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교적 대학 입시를 최근에 경험한 20대다.
현재 중고등학생들과 나이 차가 크지 않아 공감이 가능하고 비교적 높은 수능 점수를 받아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교에도 진학하였다는 점에서, 또한 현재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로 교육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보니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기회가 많다. 주로 진로 설정 노하우나 공부법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는데, 강연이 끝나고 나면 매번 학생들의 질문들이 쏟아진다. 질문의 본질은 어떻게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지 구체적인 입시 전략과 추천 전형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세대 차도 크지 않고, 공부도 잘했고, 대입 제도에 비교적 관심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질문에 답하기 쉽지 않다. 불과 7년 만에 입시 제도가 급진적으로 바뀌었으며 (일례로 내가 다닐 때는 정시모집이 70% 였고 수시모집이 30%였는데, 현재는 수시모집 비중이 80%에 달하고 나머지를 정시모집으로 뽑는다고 한다), 그 변화의 결과 입시 전형이 매우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한 사설 입시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에 대학에 갈수 있는 입시 전형의 수가 3,000개가 넘었다고 했다.
사실 입시제도 변화의 취지와 방향성은 긍정적인 것이다. 내신과 수능이라는 점수만으로 등수를 매긴 채 상위권 대학부터 차례로 입학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면접 등을 통해 학생의 정성적인 면과 잠재력을 종합하여 평가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관련하여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일선 교육 현장에서 변화된 입시제도를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가계 소득에 비례하여 자녀의 진학 실적이 결정되는 교육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 일례로 강남의 부유한 가정에서는 고액 입시컨설팅을 받으며 수많은 전형 중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전형을 골라 학생의 본래 실력과 잠재력보다 높은 대학교에 진학시키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부모님의 형편이 넉넉지 않거나 정보가 부족한 지역에 위치한 학생은 입시 전략의 실패로 본래 실력보다 낮은 대학을 가기도 한다. 매년 발표되는 서울대 신입생 부모의 지역 및 직업 분포도 조사에서 강남 거주, 전문직과 고위 사무직이 10년 째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통계 자료는 이러한 현실을 잘 증명해준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례는 갈수록 희박
이런 거창한 사회구조적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변화한 입시제도 아래서 학생들이 받는 고통 또한 만만치 않다. 과거에는 내신관리를 잘하고 수능공부만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동아리, 봉사활동 같은 스펙 관리를 해야 하고 논술 면접 준비도 해야 하며, 자기소개서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도 수많은 대학 입시 전형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고 적합한 전형을 찾아 지원해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잘 고르면 자기 성적을 뒤집는 입시 대박이 가능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크다는 점에서 수험생들은 만성적인 불안감과 압박감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이미 변화한 입시제도를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그리고 변화의 방향성이 궁극적으로는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어떻게 입시제도를 더 변화시킬 지 보다는 어떻게 제도의 취지가 사회 전반에 잘 스며들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필자의 짧은 식견으로 해결책까지는 제시할 수 없지만, 해결의 방향성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에서는 공교육의 강화를 통한 공교육 내 효과적 입시지도, EBS의 무료 콘텐츠 다양화 및 질 강화가 이루어지고, 기업 및 교육시장에서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입시컨설팅 시장의 가격 거품을 빼고 대중화 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름 : 권태훈
학력 :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경력 :
현 청소년 진로잡지 MODU 발행인
현 모두커뮤니케이션즈 창업 및 대표
전 SK행복나눔재단 사회적기업 컨설턴트
전 서울대학교 학생홍보대사 회장
수상 :
고용노동부 선정 2012 최우수 사회적기업
현대자동차그룹 소셜벤처 경진대회 대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