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성심당 앞의 긴 줄을 칼국수 골목과 원도심 여행으로 이어갈 방법은 없을까. 빵을 사면 대전여행이 끝나는 ‘한 곳 관광’에서 벗어나 칼국수와 와인, 전통 맛집을 하나의 코스로 묶자는 제안이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자취를 감춘 칼국수축제를 되살리고, 옛 한밭야구장 같은 유휴부지에 미식 거점을 만들자는 구상이다.
대전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대전의 식도락관광 활성화 및 연계 방안’에는 빵에 집중된 관광객의 발길을 도시 전역으로 넓히는 처방이 담겼다. 윤설민 연구위원은 음식 자원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서로 떨어져 있어 여행으로 연결되지 않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대전을 찾는 사람들은 이미 먹는 여행에 관심이 높다. 지난해 대전관광 실태조사에서 ‘맛집 체험’을 했다는 응답은 55.9%, ‘지역 음식 체험’은 47.1%였다. 방문 장소도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 24.9%에 이어 성심당 본점이 18.7%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빵집 한 곳이 웬만한 관광명소 못지않은 힘을 발휘한 셈이다.
빵 뒤에는 칼국수가 있다. 2023년 대전의 칼국수 가게는 727곳으로 인구 1만명당 5곳에 달한다.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은 밀도다. 한국전쟁 이후 대전역을 중심으로 밀가루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원도심에 제과점과 칼국수집이 함께 뿌리내린 역사도 있다. 대전시는 30년 이상 영업한 전통 인증맛집을 선정하고 면과 빵 맛집 안내책도 펴냈지만, 개별 가게를 실제 관광 동선으로 묶는 작업은 아직 약하다.
관광 만족도는 음식의 인기를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해 국민여행조사에서 대전은 관광여행 12위, 숙박여행 10위, 당일여행 13위에 머물렀다. 부산의 돼지국밥 거리나 광주의 김치타운처럼 특정 음식을 체험하고 소비하는 공간이 부족하고, 유명 매장에 사람이 몰려도 체류시간과 숙박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한계로 지목됐다.
대전 빵축제는 가능성과 숙제를 함께 보여줬다. 2024년 14만명이던 방문객은 지난해 16만8000명으로 늘었고, 매출은 6억6000만원에서 7억원, 참여 업체는 81곳에서 102곳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틀간 인파가 몰려 입장과 구매에 세 시간 넘게 걸렸고, 행사의 중심도 빵 판매와 이벤트에 머물렀다.
해법으로는 빵축제와 국제와인EXPO를 연결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야외 축제와 실내 박람회의 장점을 합치고, 지역 음식과 와인을 함께 맛보는 상품을 개발해 혼잡을 분산하자는 취지다. 2013년 시작해 다섯 차례 열린 뒤 코로나19를 거치며 중단된 대전칼국수축제의 재개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더 큰 밑그림은 가칭 ‘밀락타운 대전’이다. 옛 한밭야구장 같은 유휴부지에 빵과 면 요리 판매장, 조리 체험, 전시와 공연을 담은 상설 미식공간을 조성하는 구상이다. 윤 연구위원은 “대전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베이커리와 칼국수 가게가 밀집돼 있다”며 지역의 역사와 음식을 함께 보여주는 관광 거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심당은 대전 미식여행의 강력한 입구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줄을 칼국수 한 그릇과 와인 한 잔, 원도심의 하룻밤으로 이어주는 길이다. 빵이 대전여행의 전부가 아니라 첫 코스가 될 때 ‘맛있는 도시 대전’도 완성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