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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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박선아] 아일랜드에 도착 후, 마중나온 픽업차량을 타고 홈스테이 할 집으로 향했다. 그동안 미국이나 아시아 지역을 여행 한 적은 있어도 해외에서 '삶'을 꾸린다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너무나 두렵고 설렜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온 몸의 촉이 세워지며 긴장이 됐다. 하지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더블린 공항을 나와 홈스테이 집에 도착하니 미소가 부드러운 아주머니와 그녀의 아들이 나를 맞아주었다. 주인 아주머니와 아들이 준비한 쌉싸름한 티와 쿠키를 먹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나니 비행기안에서의 피로가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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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년을 보낼 장소는 아일랜드 안에서도 더 작고 자연이 아름다운 소도시인 '브레이(bray)' 라는 도시였다. 아일랜드의 수도는 더블린이고 더블린을 서울로 생각하자면 내가 살게된 브레이는 경기도 부천 정도의 느낌이다. 더블린에서 아주 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분명히 더블린은 아니었고 시골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도시도 아니었다. 너무 도시도 싫어하고 그렇다고 너무 시골로 가면 생활이 불편해 질 것을 염려한 나 자신을 위해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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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를 잤을까, 내 기억으론 15시간을 잔 것 같다. 우리나라와 9시간이나 나는 시차에 비행기에서의 피로까지 더해져 나는 아주 깊이 오랜시간을 잤다. 푹신한 침대에서 실컷 잠을자고 일어나니 해가 중천에 떠있었고 피로를 풀겸 동네 산책을 나갔다. 그리고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절로 '와-' 하고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내 길동무가 되어주려고 함께 나온 아주머니는 아름답지 않냐고 묻는데 그 와중에도 낯선 외국인과 그녀가 내뱉은 꼬부랑 언어에 확 쫄아서 "예..예스 예쓰" 하며 한층 오바된 모습을 보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은 외국인도 익숙하고 어느 정도의 생활 영어도 자연스럽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그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그립기도 하다. 뭐든 처음은 늘 떨리고 설레는 법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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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는 정말로 자연 그대로가 살아있는 나라였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약간의 인간의 힘이 더해지긴 했지만 그 인간의 힘이라는 부분은 자연에 묻혀서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우선 서울에서 볼 수 없는 넓은 하늘을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점이 내겐 가장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 같다. 꼭 서울이어서가 아니라 산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선 어느 면을 둘러봐도 산이 시야를 막기 마련인데 아일랜드는 낮은 산들만 있었기에 시야가 확 트이는 느낌이 낯설면서도 기분 좋았다. 그리고 섬나라이다보니 어느 곳에서든 조금만 가면 바다를 볼 수 있단 점도 신기했던 것 같다. 섬나라이지만 크기는 우리나라와 흡사하다. 하지만 확실히 우리나라에서보단 바다를 자주볼 수 있다. 내가 머문 동네는 바닷가 마을이어서 더 그러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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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바닷가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바닷가가 있는 마을에 오게되고 앞으로 이 마을에서 1년이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하니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주인 아주머니는 오랜만의 선샤인이라며 감탄했고 아일랜드는 영국처럼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조금만 해가 떠도 온 사람들이 몰려나와 해를 맞는다는 얘기도 전해주었다. 정말로 바닷가 앞 잔디엔 많은 사람들이 모여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꿈에서만 그리던 그런 모습이 눈 앞에 펼쳐졌고, 앞으로의 생활을 이런 곳에서 하게 될것이란 생각에 가슴이 가볍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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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후의 얘기들을 미리 하자면 늘 가슴설레고 환상적인 외국생활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진 속의 풍경들은 모두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 되었고 처음에 느꼈던 설렘은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분명히 이곳에서의 생활이 내게 준 여유와 평온함은 지금의 내게도 큰 힘이 되어준다. 바쁜 서울에서의 삶 속에서도 이곳에서 느꼈던 마음들을 되짚으며 너무 치열하거나 너무 위만을 바라보며 살지 않도록 자신을 다독이게 된다고 할까? 한국에서의 삶이 너무나 정신없고 지치고 힘들다면, 도피하듯 떠나는 잠깐의 외국생활도 나쁘지 않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이유다. 여유도 누려본 사람만이 누려볼 줄 아는 것이고 바쁜 삶 속에서도 그 여유를 취할 줄 아는 지혜를 나는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배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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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usona's you love:europe] ③ 아일랜드의 풍경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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