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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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강원도 두메산골로 들어간 근간에는 큰비만 내리면 며칠씩 고립이 되곤 한다. 불어난 계곡을 건너다 애마인 트럭이 물에 빠져 완전히 망가져서 폐차시킨 적도 있다. 계곡에 큰물이 내려가는 중에 급한 일이 생기면 등산용 자일을 계곡 이쪽저쪽에 묶어 아슬아슬하게 급류를 건너다니기도 한다.

장마철 후덥지근한 날씨지만 버스 안에는 성능 좋은 에어컨을 자랑이라도 하듯 쌩쌩 틀어두어 냉장고 속이나 마찬가지다. 미리 담요 등을 챙기지 않았으면 감기가 들거나 얼어붙은 동태가 되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 이다. 이들은 에어컨의 세기가 버스회사의 서비스를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실내가 냉장고가 될수록 좋은 회사인 것이다.

버스 안에는 승객 서비스 차원에서 비디오로 영화를 보여주는데, 라틴아메리카 여행을 하면서 벌써 같은 영화를 몇 차례나 보았는지 모르겠다. 대개 할리우드 액션 영화나 코믹 영화가 주를 이루는데 오늘은 시티븐 시걸의 영화가 또 틀어지고 있다. 뚱뚱하고 잘 생기지도 못한 둔한 몸에 어설픈 동양무술을 흉내 내며 얼마나 많은 사람을 쉽게 죽여 버리는지……. 그들이 주장하는 정의라는 기치 아래에서 자행되는 살인과 파괴는 그들의 정의로서 정당화 되며 심지어는 영웅화 시킨다.

<람보> 이후에 이런 우스운 영화들이 너무 많이 나온다. 람보가 처음 개봉 되자 미국 대통령이 람보는 미국의 정신을 대변 운운하더니 지금 세계 도처에서 미국은 <람보> 같은 깡패 짓을 자행하고 있다.

살바도르로 가는 길에 거장 올리버 스톤 감독의 첫 번째 성공작인 영화 <살바도르>가 생각난다. 배경은 브라질의 ‘살바도르 데 바이아’가 아니라 좌우익 갈등으로 내전이 한창이던 중앙아메리카 중부 태평양 연안의 작은 나라 엘살바도르이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라틴 아메리카 어디서든 공통적으로 볼 수 있었던 미국의 행패를 그린 것이다.

1986년 작품으로 미국 종군 사진기자 리처드 보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보일은 한때는 잘 나가던 기자였지만 냉소적인 태도와 좌충우돌하는 기질 때문에 일자리를 얻지 못한다. 그는 특종을 잡기 위해 친구인 의사 로크와 함께 엘살바도르로 가서 극도로 부패한 현실을 체험하지만, 옛 연인 마리아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안정을 찾고 기자생활을 한다.

보일은 반정부 성향의 취재 때문에 정부의 탄압을 받다가 상황이 심각해지자 마리아와 함께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엘살바도르의 부패한 정부 측을 원조하는 미국 정부는 마리아와 그녀의 어린 자식들을 불법 입국자로 몰아 국경에서 되돌려 보내고, 보일은 끝까지 마리아를 찾아 헤맨다.

과감한 클로즈업과 카메라를 이동하면서 생생한 현장감을 살려내, 앞선 영화들의 실패로 슬럼프에 빠져 있던 올리버 스톤 감독의 능력을 다시 인정받게 한 영화 <살바도르>를 보면서 나는 다시 한 번 미국의 역할을 되새겨보게 되었다. 후에 중부라틴아메리카의 엘살바도르에 도착해서 이 이야기는 더 하기로 하겠다.

6시간정도 왔으니 이제 24시간만 더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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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땅 '라틴아메리카' - 브라질 '살바도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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