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한반도 땅끝에서 바다를 바라보다 책 한 권을 펼치는 여행이 시작된다. 해남의 전망대와 박물관, 휴양시설에 50~100권의 책을 품은 작은 책방이 들어섰다. 목적지를 향해 서두르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문장 사이에서 쉬어가는 땅끝여행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해남군립도서관은 지역 관광시설을 활용한 소규모 독서 공간 ‘땅끝책방’을 조성한다. 첫 책방은 땅끝전망대와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땅끝황토나라테마촌 등 해남을 대표하는 관광지 세 곳에 마련됐다.
땅끝책방은 별도의 건물을 새로 짓지 않고 여행객이 머무는 기존 공간에 책장을 더하는 방식이다. 각 지점에는 50권에서 100권가량을 비치하며, 장소의 특징과 이용자 수요를 고려해 해남군립도서관이 책을 고른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도서를 교체해 다시 찾은 사람도 새로운 책을 만날 수 있도록 운영한다.
사자봉 정상에 자리한 땅끝전망대에서는 다도해의 크고 작은 섬과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바다 너머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해 질 무렵이면 섬 사이로 붉은 노을이 내려앉는다. 전망대에서 마주한 풍경을 여행과 자연을 담은 책 한 권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땅끝책방만의 매력이다.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은 바다에 대한 호기심을 책으로 확장하는 공간이 된다. 패류와 산호, 어류, 포유류, 갑각류, 화석 등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방대한 해양생물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아이들은 전시실에서 본 고래와 조개, 산호를 책 속에서 다시 찾아보며 바다 생태계를 한층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바다와 해송 숲이 어우러진 땅끝황토나라테마촌에도 작은 서가가 들어섰다. 황토문화체험센터와 숙박시설, 캠핑장, 생태수변공원 등을 갖춘 휴양 공간으로 가족 여행객과 캠핑 이용객이 즐겨 찾는다. 물놀이와 산책을 마친 뒤 책을 펼치면 여행의 속도도 한결 느긋해진다.
이번 사업은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 주민과 관광객의 독서 접근성을 높인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도서관까지 찾아가기 어려운 주민에게 책이 먼저 다가가고, 여행객에게는 관광 안내를 넘어 휴식과 문화가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책방이 관광지 안에 자리해 별도의 이동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해남군은 세 곳의 운영 상황과 이용자 반응을 살핀 뒤 지역의 공공시설과 관광지로 땅끝책방을 확대할 계획이다. 책의 구성도 어린이, 가족, 여행자 등 방문객의 특성에 맞춰 꾸준히 바꿔나갈 예정이다.
해남군 관계자는 “도서관이 군민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책이 군민을 찾아가 생활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게 하겠다”며 “관광지에서 만나는 작은 책 한 권이 여행의 여유와 즐거움을 더하도록 지역 곳곳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땅끝은 길이 끝나는 곳이면서 새로운 바다가 시작되는 곳이다. 전망대에서 수평선을 바라보고, 박물관에서 바다의 생명을 만난 뒤 책장을 넘기는 시간. 그 짧은 쉼표 하나가 해남 여행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문장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