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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독일] 별 세 개에서 길거리 국수까지…베를린은 먹으러 가는 도시

최치선 기자
[독일] 별 세 개에서 길거리 국수까지…베를린은 먹으러 가는 도시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베를린에서 무엇을 먹을지 정하려면 먼저 어느 동네를 걸을지 골라야 한다. 코스 요리 한 끼를 위해 찾아가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걷다가 국수 한 그릇을 먹고 다시 거리로 나서는 길도 있다. 독일식 요리만 떠올리고 도착했다면 의외의 메뉴가 기다린다. 레바논과 조지아, 중국과 인도, 한국과 스페인의 맛이 같은 도시의 식탁에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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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tz_maerz16_rs_warm_300dpi_46_Unterm_Apfelbaum_Backkartoffel_Hefeeis_wilder Sauerampfer.jpgBeschreibung: Elegantes Restaurant auf zwei Etagen mit internationalen Speisen und einem darauf abgestimmten Weinangebot. Chausseestraße 8, 10115 Berlin Copyright: Ricarda Spiegel

정찬으로 여정을 시작한다면 미테의 루츠(Rutz)가 있다. 2001년 와인 바와 레스토랑으로 출발한 이곳은 올해 개업 25주년을 맞았다. 베를린에서 유일한 미슐랭 3스타 식당이다. 

 

2026년 기준 베를린의 미슐랭 스타는 19개 레스토랑에 걸쳐 모두 25개다. 2스타는 호르바트(Horváth), 코다(CODA), 파실(FACIL), 팀 라우에(Tim Raue) 네 곳이다. 별을 받은 식당이 이렇게 모여 있지만, 베를린의 미식은 한 가지 요리 방식으로 묶이지 않는다.

 

팀 라우에는 일본·태국·중국 요리에서 가져온 맛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노이쾰른의 코다는 디저트 기술을 식사 전체에 끌어들여 채소의 단맛과 짠맛, 신맛을 한 접시에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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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here_Tim_Raue_Nacht_c_BERLINER_FERNSEHTURM.jpgBeschreibung: Restaurant Sphere von Tim Raue im Berliner Fernsehturm Copyright: BERLINER FERNSEHTURM

노벨하르트 & 슈무치히(Nobelhart & Schmutzig)는 베를린과 인근 지역의 재료, 그 재료를 생산한 사람에게 시선을 돌린다. 2025년 ‘세계 50대 레스토랑’의 51~100위 명단에는 팀 라우에 58위, 노벨하르트 & 슈무치히 59위, 코다 79위가 이름을 올렸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베를린의 맛을 보여주는 세 곳이다.

 

격식을 갖춘 식사만이 선택지는 아니다. 2026년 새로 빕 구르망에 선정된 빌머스도르프의 비블로스(BYBLOS)에서는 레바논 요리를, 샤를로텐부르크의 살히노(Salhino)에서는 조지아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비블로스의 치즈와 허브를 넣은 바삭한 삼부식, 살히노의 마늘 밀크 소스를 곁들인 닭요리 츠크메룰리는 낯선 이름을 주문하는 즐거움까지 준다. 빕 구르망은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요리를 내는 식당을 가리키는 미슐랭의 별도 선정이다.

 

베를린 식탁의 또 다른 중심은 채소다. 베를린 관광청이 소개한 채식 식당은 비건 114곳과 베지테리언 111곳, 모두 225곳이다. 미슐랭 1스타 쿠키스 크림(Cookies Cream)은 채식 코스 요리를 선보이고, 이곳의 니콜라스 한은 2025년 ‘베를린 마스터 셰프’로 뽑혔다. 오우칸(Oukan)은 아시아 요리 기법으로 비건 파인 다이닝을 풀어낸다. 

