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황금빛 벼가 익어가는 들판 사이로 코스모스가 흔들리고, 갓 지은 햅쌀밥 냄새가 가을바람을 탔다. 경강선 열차가 멈출 때마다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주 세종대왕면이 처음 차린 쌀밥축제가 전철역과 들녘을 하나의 축제장으로 바꿔 놓았다.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세종대왕릉역 앞 일원에서 열린 ‘제1회 세종대왕면 황금들녘 쌀밥축제’가 주민과 관광객의 호응 속에 막을 내렸다. 여주의 대표 농산물인 쌀과 세종대왕면의 농촌 풍경을 엮어 햅쌀의 맛을 알리고 주민 화합을 다지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첫 행사였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축제 기간 세종대왕릉역 승하차 인원은 평소 주말보다 2~3배 늘었다. 역을 나서면 곧바로 축제장과 이어지는 편리한 접근성 덕에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방문객도 많았다. 자동차 없이 전철로 찾아와 먹고, 걷고, 사진 찍을 수 있는 ‘가을 전철 여행지’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축제의 중심에는 가마솥 햅쌀비빔밥이 있었다. 갓 수확한 여주 햅쌀로 지은 밥에 갖은 나물을 넣은 비빔밥은 한 그릇 5000원. 커다란 가마솥에서 김이 오를 때마다 긴 줄이 이어졌다. 잔치국수와 수육, 야채전, 떡볶이, 푸드트럭 음식에 군고구마 나눔까지 더해져 들녘 한복판에 푸짐한 잔칫상이 펼쳐졌다.
아이들은 페이스페인팅과 풍선아트, 미꾸라지 잡기, 투호를 즐겼다. 체험 코스를 돌며 도장을 모두 모으면 여주 햅쌀을 주는 행사도 인기를 끌었다. 코스모스길에서는 소원을 적은 종이를 벼이삭에 매달았고, 저류지에서 한가롭게 노니는 거위들은 아이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가장 눈길을 끈 풍경은 허수아비길이었다. 세종대왕면 각 마을 주민들이 손수 만든 92개의 허수아비가 황금들녘을 따라 줄지어 섰다. 표정과 옷차림, 자세가 저마다 달라 방문객들은 허수아비의 동작을 흉내 내거나 곁에 서서 사진을 남겼다. 벼이삭을 본뜬 포토존에서는 한쪽으로 황금빛 논이, 다른 쪽으로 세종대왕릉역이 한눈에 들어왔다.
무대의 열기도 이틀 동안 식지 않았다. 주민자치위원회 동아리 발표회와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찾아가는 음악회, 주민 노래자랑, 평양예술단 공연이 차례로 이어졌다. 객석이 차자 관람객들은 무대 주변에 서서 박수를 보냈다. 먹거리와 체험을 즐기던 사람들이 공연장으로 자연스럽게 모이며 축제장은 늦도록 활기를 띠었다.
이번 축제의 주인공은 주민이었다. 올해 처음 꾸려진 축제위원회는 김희수 세종대왕면장과 윤진형 축제위원장을 중심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주민들은 허수아비를 만들고 먹거리와 체험을 채우며 구경꾼이 아닌 축제의 제작자로 나섰다.
김희수 면장은 “주민들과 축제위원회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주신 덕분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며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낸 축제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윤진형 위원장은 “모든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위원들과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준비했다”며 “황금들녘 쌀밥축제가 세종대왕면을 대표하는 가을 축제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황금빛 벼와 코스모스 사이에 웃음이 피어나고, 92개의 허수아비가 들녘을 지킨 이틀이었다. 주민의 손에서 출발한 작은 축제는 여주쌀의 맛과 농촌의 가을을 한데 담아냈다. 첫걸음은 성공적이었다. 이제 황금들녘 쌀밥축제는 세종대왕면의 가을을 기다리게 할 새로운 이름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