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강원 동해시의 두 항구가 서로 다른 미래를 향해 움직인다. 동해항은 산업과 국제물류, 해양안보를 책임지는 복합 거점항만으로 몸집을 키우고 묵호항은 여객과 해양관광 중심지로 변신한다. 화물을 나르는 항만과 여행객을 불러들이는 항구가 각자의 역할을 나눠 맡으면서 동해의 산업지도와 관광 동선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동해시는 국가 항만 개발에 발맞춰 항만을 산업·관광·교통·도시와 연결하는 지역 차원의 대응 전략을 마련한다고 11일 밝혔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7월 확정·고시한 ‘제4차 전국 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전국 항만의 개발과 운영 방향을 담고 있다.
이번 계획에서 동해항은 산업과 물류, 해양안보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복합 거점항만으로 설정됐다. 동해신항 개발과 항만 기능 재편을 통해 환동해권 물류 변화에 대응하고, 지역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항만 배후 지역의 활용과 교통망 확충, 새로운 물류 수요 확보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묵호항은 동해항과 다른 길을 걷는다. 화물 처리보다 여객과 해양관광 기능을 강화해 사람이 찾고 머무는 항구로 키운다는 방향이다. 묵호항 주변에는 묵호등대와 논골담길,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해랑전망대 등 동해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모여 있다. 항만과 기존 명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묵호의 골목과 바다를 함께 걷는 체류형 여행도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묵호항은 울릉도와 독도를 잇는 해상교통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여객 기능 강화가 항구 주변 상권과 숙박, 음식, 관광 콘텐츠로 이어진다면 여행객이 배를 타기 위해 잠시 들르는 곳에서 동해 여행의 출발점이자 목적지로 역할이 넓어진다. 항구 특유의 산업 풍경과 어촌의 정취를 살린 야간관광 콘텐츠 발굴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동해시는 국가가 관리하는 물류시설이라는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항만을 시정 전반과 연결해 이해하는 내부 역량 강화에 나선다. 간부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동해항 주요 시설과 선석별 기능, 화물 처리 과정, 동해신항 개발 현장을 직접 살펴보는 프로그램도 검토하고 있다.
현장 이해를 바탕으로 동해신항 개발과 동해항 기능 재편 과정에서 지역산업이 참여할 방법을 찾고, 항만 배후 지역 활용과 관광·교통 기반 확충에 필요한 의견을 정부와 항만당국에 건의할 계획이다. 국제 정세와 환동해권 물류 변화가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도 폭넓게 살핀다.
신영선 동해시 경제산업국장은 “항만은 동해시의 산업과 물류뿐 아니라 관광과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산”이라며 “항만의 변화가 지역에 실질적인 발전 효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동해항의 거대한 크레인과 묵호항의 낮은 골목은 서로 다른 풍경처럼 보이지만 모두 동해의 바다에서 시작된다. 한쪽은 세계로 화물을 보내고 다른 한쪽은 여행객을 맞는다. 두 항구의 역할이 또렷해질수록 동해의 바다는 일터를 넘어 산업과 여행, 도시의 내일을 여는 관문으로 거듭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