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시민들의 소중한 세금 163억 원이 은행에 머무는 동안 이자는 단 1원도 붙지 않았다. 은행의 탓이 아니었다. 공주문화재단이 먼저 ‘무이자 계좌’를 만들어 달라고 은행에 직접 요청한 충격적인 사실이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충남 공주시 산하 공주문화관광재단은 지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공주시로부터 받은 출연금과 위탁사업비 등 누적 163억 원을 별도 계좌로 관리했다. 이 기간 사업별로 순차 개설한 계좌만 무려 20개에 달했지만, 놀랍게도 모두 이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통장이었다.
공주시 조례는 출연금 집행잔액과 발생 이자를 시에 반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자는 재단의 가욋돈이 아니라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가야 할 소중한 세입이다. 그러나 태생부터 이자가 붙지 않는 계좌를 골라 잡았으니 애초에 반납할 돈조차 생길 리 만무했다.
감사실이 분석한 결과, 금리를 고작 0.1%만 적용하더라도 연간 약 790만 원의 이자수입을 건질 수 있었다. 이 기준을 3년치로 단순 환산해도 2,000만 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다. 수시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도 1% 안팎의 금리를 보장하는 금융상품이 수없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단의 방만 행정이 날려버린 기회비용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더 기막힌 대목은 재단이 무이자 계좌 개설을 자발적으로 요구했다는 점이다. 급하게 집행해야 할 사업비라 정기예금에 묶어두기 어려웠다면, 금리가 붙는 수시입출금 계좌를 선택하는 것이 상식이다. 사업별 계좌 분리가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굳이 무이자 통장이어야 할 이유는 하등 없었다.
감사 과정에서 재단 직원들은 관련 내용을 잘 몰랐다는 궁색한 소명을 내놓았지만, 수십억 원의 공공자금을 다루는 기관에서 금리와 이자 귀속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변명은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 편의를 위해 무이자 계좌를 택했다면 그 대가는 시민의 세산에 고스란히 상처를 남겼다.
지방 문화재단의 부실한 자금 운용은 비단 공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수원문화재단은 종합감사 당시 월별·분기별 자금 계획조차 세우지 않은 채 유휴자금을 방치해 약 7,464만 원의 이자수입 기회를 허공에 날려버린 전례가 있다. 반면 은평문화재단은 최근 감사에서 유휴자금을 정기예금에 효율적으로 분산 예치해 이자수입을 극대화한 모범 사례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같은 문화재단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더라도 자금을 다루는 조직의 관리 의지와 책임감에 따라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갈렸다.
그럼에도 공주시가 내린 처분은 대표이사에 대한 ‘주의’ 조치에 불과했다. 고의적인 횡령이나 유용이 아니라는 이유라지만, 3년간 반복된 부실 관리와 세입 기회 상실에 비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계좌 개설을 누가 제안하고 최종 승인했는지, 금융기관 선정 과정은 투명했는지 철저하게 규명해야 마땅하다.
공주시 감사실 관계자는 “시청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의 최전선에서 시민의 세금을 다루는 산하기관 역시 단 한 푼의 예외가 용납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주의 처분이 아니라 철저한 자금 운용 지침 마련, 정기적인 금리 비교 점검, 그리고 계좌별 잔액 공개와 실명 책임제 도입이다. 문화와 관광을 꽃피워야 할 재단이라도 회계의 기본 원칙 앞에서만큼은 예외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