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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종합

철없는 몽상가, 순수의 땅 라오스에 가다(15)

권영빈

TRAVELI

철없는 몽상가, 순수의 땅 라오스에 가다(15)

 
▲ 가끔씩 지나가는 쌩태우는 있었지만, 시판돈행은 아니었다.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황량한 도로위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한 작은 가게에도 사람이 없었다. 그야말로 패닉 상태였기 때문에, 차분히 마음을 진정 시킬 시간이 좀 필요했다. 그러나 뭐 마음을 진정시킨다 해서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20년 밋밋한 인생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 있는 이 여행에 회의감이 들었다. 무대책으로 떠나온 이 여행이 후회되기도 했다. 그렇게 10분쯤 흘렀을까? 내 앞으로 소 한 마리가 느릿 느릿 지나갔다. 소는 그 큰 눈으로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찹찹했다. 곧이어 한 소년도 나타났다. 아마 소를 모는 소년인 것 같았다. 나는 소년을 보자마자 시판돈을 외쳤다. 다급하고 절실한 내 외침에 소년은 약간 당황하는 듯한 얼굴로 바디 랭귀지를 시작했다. 대충 풀이하자면, ‘이 가게 앞에서 기다리면 버스가 올 것이다.’라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시판돈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인 것 같아 한결 안심이 되었다. 순간 온 몸에 긴장이 풀리며 한결 안심이 되었다.

▲ 느릿느릿 소 한마리

 

▲ 나학(라오스어로 귀엽다) 귀여운 아이

마침 가게 주인이 장사를 시작하러 가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단 가게에 들어가 허기진 배부터 채웠다. 식사를 하는 동안 가게 주인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시판돈으로 가는 버스가 간헐적으로 가게 앞에 승차한단다. 즉, 버스가 언제 올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게 주어진 선택는 마냥 버스를 기다리는 것 뿐, 다른 선택은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버스를 막연히 기다리는 동안, 가게 주인의 딸과 놀기로 했다. 3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주 예쁘고 귀여운 아이였다. 처음에는 낯선 나를 무서워했지만 색깔볼펜으로 그림을 그려 주니 아주 좋아했다. 아이랑 놀며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린지 2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가게 앞에 봉고차가 한 대 서더니 선글라스를 쓴 건장한 남자 두명이 내 앞으로 다가 왔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다.

 

 

▲ 여행자용 봉고차

그들은 등치 큰 흑인남자와 세련된 느낌의 라오스남자였다. 돈을 빼앗길 것 같다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배낭을 단단히 조여 매고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데 흑인 남자가 선글라스를 벗더니 너무나도 해맑은 미소로 어디에 가냐고 물었다. 나는 얼떨결에 시판돈으로 간다고 대답해 버렸다. 그들은 자신들을 여행사 직원이라 소개하며 현재 외국인여행객들을 시판돈으로 데려다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혹시 내가 원한다면 40달러에 자신들의 봉고차를 타고 시판돈으로 태워주겠다고 제안했다. 의심이 들어서, 슬쩍 봉고차 안을 보니 유럽배낭여행객들이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이를 보니 좀 안심이 되었다. 약간의 흥정 끝에 결국 봉고차에 합승하기로 했다. 다행히도 봉고차 앞좌석에 혼자 타게 되어 비교적 편안하게 시판돈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비록 페리 선착장에서 만난 아주머니에게 어이없이 사기를 당했지만, 운 좋게도 시판돈행 봉고차에 합승할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었다. 어느덧 시계는 정오를 가리키고 있었다. 참빠삭을 떠난지 5시간 지난 때였다.

 

▲ 합승한 배낭여행객들

봉고차 안에는 유럽 각지에서 모인 배낭여행객들이 가득했다. 나는 앞자리에 혼자 앉게 되어 그들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는 없어 아쉬웠다. (사실 뒷좌석에 앉았다고 해도 대화는 못 나눴을 것이다. 대부분이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창밖을 통해 보이는 푸른 초원이 놀랐던 내 마을 서서히 진정시켰다.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음악 선율에 온 몸이 나른해 지며 스르르 단잠에 빠졌다. 얼마쯤 지났을까? 덜커덕 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울려 퍼졌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주위를 살펴보니 사람들이 봉고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나도 허겁지겁 내 짐을 챙겨 봉고차에서 내렸다. 당황하는 내 모습을 본 운전기사가 내 머리 위를 가리켰다. 내 머리 위에는 반나카상이라고 적힌 푯말이 걸려 있었다. 시판돈으로 가는 모든 나룻배가 정박하는 마을, 반 나카상에 드디어 도착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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