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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니 멜론 향이 났다…청양 도서관의 맛있는 실험

블루베리부터 구기자까지, 책과 로컬푸드로 배우는 청양의 사계

서동휘 기자
책장을 넘기니 멜론 향이 났다…청양 도서관의 맛있는 실험
[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도서관에서 책만 읽는 시대는 지났다. 청양 정산도서관에서는 페이지를 넘기면 블루베리가 입안에서 터지고, 멜론 향이 교실을 채운다. 청양의 농산물을 책 속 이야기와 연결한 ‘오감 만족 북-테이스팅’이 오는 11월까지 이어진다. 읽고,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보는 사이 아이들은 한 권의 책과 자신이 사는 고장을 함께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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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도서관에서 만나는 지역 로컬푸드와 인문학의 만남(제공=청양군)

‘오감 만족 북-테이스팅’은 관내 5~7세 유아와 초등학교 1~4학년을 대상으로 마련됐다. 책의 중심 주제를 먼저 읽은 뒤 그 내용과 닿아 있는 지역 농산물을 직접 살피고 맛보며 생각을 넓히는 방식이다. 단순한 시식 행사도, 독후 활동만을 위한 수업도 아니다. 밭에서 자란 열매가 식탁에 오기까지의 과정과 계절의 변화, 농부의 손길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생활형 인문학 수업에 가깝다.

 

첫 문을 연 7월 프로그램은 ‘룰루랄라, 블루베리!’였다. 지역 농가에서 수확한 블루베리를 활용해 모두 7차례 진행됐으며, 자존감과 성장을 주제로 책 읽기와 오감 체험을 엮었다. 작고 단단한 열매가 익어가는 모습을 자신의 성장과 연결한 구성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어냈고, 함께 참여한 학부모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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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도서관에서 만나는 지역 로컬푸드와 인문학의 만남(제공=청양군)

8월에는 청양 멜론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달콤한 과육을 나누며 포용과 화합을 배우고, 9월에는 고추의 붉은빛과 매운맛을 통해 열정과 도전을 만난다. 10월 알밤은 오랜 기다림 끝에 얻는 결실과 끈기를, 11월 구기자는 추운 계절을 앞두고 온기와 치유의 의미를 전한다. 청양의 대표 농산물이 월별 수업의 주인공이 되는 셈이다.

 

청양은 고추와 구기자로 널리 알려졌지만 멜론과 밤, 블루베리도 지역 농가의 중요한 작물이다. 정산도서관은 이 익숙한 먹거리를 교육의 언어로 바꿨다. 아이들은 농산물의 색과 향, 촉감을 기억하고 그 경험을 다시 책 속 이야기와 연결한다. 책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밭과 마을, 사람으로 번지면서 고향은 외워야 할 지명이 아니라 몸으로 기억하는 생활 공간이 된다.

 

정산도서관 관계자는 “지역의 소중한 자원인 로컬푸드를 매개로 아이들이 책과 더욱 친숙해지고, 고향에 대한 깊은 애착을 키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도서관이 주민과 아이들에게 유익한 경험을 전하는 지역 문화 거점이 되도록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정산도서관은 정산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다. 청양의 여름과 가을을 맛으로 기억하고 싶은 지역 가족이라면 한 번쯤 눈여겨볼 만하다. 자세한 일정과 신청 방법은 정산도서관 누리집 공지사항에서 확인하거나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입안에 남는 맛처럼,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자란 고장의 이름이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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