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아이슬란드 다이아몬드 비치에 섰을 때, 내 마음에도 긴 겨울이 머물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고, 애써 걸어온 길마저 틀린 것은 아닌지 자꾸 뒤를 돌아보던 때였다.
검은 모래 위에는 바다에서 밀려온 빙하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요쿨살론을 떠난 얼음은 파도에 깎이고 부서진 뒤에야 이 해변에 닿았다. 수천 년을 견딘 몸이 이제 곧 사라진다는 사실이 이상하리만큼 서글펐다.
파도가 밀려왔다 물러갈 때마다 얼음은 조금씩 자리를 바꿨다. 어떤 것은 희뿌옇게 상처를 품었고, 어떤 것은 속이 훤히 보일 만큼 투명했다. 모양도 빛깔도 달랐지만 햇살이 닿는 순간만큼은 모두 보석이 됐다. 가장 차가운 것이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풍경이었다.
나는 한동안 그 앞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삶도 어쩌면 얼음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서졌다고 끝난 것이 아니고, 밀려났다고 버려진 것도 아니었다. 상처 난 자리에 빛이 들어오면 이전에는 없던 무늬가 생겼다.
그때 내 앞날은 여전히 캄캄했다. 그래도 희망만은 놓지 않았다. 거창한 약속 때문이 아니었다. 검은 모래 위의 작은 얼음 하나가 마지막 햇빛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음은 결국 녹았겠지만 그날의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마음이 어두워질 때면 그 해변을 떠올린다. 절망의 끝에도 빛이 닿는 순간은 온다. 다만 우리가 조금 더 오래 그 자리에 남아 있어야 한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얼음도 빛을 품고 있었다](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legacy-live/878525c16cae38db7f740de9acfdbff7472e201b.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