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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과거 급제 한 장에 인생이 바뀌었다…오죽헌 특별전

11월 15일까지 조선 과거제·교지 조명…600년 된 박시형 백패 공개

서동휘 기자
과거 급제 한 장에 인생이 바뀌었다…오죽헌 특별전

[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조선시대 선비에게 과거 합격증 한 장은 개인의 운명과 가문의 위상을 바꾸는 문서였다. 어린 시절 천자문을 펼친 순간부터 수십 년간의 공부, 시험장을 거쳐 임금이 내린 교지를 받기까지의 긴 여정이 강릉 오죽헌에서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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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헌 시립박물관 특별전(제공=걍릉시)

오죽헌·시립박물관은 14일부터 11월 15일까지 강릉화폐전시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한 장의 종이, 한 사람의 인생: 조선의 과거제와 교지 이야기’를 개최한다. 2026 강릉 ITS 세계총회를 기념해 마련한 전시로, 조선의 교육과 시험, 관직 진출 과정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조선의 양반가 남성들은 어린 시절부터 글을 익히고 유교 경전을 공부하며 과거를 준비했다. 시험에 합격하면 관직에 나갈 자격과 함께 가문의 명예를 얻었지만 모두가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수십 년 동안 시험장을 오가거나 끝내 급제하지 못한 채 생을 마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전시는 선비가 처음 글을 배우는 과정부터 소과와 대과를 거쳐 관직에 임명되기까지 시간의 흐름을 따라간다. ‘천자문’과 ‘소학’, ‘논어’, ‘맹자’ 등 당시 학습에 사용한 고서와 응시자가 답안을 작성한 실제 과거 시험지인 과지(科紙)가 함께 공개된다. 책 한 권과 시험지 한 장에 담긴 선비들의 긴장과 간절함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유물은 2025년 11월 강원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박시형 교지 일괄’이다. 모두 7점으로 구성된 교지 가운데 1456년 박시형이 생원시에 합격하고 받은 백패(白牌)가 전시장에 나온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15세기 백패가 많지 않아 조선 전기 과거제도와 문서 형식을 살펴보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백패와 함께 충무위 상호군 절충장군으로 임명한 고신교지(告身敎旨)도 만날 수 있다. 백패가 소과 합격을 증명하는 문서라면 고신교지는 관직과 품계를 내리는 임명장이다. 과거 준비부터 합격, 관직 진출까지 한 사람의 삶이 두 장의 종이 위에서 이어진다.

 

전시장에는 ‘나도 장원급제’ 포토존도 마련됐다. 관람객이 조선시대 급제자가 된 듯 기념사진을 찍으며 과거제의 의미를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다. 전시 구조물은 종이 소재의 허니콤보드 인쇄 방식으로 제작해 철거 후 종이류로 분리 배출할 수 있도록 했다.

 

오죽헌은 과거 시험에서 아홉 차례 장원해 ‘구도장원공’으로 불린 율곡 이이의 탄생지다. 율곡의 삶이 깃든 장소에서 조선 선비들의 공부와 급제 이야기를 만난다는 점에서 전시의 의미가 더욱 깊다.

 

임승빈 오죽헌·시립박물관장은 “박시형 교지의 문화유산 지정을 기념해 율곡 선생의 탄생지에서 조선의 과거제와 교지의 의미를 조명하게 됐다”며 “국내외 관람객에게 한국의 역사문화 콘텐츠를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얇은 종이 한 장이지만 그 안에는 한 사람이 견딘 시간과 가문의 기대, 조선의 제도가 겹겹이 쌓여 있다. 오죽헌의 검은 대나무 숲을 거닐기 전 이 전시를 만난다면 율곡의 공부와 조선 선비들의 삶도 한층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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