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청량리역에서 걸어서 5분. 이명진 대표의 음악원에 들어서자 인터뷰 자리는 작은 모임이 됐다. 자리를 마련한 개그맨 김민, 한국교통장애인협회 동대문구지회에서 활동해 온 김태진, ‘낙동강나루터’ 음반을 낸 가수 조옥자가 함께했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화제는 자연스럽게 다음 달 배봉산 무대로 옮겨갔다.

오는 10월 9일 한글날, 동대문구 배봉산 열린광장에서 ‘제10회 줌마들의 페스티벌’이 열린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어지는 공연의 총감독은 이 대표다. 그에게 이 무대는 노래 솜씨를 겨루는 자리가 아니다. 오랫동안 가족과 일에 시간을 내주던 사람들이 자기 이름으로 마이크 앞에 서는 날이다.
이 대표의 음악 이야기는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구레코드에서 ‘숨어 피는 꽃’ 음반을 만들고 가수로 등록했으며, 제3회 통일가요제에서 통일상을 받았다고 했다. 2007년에는 음악원을 열었다. 기타와 노래를 가르치고 음반을 만들며 은퇴자와 주부들을 만났다. 오래 마음에만 담아뒀던 노래를 사람들 앞에서 부르게 된 제자들. 그 변화를 곁에서 보는 일이 그에게는 오래된 기쁨이다. 지금은 ‘둥둥둥 우리소리축제’의 총감독도 맡고 있다.
그 자신도 노래에 기대어 힘든 시간을 건넜다. 10년 전 각막이 이탈해 수술을 받았고,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남은 눈도 시력이 떨어져 지금은 사람의 형체가 흐릿하게 보인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시각장애를 담담히 이야기했다. 눈이 나빠진 뒤에도 음악원 문을 열고 제자를 맞았으며, 공연 날짜를 잡았다. 노래는 무너질 뻔한 일상을 붙드는 힘이었다.
그는 아내를 위해 ‘고백’을 썼다. 요즘은 제자에게 기타와 가요를 가르치면서 자신도 고수와 창을 배운다. 가르치는 선생이 다시 배우는 학생이 된 셈이다. 이야기 도중에는 단가 한 소절을 불렀다. 조금 전까지 말을 주고받던 방에 그의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예술에는 원칙이 없다.” 새로운 소리를 배우는 이유를 그는 그렇게 말했다.
노래가 닿는 곳은 공연장만이 아니다. 제자들과 양로원과 요양병원을 찾아가 노래 봉사를 했다. 누워 있던 어르신이 박수를 치고 즐거워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고 했다. 경비를 각자 내야 해 1년에 몇 차례밖에 가지 못하지만, 앞으로도 이어갈 생각이다. 지난 5월에는 정릉천 제1공연장에서 ‘따뜻한 동행’을 열었다. 첫날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대, 이튿날은 어르신을 위한 잔치였다.
줌마들의 페스티벌도 그렇게 조금씩 이어졌다. 6회까지는 출연자들이 돈을 모아 무대를 마련했고, 7회부터 동대문구의 지원을 받았다. 올해 출연하는 제자들은 60세부터 최고령 87세까지, 평균 나이는 60대 중반이다. 1회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조옥자 가수는 14년을 함께한 제자이자 동료다.
곁에서 손을 보탠 사람들도 있다. 김태진 전회장은 자신의 돈으로 생수와 물품을 마련해 왔다. 이 대표는 올해 김태진 전 회장이 장애인 구민 봉사대상을 받는다고 전했다. 시각장애가 있는 김민 개그맨은 축제뿐 아니라 ‘따뜻한 동행’에도 아이디어를 보탰다. 이번 열 번째 무대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단체 ‘소리울림’도 참여한다.
이 대표가 바라는 건 더 많은 사람이 노래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그러려면 자원봉사자의 손과 기업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이 공연을 준비할 때는 서류를 챙기고 지원을 요청하는 일부터 막막할 때가 있다. 실제로 필요한 곳에 도움의 손길이 닿았으면 한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50년 넘게 노래하며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사람들과 화음을 맞춰온 시간이라고 했다. 유튜브에 자신의 음악을 올리는 것도 누군가와 노래를 나누고 싶어서다. 한글날 배봉산에서는 87세 제자도, 한동안 접어둔 노래를 다시 꺼낸 이웃도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이 대표는 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오늘도 곁에서 함께 부른다.

![[인터뷰] 50년 노래한 이명진, 이제 87세 제자를 무대에 세운다](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legacy-live/data/news/2609/9694b59f6242384361664d79dd9632d9_lOnRyAqfB5nswT.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