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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바다 위로 열린 길, 제부도

전곡항과 제부도를 잇는 서해랑 해상케이블카

최치선 기자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바다 위로 열린 길, 제부도

[트래블아이 글.사진=최치선 기자] 제부도에서 전곡항 쪽을 바라보던 오후였다. 유리창에 적힌 ‘서해랑’ 너머로 파란 캐빈 한 대가 천천히 다가왔다. 구름은 낮게 흘렀고, 물이 빠진 자리에 드러난 갯벌은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넓었다. 바닷물이 오가며 썼다 지운 부호 위로 케이블카가 쉼표처럼 매달려 있었다.

 

케이블카.png
서해랑 해상케이블카(사진=최치선 기자)

전곡항과 제부도를 잇는 거리는 2.12㎞. 숫자로 보면 길지 않다. 하지만 캐빈에 올라 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가면 그 몇 분의 시간이 평소보다 느리게 흐른다. 육지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을 붙잡고 있던 생각도 하나씩 작아진다.

 

크리스탈 캐빈에 처음 발을 올렸을 때는 투명한 바닥을 선뜻 내려다보기 어려웠다. 조심스럽게 아래를 보니 갯벌 위로 물길이 나뭇가지처럼 뻗어 있었다. 바람이 밀어낸 잔물결이 반짝이고, 물이 고인 자리마다 하늘 조각이 내려앉았다. 두려움은 잠시였고, 이내 내가 바다 위를 걷고 있다는 묘한 설렘이 찾아왔다.

 

멀리 누에섬과 해상풍력발전기가 보였다. 바람을 따라 천천히 도는 날개는 서두르지 않아도 앞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물때가 맞으면 제부도로 이어지는 길도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가 물러나야 건널 수 있고, 다시 차오르면 기다려야 하는 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물때가 있는 것 같다. 가까워지고 싶어도 기다려야 할 때가 있고, 떠나보냈다고 생각한 마음이 어느 날 다시 길이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억지로 건너려 하지 않아도 때가 오면 바다는 길을 내어준다.

 

캐빈은 말없이 맞은편으로 흘러갔다. 그 안에도 누군가의 여행과 기다림, 차마 꺼내지 못한 마음 하나쯤 실려 있을 것이다. 잠시 뒤 또 다른 캐빈이 도착하고,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온다.

 

전곡항에서 제부도까지 바다 위 2.12㎞. 서해랑은 두 땅을 잇는 케이블카였지만, 그날 내게는 잠시 멀어졌던 나 자신에게 건너가는 길이었다.

 

바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오래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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