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휠체어를 탄 이들이 턱 하나 없는 산책로를 유유히 누비고, 눈이 보이지 않는 여행객의 손끝에는 자개공예의 고운 결이 촉촉하게 담긴다. 서울의 관광 장벽이 한 층 더 낮아졌다.
국경도, 장애도 서울 여행의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거리를 누비는 ‘유니버설 관광도시 서울’의 진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책 결정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서울관광재단이 네팔과 방글라데시의 장애 분야 공무원 및 민간 전문가 16명을 초청해 진행한 ‘서울 유니버설 관광 팸투어’가 뜨거운 호응 속에 마무리됐다.
이번 행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주관하는 아태지역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역량강화 연수 프로그램과 연계해 성사됐다. 단순히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회성 관광을 넘어, 서울이 수년간 구축해 온 선진 무장애 관광 시스템을 해외 유관 기관에 선보이고 실제 현장 검증을 받는 자리로 꾸려졌다.
특히 이번 일정에는 지체 장애인과 시각장애인 등 장애인 당사자 5명이 직접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서울시는 참가자들이 공항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이동과 숙박, 관광지 방문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했다. 이동 편의를 위해 휠체어 리프트가 완비된 '서울 다누림버스'가 전 일정 전용 차량으로 투입됐으며, 수동·전동휠체어와 목욕 의자 등 필수 여행용 보조기기를 현장에 즉시 대여해 생활 속 불편을 깨끗이 덜어냈다.
시각장애인 참가자들을 위한 특화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었다. 전문 해설사가 동행해 공간의 세부적인 묘사는 물론 청각과 촉각 등 오감을 자극하는 ‘현장영상해설’을 1:1로 제공했다. 참가자들은 서울컬처라운지에서 전통 자개공예 키캡 키링을 직접 손으로 어루만지며 만들어보는 이색 체험을 즐겼다. 이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고즈넉한 유물의 역사와 숨결을 공유한 뒤 남산으로 이동했다. 경사도가 완만해 휠체어나 교통약자도 편하게 오를 수 있는 1.45km 구간의 무장애 데크길 ‘남산 하늘숲길’을 거닐며 서울 도심의 푸른 가을 운치를 만끽했다.
현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팸투어에 참가한 방글라데시 정부 관계자는 "공항에서 숙소, 관광지로 이어지는 동선마다 휠체어 리프트 차량이 완벽하게 지원돼 이동하는 데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시각장애인 참가자 역시 "남산 하늘숲길을 걷는 내내 안내자가 풍경과 지형을 생생하게 설명해 준 덕분에 눈으로 보지 않고도 서울의 가을 숲을 마음속으로 깊이 느낄 수 있었다"고 감격을 전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서울관광재단은 다누림버스와 여행용 보조기기 대여, 현장영상해설로 대표되는 독보적인 유니버설 관광 인프라를 해외 각국에 널리 알리고, 누구에게나 평등한 여행 기회를 제공하는 글로벌 포용 도시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서울관광재단 이윤화 예술상생관광팀장은 “이번 팸투어는 서울의 뛰어난 유니버설 관광 인프라와 세심한 서비스를 아태지역 관계자들에게 자신 있게 선보인 뜻깊은 시간이었다”라며 “앞으로도 국적과 장애를 넘어 누구나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서울의 우수 사례를 세계 무대에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여행의 문턱을 없애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서울의 따뜻한 시도가 세계 속 무장애 관광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