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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행복한 시간, 노을이 오기 전 사랑을 기다리다

최치선 기자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행복한 시간, 노을이 오기 전 사랑을 기다리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하늘이 먼저 여행자를 붙잡았다. 구름은 바다에서 밀려온 파도처럼 겹겹이 흘렀고, 푸른빛 사이로 흰 구름이 번지며 충남 홍성의 여름 하늘을 가득 채웠다. 어사리 노을전망대에 도착했을 때 정작 노을은 없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한동안 그곳을 떠날 수 없었다. 노을이 없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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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리전망대 조형물 [행복한 시간](사진=최치선 기자/트래블아이)

 

풀숲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는 연인의 조형물이 보였다. 입을 맞추기 직전처럼 가까워진 두 사람의 얼굴 뒤로 하늘이 끝없이 펼쳐졌다. 거대한 하늘 아래 사람은 작았고, 사랑은 그보다 조금 커 보였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조형물이겠지만 여행자의 눈에는 오래된 약속처럼 다가왔다. 함께 이곳에 와서 같은 노을을 보자던 약속, 시간이 흘러도 잊지 말자던 약속 같은 것 말이다.  

 

어사리의 진짜 시간은 해가 내려앉기 시작할 무렵 찾아온다. 

 

서해의 넓은 하늘이 천천히 빛깔을 바꾸고, 하루 종일 갯벌과 바다 위를 떠돌던 햇빛이 마지막으로 붉게 타오른다. 사람들은 그 순간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온다. 그러나 노을은 기다린다고 언제나 같은 얼굴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구름이 가리기도 하고, 비가 내리기도 하며, 어떤 날에는 기대했던 붉은빛보다 훨씬 담담하게 하루를 접는다.

 

그래서 여행은 풍경보다 기다림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보고 싶은 것을 반드시 보는 일이 아니라, 만나지 못한 것까지 마음에 담고 돌아오는 일이다.

 

그날 어사리에서 나는 노을을 만나지 못했다. 대신 노을이 올 자리를 오래 바라봤다. 푸른 하늘 아래 서로를 향해 멈춰 선 두

사람도 여전히 그곳에서 저녁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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