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 =김보라 기자] 산 넘고 물 건너 찾아가는 강원 정선의 깊은 계곡이 하루 동안 영화관으로 변한다. 고(故) 전유성이 생전 마지막으로 카메라 앞에 섰던 장편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겨울소풍-땅끝에 선 사람들’이 오는 10월 9일 한글날 오후 6시 정선 덕산기계곡에서 첫 시사회를 연다.
‘겨울소풍’은 정선의 폐광에서 출발해 제천과 지리산, 광주, 하동, 목포, 진도 팽목항을 거쳐 해남 땅끝마을까지 이어지는 약 120분의 로드무비다. 배우이자 오지여행가인 최일순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여행과 음악, 현장 공연을 한 편의 여정으로 엮었다.
영화의 첫 장면은 정선 삼탄아트마인에서 시작된다. 옛 삼척탄좌 정암광업소에서 출연진은 광부와 석탄에 감사를 전하는 공연 ‘하얀 산 검은 땅-석탄아 고마워!’를 펼친다.
전유성이 구상한 동물과 식물, 광물과 사람을 향한 감사의 메시지도 이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길은 한국 현대사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지리산에서는 마임이스트 유진규가 북소리에 맞춰 몸짓을 펼치고, 광주 옛 5·18묘역에서는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한다. 진도 팽목항에서는 소리와 북, 한국춤과 현대무용이 어우러져 오래된 기다림과 슬픔을 품는다.
마지막 목적지는 해남 땅끝마을이다.
더 이상 육지로 나아갈 수 없는 곳에서 여행자들은 새해 첫 태양을 바라본다. 영화는 ‘끝은 마지막이 아니라, 뒤돌아서면 새로운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땅끝의 일출에 실어 보낸다.
전유성을 비롯해 유진규, 전형근, 김홍기, 최일순 등이 여행자로 참여했고 배우 기주봉과 정재진 등도 힘을 보탰다. 특히 전유성은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촬영에 참여했다. 최 감독은 “이 작품이 선배님의 유작이 될 줄 몰랐다”며 “화면 속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여전히 함께 여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겨울소풍’이 카메라에 담은 것은 유명 관광지의 풍경만이 아니다. 폐광의 광부와 광주의 오월, 팽목항의 기다림을 지나 땅끝의 새벽에 닿기까지, 영화는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얼굴을 따라간다. 정선의 깊은 계곡에서 시작되는 첫 시사회 역시 영화가 걸어온 길처럼 조금 특별하다. 긴 겨울 끝에서 영화가 건네는 말은 결국 하나다. 그래도 세상은 다시 걸어갈 만하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