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길모퉁이 낡은 공중전화 부스에서 요란한 벨 소리가 울려 퍼진다. 무심코 수화기를 귀에 대는 순간, 100년 전 근대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비밀 지령이 귓전을 때린다. 붉은 벽돌 건물과 일제강점기 수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항구도시 전북 군산의 골목 전체가 올가을 거대한 모험의 무대로 탈바꿈한다.
군산시는 오는 10월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구 시청광장과 시간여행마을 일원에서 군산의 가을을 대표하는 간판 문화행사 ‘제14회 군산시간여행축제’의 웅장한 막을 올린다. 서해의 짙은 바닷바람과 근대 역사의 숨결을 품은 원도심 골목에서 여행자와 시민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도심 밀착형 거리 축제다.
축제의 서막은 10월 2일 오후 6시 큰마당 특설무대에서 화려하게 오른다. 절도 있는 동작과 웅장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해군 군악의장대의 축하 시연을 시작으로, 수많은 시민이 한데 엉켜 춤추는 글로벌 모던 플래시몹이 개막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린다. 축제 기간 도심 곳곳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스트릿 마당’으로 변신한다. 골목길 사거리마다 마술과 버스킹, 퓨전 국악, 거리 뮤지컬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걷는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4일 저녁에는 옛 부둣가의 애환과 멋을 담아낸 근대 퍼포먼스 경연 ‘군산항 밤부두 콩쿠르’가 열려 관객들에게 묵직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가을밤의 낭만을 책임질 라이브 무대도 화려하다. 감미로운 음색의 린과 걸그룹 하이키가 개막 첫날 밤을 달구고, 3일에는 호소력 짙은 보컬 신예영과 앳하트가 무대를 채운다. 4일에는 트로트 샛별 정서주와 전설의 록 밴드 야다가 출격해 시대를 넘나드는 떼창의 향연을 펼친다. 낮에는 고즈넉한 골목을 거닐고 밤에는 시원한 가을바람 속에 라이브 콘서트를 만끽하는 알찬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여행 코스로 손색이 없다.
손발을 직접 움직여 즐기는 인터랙티브 체험도 풍성하다. 울리는 전화기를 받아 미션을 완수하는 ‘받아라! 미션 공중전화’는 아날로그 전화기라는 추억의 소품에 퀘스트 게임을 접목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골목길 구석구석을 누비며 미션을 풀고 포인트를 쌓아 군산 특산품과 굿즈로 바꾸는 ‘모아모아 시간’도 발품 파는 재미를 더한다. 3일부터는 군산의 항일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며 태극기를 흔들고 다 함께 행진하는 ‘우리 모두 3·5만세’ 퍼레이드가 놀마당에서 펼쳐져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축제장 주변으로 발걸음을 살짝만 넓히면 대한민국 최고의 근대문화유산 탐방로가 이어진다. 군산항의 번영과 수탈사를 한눈에 살피는 근대역사박물관을 비롯해 옛 일본 제18은행을 개조한 근대미술관, 고풍스러운 목조 양식이 살아 있는 신흥동 일본식가옥이 지척이다. 영화 팬들의 성지이자 풋풋한 사랑의 기억을 소환하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초원사진관까지 엮으면 완벽한 당일치기 역사·영화 투어가 완성된다.
김재준 군산시장은 “군산시간여행축제는 군산이 간직해 온 독보적인 근대문화유산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로 잇는 감성 소통의 장”이라며 “가을빛이 그윽하게 내려앉은 군산 골목길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오래도록 잊지 못할 낭만과 추억을 한가득 담아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낡은 목조 가옥 사이로 울려 퍼지는 옛 노래와 현대적인 비트가 묘한 조화를 이루는 시월의 군산. 시간의 빗장을 풀고 100년 전 항구도시로 떠나는 이번 주말, 발걸음 닿는 모든 골목길이 당신만의 특별한 영화 세트장이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