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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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여행을 하면서 만난 인도 꼬마가 반가웠다며 내릴 때 써준  쪽지 여행의 즐거움은 이렇게 사소한 것에도 마음껏 즐거워 할 수 있는게 아닐까요?

콜카타는 인도 동부의 대도시로 옛 영국령 인도의 수도였고, 지금은 마더 테레사의 봉사활동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인도 중서부 쪽으로 가고 있어야 했지만, 꼬여버린 일정으로 콜카타를 먼저 가게 되었네요. 그런데 가이드북을 보니 여행을 피해야 할 시기가 6-9월이었습니다. 9월.. 그렇습니다. 저는 9월 초순, 콜카타로 향하고 있습니다.

 

   

인도같지 않은 화려한 불빛들과 간판들이 있는 콜카타의 밤 

5분 늦게 출발한 기차는 도착시간보다 10분 일찍 콜카타 하우라역에 도착했고, 저를 맞이한 콜카타의 첫인상은 비와 그 속에 뒤엉킨 사람들의 혼돈.. 그 자체 였습니다비가오는 잿빛의 우중충한 하늘과 하우라역 광장에 가득찬 딱정벌레 모양의 노란 택시가 절묘한 색의 대비를 이루면서 그 혼돈을 이끌어가고 있는듯 했습니다. 대도시에서 늘상 그렇듯이 수많은 사람들이 마치 한 점을 향해서 가는 듯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요?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여행 3주째, 이제 어느 정도 여행에 익숙해졌다고 생각되었는데, 역 바깥으로 나와 본 그곳 풍경은 이상하게도 어딘가 인도스럽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한명의 승객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악착같이 달려드는 택시기사들은 바라나시 호객꾼들과 다르지 않았으나 그들과는 또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영국풍의 건물들과, 그 안에 무표정한 사람들의 모습은 오히려 바라나시보다 한국의 도시민들과 더 닮아 있었습니다.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더니 기어이 장대비가 되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도 당당히 이 혼돈에 일조했습니다.

 

   

인도에서 유일하게 콜카타에만 남아있는 인력거와 비오는 콜카타

여행자거리인 서더 스트리트로 가기위해 사이클릭샤를 탔지만 전혀 다른 엉뚱한 곳에 내려준 영어를 모르는 릭샤왈라는 벵갈어로 자신을 변호했고, 겨우 10루피(한국돈 210원 정도) 때문에 저는 그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이미 생활에 찌들어버린 듯한 열 대여섯 남짓한 릭샤왈라와 별것도 아닌 고작 여행을 위해 온 여행자의 신분으로서 말입니다. 아침부터 한바탕 싸움을 해 여행도 하기 전, 이미 전 지쳐버렸습니다. 하우라 역으로 되돌아와 선불택시(Prepaid Taxi) 를 타고 여행자거리로 향했습니다.

창밖으론 후글리 강이 보이고, 제가 탄 노란색의 택시옆으로 경쾌한 발걸음의 사람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전 노란색이 좋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후리지아 꽃도 노란색이고, 따뜻한 봄 햇살도 생각나 그걸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콜카타의 시작은 잿빛이었지만, 앞으로 좋은일이 많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인도에서 제 예감은 틀린적이 없거든요. 그러나 약 15분 후, 제 예감은 안드로메다만큼이나 멀리 가 버렸습니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이 택시를 세웠습니다. 그는 저에게 걱정말라고 말하고 택시기사를 차에서 내리게 했습니다. 경찰과 택시기사는 한참 말을 주고 받더니, 갑자기 목청을 높여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들이 주먹을 들어 싸울 기세로 서로에게 달려드는 걸 보니 아무래도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는거 같았습니다. 전 걱정을  넘어 좀 무서워졌습니다. 

'설마 이곳 뉴스에 나올만한 큰 사건이 내 눈앞에서 발생하는건 아니겠지?'

택시기사는 운전 중 이었고, 잘못한 일도 없는거 같은데 경찰이 왜 그러는걸까요?

싸움이 커질것 같았는지 잠시 후 주변 사람들이 택시기사와 경찰을 뜯어 말렸습니다. 그 후 택시기사는 택시에서 어떤 서류를 가져가 경찰과 문서를 작성했습니다. 돌아온 택시기사가 울먹거리면서 저에게 서류를 보여주었는데 그건 벌금 통지서였습니다. 알고보니 택시가 중앙선 위반을 해, 1000루피(한국돈 22000원 정도)의 벌금을 내야했던 겁니다. 며칠을 일해야 벌 수 있을 정도의 큰 돈일텐데, 택시기사가 안스러워졌습니다. 그나마 저를 목적지에 데려다줘야만 바우처를 받을 수 있을테니 그는 다시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몰았습니다. 여전히 울먹거리면서 말이죠.

   

1000루피의 벌금통지서를 받고 울먹이는 택시기사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채 5분도 가지 않은 사거리에서 경찰이 다시 택시를 잡았습니다. 그러자 화가 난 택시기사가 전에 받은 벌금 통지서를 내밀며 경찰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럼에도 경찰은 계속 택시증명서를 요구했고, 우리의 택시기사는 경찰의 손을 차창에 끼워놓은 상태로 창문을 닫더니 경찰을 달고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이 다치기라도 하면 더 큰 죄가 될텐데..  다행히(?) 경찰이 이내 창에서 손을 빼더군요. 벵갈어를 모르지만 경찰이 소리지르며 하는 말이 무엇일지 짐작이 갔습니다. 택시가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인도 도로에 CCTV가 없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전 여행자로 여행지인 인도를 다니지만, 그곳에서 힘들게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때면 다시금 일상이었던 한국에서의 생활이 생각납니다. 물론 여행자라고 하지만 여행에 모두 즐거움만 있는건 아닙니다. 즐거움을 위한 관광이란 행위가 있다면 그것을 위한 부수적인 일들, 즉 관광지로 가기위해 기차표나 버스표를 예약하고, 밥을 먹고, 필요한 샴프나 휴지를 사고 흥정을 하고 바가지를 씌울 경우 싸움 등은 오히려 일상생활에 가까워 지루하기까지 합니다. 심지어 이런 일들에 여행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합니다. 그런데도 전 대체 왜 여행을 하고 있을까요?  때론 힘들고 괴롭고 위험하기까지 한 상황들을 거치며 무엇이 절 여행으로 이끌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이 여행이 끝나면 알 수 있을까요?

   

서더스트리트의 길가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

 *세계일주배틀-'제1탄 인도를 내품에' 취재를 위해 협찬해 주신 항공사와 업체에 감사를 드립니다.   아래는 협찬사 명단과 로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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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금옥의 두 번째 행복한 인도여행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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