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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먹고 읍성서 한잔… 순천, 도시 전체를 식탁으로

2027년부터 푸드페스타·미식투어·음식문화 3개 분야 집중 육성

전통시장과 낙안읍성, 선암사·송광사까지 맛으로 연결한다

김보라 기자
국밥 먹고 읍성서 한잔… 순천, 도시 전체를 식탁으로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전통시장에서 국밥 한 그릇을 비우고 낙안읍성의 밤길을 걷는다. 조선시대 관아에서는 지역 술과 음식을 맛보고, 다음 날에는 선암사와 송광사 숲길을 달린 뒤 순천의 제철 음식으로 숨을 고른다. 순천시가 음식점 한 곳을 소개하는 데서 벗어나 도시의 역사와 공간, 자연을 맛으로 연결하는 ‘순천형 미식관광’ 구축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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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미식주간 쿠킹쇼 효산고 조리과 학생들과 최현석 셰프의 소금 퍼포먼스 (제공=순천시)

순천시는 2027년부터 ‘순천형 먹거리 콘텐츠 육성 플랫폼’을 본격 추진한다. 관광객이 순천만국가정원과 낙안읍성 등 주요 명소만 둘러보고 떠나는 여행에서 벗어나 지역 음식을 맛보며 오래 머물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식관광이 숙박과 골목상권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도 함께 만든다.

 

출발점은 지난 6월 20일부터 27일까지 열린 ‘2026 순천미식주간’이다. ‘도시가 식탁이 되다, 순천’을 내걸고 남문터광장에서 시작된 축제는 전통시장과 낙안읍성, 선암사와 송광사 등 순천 전역으로 무대를 넓혔다.

 

남문터광장에서는 최현석 셰프가 순천의 식재료와 지역 기업 제품으로 새로운 메뉴를 선보였다. 미식마켓과 로컬 장인 토크쇼, 정원예술제의 공연·전시가 어우러지면서 광장은 이틀 동안 거대한 야외 식탁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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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순천미식주간 기간 중 순천 로컬 미식 장인들이 남문터광장 무대에서 음식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제공=순천시)

광복 이후 순천 국밥의 이야기를 되짚은 6·25 기념 국밥 체험과 아랫장·중앙시장 미식투어도 호응을 얻었다. 시장에서 음식을 맛보는 데 그치지 않고 상인과 골목의 이야기를 함께 들으며 순천 원도심의 시간을 따라가는 여행이었다.

 

낙안읍성에서 열린 야간 미식여행 ‘낙안 잔잔잔’은 음식과 역사 공간을 결합한 대표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다. 참가자는 ‘군수의 초대장을 받은 귀빈’이 돼 성곽길과 골목을 걸은 뒤 평소 쉽게 들어가기 어려운 관아의 내아에서 연회를 즐겼다.

 

프로그램은 조선시대에 세 차례 술을 올리던 삼헌 의례에서 착안했다. 낙안의 식재료로 만든 세 잔의 술과 한입 음식, 전통악기 연주가 차례로 이어졌고 마지막에는 양반들의 놀이였던 쌍륙을 체험했다. 읍성의 밤과 지역 음식, 음악이 한 자리에서 만난 순천형 야간관광의 가능성을 보여준 장면이다.

 

선암사와 송광사를 배경으로 진행된 치유미식 트레일런은 걷기와 달리기에 음식을 더했다.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인 뒤 지역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맛보며 풍경과 미각을 함께 기억하도록 했다. 음식이 식당 안에 머물지 않고 숲길과 시장, 문화유산으로 확장된 셈이다.

 

순천시는 이 경험을 토대로 2027년부터 푸드페스타와 미식투어, 음식문화 등 세 분야의 콘텐츠 후보군을 마련한다. 푸드페스타는 푸드앤아트페스티벌을 비롯한 기존 축제에 음식의 역사와 전시, 시식, 체험을 강화한다. 비슷한 행사를 반복하기보다 축제 안에서 순천의 맛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향이다.

 

미식투어는 원도심과 국밥거리, 전통시장, 역사문화 공간을 하나의 동선으로 묶는다. 걷기와 러닝, 야간관광에 지역 음식을 결합한 여행코스도 구체화한다. 음식문화 분야에서는 미식·관광 전문가 토크쇼와 발효음식 특강 등을 열어 순천 음식의 배경과 가치를 깊이 전할 계획이다.

 

운영의 중심은 단계적으로 민간에 넘긴다. 2028년부터 지역 음식점과 관광업계가 봄 피크닉 미식투어, 여름 야간 미식여행 등 계절별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2029년 이후에는 민간 여행사와 여행플랫폼을 통해 상시 판매할 수 있는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지역업체가 직접 음식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자립형 운영체계도 마련한다.

 

손훈모 순천시장은 “순천 음식자원이 관광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관광객의 체류시간과 지역 내 소비를 늘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미식관광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순천의 맛은 한 접시에만 담기지 않는다. 국밥에는 원도심의 시간이, 낙안의 술잔에는 읍성의 밤이, 산사길 뒤에 만나는 음식에는 숲의 계절이 스며 있다. 정원과 생태로 기억되던 순천이 이제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춰 세울 새로운 이유로 ‘맛’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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