을 때는 이런 기준을 잘 따르지만, 개인 건물을 지을 때는 규제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교육과 홍보가 많이 되어서 개인들도 산토리니 전체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울릉도 역시 주민들의 의식부터 바꿔져야 합니다. 울릉도가 전세계인으로부터 사랑 받는 섬이 되려면 산토리니 처럼 울릉도만의 차별화된 색과 디자인 그리고 미적 아름다움을 가진 집들이 지어져야 합니다. 울릉도는 이미 산토리니와는 견줄수 없는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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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풍경 (사진=최치선 기자) 중앙의 작은 바위는 성모마리아 상 또는 서있는 관음상을 닮았다.

 

그것은 울릉도 자생식물만 36종이 있고 거북바위, 삼선암, 죽도, 관음도, 촛대봉, 독립문바위, 사자바위, 버섯바위, 가재울 바위, 코끼리 바위 등의 기암괴석과  남서일몰전망대, 내수전 일출전망대, 현포전망대, 독도전망대 등 멋진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산재해 있으며,  행남해안 산책로, 나리분지에서 신령수까지 걷는 힐링 코스, 남양-태하 코스 등 매력적인 트레킹코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아니라 정상에 서면 울릉도와 저멀리 독도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성인봉 등산까지 바다와 산의 운치를 모두 즐길수 있습니다. 

 

그밖에 봉래폭포와 해중전망대, 섬목태하모노레일, 관음도 일주트레킹, 대풍감 등 산토리니가 갖지 못한 관광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물을 짓고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산토리니는 건물을 신축할 때는 설계안이 건축협의회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협의회에서는 건축물 파사드의 색깔은 물론 창문의 크기까지 세세하게 체크합니다. 

특히 바다를 향한 경관권은 가장 중요하다. 어떤 건물도 7m, 2층을 넘게 지을 수 없습니다. 이 제한선에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뒤쪽 건물의 경관권을 침해할 정도의 높이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경관을 해치는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은 하지 않고 현재는 석유를 이용해 전기와 천연가스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도 이곳의 도시 경관에 대한 규제를 내놓고 있다. 맥도널드와 같은 프랜차이즈 업체나, 힐튼 같은 대형 호텔 체인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본 울릉도는 자연 경관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나 협의체도 없고 경관을 침해하는 건축물에 대한 제한도 없는 듯 합니다.  

 

작은 상점, 작은 호텔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모습은 산토리니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습니다. 오밀조밀한 상점이 작은 골목길을 따라 형성되어 있는 점이 이곳 특유의 매력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각자의 개성을 바탕으로 다양성을 이루며 배열된 건물들은 이곳 건축 특유의 색깔과 형태 등의 통일성을 유지하며 아름다움을 연출했습니다.

 

이렇게 시와 중앙정부의 경관을 위한 세밀한 도시관리는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산토리니의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얗고 부드러운 파사드의 건축물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도시의 모습, 그리고 그 도시가 푸른 바다를 향해 아름답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경관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무한한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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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삼선암 (사진=최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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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바위 (공암) (사진=최치선 기자)

 

울릉도가 산토리니처럼 환경을 해치지 않고 아름다운 섬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주민들이 솔선수범해서 울릉도를 지키고 보호하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군과 정부, 그리고 국회가 힘을 보태 울릉도 특별법을 제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울릉공항 활주로 공사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가두봉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쪽으로 재검토 해야 입니다.

하늘이 내린 천혜의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울릉공항을 짓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지 다시 한 번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선조가 물려준 대한민국 영토 울릉도를 보존하고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와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수익과 관광개발 명목으로 가두봉을 없앤다면 우리는 자연은 물론 후손과 울릉도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찾아올 미래의 세계여행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짓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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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누가 가두봉을 없애라 했나?...관광개발로 사라지는 울릉도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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