 

브를로 브루하우스(BRLO Brwhouse)에서는 수제 맥주와 함께 그릴에 구운 채소를 고를 수 있다. 미헬베르거(Michelberger)처럼 슈프레발트의 자체 농장에서 과일과 채소를 가져오는 식당도 있다. 채소는 고기 요리의 곁들이가 아니라 한 끼의 중심에 놓인다.

 

거리로 나오면 도시의 결이 바뀐다. 크로이츠베르크의 오라니엔슈트라세(Oranienstraße)는 카페와 술집,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가게가 이어지는 거리다. 이곳에서 시작한 골디스(Goldies)의 스매시버거, 한국식 치킨을 내는 앵그리 치킨(Angry Chicken)이 한 동네에 자리한다. 

 

이름이 비슷한 미테의 오라니엔부르거슈트라세(Oranienburger Straße)는 타헬레스와 사진미술관 포토그라피스카 주변의 레스토랑과 바를 둘러보는 길이다. 두 거리를 혼동하지 않으면 동선을 짜기가 한결 쉽다.

 

샤를로텐부르크의 칸트슈트라세(Kantstraße)로 가면 중국 가정식 아로마(Aroma)와 일식·베트남식 등 아시아 음식이 펼쳐진다. 더 매운 한 그릇을 찾는다면 크로이츠베르크의 충칭 누들스(Chungking Noodles), 미테와 프렌츨라우어베르크의 웬청(Wen Cheng)도 후보가 된다. 

 

거리 음식을 한자리에서 맛보고 싶다면 크로이츠베르크 마르크트할레 9(Markthalle Neun)의 목요일 음식 장터를 살펴볼 만하다. 여러 나라의 음식을 들고 시장 안을 거닐 수 있다.

 

독일 음식이 생각나는 날에는 미테의 트리오(Trio)와 추어 레츠텐 인스탄츠(Zur letzten Instanz)로 향한다. 트리오는 독일식 선술집 음식을 현대적으로 내고, 겨자 소스 달걀 요리와 쾨니히스베르거 클롭제 같은 고전을 차린다. 

 

베를린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으로 알려진 추어 레츠텐 인스탄츠에서는 도시의 오랜 식문화를 만난다. 급히 먹는 커리부르스트와 되너 케밥도 베를린 음식의 일부다. 크로이츠베르크에서 시작한 하시르(Hasir)의 이야기는 이주민의 음식이 어떻게 도시의 일상이 됐는지 보여준다.

 

한국인 여행자에게는 코추 카루(Kochu Karu)도 눈길을 끈다. 빈 리와 호세 미란다 모리요가 한국과 스페인의 조리법을 한 접시에 잇는다. 인도 음식 쪽으로 눈을 돌리면 인디아 클럽(India Club)의 탄두르 요리와 미스터 차이 왈라(Mr. Chai Wala)의 도사·비리야니가 기다린다. 

 

베를린에서 ‘현지 음식’은 독일의 오래된 조리법만을 뜻하지 않는다. 이 도시에서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가져온 음식도 이제 베를린의 일상이다.

 

식사 사이에는 미테의 와인 바 프로인트샤프트(Freundschaft)에 들를 수도 있다. 길게 휘어진 바에 앉아 한 잔을 고르거나, 여성 와인 생산자의 와인을 소개하는 노미(NOMI)에서 취향을 넓히는 식이다. 하루 종일 식당을 옮겨 다니지 않아도 커피와 간단한 안주를 사이에 두고 동네의 속도를 느낄 수 있다.

 

저녁의 끝은 쇠네베르크의 그린 도어(Green Door)에서 맺을 수 있다. 이곳은 믹솔로지 바 어워즈에서 2025년 ‘올해의 바’로 선정됐고, 바 매니저 마리아 고르바초바는 같은 해 ‘올해의 바텐더’에 올랐다. 

 

낮에 미슐랭 식당을 예약하든 시장에서 가볍게 먹든, 밤에는 또 다른 선택지가 열린다. 예약이 필요한 정찬과 거리의 간식 사이를 오갈 수 있다는 점이 베를린 미식 여행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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