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평범해 보이던 마을 저수지는 겨울이면 큰고니가 찾아드는 쉼터였고, 청보리밭 옆 물가는 수많은 새가 먹이를 구하고 쉬어가는 생명의 공간이었다. 고창 주민들이 늘 곁에 있어 미처 몰랐던 마을습지의 가치를 다시 발견했다.
고창군은 람사르습지도시 인증 사업으로 마련한 대중인식증진 교육 프로그램 ‘찾아가는 마을습지학교’를 주민들의 호응 속에 마무리했다. 프로그램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상하면 용대마을, 대산면 신방마을과 산정마을, 공음면 상예마을 등 4개 마을회관에서 열렸으며 주민 100여명이 참여했다.
교육은 운곡습지의 사계를 담은 영상으로 시작됐다. 봄의 신록과 여름의 짙은 초록, 가을 억새와 겨울 철새가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습지가 물을 저장하고 생물의 보금자리가 되는 과정을 살펴봤다. 환경 동화책을 활용한 분리배출 교육과 습지 보전의 바람을 담는 ‘소망 보자기 만들기’도 진행했다.
이번 교육은 모든 마을에 같은 내용을 전달하지 않고 각 지역이 품은 습지의 특징을 중심으로 꾸민 점이 눈길을 끌었다. 주민에게 익숙한 저수지와 하천, 농경지가 어떤 생물을 품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면서 교육의 공감대를 높였다.
상하면 용대저수지는 겨울철이면 천연기념물 큰고니가 찾아오는 서식지다. 몸집이 큰 고니가 잔잔한 물 위를 떠다니는 모습은 마을의 겨울 풍경을 특별하게 만든다. 주민들은 무심코 지나던 저수지가 철새에게 먹이와 휴식을 제공하는 생명의 터전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공음면 상예마을은 넓게 펼쳐진 청보리밭과 예산저수지가 어우러진 곳이다. 농경지와 물이 맞닿은 환경은 다양한 새가 머물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유명 관광지만이 아니라 일상의 농촌 풍경도 잘 보전하면 훌륭한 생태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창은 운곡습지와 고창갯벌을 품은 람사르습지도시다. 운곡습지는 오랫동안 묵은 논이 자연의 힘으로 되살아난 저층 산지습지로, 수달과 삵을 비롯한 희귀 동식물의 서식처다. 2011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됐으며 2022년에는 지역공동체의 보전 활동을 인정받아 고창군이 국제 람사르습지도시 인증을 받았다.
람사르습지도시는 습지를 울타리 안에 가둬 보호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주민이 습지의 가치를 이해하고 보전 활동과 생태관광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을습지학교가 주민회관을 직접 찾아간 이유도 생활 속 작은 실천이 습지 보호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용대마을 주민은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저수지와 하천이 많은 생물의 소중한 서식처임을 깨달았다”며 “분리수거부터 제대로 실천해 깨끗한 습지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나윤옥 고창군 세계유산과장은 “주민들과 마을습지의 소중함을 깊이 새길 수 있었다”며 “현장 중심 교육을 확대해 주민 자부심을 높이고 람사르습지도시 고창의 브랜드 가치를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습지는 멀리 떨어진 특별한 자연이 아니다. 마을 앞 저수지와 논두렁 옆 물길에도 새가 쉬고 작은 생명이 자란다. 주민이 그 가치를 알아보고 지키기 시작할 때 평범했던 풍경은 다음 세대에 전할 고창의 가장 귀한 여행자원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