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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경주, 천년 고분, 빛으로 깨어난다

9월 4~27일 경주 대릉원 미디어아트

미추왕릉·황남대총·천마총이 거대한 무대로

서동휘 기자
경주, 천년 고분, 빛으로 깨어난다

[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해가 지면 경주 대릉원의 봉긋한 고분들이 거대한 스크린으로 바뀐다. 금관과 천마가 어둠 속에서 되살아나고, 반딧불을 닮은 조명은 고분 사이로 길을 낸다. 천년 신라의 역사 위에 디지털 빛을 입힌 밤의 산책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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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경주 대릉원(제공=경주시)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9월 4일부터 27일까지 대릉원 일원에서 ‘2026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경주 대릉원’을 개최한다. 국가유산진흥원과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대릉원, 영원(永遠)-천년의 시간을 넘어 영원으로’다. 매일 오후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운영한다.

 

밤의 중심에는 미추왕릉과 황남대총, 천마총, 90호분이 있다. 네 고분의 곡면을 살린 대형 미디어파사드에 신라의 건국과 성장, 황금문화의 절정, 발굴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신라의 기억이 흐른다.

 

미추왕릉에서는 신라 건국과 나라를 구한 대나무잎 군대의 죽엽군 설화가 되살아난다. 황남대총은 거대한 고분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금관, 로만글라스 등 출토 유물을 3D 그래픽과 샌드아트로 풀어낸다. 천마총에서는 1973년 발굴 현장과 천마도, 금관을 재현한다. 90호분은 신라의 시작에서 오늘의 경주까지 이어진 시간을 한 편의 이야기로 엮는다.

 

대릉원 입구에서 중앙광장으로 이어지는 길은 ‘빛의 숲’으로 변한다. 반딧불 조명과 레이저, 안개가 겹치면서 익숙했던 고분 산책로에 몽환적인 깊이를 더한다. 고분마다 다른 빛과 이야기를 따라 천천히 걷는 편이 좋다.

 

개막식은 9월 4일 오후 8시 90호분 앞 광장에서 열린다. 미디어 영상과 무대공연을 결합한 판타지 서사극 ‘천년의 잠에서 깨어난 빛’이 첫날의 문을 연다. 선덕여왕과 김유신, 문무왕, 원효대사가 이야기 속 인물로 등장하며 국가무형유산 정순임 명창과 배우, 무용단이 무대에 오른다.

 

관람객이 직접 신라의 밤으로 들어가는 체험도 마련된다. 신라 복식을 입고 해설사와 대릉원을 걷는 스토리텔링형 도슨트 투어를 비롯해 빛의 소망볼에 메시지 남기기, LED 금관 만들기, 천마총 발굴 체험, 스탬프 투어가 이어진다. 일부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이 필요하며 세부 일정은 행사 공식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릉원은 12만6500㎡의 땅에 23기의 신라 고분이 모인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경주역사유적지구를 이루는 대릉원지구의 중심으로, 낮에는 고분의 크기와 곡선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밤에는 풍경의 결이 완전히 달라진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대릉원의 역사적 가치와 신라의 찬란한 문화를 첨단 미디어아트로 새롭게 만나는 특별한 무대가 될 것”이라며 “가을밤 경주에서 천년 신라의 빛과 이야기를 함께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릉원의 고분은 말없이 천년을 지켜왔다. 올가을에는 그 침묵 위로 빛과 음악, 신라의 이야기가 흐른다. 무덤을 바라보는 여행이 아니라 천년의 시간을 걸어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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