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국민 4만여 명이 153만여 표로 다시 그린 대한민국 여행지도에서 순천이 굵은 두 점을 찍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전국 6위, 순천만습지는 8위에 올랐다. 정원에서 쉬고, 갈대밭을 걷고, 읍성의 시간을 지나 남도의 맛으로 하루를 채우는 도시. 순천이 강한 이유는 어느 한 장면이 아니라 여행의 모든 순간에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한 ‘대한민국 명소 발굴 100×100 프로젝트’는 여행기자와 작가 등 전문가 100명이 100가지 여행 주제와 후보지를 추천하고 국민이 직접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7일까지 4만145명이 참여해 모두 153만8035표를 던졌다. 100개 주제에서 9883개 명소가 선정됐으며 중복을 제외하면 6336곳에 이른다. 여러 주제의 득표를 합산한 전국 상위 10곳에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특히 순천만국가정원은 전남·광주 지역에서 선정된 1032개 명소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조성된 이곳은 2014년 영구 개장했고, 이듬해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약 93만㎡의 정원 안에는 세계 각국의 정원문화와 지역의 자연을 담은 공간들이 펼쳐진다. 화려한 꽃밭만 보고 돌아서는 곳은 아니다. 나무 그늘 아래 잠시 앉아 바람을 듣고, 호수정원을 따라 걸으며 도시의 속도를 내려놓는 장소다. 가족여행객은 어린이동물원과 체험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걷기가 부담스러운 여행객은 관람차를 타고 주요 정원을 둘러볼 수 있다.
국가정원의 풍경은 순천만습지에서 더 깊어진다. 두 명소는 7㎞가량 떨어져 있지만 정원역과 순천문학관역을 오가는 소형 무인궤도차 스카이큐브로 연결된다. 문학관역에서 갈대열차를 타면 습지 가까이 이동할 수 있다.
순천만습지는 28㎢에 이르는 갯벌과 염습지, 광활한 갈대밭을 품고 있다. 2006년 국내 연안습지 가운데 처음으로 람사르습지에 등록됐으며 순천만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도 포함됐다. 흑두루미와 저어새, 큰고니를 비롯한 철새들이 쉬어가는 생명의 공간이다.
무진교를 건너 갈대숲 탐방로에 들어서면 바람이 불 때마다 갈대가 한쪽으로 몸을 눕힌다. 갈대밭 끝에서 용산전망대로 이어지는 길은 제법 땀이 나지만, 정상에서 만나는 S자형 물길과 갯벌의 곡선은 수고를 잊게 한다. 해 질 무렵 물길에 번지는 붉은빛은 순천만 여행의 절정이다.
순천의 시간은 낙안읍성에서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태조 6년인 1397년 처음 쌓기 시작한 읍성으로 성곽과 관아, 초가가 한 덩어리처럼 남아 있다. 전시용으로 복원한 민속촌과 달리 성안에서 주민의 생활이 이어진다는 점이 특별하다.
성벽 위에 오르면 낮은 초가지붕이 장독대와 돌담을 사이에 두고 포개진다. 골목에서는 대장간과 전통 공예, 민속놀이를 만날 수 있다. 성벽을 한 바퀴 걷고 마을 안을 천천히 돌아보면 조선시대 고을의 구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낙안읍성은 문화·예술·전통 분야 대표 명소로 선택됐다.
순천 여행의 마지막 장면은 음식이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가장 관심이 높았던 주제는 ‘착한 가격 식당’이었다. ‘숨은 노포’, ‘지금, 여기서만 제철음식’, ‘전국 방방곡곡 빵지순례’도 상위권에 들었다. 순천의 음식점과 미식 공간 역시 여러 주제에 고르게 이름을 올렸다.
순천만 인근에서는 꼬막정식과 짱뚱어탕이 여행객을 붙잡는다. 꼬막무침과 꼬막전, 양념을 올린 꼬막에 밥 한 숟가락을 곁들이면 갯벌의 맛이 그대로 전해진다. 구수하면서도 진한 짱뚱어탕은 오래 걸은 뒤 허기를 달래기에 좋다.
원도심으로 향하면 웃장 국밥거리가 기다린다. 웃장은 5일과 10일에 장이 서는 전통시장으로, 국밥을 주문하면 수육 한 접시를 함께 내는 넉넉한 인심으로 유명하다. 닭구이와 한정식, 매실을 활용한 먹거리도 순천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든다.
여행은 1박 2일로 잡으면 여유롭다. 첫날 오전 국가정원을 돌아본 뒤 스카이큐브를 타고 습지로 이동해 해넘이를 보고, 다음 날 낙안읍성과 원도심 시장을 찾는 동선이 자연스럽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습지, 낙안읍성, 드라마촬영장,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을 1박 2일 동안 이용할 수 있는 통합입장권은 성인 기준 1만2000원이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습지 입장권은 당일 두 곳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다. 8월 기준 국가정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 습지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두 곳 모두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에 쉰다. 운영시간과 이동시설 운행 여부는 날씨와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순천의 자연생태와 역사문화, 지역의 맛이 대한민국 대표 명소로 골고루 인정받아 뜻깊다”며 “여행객이 더 오래 머물며 순천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체류형 관광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의 전국 톱10 진입은 유명 관광지 두 곳이 얻은 성적표에 그치지 않는다. 정원과 갯벌, 읍성과 시장이 끊어지지 않고 하나의 여행으로 이어진다는 데 순천의 진짜 힘이 있다. 빠르게 보고 떠나는 여행보다 천천히 걷고, 오래 바라보고, 지역의 한 끼를 맛보는 여행. 국민의 선택은 이미 순천을 가리키고 있다.

![[특집] 대한민국 명소100…순천, 정원·습지 나란히 전국 톱10](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legacy-live/658b373130cfe7b39a7b1a80962c222bb85eb68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