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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호주 포트 애들레이드 벼룩시장에서 본 \'비어있는 액자\'

최치선 기자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호주 포트 애들레이드 벼룩시장에서 본 \'비어있는 액자\'


포트 애들레이드의 벼룩시장은 항구의 낡은 공기를 머금은 채, 느슨하고 따뜻하게 열린다. 철도 박물관과 해적선 박물관이 여행자의 시선을 머물게 한다면, 이 마켓은 그 시선에 깊이를 더해주는 장소다. 등대 앞에서 펼쳐지는 이 시장에서는 19세기 호주 이주민들이 남긴 초기 물건까지 우연처럼 마주할 수 있다. 그 순간 여행자는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라, 오래된 이야기를 건져 올리는 사람이 된다.

 

사진 속, 누군가의 손길이 스쳐 지나간 듯한 천 위에 새겨진 새 두 마리는 이 땅의 원주민 예술을 닮았다. 반복되는 점과 선, 그리고 여백은 말없이 시간을 이야기한다. 이 작은 천조각 하나에도 삶의 흔적, 이주와 정착, 고단함과 희망이 층층이 쌓여 있다. 그래서 벼룩시장에 놓인 물건들은 낡아 보일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긴 시간만큼은 누구보다 또렷하다.

 

시장 안을 걷다 보면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구경만 하는 사람까지 모두가 잠시 ‘기록자’가 된다. 손때 묻은 물건 하나를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우리는 누군가의 삶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고, 그 삶이 이끌어온 시간을 느끼게 된다.

포트 애들레이드의 벼룩시장은 그래서 특별하다. 과거와 현재가 이 작은 천 한 장 위에서, 혹은 낡은 가방이나 오래된 주전자 위에서 잠시 만나 서로에게 말을 건넨다. 그리고 여행자는 그 속에서 묻혀 있던 시간을 조용히 주워 들며, 자신의 여행도 결국은 누군가의 시간 위에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촬영장소: 포트 애들레이드 벼룩시장 안. 사진_최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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