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골드코스트의 거리 한가운데,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건널목 표지판 하나가 내 발걸음을 붙잡았다. 도시의 윤곽을 따라 흐르는 구름, 고층 아파트의 곧은 선, 그리고 그 앞에서 묵묵히 사람의 걸음을 안내하는 표지판. 흔하고도 평범한 도시의 장면인데, 왠지 모르게 오래 바라보게 된다. 마치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잠시 멈춰 서도 좋다’고 말하는 듯해서다.
여행자는 속도를 잊어버린 채 걷는 사람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갈수록 시간의 속도는 오히려 더 가파르게 느껴진다. 마음 한편에서는 바람이 불 듯 이런 생각이 스친다.
할 수만 있다면 좀 더 가속도를 내서 다시 0으로 돌아오고 싶다. 아니면 00스마트폰 광고에 나오는 워프나 해볼까?
농담처럼 떠올린 문장이지만, 어쩌면 삶을 되짚어 보고 싶은 간절함이 그 속에 숨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진 속 표지판은 단순한 길 안내가 아니다. 누군가 앞으로 걸음을 내딛는 순간을 기록한 작은 상징 같다. 도시의 속도에 맞춰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표지판은 오히려 조용하다.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오랜만에 나 자신의 걸음소리를 들었다. 더 빨리 걷고 싶은 욕망과 더 천천히 머물고 싶은 마음이 서로 부딪히는 순간이었다.
건널목이라는 공간은 언제나 선택의 자리다. 건널 수도 있고, 멈출 수도 있다. 삶도 그렇다. 어느 쪽으로 향하든 일단 한 번은 멈춰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봐야 한다. 골드코스트의 맑은 하늘 아래 서 있으니, 지금의 나는 그저 ‘여기’라는 사실이 조금은 위로처럼 다가왔다.
도시는 오늘도 흐르고, 바람은 건물 사이를 스친다. 그러나 표지판 위 두 발걸음은 늘 같은 자세로 서 있다. 그 모습이 문득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빨라져도 좋고, 느려져도 좋다. 중요한 건 네가 계속 걷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걷는다. 이름 없는 거리에서, 불필요한 것들은 바람에 흘려보내며.
[촬영장소: 호주 골드코스트 시내, 글,사진: 최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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