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접시에 두툼하게 썰어 올린 붉은 한우 생고기 앞에서 해외 시청자들의 손가락이 일제히 멈춰 섰다. 접시를 180도 뒤집어도 찰떡처럼 붙어 떨어지지 않는 신선함, 베트남 인플루언서가 소개한 ‘대구 한우 뭉티기’ 영상은 순식간에 조회수 44만 7000회를 돌파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다소 낯설게 느껴졌던 한국 고유의 생고기 식문화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순간, 한국의 소박한 지역 음식은 단순히 한 끼 식사를 넘어 직접 찾아가 경험하고 싶은 독보적인 여행 이유로 탈바꿈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한 ‘K-로컬 푸드 헌터스 33’ 프로젝트가 생성해 낸 900여 건의 고품질 콘텐츠를 앞세워 전 세계에 K-미식여행의 매력을 폭발적으로 알리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샤오홍슈, 유튜브 등 글로벌 주요 SNS 플랫폼에 공개된 영상과 사진들은 누적 조회수 1000만 회를 가볍게 넘어섰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중화권과 일본,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주 등 13개국에서 거대한 팬덤을 보유한 핵심 인플루언서 33명이 총출동했다. 이들의 총 팔로워 수만 해도 약 2900만 명에 달한다. 참가자들은 각 팀으로 나뉘어 4박 5일간 강원·전라·경상 등 전국 3개 권역을 구석구석 유람하며 깊은 맛을 품은 향토음식을 맛보고 숨은 관광 명소를 찾아 나섰다.
카메라 렌즈가 조명한 곳은 이미 세계적으로 익숙해진 불고기나 비빔밥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오랜 세월 각 지역 식탁을 지켜온 토속 음식과 신선한 제철 식재료, 현지 주민들의 정겨운 식사 문화가 콘텐츠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대구·경북권의 뭉티기는 신선한 우둔살을 양념장에 찍어 먹는 고유의 음식으로, 특유의 신선함과 정갈한 차림새가 해외 누리꾼들의 눈길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프랑스 인플루언서가 번데기와 선지해장국이라는 파격적인 메뉴에 도전한 영상도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한국인에게는 전통시장이나 식탁에서 흔히 보는 일상적인 음식이지만, 외국인의 시선에서는 강렬한 비주얼과 독특한 식감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여행 이야기가 됐다. 단순히 생경한 음식을 맛보는 자극적인 장면에 그치지 않고, 해당 지역에서 왜 이러한 식문화가 발전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을 함께 전달해 지역관광의 가치를 높였다.
이번 홍보전의 든든한 밑바탕이 된 ‘K-로컬 미식여행 33선’은 대표 지역 음식 15가지, 제철 식재료 15가지, 전통주 3가지를 정교하게 엮어낸 고품격 미식 가이드북이다. 수원 왕갈비, 춘천 닭갈비, 강릉 초당순두부, 부산 돼지국밥, 안동찜닭, 전주비빔밥 같은 간판 메뉴부터 양양 송이버섯, 섬진강 재첩, 순창 장류, 그리고 명품 전통주인 한산소곡주와 안동소주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의 진미를 하나의 매끄러운 여행 동선으로 완성해 냈다.
온라인의 열기를 실제 방한 관광객 유치로 연결하기 위한 후속 조치도 본격화된다. 한국관광 통합 플랫폼 ‘VISITKOREA’에서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간체·번체 등 4개 언어로 글로벌 프로모션을 개최하고 권역별 특화 영상과 미식 33선 정보를 다각도로 제공한다.
민병선 한국관광공사 관광산업본부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K-푸드 콘텐츠의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과 확장성을 재확인했다”며 “K-푸드 열풍이 일회성 관심에 그치지 않고 실제 한국 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글로벌 바이럴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 나라가 가진 진짜 맛의 깊이는 화려한 수도의 레스토랑에만 머물지 않는다. 강원과 전라, 경상의 오래된 골목과 시끌벅적한 전통시장 식탁 위에 진짜 한국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고 있다. 뭉티기 한 접시가 지핀 44만 번의 열렬한 호기심은 이제 전 세계 여행객들을 한국의 정겨운 시골길과 맛의 고장으로 이끄는 생생한 안내도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