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어둠이 내려앉자 홍천 원도심 한복판에 정원의 불이 켜졌다. 생태형 담장을 따라 은은한 조명이 번지고, 어린이 체험 정원과 작가 정원에는 저녁 산책을 나온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홍천군이 도심의 빈 공간을 주민과 여행객이 함께 머무는 생활형 정원으로 바꾸면서 홍천의 밤마실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홍천군은 8월 4일 오후 7시 홍천읍 홍천로6길 10 그린 어울림 센터 조성 예정지에서 ‘홍천 포켓 체험 정원 광장’ 개장식을 열었다. 작은 정원이 도심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의미를 담은 공간으로, 오는 11월 30일까지 주민과 방문객에게 개방된다.
개장식에 앞서 대금 연주와 클라리넷·플루트 앙상블, 퐁당퐁당 합주단 공연이 펼쳐졌다.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기보다 정원을 찾은 주민들이 음악을 들으며 자유롭게 공간을 둘러보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색소폰과 통기타 공연도 더해지면서 여름밤 정원은 작은 야외 음악회장으로 변했다.
행사의 중심에는 정원을 직접 가꿀 주민들이 있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160시간의 기초·심화교육과 현장실습을 마친 도심정원사 24명은 수료증과 정원관리사 자격증을 받았다. 지난 7월 22일 치러진 자격검정에도 전원이 합격했다.
이들은 식물을 심고 돌보는 기술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원도심을 스스로 관리하는 지역 활동가로 나선다. 앞으로 주민 참여 정원과 생활권 녹지 관리에 참여하며, 골목과 유휴공간에 정원문화를 확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점등식에서는 참석자들이 함께 숫자를 세며 정원의 출발을 알렸다. 초 읽기가 끝나자 조명이 한꺼번에 켜졌고, 생태형 담장과 작가 정원, 어린이 체험 정원, 휴게공간이 어우러진 야간 쉼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낮에는 식물과 체험을 즐기는 정원으로, 저녁에는 빛과 음악이 머무는 산책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홍천 포켓 체험 정원 광장은 신장대리 도시재생사업과 그린 어울림 센터 조성을 잇는 공간이다. 건물부터 세우기보다 주민이 먼저 찾아와 머물고, 직접 가꾸며 공간의 쓰임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기존 도시개발사업과 결을 달리한다.
신영재 홍천군수는 “오늘 밝힌 정원의 불빛은 단순한 경관조명을 넘어 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함께 가꾸는 도시재생의 새로운 출발”이라며 “가족이 함께 즐기고 이웃과 소통하는 원도심의 대표 생활 정원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원은 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야간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폭우나 강풍 등 기상 상황에 따라 운영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 거창한 관광시설은 아니지만 여행길에 잠시 쉬고, 아이와 식물을 살피고, 저녁 조명 아래 걸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홍천읍의 새로운 쉼표가 될 만하다.
홍천군은 도심정원사를 중심으로 주민 참여형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운영 성과를 목재 문화 특화 가로와 그린 어울림 센터 사업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한동안 비어 있던 원도심의 땅에 심은 것은 꽃과 나무만이 아니다. 주민이 다시 만나고 머물 수 있는 홍천의 다음 풍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