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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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행자들은 다를 잠자는 고요한 새벽 나도 모르게 잠에서 깼다. 옆을 보니 러시아형이 조심스레 짐을 싸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새벽에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신다고 했지”... 하마터면 인사도 못하고 그냥 헤어질뻔 했는데... 잠결에 비몽사몽했지만 그래도 숙소 정문까지 배웅을 나갔다. 그러지 못했다면 아마 마음이 편치 않았을것이다. 이렇게 또 하나의 인연을 잠시 떠나 보냈다. 그후 1시간 정도 다시 자고 있어나서 침대를 정리하다가 작은 메모지와 휴대용 랜턴을 발견했다. 메모지에는 간단한 인사말과 연락처가...그리고 랜턴은 내가 오지로 간다고 하니깐 걱정해서 준 것이었다. 아마 나를 깨우기 싫어 메모지만 남겨 두고 가려했던 모양이다. 마음이 훈훈해 진다.

-그의 작은 배려가 나에겐 큰 격려가 되었다- 

오늘은 드디어 라오스로 떠나는 날이다. 오후에 라오스로 가는 기차를 타기 전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 시간동안 조금이라도 더 방콕을 가슴에 담기위해 아침부터 바쁘게 돌아 다녔다. 어제 갔던 시장도 다시가보고 대학교에도 다시 가보고 공원에도 다시 가보고...방콕을 다시 가슴에 새겼다.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는 짐 정리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뿔사!! 카메라 가방의 훅크가 부서져서 카메라 가방이 잠겨지지 않았다.

이런... 꽤 비싼건데... 하지만 그냥 버리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아깝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내 마음만 상하니깐...짐을 다 정리하고 슈퍼맨 형과 라오스로 가기전 마지막 만찬을 가졌다. 카오산 로드에서 비싼음식로 통하는 동대문 식당의 한국요리를 먹었다. 김치찌개와 김치말이 국수는 한국에서 먹는 것 보다 휠씬 감동적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형이 많은 조언과 자신의 여행기를 소개 해주었다.

그의 말을 들으면 생각했다. “나도 라오스를 다녀오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줄 재미난 여행 이야기가 생길까?”... 그리고 다짐했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다시 돌아오자고...” 잠시후 나는 방콕의 중앙역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수퍼맨형의 배웅과 함께...

-나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올 것이다. 더욱 발전된 나와 함께... 

   
한국에서 내가 즐겨하던 축구게임. 태국의 축구 열풍 덕분에 축구게임도 인기가 많았다.
이제 진짜 혼자다. 한국의 서울역과 같은 방콕의 중앙역... 태국말로 방콕 중앙역 후알람퐁역이다. 예정 기차 시간보다 괘 일찍 갔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남아서 역 주변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억 그런데 역 한 켠에 마련데 오락기에 내가 좋아하는 위닝이라는 게임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오락기 주변에는 아이들이 많이 몰려있었는데... 오 최신 축구 게임을 여기서도 즐기는구나... (그러고 보니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전체가 축구에 푹 빠져있는것 같았다. 그 어느곳엘 가도 축구유니폼을 꼭 발견할 수 있어으니 말이다.) 약 14시간의 심야기차에 타기전 배를 두둑히 하기 위하여 역 주변의 식당가를 돌아다니다. 족발을 발견했다. 오 한국의 족발이 여기도 있네... 아닌가? 태국의 족발이 한국에 온 건가?? 어쨌든 족발을 시켰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던 족발과 달리 밥 위에 족발이 얹어져 족발 덮밥이 나오더라...맛은... 진짜 맛있었다... 딱 내 입맛에 맞아서 나중에 태국에 오면 또 먹기로 했는데... 다시 못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오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식장의 서빙하는 청년이 황급히 뛰어온다. 그리고는 내가 식당에 두고 온 지도를 건네준다.. 너무 너무 고맙다고 인사하고 다시 횡단보도를 기다리는데.. 얼마 후 아까 그 청년이 다시 뛰어온다, 그리고는 아이폰을 건네준다. 

흑...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덤벙거리는 성격이 태국에서도 사라지질 않구나... 방콕은 관광화가 많이 되어서 종종 사기도 있고 도둑도 꽤 있다던데... 그 청년은 나 스스로 두고 간 물건들도 찾아서 돌려주다니... 그 것도 꽤 먼 거리를 달려서... 라오스로 가기 전 태국에서의 마지막 밤에 나는 아름다운 태국의 미래를 보았다. 그리고 많이 모자란 나를 보았다.

-헐레벌떡 뛰어오는 청년의 모습에서 태국의 순수함이 묻어났다. 그리고 고마웠다...-

 

   
태국 중앙역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의자에 자리가 있음에도 바닥에 앉아있는 사람들으 보며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알고보니 바닥이 의자보다 시원해서 더위를 식히려 앉아있었던 것이었다.

 그 후에도 나의 멍청함은 기차가 출발할 때까지 계속 되었다... 기차표에 제시된 것과는 다른 기차에 타고 있다가 태국인들의 도움을 받아 출발 직전 겨우 내릴 수 있었다. 연이어 내 자리가 아닌 곳에 앉아서 태연히 멍 때리고 있다가 다른 승객들을 불편하게 하기도...몰라서 그랬다. 진짜로...그래놓고는 자랑스럽게 “난 까올리다”라고 말하기도...ㅠㅠ 어쨌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우본행 기차에 무사히 탈 수 있었다. 그런데 기차에 타서 내 자리에 앉았는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기차표를 예약할 때 사진을 보니 기차에 침대가 있었던것 같은데 침대는 눈을 씻고 봐도 없는것이였다. 그 순간 제복을 입은 아저씨가 저 쪽에서 다가왔다. 그리고는 기차의 의자들을 이리 저리 만지더니 쑥딱하고 침대가 만들어졌다. 오 트랜스포머 기차인가?? 순식간에 2층 침대가 만들어 졌다.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나는 무척 신기했다.

괜스러 오버를 하니깐 내 좌석의 할머니가 나를 보며 계속 웃으신다. 눈이 마주치자 나는 그냥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 말이 안 통하니깐..

-이 기차를 타고 태국의 서부지방인 우본으로 간다. 이 밤이 지나면 라오스와 한 층 더 가까워 진다.-

   
늦은 밤이라서 그런지 그 날 내가 탄 기차를 끝으로 더 이상의 기차 운행이 없었다.
   
요렇게 생겼던 기차의 좌석이....
   
요렇게 2층 침대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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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몽상가, 순수의 땅 라오스에 가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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