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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바도르 해안도로에 있는 해수욕장과 백사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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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의 화가. | ||
18인실 도미토리의 침대 하나를 얻어 도합 32시간에 걸친 버스 이동의 여독을 풀고 있으려니 쿵쾅거리는 음악이 요란하게 건물을 흔든다. 뒷마당으로 난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니 바로 숙소 건물아래가 파티장으로 마당에 마련된 무대 위에서 밴드와 가수들이 도시가 떠나갈 듯 굉음을 울려대고 있고, 식당을 겸한 바들로 둘러싸인 그리 넓지 않은 광장엔 마당을 발 디딜 틈 없이 가득채운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군중들이 음악에 맞춰 물결이 출렁이듯 춤을 추고 있다. 바야흐로 축제의 도시 춤의 도시인 살바도르에서 오늘의 축제가 시작된 것이다.
포르투갈 침략자들에 의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할 인력으로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수많은 흑인노예의 후예들이 살고 있는 이곳은 일명 ‘흑인의 로마’로 불려 질 만큼 흑인문화가 주를 이루며 현재까지 살아있다.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지금 무대에서는 ‘브라질 최고이며 전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최고 흑인 타악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건장한 근육질의 흑인들이 봉고를 비롯한 각종 타악기를 두드려대며 온몸에서 분출되는 원시의 소리와 함께 춤을 춘다.

골목을 꽉 메운 노천카페에서 담소를 즐기는 젊은이들.
잘 발달된 근육과 군살 없는 몸매, 커다란 키! 용맹한 아프리카 전사들의 몸이다.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허약하기 이를 데 없는 백인들에게 노예로 끌려와 온갖 굴욕을 당하면서 살았는지 의아스럽다. 전쟁의 기술을 모르고 발전된 무기를 갖지 못한 과학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백인들의 사악한 욕심과 흑인들의 순박한 선성(善性)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덩치만 크고 마음은 착한 흑인들을 악랄한 방법으로 백인들이 수탈한 것이다.
애당초 잠자기는 글렀다 싶어 카메라를 챙겨 공연장으로 나간다. 무대 한쪽 귀퉁이 계단에 자리를 잡고는 광란의 도가니 같은 마당의 춤판을 구경한다. 울려 퍼지는 원시의 소리에 이끌려 사람들이 원시적 몸동작을 만들어낸다. 어찌 보면 천명도 넘는 남녀가 어우러져 집단 성행위를 하는 것 같이도 보인다.
처음 만난 남녀가 즉석에서 어우러진다. 처음으로 만나 인사를 나누는가 싶던 남녀는 음악 한 곡이 끝날 즈음에는 이미 몸을 밀착시키고 서로 오묘한 춤동작으로 엉켜있다. 브라질 사내 하나가 마시던 맥주 캔을 들고 아직 짝을 찾지 못한 여인들 사이를 돌며 작업을 걸더니 이내 여인을 꼬드겨 손을 잡는다. 맥주 한 캔도 아니고 한 모금으로…….
그냥 마구 흔들어대는 막춤에서부터 멋들어진 율동의 라틴 댄스까지 좁은 마당에서 뒤섞이고 있다. 아, 그래서 포스도이과수에서 만난 오스트리아 여인 버니가 살바도르 이야기를 할 때면 몸을 흔들었구나.
좁은 골목길에는 노천 바들이 빈틈없이 자리를 잡고 있다. 콜로니얼 풍의 고풍스런 건물들이 서있는 골목골목엔 파라솔이 꽂힌 테이블 주위에 사람들이 둘러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다. 그 골목에서 한 떼의 흑인 아이들이 소녀의 지휘를 받으며 북을 두드려댄다. 한 차례 두들기고 나면 구경꾼들에게 모자가 돌려진다.

파티가 시작되자 노래와 장단에 맞춰 열광적인 춤에 빠져드는 군중들.
골목을 빠져나가자 작은 광장의 노천 바에서 통기타 연주가 시작된다. 밤 12시가 넘자 공연장에서의 행사가 끝났는지 엄청난 인파가 춤을 추며 골목길을 빠져나온다. 그들이 야외광장의 라이브 무대를 둘러싸고 춤을 추거나 빈 테이블을 찾아 앉는다. 이제부터는 이곳에서의 파티가 막 시작 된 것이다. 통기타를 튕기며 노래하는 가수의 목청에 흥이 들어간다.
한 잔 맥주 생각이 간절하지만 사실은 상파울루에서부터 술을 잠시 쉬기로 한지 이미 열흘이 넘었다. 라파스에서 급체한 이후로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아 체력도 보강하고 돈도 아끼기 위해서다. 술을 마시지 않기 시작하면 하루만 지나도 전혀 술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알코올 중독은 아닌 모양이다. 다만 현지인들과 좀 더 가까이 접하기 위해 그리고 좋은 풍광을 보는 감흥을 증폭시키기 위해 이왕이면…… 하는 생각으로 술을 마신다.
한쪽 구석에 서서 통기타 연주를 듣고 있는데 흑인여인 하나가 말을 건다. 그녀는 테이블을 가리키며 합석을 제안한다. 그 테이블에는 조금 전 공연장에서 무대 위에 올라가 멋들어지게 라틴 춤을 추던 여인이 앉아 있다. 둘 다 20대 중반쯤으로 보인다.
엉거주춤 자리에 앉자 다른 사내들 몇이 청하지도 않았는데 합석을 하면서 아르헨티나에서 왔다고 자기들 소개를 한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오래 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다. 유럽계의 백인이라는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인디오들과 피가 섞였다며 브라질 사람들을 업신여기기 때문에 브라질 사람들의 반감이 크다.
이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잠시 맥주를 마시며 어울린다 싶던 사내들은 여인들에게 쫓겨나듯 자리를 뜬다. 여인들이 그런 그들의 뒤통수에 대고 욕을 한다.
“아르헨티나 놈들!”두 여인은 광장을 빠져 나가는 그들의 뒤꼭지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러나 내가 술을 마시지 않자 그녀들은 심드렁해진다. 그중 한 여인이 내일 해수욕장에 간다면서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별로 할 일도 없으니 한 번 따라 가보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숙소로 돌아오니 시간은 이미 새벽 2시가 넘었다. 3층 침대인 2층의 내 자리로 들어가 잠을 자려고 하니 침대 양옆을 담요로 커튼을 만들어 치고서는 아래 침대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하며 교성이 들려온다. 곧 이어 위의 침대마저 삐걱댄다. 둘 다 서양 아이가 들었다. 하지만 나는 이 정도에는 이미 익숙해진 터라 쉽게 잠속으로 빠져든다. 3층침대가 어린아이의 요람처럼 흔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