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닷바람이 낮의 열기를 식히고, 해변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할 때, 세부의 밤은 조용한 속삭임처럼 다가온다. 낮 동안 아이들이 웃으며 뛰놀던 바다는 온순한 은빛 거울이 되어,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담히 비춘다. 그 평온한 풍경 앞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내가 보는 세상이 다가 아닐 때가 많다. 타인이 바라보는 세상은 늘 다르고, 그 차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우리는 종종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비치 파라솔 아래에서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면, 같은 풍경도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느낀다.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의 낭만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쉼표이며, 어떤 이에게는 잠시 머물다 가는 생의 한 장면일 뿐이다. 평생 내가 본 세상은 어쩌면 100만의 1도 안 될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 한쪽이 조용해지고, 세상을 향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위안이 스며든다. (글/사진=최치선 기자)
▲ 세부 섬에 있는 해수욕장 풍경 (사진/최치선 기자)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필리핀 세부 \'생의 한가운데\'](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3a991080-f3e3-4720-be13-667bcceca08f/00-legacy-cover-311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