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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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e never left.

나는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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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머물거나 떠난다. 지금 머물러 있는 자, 떠난 자, 떠나서 머무는 자, 수많은 경우의 수들이 흘러가고 있다. 우린 도대체 왜 떠나는 걸까? 무엇이 우리를, 나를 떠나게 만드는 것일까? 인과도 묻지 않고 떠나기를 반복해왔다. 떠남의 이유를 묻기 전에 떠났고, 그 감상을 느끼기 전에 다시 일상으로 젖어들었다. 머릿속에 되뇔수록 희미해지는 순간들……. 내가 그 곳에 정말 있었던 걸까?

HOMO NOMAD

세상은 유목민들의 역사다.

 


몇 시간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몸이 근질근질한 나와 같은 변덕쟁이들을 변호해줄 좋은 이론 한 가지가 있다
. 자크 아탈리가 소개한 호모 노마드(유목하는 인간)이론’. 그는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정착민들보다 떠도는 유목민들이 이룩한 것이 더 많다고 주장한다. , 인류역사는 유목민들의 역사라는 것. , 언어, 목축, 예술, 바퀴, , 야금술, 민주주의 모두 한곳에서 평생을 보내려는 정착민들은 결코 발견할 수가 없었던 가치들이다. 그는 여행자, 모험가, 예술가, 스포츠선수와 같은 자발적 유목민들이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구별 유랑자들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 이야기인가.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방랑하는 것은 정착하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우선 방랑의 자발성을 획득하기 위해서 우리는 재능을 길러야한다. 어떤 사회나 문화권에서도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힘. 또한 정 붙은 곳을 내일이라도 당장 떠나버릴 만큼의 결단력도 필요하다. 어쩌면 평생 다시 밟을 수 없는 곳의 향기만을 간직하고 미련 없이 떠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한참 아탈리의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길고 끔찍했던 기말고사 기간이 끝나고 방학이 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옜다, 하고 방학이 막상 눈앞에 펼쳐지니 난감하다. 분명 공부하는 시간을 쪼개서 계획을 짜 놓았던 거 같은데 지금 읽으니 다 뜬 구름 잡는 얘기들이다. 그래도 하나만은 분명하다. 이 좁은 명륜동 원룸을 벗어나고 싶다. 떠나고 싶다. 내일 당장 떠나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그래야만 떠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여행지를 정하는 데에는 사실 아주 복잡한 생각의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하지만 여행지를 정하는 건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처럼 충동적이고 감정적이기도 하다. 날씨, 예산, 시간 모든 게 말도 안 되고 주위사람들이 말리지만 안 돼, 난 가야만 해. 하고 가버릴 때도 있다. 다행이 이번 여행지 호주는 모두의 축복과 기대 속에서 시작되었다. 역시 주위의 축복을 받는 사랑이 쉽게 행복해지는 법인가?


호주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지구본에서는 남반구에, 머릿속 에서는 영국과 미국의 중간 그 어디쯤에 위치한 곳이었다. 서두를 필요 없다. 호주가 스스로 나에게 말을 걸어 올 동안 기다려야지. 그러던 참에 호주가 나에게 생각보다 저돌적으로 접근을 해왔다. 트래블아이와 함께 ! 상상도 못한 좋은 기회를 잡게 된 나로서는 여행 준비가 배로 즐겁고 충만해졌다. 이번 여행은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진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에게 주어진 40여 일 동안의 호주 자유여행. 계획을 세울수록 욕심이 늘어나고, 도시가 늘어나고, 코스가 늘어난다. 잔뜩 뚱뚱해져 심술궂어진 여행계획서를 보니 좀 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조금 다이어트를 하는 대신 차분히 여행을 느끼고 와야겠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방학이 시작하자마다 눈코 뜰 새 없이 여행준비를 했다. 한 달이 넘는 여행은 단기라기엔 길고 장기라기엔 짧다. 햇빛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고 점점 끈적끈적해지는 서울을 두고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호주는 지금 겨울이란다. 코끝 찡한 추위가 기다리고 있을까? 호주는 나에게, 여행은 나에게, 떠남은 나에게, 정리되지 못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비행기는 이미 이륙하고 있다. 두근두근. 조곤조곤한 비행기 안내멘트에 빨라진 심박 수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8편의 영화, 3500장의 사진, 40편의 일기

또 하나의 치기어린 편린으로 기억될 순간들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몸부림 : )

호주 여행기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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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①강혜진의 'I've never le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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