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6만5000년 넘게 이어진 호주 원주민의 이야기가 캔버스와 빛, 영상, 설치 작품으로 여행자를 맞는다. 세계 원주민의 날을 계기로 호주정부관광청이 시드니와 멜버른, 골드코스트, 퍼스,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만날 수 있는 원주민 예술 프로그램 5선을 소개했다. 작품을 바라보는 전시부터 현지 작가와 도시를 걷고 직접 그림을 완성하는 체험까지 방식도 다양하다.
호주 원주민인 애버리지널과 토레스 해협 섬 주민에게 예술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땅과 물, 선조와 공동체의 기억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언어다. 오늘날 작가들은 전통적인 상징과 이야기에 회화·사진·영상·사운드 등 현대적인 표현을 더하며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앨리스 스프링스에서는 에밀리 캄 응와레이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2025년 영국 테이트 모던 개인전에서 12만2951명의 관람객을 맞은 그의 전시는 2027년 호주 5개 도시 순회에 나선다. 첫 전시는 4월 9일 아랄루엔 아트센터에서 시작해 케언즈와 퍼스, 뉴캐슬, 태즈메이니아주 버니로 이어진다.
안마티에르 공동체 출신인 응와레이는 70대 중반부터 약 8년간 3000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고향 알할케르의 땅과 식물, 계절을 강렬한 색채와 선으로 표현했다. 순회전에서는 초기 바틱부터 대형 캔버스까지 폭넓게 선보인다.
시드니 호주 현대미술관에서는 토니 앨버트의 첫 대규모 회고전 ‘낫 어 수비니어’가 10월 19일까지 열린다. 관광 기념품과 대중문화 속 원주민 이미지를 재구성한 작품 150여점을 통해 익숙한 이미지 뒤에 감춰진 편견과 식민의 역사를 묻는다.
골드코스트 HOTA 아트센터에서는 ‘애프터 더 레인’을 9월 27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제5회 내셔널 인디지너스 아트 트리엔날레 순회전으로, 영상·사운드·조각을 결합한 10개의 대형 설치 작품이 전시장 전체를 채운다. ‘비가 그친 뒤’라는 제목에는 시련을 지나 다시 이어지는 삶과 문화의 의미가 담겼다.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은 12월 13일부터 2027년 4월 11일까지 ‘NGV 트리엔날레 2026’을 무료로 개최한다. 35개국 약 100명의 작가와 예술가 그룹이 80개 넘는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원주민 작가 안젤리나 카라다다 부나는 선조적 존재 ‘완지나’를 빛으로 풀어내 미술관 입구 워터월을 거대한 작품으로 바꾼다.
퍼스에서는 전시장 밖으로 나가 원주민 예술을 체험한다. 와드주크 공동체에 뿌리를 둔 작가 저스틴 마틴이 진행하는 ‘드주란디 드리밍’은 엘리자베스 키와 스완강을 걸으며 도시의 과거와 드리밍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2시간 미술 워크숍에서는 상징과 색채의 의미를 배우고 자신만의 작품도 완성할 수 있다.
호주 원주민 예술은 오래된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변화하며 이어지는 삶의 기록이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고, 강변을 걸으며 이야기를 듣고, 손끝으로 선 하나를 그어보는 순간 호주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도시 여행에 6만5000년의 시간을 더하고 싶다면 이번 다섯 프로그램을 기억해둘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