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6(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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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전 4명이 타던 트럭적재함에 5명이 타게되면서 방귀와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중간 휴게소에서 앵무새와의 달콤한  휴식.
두어 시간쯤 달린 자동차는 길가의 휴게음식점에 잠시 멈춰 섰다. 한산한 작은 마을인 이곳에서 우리가 트럭의 꽁무니에서 굳어져서 버걱거리는 몸으로 엉거주춤 기어 내리자 지나가던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멈춰 서서 깔깔거리며 지켜본다.

승용칸 안쪽에 탔던 사람들이 괜찮냐며 예의상 한마디씩의 말을 건네 왔다. 나는 이때까지도 안쪽에 몇 명이나 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휴게실 식당 내에는 제법 큰 앵무새 한 마리가 테이블 사이를 폴짝거리며 뛰어 다니고 있었다.

주인의 부르는 소리에 앵무새는 냉큼 어깨를 타고 올랐다. 내가 관심을 보이자 주인은 앵무새를 나의 팔뚝위에 올려 주었다. 나의 팔뚝으로 건너온 새는 꾸륵거리며 커다란 부리로 살갗을 쪼아댔다. 순간적으로 새에 쪼인 팔뚝에 흠칫 놀라자 앵무새는 테이블 위로 닭처럼 퍼덕이며 건너가 버렸다.

아직 두 시간여 밖에 오지 않았지만 이미 우리의 몰골은 땀과 먼지로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엉켜 있었으며 온몸에 붙은 흙먼지 또한 땀과 석여 털어지지가 않았다. 우리는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않은 채로 다시 트럭의 적재함 쪽으로 향했다. 적재함에는 함께 택시를 타고 왔던 대머리의 사내가 미리 올라 화물을 점검하듯 밧줄을 매만지고 있었다.

우리가 좀 더 편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짐을 정리하여 주는 줄로 생각하고 있던 나는 꺽다리청년의 말에 화들짝 놀란다. 꺽다리 청년의 말은 “임~파서블~!”이었다. 대머리의 사내는 안쪽의 승용칸엔 자리가 너무 좁아 적재함에 타야 한다며 먼저 자리를 잡고 섰다. 그제야 승용칸 안쪽을 살피니 6인승인 자동차의 안쪽엔 어림잡아 10여명정도가 서로의 무릎에 겹쳐 앉아 있었다. 게다가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젖먹이 어린 아이까지도 있어서, 대머리사내가 이곳까지 안쪽에 타고 온 것도 새삼스러웠다.

나까지 투덜거리며 몇 마디 하기는 했으나 완강히 버티고 먼저 선 사내를 다시 승용칸쪽으로 옮겨가게 할 수는 없었다. 할 수 없이 우리는 다시 적재함 속으로 구겨져 들어갔다. 비록 서있다고는 하지만 자리를 한 사람이 더 차지를 하게 되자 조금 전까지 취하고 왔던 정좌의 자세는 더는 불가능했다. 자동차는 포장된 길을 벗어나 넓게 포클레인으로만 다듬은 비포장도로를 마치 말이 뛰듯 겅중거리며 달려 나갔다.

손 뼘으로 우리가 탄 적재함의 크기를 재어 보았다. 대략 넓이 130cm, 길이 40cm, 높이 30cm 정도였다. 이 공간에 5명의 사내가 함께 구겨져 타고는 흙길을 덜컹이며 달려가고 있었던 것 이었다. 여전히 우리는 대화와 노래 등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으나 옆에 선 대머리사내가 계속해서 나의 신경을 건들고 있었다.

사내는 내 얼굴 높이에 거의 맞닿아 있는 엉덩이로 계속해서 지독한 냄새를 풍겨내는 방귀를 뀌어 대고 있었던 것이었다. 비록 바람을 가르며 달려가고 있는 트럭의 적재함이긴 하였으나 땀 냄새와 함께 섞여 뭘 먹었는지 지독한 냄새를 동반하고 쉼 없이 붕붕거리며 뿜어져 나오는 그것은 정말이지 참기 힘들었다.

사내는 게다가 쉬지 않고 큰 소리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이렇게 9시간 혹은 10시간 정도를 더 가야 한다고 한다. 온몸으로 냄새를 풍겨내는 대머리사내 덕분에 나의 자세는 거의 요가에 가까운 자세로 바뀌었다. 사바나의 풍광은 계곡 부근을 지나며 때로는 제법 열대우림인 무성한 정글숲 사이를 지나쳐가고 있었다. 같은 위도, 강우량에도 불구하고 사바나와 열대우림이 교차하는 것은 토양의 차이 때문이었다. 낮은 관목들만이 자리 잡고 있는 지역의 토양은 푸석거리는 붉은 색의 사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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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땅'라틴아메리카' - 적도에서 정글속으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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