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물줄기가 만난 그곳, 대한민국 마지막 주막 삼강주막
예로부터 예천은 세 개의 긴 강을 따라 수로가 발달되었고, 물자와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이었다고 한다. 부산에서 예천을 지나 안동까지 드나드는 소금배들은 이 지역에서 쌀을 싣고 돌아가곤 했다. 게다가 예천은 물맛이 좋고 인심도 후했던 고장이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나루터가 많이 들어서게 되었다.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이 만나는 곳인 삼강나루터는 장이 서는 날이면 나룻배가 쉬지 않고 오갔던 곳이다. 일제강점기 시대만 하더라도 물자와 사람이 북적거렸던 이곳에 시끌시끌한 옛 장터의 기억을 가진 대한민국 마지막 주막, 삼강주막이 있다.
삼강주막은 1970년부터 쇠락하기 시작하여 인적이 끊어졌는데, 이유는 근방에 생긴 다리와 제방 때문이다. 건설붐으로 인해 강바닥이 파이면서 물은 점차 말라갔고, 회나무 뒤까지 차오르던 강물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삼강리 주민들은 아직 사람이 북적거리던 당시의 삼강주막을 알고 있다. 마지막 주모였던 유옥연 할머니가 2005년 세상을 뒤로 하신 후 허물어져 가는 주막을 기억을 되짚어 다시 복원한 것도 삼강리 주민들이다.
삼강주막의 특이점은 부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삼강주막을 살펴보면 일반 가정집과는 다르게 문이 사방으로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주모가 부엌에 있을 때, 어느 쪽에서 손님이 오더라도 뛰어나갈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부엌의 구조 덕분에 삼강주막은 2005년 경상북도 민속자료로 지정되었다. 16평에 불과한 작은 건물이지만, 짜임새 있게 툇마루와 다락까지 있다는 점도 눈 여겨 볼 만하다.
삼강주막에 숨겨진 재미는 바로, 마지막 주모였던 유옥연 할머니의 외상장부다. 삼강주막엔 흙벽에 칼로 그은 금들이 있다. 세로로 그어진 짧은 것은 막걸리 한잔, 긴 금은 막걸리 한되란 뜻이고 외상을 갚으면 가로로 긴 금을 그었다. 이 흙벽은 복원 당시 그대로 뜯어냈다가 고스란히 살려 놓았다. 외상장부에는 꽤 많은 금이 그어져 있는데, 할머니의 푸짐한 인심을 느끼는 동시에 이래서 장사가 됐나 싶은 생각이 동시에 교차한다. 계산해보면 못 받은 막걸리 값이 어마어마하다.
주막 뒷편에는 커다란 바위가 하나 놓여져 있는데, 들돌이라는 것으로 얼마나 가볍게 드나에 따라 일꾼의 품삯이 정해졌다고 한다. 호기심에 들어 보았으나 꿈쩍도 하지 않는걸 보니, 내가 당시에 태어났더라면 한푼도 못받았을지도... 돌은 무지막지하게 크고 무겁다.
유옥연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새로운 주모를 뽑았으나, 각종 매스컴과 언론에 노출됨에 따라 관광객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현재는 삼강리 부녀회에서 주모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삼강주막 옆으로는 간단한 주전부리와 막걸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다. 모든 것은 셀프. 특히 경상도 지방에서 즐겨 먹는 배추전이 일품이다. 나는 경상도 출신이라 배추전이 익숙했으나 함께 했던 사람들은 배추로 전을 부친다는 것이 꽤나 신기했던 모양이다. 씹을수록 고소한 배추의 맛에 한번 빠지면 막걸리 주전자가 비워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1박2일에 삼강주막이 소개 된 후 각지에서 사람들이 삼강주막을 찾아오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랜드마크 같은 관광지를 기대하고 와선 곤란하다. 그저 막걸리 한잔에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삼강주막이 들려주는 그 때의 시끌벅적함을 느끼는 것은 어떨까? 저 멀리 낙동강 자락타고 오는 뱃사공의 뱃노래가 들려오는 듯 하다.
근처에 위치한 삼강주막마을에서는 여러 가지 체험프로그램 및 숙박까지 가능하다.
주 소 : 경상북도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 219
문 의 : 054)655-31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