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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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원산이 편백은 우리나라 남쪽지방에 주로 심어 온 나무로 우리에게는 장성 편백숲으로 비교적 친숙해진 수종이다. 편백은 수고가 30m이상, 흉고직경이 2m까지 자라는 상록교목으로 향이 좋고 재질이 연하여 내장재와 건축재로 일본 사람의 사랑을 받는 나무로 학명은 Chamaecyparis obtusa이다.

글 배상원(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일본 최초로 지정된 아카자와(赤澤)자연휴양림

편백은 북위 35° 이남의 연평균기온 12℃이상, 연평균강수량 1,200mm 이상의 지역에서 가장 생육이 양호하며, 습하고 토지가 비옥한 사질양토가 적지이다. 일본에서는 히노끼, 한자로는 회목(檜木)이라고 쓰는데 이 이름은 발음이 같은 불의나무(火の木)에서 유래하였다. 편백 재질이 가볍고 단단하여 서로 비벼 불을 만드는데 이용이 되었다고 한다. 일본 속담에 삼나무로는 배를 만들고 편백으로는 집을 짓는 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귀한 나무에 속한다.

일본에서 편백숲으로 유명한 곳은 나가노 기소지역으로
이 지역의 숲은 자연 100선(選)에 꼽힐만큼 경관이 수려한 지역이다. 특히 이 지역 내에 일본 최초로 1969년에 휴양림으로 지정된 아카자와(赤澤)자연휴양림이 있다. 1982년 전국 삼림욕대회가 처음으로 열려 삼림욕의 발상지로 여겨지고 있다. 아카자와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목의 조그마한 마을인 아게마쯔정(上松町)은 우리나라 민박에 해당되는 민숙이 많으며 민숙가옥의 구조는 수십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적산가옥이라 불리던 목조주택이 대부분이다.

외벽과 내장재가 나무로 되어있는 민숙가옥은 집안에 전형적인 다다미방과 문틀이 있고 나무내장재가 많아서인지 집안에 들어서면 나무향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이 지역은 편백목재를 생산하는 편백의 고향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어 도로 맨홀뚜껑에도 편백문양이 표시되어 있다. 이렇게 민숙(民宿)이 많은 기소지역은 휴양지로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찾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 아게마쯔(上松町)의 민숙집
▲ 맨홀 두껑 문양 편백과 삼림철도 문양

자연경관을 보존한 편백숲 진입로

아카자와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은 좁고 구불구불하여 큰 차가 다니기가 불편할 정도인데 이렇게 길이 좁은 것은 길이 좁은 깊은 계곡 옆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 길 주위의 경관은 깊은 계곡과 숲으로 이루어져 마치 오지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일본 최초의 자연휴양림에도 불구하고 자연경관을 그대로 살린 진입로가 인상적이었으며 도로 주변으로 보이는 편백숲과 간간이 나타나는 계곡주변의 소나무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아카자와 자연휴양림이 일본 최초의 휴양림으로 오래되었다는 것은 입구의 오랜 풍상을 겪은 듯한 휴양림 표지판을 보면 느낄 수 있다. 가능하면 자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휴양림의 모습은 매표소에서부터 볼 수 있는데, 매표소가 목재로 만들어졌으며 관리사무소 역시
목조건물이었다.

역이 편백 산지라는 것을 과시하듯 관리사무소내 회의실의 내장재는 모두 편백목재이고 주변 음식점 역시 편백목재로 만들어 졌는데, 식당 벽에 걸린 메뉴판도 편백으로 만들어질 정도다. 휴양림의 면적은 약 700ha로 그리 크지는 않지만 편백 노령림이 많아 편백 휴양림이라고도 불리운다. 휴양림내에는 이전에 임업용 목재운반 철도인 삼림철도를 방문객을 위해 1.4km 구간을 운행하고 있어 한번 정도는 기차를 타고 편백숲을 느낄 만 한 것 같다. 삼림철도는 목재운송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지역의 삼림철도는 1916년에 시작되어 1975년까지 운행을 하였다.

 

▲ 아카자와 자연휴양림 삼림욕 표석

측백과 편백이 한나무로 어우러진 풍경

계곡을 끼고 나있는 산책로는 기소지역의 대표적인 편백숲과 계곡경관을 변화 있게 볼 수 있게 나있으며 곳곳에 쉴 수 있는 휴게소가 마련되어 있다. 이외에도 산책로가 서로 연결되어
다른 산책로로 들어 설 수 있다. 편백숲에 들어서면 높이 30m가 넘는 편백나무가 들어차 있으며 편백 향이 은은히 퍼져 나왔다.

특히 계곡부에 인접한 편백숲에서는 계곡의 차가운 공기가 편백 향을 멀리 못 가도록 해서인지 그 향이 다 진하게 느껴진다. 편백 고목사이로 난 산책길의 바닥은 편백 뿌리가 층층이 자리를 잡고 있어 계단처럼 보일 정도이고 중간 중간 넘어진 나무도 있어 원시림에 들어선 듯하다.

