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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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인 가옌 시가지는 생각보다 작았다. 오늘의 축제는 이곳에 사는 젊은 프랑스인들의 축제인 모양이었다. 우선 쓸 돈을 얼마 찾기 위하여 은행 몇 군데를 들렀으나 현금카드가 되질 않는다.

이상함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선 가지고 있던 여분의 타 은행 카드로 얼마의 돈을 인출한다. 축제장인 광장엔 작은 무대가 차려졌으며 주변으로는 먹거리장이 섰다. 모여든 사람들은 모두 젊은 축들로 이곳에서 사는 프랑스 인 들이다.

모두들 마이크를 잡고 열심히 볼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무대 위의 공연에는 관심들이 없었으며 한잔 맥주나 칵테일들을 손에 들고는 모처럼 만나는 듯 서로들 몸으로 인사하는 시간이 길었다.

그중 브라질계의 반 흑인인 꺽다리청년은 이곳에서 그 인기가 압권이었다. 축제에 나타난 그에게는 거의 모든 프랑스여인들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의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시종 그와 붙어 다니던 내가 쳐다보자 녀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나도 모른다. 왜 프랑스여자들이 자기를 좋아하는지…….”

녀석의 여자친구 역시 프랑스여인이라고 했다. 게다가 녀석은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내가 말없이 그의 큰 키와 아침이면 긴키만큼이나 엄청난 그것을 손으로 가리켰다. 주변의 프랑스친구들이 장난기어린 웃음을 지으며 긍정의 고개를 끄덕인다.

이름이‘쥬뇨’인 꺽다리청년은 늘 웃는 얼굴의 해맑음을 지니고 있었다. 지난 며칠간 이들과 함께 오며 이들이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한 번도 보질 못했다. 쥬뇨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자기친구인 한국 사람이 있다며 소개 시켜주겠다고 한다.

외따로 떨어진 낯선 곳에서의 한국인이라고 하여 호기심에 그를 따라 시장모퉁이를 돌아나가니 중국식당 몇 개가 나타났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구경하며 쪼그려 앉았던 사람들 중 쥬뇨는 한사람을 지적해선 알은체를 한다. 그는 그에게 한국 사람이라며 나를 소개시킨다. 그러자 그의 입에서 갑작스레 나온 한국말은 떨떠름한 어감의“조선에서 왔어요?”였다.

뜻밖의 한국말! 아니 조선말에 우선 반갑고 놀랐지만 그는 나와 더 이상의 대화를 나누려 들지 않았다. 조선족인가 싶은 생각에 내가 몇 차례나 여행한 연변일대의 이야기로 말을 시작 했으나 사내는“기회나면 또 보자요“라며 불 꺼진 가게로 들어가 버린다. 조선족이 아니라는 생각이 언뜻 스쳐가고 있었으며 이미 등을 돌린 그를 다시 불러 세우기가 애매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쥬뇨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나는 중국을 약 10여 차례 드나들었다. 느낌으로 조선족을 구분해 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지금 이 사람은 중국연변에서 온 조선족이 아니며 북한에서 온 사람이다. 라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북한사람이라고 이민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더욱이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라틴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있을 법한 일이다.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하는 나에게 쥬뇨가 다시 말을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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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과 지옥으로 가는 선착장 그리고 축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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