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전주 여행이 한옥마을 담장 밖으로 확장될 수 있을까. 경기전 돌담길에서 풍남문을 지나 전라감영과 객리단길을 걷고, 남부시장에서 한 끼를 맛본 뒤 서학동예술마을 공방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여행이다. 흩어져 있던 원도심의 역사와 상권, 숙박, 체험을 하나로 묶는 ‘권역 단위 관광’이 전주 관광의 새로운 해법으로 떠올랐다.
전주시정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일본 역사자원 활용 관광마을 만들기의 사업추진 구조와 정책적 시사점’을 통해 한옥마을에 집중된 관광객을 원도심 전역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전주 관광의 중심은 경기전과 태조로, 향교길을 품은 한옥마을이다. 여행객이 한곳에 몰리면서 인근 전라감영과 객사권, 서학동예술마을 등은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을 보유하고도 관광 소비로 연결되는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연구원이 주목한 곳은 일본 지바현 사와라와 에히메현 오즈시다. 두 지역은 오래된 건물 하나를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거리와 상점, 식당, 숙소, 문화체험을 함께 묶었다. 비어 있던 고택은 숙박시설과 식당으로 바뀌고 주민의 생활문화는 여행상품이 됐다. 관광객이 마을 안에서 걷고 먹고 잠을 자도록 도시 전체를 하나의 여행지처럼 운영한 것이다.
재원 마련 방식도 다르다. 공공 보조금만 기다리지 않고 지방정부와 민간기업, 지역 금융기관이 역할을 나눴다. 보조금과 융자, 투자펀드를 사업 성격에 맞게 조합하고 관광으로 생긴 수익을 다시 지역에 투입했다. 낡은 공간의 복원과 운영, 수익 창출이 끊기지 않는 구조다.
전주 원도심에도 이를 적용할 자원이 충분하다. 조선시대 전라도와 제주를 관할했던 전라감영, 전주부성 남문인 풍남문, 보물로 지정된 전주객사 풍패지관이 도보권에 모여 있다. 남부시장의 음식과 청년몰, 객사권의 상점과 문화공간, 서학동예술마을의 공방과 전시실까지 연결하면 반나절 관광을 하루 이상 머무는 여행으로 바꿀 수 있다.
한옥마을에서 풍남문과 남부시장으로 이동한 뒤 전라감영과 객사권을 돌아보고, 전주천을 건너 서학동예술마을까지 걷는 방식이다. 단순히 길에 선을 긋는 데서 끝나지 않고 권역별 해설과 체험, 식음, 숙박상품을 함께 만들어야 실제 소비로 이어진다.
빈집과 유휴건물도 새로운 여행공간이 될 수 있다. 오래된 주택을 소규모 숙소나 공방, 책방으로 고치고 지역 예술가와 상인이 운영에 참여하면 원도심의 생활풍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다.
박은별 전주시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권역 단위 관광은 공공시설 정비만으로는 지속하기 어렵다”며 “민간과 금융기관, 공공이 역할을 나누고 이를 조정할 실행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의 진짜 매력은 한옥마을 한곳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라감영의 마당과 풍남문의 성벽, 남부시장의 냄새, 객사 골목의 활기와 서학동 공방의 손길까지 이어질 때 도시 전체가 하나의 여행이 된다. 한옥마을을 전주의 종착지가 아닌 원도심 여행의 출발점으로 바꾸는 것, 그 한 걸음이 전주 관광의 체류시간과 지역의 내일을 함께 늘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