노령 편백의 기저부는 사람이 들어설 수 있을 정도로 높이 올라와 있어 숲속에 조형물을 설치해 놓은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뿌리가 노출이 된 것은 토양이 침식되었거나 고사목 줄기위에 종자가 발아를 하여 어린나무가 자라고, 고사 된 나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썩어없어져 이런 모양이 생긴 것 같다.

숲이 편백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다양한 나무들이 같이 살고 있는데 겉으로 비슷해 보이는 측백과 편백이 마치 한나무처럼 그루터기를 맞대고 자라고 있다. 계곡부에는 물참나무 등 활엽수들이 자리를 잡고 자라고 있어 계곡물과 함께 숲을 더 예쁘게 만들고 있다. 
 

▲ 계곡 전경
▲ 그루터기와 뿌리가 엉켜 있는 모습

황실에 사용된 신목과 ‘행복의 종’

일본 황실에서는 이세신궁(伊勢神宮)을 짓는데 이곳 편백을 이용하였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이곳의 편백중 이세신궁 건축 및 개보수에 사용된 나무는 신목(神木)이 된다. 신목은 벌채되기 이전에 성대한 시제가 실시되고 벌채 적지에는 간판과 보호막이 설치되어 오래도록 보존되고 있다.

궁을 짓기 위해 나이가 많고 덩치가 큰 나무를 벌채 하기 때문에 이렇게 신격화 하여 그 귀중함을 알리는 것 같다. 그래서
아카자와의 편백은 일본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수령 300∼400세에 도달 한 것이 많다. 유람열차 종점을 지나 더 안으로 들어가면 편백 노령림이 나타나는데 굵기가 한 아름 넘는 나무들이 숲속을 가득 채운채 자라고 있다.
 
나이가 오래된 나무는 다른 나무 그루터기를 감싸고 자라는 모습과 편백 그루터기 위에 참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모습은 신기하고 경이롭게 보이기도 하지만 자연에서는 한 뼘의 공간도 버리지 않고 이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특히 뿌리 부분이 1m이상 지상 위로 들어나 자라고, 또 두 나무가 서로 엉겨 자라고 있는 것은 이 숲의 나이가 많아서 나타나는 모습인 것 같다.

이렇게 울창한 편백 숲을 지나다 보면 “행복의 종”이라고 쓴 쇠판이 보이는데 이것은 이 숲에 곰이 있기 때문에 이 쇠판을 두들겨 소음을 내서 곰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시설이라 재미삼아 한번쯤 두드리게 된다.
계곡에는 물이 빨리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목재를 이용한 나무보를 설치한 것이 가끔 나타나는데 철재나 시멘트가 아닌 이곳에서 자라는 나무를 이용해서 친환경적인 구조물이 보기가 좋아 보인다.

 

▲ 신격화 된 벌채목 그루터기
▲ 편백 노령림 전경
▲ 편백이 기저부 모습
 
▲ 행복의 종


편백을 포함한 5개 수종 벌채금지

기소의 편백숲은 수백년이 넘는 편백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옛날부터 자연적으로 편백숲이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다. 현재의 편백숲을 역사적으로 보면 에도(江戶)시대로 거슬러간다. 에도시대 초기인 1600년대 중반에 시작된다. 1600년대 초반에는 편백나무를 중심으로 한 침엽수와 활엽수가 혼효된 침활혼효림으로 된 천연림상태로 이었으나 에도시대가 시작되면서 목재수요가 급증하여, 특히 17세기 중반에 에도성, 나고야성 등을 건축하면서 기소지역의 침엽수들이 이용되었으며 1657년에 발생한 에도대화재(江戶大火災)는 기소지역의 산림수이 심해졌다.


이 결과 기소지역 산림황폐화는 에도시대 중기인 1700년에 留山制度가 도입되었다. 유산제도는 황폐된 숲의 복구를 위하여 산림의 이용을 제한하고 침엽수의 벌채를 금지한 제도로 기소지역에는 5개수종의 벌채를 금
지하였다. 5개수종은 편백(Chamaecyparis obtusa), 화백(Chamaecyparis pisifera), 나한백(Thuopsis dolabrata), 금송(Sciadopitys verticillata), 측백나무(Thuja orientalis)이다. 이 시대이후 자연적으로 어린나무들이 발생을 하여 숲을 다시 이루게 되었다.


아카자와 휴양림은 편백 숲의 고장

일본 기소지역의 편백숲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숲이지만 역사적인 배경하에 형성이 되었으며 지속적인 관리를 통하여 현 상태를 유지하여 일본의 편백숲을 대표하고 있으며 일본 황실과 연계하여 그 역사성을 더욱더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아카자와 휴양림은 편백 휴양림이라고 할 만큼 편백 노령림이 많아 예전부터 일본 황실에서 이세신궁을 짓거나 보수할 때 이곳의 편백을 이용하면 벌채된 나무를 신격화 하여 이 곳 편백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특히 편백숲의 고장이라고 자부하며 거리마다 편백과 연상되는 장식과 문양을 내거는 지역적 자긍심은 우리에게 의미하는바가 크다. 특히 아카자와 휴양림의 편백숲은 훌륭한 숲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힘들게 만든 숲을 유지하고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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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일본 기소 아카자와(赤澤)자연휴양림의 편백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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