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빈센트 반 고흐의 시선으로 불국사와 석굴암을 여행하고, 신라 사천왕사에 얽힌 이야기를 대형 스크린으로 만났다. 천년고도 경주의 문화유산이 인공지능(AI) 영상 속에서 새로운 서사를 얻었다. 유적에 남은 역사와 예술가의 상상력을 연결한 ‘헤리티지 AI 시네마’가 경주에서 열렸다.
경주시는 지난 11일 보문관광단지 씨네Q에서 ‘2026 세계국가유산산업전’ 부대 프로그램인 헤리티지 AI 시네마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과 경상북도, 경주시가 공동 주최하고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경주화백컨벤션뷰로(HICO)가 주관했다.
이번 상영회는 국가유산을 AI 영상기술로 재해석해 시민과 관광객이 친숙하게 접하도록 마련됐다. 영화관의 대형 화면을 활용해 역사 속 인물과 장소를 이야기로 풀고, 문화유산을 표현하는 디지털 콘텐츠의 가능성을 살폈다.
상영작의 소재는 신라의 사찰부터 오늘날 경주를 대표하는 세계유산까지 폭넓게 이어졌다. 사천왕사를 다룬 작품은 문두루 비법과 조각가 양지스님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사찰에 얽힌 인물과 일화를 영상 서사로 옮겨, 이름만으로는 낯설 수 있는 유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반고흐 XR-Bus, 아를에서 신라 불국사까지’는 서양 화가의 시선으로 신라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AI로 구현한 반 고흐가 석굴암과 불국사 등을 여행하는 내용을 담았다. 프랑스 아를과 신라의 불교유산을 잇는 설정으로 시대와 지역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석굴암과 불국사는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함께 등재됐다. 토함산 일대에 자리한 두 유산은 8세기 신라 불교미술과 건축을 대표한다. 석굴암의 화강암 석굴과 불상, 불국사의 석조 기단과 다리·탑에는 당시 장인들의 조형 감각과 건축 기술이 담겨 있다.
상영회에서는 역사 다큐멘터리와 뮤직비디오, 미디어아트, 확장현실(XR) 콘텐츠 등 여러 장르를 함께 소개했다. 하나의 유산을 설명하는 데에도 기록과 음악, 시각예술 등 서로 다른 형식을 활용했다.
이번 프로그램이 속한 세계국가유산산업전은 지난 10~12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올해 개최 10주년을 맞아 국가유산과 기술, 콘텐츠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AI 시네마 역시 유산의 활용 범위를 영상과 문화예술 분야로 넓히는 시도 가운데 하나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AI 기술을 통해 1500년 전 신라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새로운 시각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경주가 보유한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에 AI와 문화예술을 접목해 새로운 콘텐츠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천왕사의 이야기와 불국사·석굴암의 풍경이 이번에는 영화관에서 관객을 만났다. 경주의 오랜 유산을 오늘의 영상 언어로 풀어내는 시도가 여행도시의 콘텐츠를 넓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