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평화로운 섬마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소녀, 웃음 뒤에 비밀을 감춘 주민들. 현대 포크 호러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로빈 하디 감독의 ‘위커 맨’이 제작 53년 만에 국내 스크린에 처음 걸린다. 새롭게 복원된 ‘위커 맨: 파이널 컷’은 오는 8월 19일 4K 화질로 개봉해 늦여름 극장가에 서늘한 충격을 예고한다.
‘위커 맨: 파이널 컷’은 의문의 편지를 받고 스코틀랜드 외딴섬 서머아일로 향한 경찰 하위가 소녀 실종 사건을 추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섬 주민들은 로완 모리슨이라는 소녀를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취급한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하위는 기묘한 의식과 낯선 믿음이 지배하는 섬을 돌아다니며 감춰진 진실에 다가간다.
공개된 메인 예고편은 “실종 사건을 수사하고 있습니다”라는 하위의 말과 함께 시작한다. 교실에 놓인 로완의 사진과 차가운 시선으로 경찰을 바라보는 소녀들, 관 속에 누운 토끼가 차례로 등장하며 평온했던 섬의 풍경을 불길하게 뒤집는다.
서머아일의 지주인 서머아일 경은 “혹시 범죄가 의심되십니까?”라고 되물으며 하위를 압박한다. 주민들은 칼날로 오각별을 그리고 “이제 약속을 지킬 시간이오”라고 외친다. 이어 여장을 한 남자와 화관을 쓴 주민들이 “오월의 여왕 만세”를 외치며 행진한다. 축제와 의식, 광기가 한데 뒤엉킨 장면 끝에 거대한 위커 맨이 모습을 드러내며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이 작품은 어두운 밤이나 갑작스러운 괴물에 기대지 않는다. 햇빛이 비치는 들판과 흥겨운 포크송, 꽃으로 장식된 축제를 공포의 무대로 바꾼다. 밝고 아름다운 풍경이 오히려 불안을 키우는 연출은 이후 수많은 포크 호러 작품에 영향을 남겼다. ‘미드소마’를 연출한 아리 애스터도 “늘 이 위대한 작품의 영향에서 벗어나고자 했다”는 말로 작품의 존재감을 표현했다.
에드워드 우드워드가 집요하게 사건을 파고드는 하위 경사를 맡았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사루만으로 친숙한 크리스토퍼 리가 서머아일 경으로 출연한다. 크리스토퍼 리는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출연료를 받지 않고 촬영에 참여한 일화도 남겼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프렌지’를 쓴 앤서니 셰퍼가 각본을 맡아 신앙과 이교도 문화의 충돌을 치밀하게 녹여냈다.
개봉 당시 온전한 형태로 공개되지 못했던 영화는 여러 판본으로 전해졌다. 이후 발굴된 필름과 로빈 하디 감독의 구성을 토대로 ‘파이널 컷’이 완성됐고, 탄생 50주년을 맞아 영상과 음향을 4K로 복원했다. 국내에서는 95분 분량의 최종판으로 관객과 만난다.
‘위커 맨: 파이널 컷’은 잔혹한 장면보다 믿음이 집단의 광기로 변해가는 순간을 집요하게 바라본다. 아름다운 노래가 흐르고 환한 태양이 내리쬐는데도 마음 한구석은 좀처럼 편안해지지 않는다. 반세기가 지나도 낡지 않은 공포의 원형이 8월 19일 전국 극장에서 마침내 베일을 벗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