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대전 엑스포공원 한가운데 한빛탑이 서 있다. 1993년 대전엑스포를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반가운 얼굴이고, 그 시절을 모르는 여행자에게는 조금 낯선 도시의 표정이다. 탑은 오래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지만 마주하는 사람의 시간은 저마다 다르다.
바닥분수가 잠시 숨을 고른 자리에는 물이 남아 있었다. 한빛탑은 그 위에 반사되었다. 탑의 꼭대기는 젖은 바닥 깊숙이 내려가 있었고, 구름과 나무도 물 위에서 조용히 몸을 포갰다. 누군가 지나갈 때마다 작은 물결이 번지며 탑의 윤곽을 흔들었다. 잠시 후 물결이 멎자 한빛탑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제 모습을 찾았다.
여행에서도 이런 순간을 만난다. 목적지보다 우연히 멈춰 선 자리에서 오래 기억될 장면이 생긴다. 분수가 다시 솟기를 기다리던 짧은 시간, 발아래 펼쳐진 또 하나의 한빛탑이 걸음을 붙잡았다. 위를 올려다볼 때는 몰랐던 높이가 아래를 바라보는 순간 비로소 느껴졌다.
한때 수많은 사람이 오갔을 광장은 이제 서두르지 않는다. 아이들의 웃음이 멀어지고 바람만 탑 주변을 천천히 돈다. 한빛탑도 지나간 날들을 굳이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대전의 한복판에서 어제와 오늘 사이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
곧 바닥분수가 다시 물줄기를 쏘아 올리면 수면 위 풍경은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더 오래 바라봤다. 여행은 결국 사라지기 직전의 한 장면을 마음속에 붙잡아 두는 일인지도 모른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대전 한빛탑 아래, 잠시 머문 풍경](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legacy-live/ea0e8aaf12bfaddbffe956bef5d470716547361b.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